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의 노지재배를 금지해야 하는 이유
2015-10-30 수잔 조지
유전자변형식품, GMO는 1990년대 말에 상업화되기 시작하면서부터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이익을 늘리고자 생명체에 장난을 쳐도 되는 것인가? 자연에 대한 과학의 지배를 중단해야 하나? 반세계주의자 수잔 조지가 2003년에 작성한 이 글은 GMO를 막아야 하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유전자변형식품(GMO)을 반대하는 입장은 그럴만한 사실들을 근거로 삼고 있다. GMO가 초래할 수 있고, 돌이킬 수 없는 환경오염의 위험성, 거대한 잠재시장을 지배하려는 소수 대기업의 의지, 유럽연합(EU)의 적극적인 지지에 힘입어 유럽과 다른 나라들을 제치고 경제·정치적 이득을 독점하려는 미국의 시도 등이 바로 그것이다.
다국적 종자기업들은 지리적 확장, 품종개량, 영업확장 등 3개 영역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사업분야도 종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제초제, 살충제도 만들어 팔고 있으며 의약품에 손을 뻗기도 한다. 몬산토, 신젠타, 아벤티스(현재의 사노피), 뒤퐁, 다우를 비롯한 이 분야 대기업들은 모두 내적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인수합병의 결과물이다.
종자기업들은 스스로를 ‘생명과학’ 기업이라 부르지만, 그들의 목표는 유전자와 종자, 그리고 연관된 모든 기술들을 특허화하여 세계 농업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권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많은 독립적 연구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영국의학협회와 영국왕립학회는 프랑스과학의학아카데미(1)와는 달리 GMO 노지재배의 위험에 관심을 가져왔다.(2) GMO 식물의 꽃가루가 다른 재배식물이나 야생식물에까지 날아와 수정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인접 재배지를 ‘보호’하기 위해 정해진 공식적인 경계가 있지만 이러한 오염현상은 그 경계 너머로 확산되고 있으며,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식물종 뿐 아니라 다른 종까지 오염시킨다.
GMO 노지재배가 보편화되면, 그에 따른 오염현상 때문에 무공해 재배가 불가능해진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는 생존을 위한 길과 밝은 경제적 전망을 제 손으로 막아버리는 것이며 농민에게서 선택의 자유를 박탈하는 일이다. 제초제 및 살충제 내성을 보유한 GMO가 슈퍼잡초와 슈퍼해충을 생겨나게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GMO가 농업이 가진 유전형질을 공격해 품종이 줄어들 위험도 있다. 즉, GMO 식물을 노지재배처럼 개방된 공간에서 재배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환경적으로 심히 무책임한 행동이다.
1997년에 GMO 유채 상업생산을 시작한 캐나다의 경우, 농업부 소속 사스카툰 연구센터가 “꽃가루와 종자가 과도하게 퍼져 현재 GMO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 유채 품종이나 유기농을 재배하기 어려워졌다”라고 확언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이다. 이에 몬산토는 비난 여론을 막기 위해 캐나다 농민에게 일꾼을 보내 본래 심어진 자리를 벗어나 다른 경작지를 침범한 GMO 유채를 손으로 일일이 제거하라고 제안할 수밖에 없었다. 마니토바 대학의 한 과학자의 말처럼 GMO는 제초제를 견디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절대 통제 불가능한’ 존재가 됐다.(3) 자칭 ‘생명과학’ 기업들은 마치 다윈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살아있는 유기체가 보유한 제초제 및 살충제 내성이 세대를 거쳐 강해지지 않는 것처럼, DDT로 인한 처참했던 경험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GMO는 또 다른 체르노빌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운명인 생체핵폭탄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GMO를 거부할 수 있을까? 굶주린 이가 음식을 골라먹을 권리가 있을까? 2002년 잠비아가 미국 식량원조기구에서 보낸 GMO 옥수수를 거절했을 당시 일부 언론은 상당히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언론이 설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잠비아 농민들이 분명 종자 형태로 보내진 원조식량 일부를 파종을 대비해 챙겨두었을 것이라는 점이다(옥수수가 가루 형태였거나 정부가 가루로 빻아버렸다면 문제되지 않았을 것이다). 잠비아는 그저 자국 작물이 오염되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해 EU에 계속 수출할 수 있길 바랐을 뿐이다. 이렇듯 미국이 상업적 속셈 없이 식량을 원조하는 일은 드물다.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도 등한시하지 않는데, 유럽은 여전히 옥수수, 콩 등의 GMO 식품에 대해 특권을 행사하는 시장이다. EU는 1999년에 GMO 수입에 관한 모라토리엄을 선언했고,(4) 미국은 WTO분쟁해결기구에 EU를 제소하겠다고 위협했으며, 이는 브라질과 멕시코처럼 비슷한 조치를 취했던 국가들에게도 경고가 됐을 것이다. 2003년 1월, 로버트 졸릭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2001~2005년)는 EU의 조치가 “부도덕하다”고 비판한 후 WTO분쟁해결기구에 제소하겠다는 의향을 밝혔지만, 결국 한발 물러서야만 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라크 전쟁 문제로 미-프랑스 외교관계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미국 국무성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측근이 유럽과의 추가적인 충돌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는 이러한 회피적 언행을 상당히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 2003년 3월 초, 아이오와주 농업부문 상원의원인 찰스 그래슬리 상원 재무위원회 의장은 “EU의 GMO 금수조치로 인한 예상손실이 3억 달러에 달한다. 해당 분야의 현 상황을 절대 허용할 수 없으니 정부는 신속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5)고 말했다.
