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의 침수위기에 빠진 루이지애나

2015-11-02     엘리자베스 러시
     
2015년 9월 초 알래스카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기후 온난화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해수면 상승으로 연안 습지대(바이유)가 소실되어, 주민들의 삶이위협받고 있는 루이지애나의 사례는 그러한 해결책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해수면 상승을 억제하려면, 미국의 개발 모델을 전체적으로 손봐야만 한다.
 
루이지애나 남부의 8월 하늘은 해질 무렵이면 검푸른색으로 물든다. 그러나 이 날은 폭풍우가 오려는지 지평선이 어느새 어두컴컴하게 변했다. 숭어 몇 마리가 수면 위로 뛰어올라 잠수를 하면서 배를 수면에 부딪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철썩철썩 울린다. 제이크 빌리오는 포앵트오셴느(Pointe auxchênes)의 제방을 따라 천천히 새우잡이배 ‘시팅불(Sitting Bull)’호를 몬다. 제방이 끝나는 곳에는 뭍으로 올라가는 비탈로가 자리하고 있다. 포앵트오셴느 마을 입구다. 이 마을은 반도처럼 기다란 형태를 띠고 있는데, 북미 대륙과는 좁다란 길 하나로 간신히 연결되어 있다. 665번 도로가 끝나는 지점이 점차 가까워지면 뭍보다 물이 점차 더 많아지다 이내 육지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어버린다.
 
빌리오의 배 뒤편으로 보이는 풍경은 모두 두 가지 빛깔을 띠고 있다. 하나는 갯쥐꼬리풀(1)로 물든 녹색이고, 다른 하나는 미시시피강이 남긴 수많은 구불구불한 늪지대인 이른바 바이유(Bayou,미국 남부의 늪처럼 된 강의 지류-역주)가 이루는 검은색이다. 옛날에는 이 드넓은 지대가 강 하구의 습지 지대를 이루며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가 되어 주었다. 봄이면 새우가 산란을 하러 찾아들기도 하고, 검은머리솔새 등 철새가 대륙을 이동하다 잠시 들러 쉬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0년 동안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포앵트오셴느 마을과 인근에 위치한 장 샤를르(Jean-Charles) 반도는 육지의 90%가 물에 잠겨버렸다. 항공사진을 보면 이런 변화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과거에는 녹색이었던 지역이 지금은 모조리 파란색인 것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비옥한 연안 습지대였던 이 곳이 1시간당 축구장 넓이만큼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2)
 
루이지애나의 바이유가 사라지는 것은 해수면 상승, 연안 침식, 산사태, 석유업계가 파놓은 1만6천km에 달하는 운하(3) 등 매우 복합적인 요인에서 기인한다. 빌리오는 바이유에서 나고 자란 70세 노인이다. 테르본 교구(테레본 패리시)에 사는 다른 주민들처럼 그도 프랑스인과 아메리카원주민의 피를 타고났다. “저는 55년째 혼자서 고기를 잡으며 살아왔습니다. 여름에는 게나 새우를 잡고, 겨울이면 넉넉한 육지가 남아 있는 덕분에 덫을 놓고 사냥을 할 수도 있었지요. 우리는 아무런 부족함 없이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사향들쥐 한 마리를 구경하기조차 어렵답니다. 어쩔 때는 수십 시간씩 돌고 또 돌아야 겨우 뭐 하나 건질 수 있을 정도라니까요.”

석유업계의 운하 공사로 줄어드는 습지대
 
루이지애나의 해수면 상승은 얼핏 기후 온난화와 연관된 현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미시시피 삼각주 인근의 육지들은 미 공병단이 강 주변에 줄줄이 댐을 건설한 1930년대 이후부터 더욱 급격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1만 년 이상 미시시피 강은 와이오밍에서 펜실베니아, 그리고 캐나다 접경지에서 멕시코만에 걸쳐 드넓은 유역에서 배수로 역할을해왔다. 세 계에서 세 번째로 긴 강인 미시시피강이 대륙 끝에서 실어온 토사나 퇴적물이 쌓여서 루이지애나의 연안선이 형성됐다. 아메리카원주민들은 건강한 강이라면 으레 강물이 불었다 마르는 시기가 되풀이되며 이 주기를 거쳐 물줄기의 형태가 결정되고 그 인근에 문명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그래서 그들은 대개 강물이 불어날 때를 대비해 강둑 바로 옆이 아니라 하천과 넉넉한 여유 공간을 두고 마을을 건설하곤 했다. 더욱이 영구 가옥 대신 강물이 불었을 때를 대비해 이동이 가능한 임시 가옥을 더 즐겨 활용했다.
 
