소화불량이 오다
2015-10-30 브누아 브레빌
인조육 한 덩어리가 살균처리된 공장 생산라인에 툭하고 올려진다. 팔처럼 기다란 기계에서 뽑아져 나온 두꺼운 흰 반죽으로 뒤덮이더니 머리와 다리가 잘린 통통한 닭고기로 변신한다. 색소가 몇 차례 뿌려지고 포장까지 마치면 팔릴 준비가 끝난다. 이는 1976년에 루이 드 퓌네가 대형 체인 레스토랑에 맞서는 음식비평가의 삶을 다룬 영화, <맛있게 드십시오>의 한 장면으로 폭소를 자아내기 충분한 괴상망측한 캐릭터가 그려졌다.
40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픽션을 넘어섰고 웃음은 씁쓸해졌다. 비료와 살진균제를 사용해 겨울, 여름 할 것 없이 온실에서 키운 맛없는 토마토와 딸기, 고기 살점, 껍질, 지방, 내장, 때로는 말고기 일부까지 섞은 ‘소고기 잡부위’로 만든 음식, ‘치즈’, 그러나 우유 한 방울 없이 만들어진 모조치즈가 곁들여진 피자, 위의 영화 장면과 똑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너겟’이라 불리는 작은 치킨크로켓까지(사실은 빵가루를 입혀 튀긴, 재조합된 닭고기 반죽일 뿐이다), 재빨리 먹어치우는 무미건조한 음식이 가정집과 레스토랑 테이블 위의 맛있는 요리를 대체하고, 자연적인 것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제품들이 슈퍼마켓 정육점 코너를 점령했다.
이런 음식들이 커다란 저항 없이 식탁 위에 올랐다. 소비자들이 특별히 화학적 식품을 찾았기 때문이기보다는 이런 음식들에서 경제적 이점을 발견했고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세뇌 당했기 때문이다. 다국적 식품가공업체들은 합리적 가격의 신선하고 건강한 음식만으로 전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수많은 연구조사가 이에 반박했다).(1) 그렇기 때문에 목축업 및 농업 증대, 살충제와 동물성 사료의 사용 증가, 식료품 규격화 강화 등의 변화를 달게 받아들여야 하며, 음식을 대중화하는데 있어 피할 수 없는장애물들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크푸드 가격은 올랐는데 이 기발한 생산방식은 프랑스 가정의 식비지출 비중을 1958년 40.8%에서 2013년 20.4%로 떨어뜨리지 않았던가?(2)
서구 식습관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만큼, 저렴한 음식도 사회적·위생적· 환경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 더욱 극명해졌다. 대형 식품가공업체들은 저렴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급여를 줄이고 직원 수천 명의 삶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프랑스 식비지출의 75%를 차지하는 한 대형 유통업체가 파는 과일과 채소는 계절노동자나 후진국에서 넘어온 불법이민자가 수확하며, 시간당 초과급을 받지 않는 운전기사가 운반하며, 최저임금을 받는 계산원이 판매한다. 게다가 포화지방, 설탕, 소금이 많이 함유된 가공식품은 칼로리 또한 높다. 광고의 유혹만큼 판매량도 엄청난 가공식품은 과체중과 비만의 지름길이자 콜레스테롤, 당뇨, 고혈압 등의 질병 확산에 일조한다. 매년 20만 명의 미국인이 복부비만과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하며, 전 세계적으로도 과체중 인구(약 1.5억 명)가 영양실조에 걸린 인구수(약 8억 명)를 넘어섰다. 이렇게 영양섭취와 관련된 제2의 ‘부담’이 기아문제에 추가되었다.
애그리비즈니스 제품에 끌리는 서민층
음식 생산성만을 중시하는 풍조는 결국 산림 황폐화, 지하수층 오염, 토지 황폐화, 생물다양성 감소 등 환경에 치명적 영향을 미쳤다. 육류산업은 전 세계 농경지의 78%를 점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마존 열대림 파괴 원인의 80%를 차지한다. 또한 인간 활동으로 발생한 온실가스의 14.5%가 육류산업에서 기인한다. 1㎏의 소고기를 생산하려면 1만 5,000리터의 물과 7㎏의 곡물이 필요한데 프랑스에서 1분마다 3,000㎏의 소고기가 소비된다고 치자. 얼마나 많은 물과 곡물이 드는지 계산이 될 것 이다.
생태학적 문제가 연쇄충돌하기 전에 과학적 시도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 때문에 생물학자와 유전학자가 오로지 실험실 안에서만 만든 ‘인공육’과 암탉 없이 만든 인공계란을 완성시킨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더 많은 이들이 친환경적이고 대규모 유통망에 얽매이지 않는 현지재배 방식으로 돌아갈 것을 권장하고 있다. 다만, 이 방법은 다른 주요 지출을 크게 줄이지 않고도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특권을 지닌 소수에게만 해당된다. 서민계층 대부분은 여전히 애그리비즈니스(농업관련 산업) 제품에 끌린다. 개개인이 양질의 음식을 먹을 방도를 마련하려는 노력, 이러한 음식을 위한 투쟁은 정치적이며 사회적이다.
글·브누아 브레빌 Benoît Bréville
파리1대학 20세기 사회사연구소 연구원 겸 캐나다 몬트리올 퀘벡대학 교수.
번역·이보미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음식에 대한 관리, 변화의 요인’, 연말 보고서, UN, 뉴욕, 2014년 1월
(2) 올리비에 비비오르카(지도 하에 작성), <숫자로 보는 프랑스, 1870년부터 오늘날까지>, Perrin, 파리, 2015년; ‘2013년 국민계정’, 프랑스 통계청, 파리, 2014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