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마켓의 하이퍼소비
2015-10-30 필립 보베
고용불안과 저임금의 온상인 대형마트는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한다. 프랑스 식비 지출의 75%에 달하며 이 중 31.4%는 하이퍼마켓의 차지다. 이 같은 소비형태는 인근상가를 점차 사라지게 하는 원인일 뿐 아니라 에너지 소비가 유난히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주말에는 교외에 위치한 하이퍼마켓으로 많은 인파가 몰린다. 대부분 자동차를 끌고 와 일주일치 장을 본 후, 트렁크에 실어온 식품들을 냉장고, 냉동고, 기타 저장공간에 쌓아둔다. 이 일상적인 행동의 이면에는 에너지 소모성이 짙은 소비방식이 자리하고 있다.
교외 하이퍼마켓에 가는 것은, 집에서 500m 거리에 있는 시내 슈퍼마켓에서 같은 양을 구매했을 때보다 4배 더 많은 오염과 공해를 일으킨다.(1) 하이퍼마켓 이용자의 85%가 자동차를 타고 간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자동차 엔진이 강력할수록 차량 이동 때문에 발생하는 오염 정도는 더 심해진다. 시내에서 100km를 이동하는 데 소형차는 휘발유 7리터를 소비하지만 고급승용차는 11리터가 필요하다. 에어컨을 켜면 소비량이 30리터까지 훌쩍 뛰는 모델도 있다.
하이퍼마켓을 이용하면 슈퍼마켓보다 더 많은 물건을 사게 된다. 하이퍼마켓의 경우 평균 25kg의 물건을 사는 반면, 슈퍼마켓은 4.16kg에 그쳤다.(2) 물론 하이퍼마켓에 가는 횟수가 슈퍼마켓보다 적기는 하지만, 이러한 초대형 할인마트는 자꾸 물건을 비축해두라고 부추긴다. 비누 3개들이 세트, 장기보존 가능한 멸균우유 6개 세트, 엄청난 양의 세제 2통 세트, 묶음포장 등 과도한 비닐포장이 주를 이룬다.
물건을 비축하려면 장소가 필요하다. 그런데, 냉동식품의 경우 보관을 위한 에너지도 필요하다. 냉동탑차에서 냉동진열대까지, 저온유통체계는 유난히 에너지 소비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장시간이 길어질수록 에너지 소비는 더 많아진다. 금전적 절약을 위해 대량으로 포장된 식품을 사면 풀가동 중인 냉동고가 과도하게 전력을 소비하게 된다. 구매 시점에 이루어진 절약이 전기세 고지서가 오는 순간 소용없어지는 것이다.
대형 유통업체는 마진을 높이기 위해 빈병 보증금 반환 제도를 포기했고, 뒤따라 음료 제조업체들도 같은 선택을 했다. 현재는 자발적으로 공공 분리수거함에 넣는 방식으로 빈병이 수거되고 있다. 1998년 빈병 수거율은 52%였다.(3) 판매처에 음료수를 배달하는 트럭은 공병 없이 빈 채로 돌아가고, 공공 분리수거함의 빈병을 수거하는 트럭도 갈 때는 빈병을 채워 싣지만 올 때는 차량이 비어있다. 한번의 수거를 위해 차량 2대가 움직여야 하니 정말 효율적이지 못하다.