1543년 스페인 출신의 탐험가 에르난도 데 소토는 미시시피강의 범람으로 테네시 원정을 중단했다. 역사가 가르실라소 데 라 베가가 이 일화를 여러 장에 걸쳐 자세히 소개했다.(4) 사실상 사상 최초로 강물의 증가와 충적토의 과다한 퇴적이 진보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그려진 예였다. 성난 강의 두 번째 사례가 보고된 것은 1734년이었다. 당시 미시시피 강이 수개월에 걸쳐 경험이 부족한 식민지 개척자들이 자연 침수지역에 건설한 도시인 뉴올리언즈 지역을 범람했다. 그로부터 2세기가 지난 1927년 강물이 또 다시 마을 수십 곳을 덮쳤다. 그로 인해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뉴햄프셔, 버몬트 주를 모두 합친 크기에 해당하는 지역이 심각한 침수 피해를 입었다. 새로운 재난을 피하기 위해 공병단은 강에 제방을 쌓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제방 공사는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오고 말았다.
 
“제방 뒤에 토사를 쌓으니까 유속이 느려지면서 물이 더 불어났어요. 퇴적물이 쌓이질 못하니, 육지가 사라지기 시작했어요.” 원주민 단체 ‘유나이티드 후마네이션'의 부대표 로라 안 셰송은 말했다. 결국 1천 년에 걸쳐 미시시피 강이 충적토를 쌓아 형성된 반도가 지도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로라 안 셰송은 더 이상 원주민 사회의 터전이던 장 샤를르 반도에 살지 않는다. 그녀도 다른 사람들처럼 장 샤를르 반도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포앵트오셴느 마을로 이주했다. “이주할 때 침수 지역은 아닌지, 그것부터 확인했어요. 그때는 사람들이 여기는 안전하다 했지요. 그런데 이제 여기도 별 수 없이 침수지역이 돼버렸어요. 다 석유업계 때문입니다.” 셰송 부인이 발을 구르며 분통을 터뜨렸다.
 
루이지애나의 바이유에 처음 석유 굴착 장치가 들어온 것은 1948년, 셰송이 어릴 때 살았던 집에서 불과 8km 거리에 설치됐다. 습지대에는 석유 시추 플랫폼에 접근이 쉽도록 운하와 도로가 건설됐다. 물론 개발업체는 운하에 대한 보강작업을 약속했으며, “취약한 습지대에서 물의 변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정 설치 후 다시 흙을 쌓는 성토 작업을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그들은 약속을 어겼어요.” 빌리오가 분개하며 말했다. “그들은 약속과는 달리 바이유 보존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이 지역도 곧 바닷물이 삼켜버릴 겁니다.” 오늘날 루이지애나의 습지대에는 미국 정제공장의 절반이 자리잡고 있다. 이 지역에 설치된 송유관은 미국 전체 원유의 20%, 천연가스의 33%의 운송을 담당하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루이지애나 습지대 가장자리 선은 마치 면도날로 마구 찢어놓은 듯한 모습이다. 너덜너덜한 수천 개의 선은 석유 채굴 장비를 위한 운하 건설의 흔적이다. 석유업체가 지역민을 동원해 파놓은 운하들이다. 이 공사에 빌리오의 아버지도 동원됐다고 한다. 이 운하들 때문에 습지대에는 염수가 유입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염수가 수로를 더 넓혀놓으며 결국 해수 유입과 습지 소실이 더욱 심해졌다.(5)
 
 
생계 위협 속에
살아가는 습지대 어민들
 
바이유 지대는 매년 77km2씩 줄어들고 있다. 미국 습지의 절반이 루이지애나에 있으며, 바이유 지대가 태풍을 막는 최고의 방패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우려되는 수치다. 습지대는 거대한 스펀지 역할을 한다. 거센 파도가 별안간 연안지대를 집어삼키는 대신, 폭우로 불어난 물을 흡수했다가 서서히 배수하듯, 내륙이 물에 잠기는 것을 막아준다.
 
빌리오는 출항 전 다른 어민들에게 소득이 좀 있었는지 물으려 무전을 쳤다. 물론 대답은 낙관적이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자신의 운을 믿고 한 번 출항하기로 결심했다. 그에게는 아직 배의 모터를 돌릴 연료가 있었다. 2010년 빌리오는 원유 시추 시설 딥 워터 호라이즌호의 폭발로 유출된 원유를 치우는 일에 쓰라고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사에 배를 두 척 빌려줬다. 그러나 무슨 운명인지, 원유 유출 사고 덕에 빌리오의 연료 탱크는 가득 채울 수 있었지만, 그의 어장은 깡통이 되고 말았다.
 