EU는 어떻게 GMO를 받아들였나?
미국 집행부는 모라토리엄이나 상품이력추적 및 라벨부착 규정 같은 목적 때문이 아니라, 오직 방법에 대해서만 내부 의견이 갈린 것이다. 미국-유럽 간 외교관계가 회복될 여지가 남아있던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이 EU집행위원회 측의 고무적인 제스처를 알아차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래 전부터 모라토리엄 철회를 강력히 주장했던 파스칼 라미 EU무역부문 집행위원(1999~2004년)을 알고 있을 것이다. 파스칼 라미는 유럽의 시각에서 WTO가 수용할만한 상품이력추적 및 라벨부착 규정이 나오면 모라토리엄 문제를 대체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6)
이 규정이 마련되면 EU집행위원회는 모라토리엄 철회를 반대하는 회원국을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란츠 피슐러 EU농업담당 집행위원(1995~2004년)은 “EU집행위원회가 생명공학에 호의적이라고 말할 때는 정말 진심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것을 하겠다고 장담할 수 있다는 뜻”(7)이라고 말했다. 미국 무역파트너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실제로 프란츠 피슐러는 GMO를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전통식 재배 및 유기농재배와 유전자조작 재배 간의 ‘공존’에 관해 EU집행위원회 내부에서 발표한 기막힌 의견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프란츠 피슐러는 기업들의 객관적 자료(특히 위에서 언급한 기업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기정사실화된 정보를 모두 무시한 채, 이 ‘공존’은 환경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고 믿으며 법적, 경제적 문제만을 거론하고 있다. 다시 말해 GMO 재배에 따른 오염 문제를 이와 관련도 없는 농민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염 원인을 제공한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대가를 치르게 하는 셈이다. 또한 프란츠 피슐러는 EU의 보완성 원칙을 언급하며 구속적 성격의 모든 EU 제정법이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시켜버렸다.
2004년 5월에 GMO 수입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철회하고 ‘Bt11' 종자로 만든 GMO 옥수수 판매도 허용한 마당에, 소위 ‘유럽’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 는 EU집행위원회가 왜 여전히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에게 방어적 태도를 고집하는지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저 이 복잡한 정치-유전학-산업 갈등이 사실상 공공보건 문제가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할 따름이다.
글·수잔 조지 Susan George
작가이자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초국가적기관(Transnational Institute) 이사회 의장. 저서로는 <강탈자 다국적기업은 어떻게 권력을 잡았나> (Seuil, 파리, 2014년) 등이 있다.
번역·이보미
(1)베르나르 카생, ‘GMO, 아카데미 심판자와 상대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3년 2월
(2)영국왕립학회, <식품용 유전자변형식물>, 런던, 1998년 9월; 영국의학협회 과학부위원회, <중간 결산 보고: 유전자 변형이 농업, 음식, 건강에 미치는 영향>, 런던, 1999년; 영국의학협회, <유전자변형작물 실험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런던, 2002년 11월
(3)캐나다공영방송 CBC뉴스, <유전자변형 유채, 잡초가 되다>, 2002년 6월 22일
(4)해당 날짜 이전에 19건의 GMO 수입 허가가 승인됐다.
(5)<파이낸셜 타임스>, 런던, 2003년 3월 6일
(6)편집자 주: 파스칼 라미는 2005~2013년간 WTO의 실세였다.
(7)‘미국, 對EU 생명공학 건 연기, WTO 우방국에 지원 요청’, 인사이드유에스 트레이드, 알링턴, 2003년 2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