덴마크는 이런 낭비문제에 실제 대응했던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유리, 플라스틱 할 것 없이 모든 용기에 빈병 보증금 반환을 적용하고 있다. 알루미늄캔은 재활용을 해도 환경에 유해하기 때문에 마트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맥주회사들도 유리병만 사용하는데, 동일한 타입의 용기만 사용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오직 상표와 마개로만 각기 다른 상품임을 드러낸다. 그래서 다른 회사의 빈병을 수거해서 자사 제품에 재사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안타깝게도, 하이퍼마켓이 시장 및 소규모 상점을 대체하고 있는 교외지역에서는 소비자가 장을 보기 위해 50km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가기도 한다.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 최악의 경우다.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 보면 시장 및 소규모 상점이 인근에 많이 있는 도시구조가 가장 바람직하다. 이런 곳에서는 보통 소비자의 9%만이 자동차로 이동한다(4). 교통경제학 연구소의 에르완 스갈루 연구원은 “자주 드나드는 장소와 교통수단은 확실히 서로 관계가 있다”며, “도시에 인근 상가가 있다는 것은 자동차 이용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르세유와 보르도를 비교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슈퍼마켓, 빵집, 구멍가게 등 소규모 식료품점이 상가시설의 27.3%를 차지하는 마르세유는 프랑스에서 가장 시설이 잘 갖춰진 도시권에 속한다. 반면, 보르도는 소규모 식료품점 비중이 22.4%에 불과하고 하이퍼마켓은 49개나 있다. 장을 보러 가기 위한 이동수단 중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보르도의 경우 67%, 마르세유는 48%다. 걷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보르도 28%, 마르세유 44%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비중은 보르도 4%, 마르세유 6%이다. 장을 보러가기 위해 자동차로 이동하는 평균 편도거리는 보르도의 경우 9.3km, 마르세유는 6.1km이다(5).
자동차로 장보는 교회 지역 소비자
인근 마트를 갈 때는 자동차 대신 일단 걸어가서 장을 본 후 물건을 집까지 배달시키면 된다. 일반적으로 일정 금액만 넘으면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이다. 매번 마트에서 집까지 즉각 배달해주는 것이 아니라 승합차 한 대가 여러 고객의 물건을 싣고 한 차례 순회하면서 배달해주는 시스템이라면 에너지 절약 측면에서 훌륭한 교통수단인 셈이다. 이때 승합차가 LPG, 디에스터유, 전기 등 청정연료를 사용한다면 효율성은 더욱 높아진다. 반면, 피자 배달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주문 즉시 매장에서 집까지 피자를 배달해주는 오토바이는 400g밖에 싣고 있지 않으며 돌아갈 때는 빈손이다.
그렇다고 인터넷 장보기가 더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다. 물론 차를 타고 하이퍼마켓까지 갈 필요는 없지만, 화면상으로 신선하고 좋은 식품이나 옷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인터넷이 환경오염과 공해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터넷 주문 환경이 매번 즉각 배달하는 문화를 발전시켜, 연료소비가 확연히 많은 응급상황을 초래했다. CAT 물류부문 컨설팅회사의 로랑 타이에브 연구팀장은 “인터넷 주문 배달이 아직 느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업은 우편배달 인프라를 사용하는데 화물차량은 과잉공급 상태다. 평균적으로 트럭은 화물칸의 반 만을 겨우 채우고 있는 실정이지만, 결국 인터넷이 도시지역 배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며 그 여파는 현재로서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라고 말했다. 화물차량 생산업계도 도시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소형·중형 트럭의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 걸어서 장을 보러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운동도 하고 거리를 거닐며 쇼윈도도 구경하고 이웃과 인사도 하는 즐거움도 누리고…. 자신이 몸담은 지역을 살릴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다.
글·필립 보베 Philippe Bovet
런던대 SOAS(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지역학 단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준비하고 있다.
번역·이보미
(1)프랑스환경에너지관리청의 여러 자료 참조, 파리. 예를 들어서 교외 하이퍼마켓 이용자가 퇴근길에 일주일치 장을 보는 등 자동차 이동 횟수를 줄인다면 4배라는 비율은 작아질 수 있다.
(2)‘상업유통의 형태와 이동의 생성’, 보베 컨설턴트, 투르, 1997년 12월
(3)출처: 유리산업노동조합연합, 파리
(4)프랑스환경에너지관리청. 시내 슈퍼마켓은 하이퍼마켓보다 2배 가까이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한다. 슈퍼마켓에서 1천 톤의 제품을 처리하는데 8.95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반면, 하이퍼마켓은 4.63명에 불과하다(수치 출처: 보베 컨설턴트)
(5)에르완 스갈루, ‘보르도, 디종, 마르세유 등 지방 도시권 3곳의 구매 목적 이동에 관한 비교연구’, 교통경제학연구소 내부 연구자료, 리옹, 2000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