원유 유출을 막는 방재작업을 실시하는 87일 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지역의 어업 활동을 전격 금지했다. 그로 인해 수천 명의 어민이 실업자가 되고, 지역민의 생활도 큰 타격을 입었다. 석유개발과 천연가스 개발 다음으로 이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3대 경제활동으로 통하는 새우잡이는 오늘날 경제활동의 일종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루이지애나 연안 지대의 유서 깊은 전통 의식에 더 가까워졌다. 이제는 주민들이 새우 수확량을 신의 뜻이나 운명에 맡기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원유 유출 때문에 해양이 오염된 후, 이 지역에 새우가 다시 찾아들었다. 그러나 일부는 작은 종기가 있거나, 눈이 없는 기형 새우들이다.(6) 석유 플랫폼 폭발 사고로 멕시코만에는 490만 배럴의 원유가 유출됐다. BP사는 기름을 분산시키기 위해 4만5238배럴의 코렉시트(Corexit)를 바다에 들이부었다. 본래 이 약품은 유출된 원유를 유화시켜 물속에 분산시킴으로써 해수면에 기름막이 형성되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분산제는 밀도가 높아 석유를 머금은 채 해양 밑바닥에 가라앉아, 새우의 산란지인 바다 밑 진창을 오염시킨다. 물고기의 알이나 치어는 코렉시트에 함유된 독소들에 매우 취약하다. 소량의 독소에도 기형이 되거나 죽기도 한다.(7) “닭을 몰살시키려면 굳이 어미 닭을 죽일 필요가 없어요. 달걀만 다 깨뜨려도 된다고요.” 젊은 시절부터 이 지역을 터전 삼아 새우잡이를 해온 버트 나이트가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다. 그는 원유 유출 사고 후 과학자들이 포앵트오셴느 지역민에게 갑각류 소비를 줄일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요새 어획량은 예전의 1/10이 고작입니다. 어떻게 살라는 건지. 한 번 좀 보시라니까요!”
 
빌리오는 포앵트오셴느 뒤편의 홍차 빛을 띤 운하를 천천히 거슬러 올라갔다. 다행히 오늘 저녁에는 바닷물이 금세 차올라 어망 속에 잡힌 새우들이 빠져나가기는 힘들 듯하다. 빌리오가 스위치를 키자 예인망의 끌줄이 길게 펼쳐졌다. 그의 작은 배는 젖은 날개를 활짝 펼친 채 햇볕에 말려지는 가마우지를 닮았다. 바이유가 가까워오자 빌리오는 긴 그물을 풀어 배의 양 옆쪽에서 각각 물속에 던져 넣는다. “어릴 땐 바이유 양쪽 기슭의 나무들이 악수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우스갯소리를 했어요.”그가 옛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지금은 믿기 힘든 이야기다. 이제 강의 양쪽 폭이 30m에 이르는 데다, 그나마 남은 나무 몇 그루도 앙상한 가지만 드러낸 채 죽어가고 있다. 미처 자라보지도 못한 어린 나무들이 시름시름 죽어가는 것은 흙 밑에 뻗은 뿌리들이 담수가 아닌 염수를 흡수하는 탓이다.
 
포앵트오셴느에서는 이제 바닷물이 떡갈나무 서식지와 습지만이 아니라, 식료품가게, 생선가게, 가옥까지 뒤덮기 시작했다. 오래 전부터 이 마을에 살았던 주민들은 이제는 하나 둘 사라져버린 과거의 장소들을 아련히 추억할 뿐이다. 빌리오가 편지봉투 뒷면에 인근 지역의 지도를 그려보였다. “예전에 여기는 민물과 바닷물이 뒤섞인 지역이었어요. 흰 새우들이 해초에 알을 낳으러 찾아들곤 했지요. 달이 뜨면 새우들은 바다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면 언제나 우리는 넉넉한 새우를 수확할 생각에 들뜨곤 했지요.” 빌리오는 봉투 뒷면에 그린 바이유와 호수들로 복잡하게 얽힌 격자무늬를 가리키며 말했다. “위스키 패스, 캣 아일랜드 패스, 와인 아일랜드 패스. 만으로 통하는 이 모든 작은 운하들의 크기가 점점 더 커지면서 습지대에 염수가 유입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네덜란드, 방글라데시, 필리핀제도 등에 이어 해수면 상승의 위험률이 가장 높은 11번째 나라에 속한다. 오늘날 1천8백만 명의 미국인, 즉 전체 미국인의 6%가 고위험 지역에서 살고 있다. 금세기 말이면 이 수치는 무려 두 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8) 기후변화에 관한 초정부 조사 그룹(GIEC)은 온난화에 따른 해수 팽창에다 빙하 해빙(특히 그린란드 빙모)까지 겹치면서 1901~2020년 해수면이 약 19cm가량, 최악의 경우 26~98cm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9)
 
해수면 상승에 관한 최악의 시나리오
 
지난 160년 간 미국에서 최악의 피해를 기록한 태풍 10개 중 무려 9개가 멕시코만의 연안지대를 강타했다. 게다가 그 중 6개는 지난 10여 년 동안 발생했다.(10) 여전히 천문학적인 태풍 복구비용으로 허리가 휘는 루이지애나 주는 2012년 5개년 방재 계획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주 정부가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고 연방 정부 차원의 미흡한 대책을 보완하자는 취지였다. 과학자, 석유·가스 산업 전문가, 정책 결정권자, 현지 원주민그룹의 대표들이 모여 전례 없는 방재 계획 수립에 함께 머리를 맞댔다.
 
이른바 ‘마스터플랜'이라고 불리는 이 사업에는 모두 5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랜드(RAND) 연구소 산하 물기후복원센터 공동소장을 맡고 있는 조던 피시바흐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재책을 시행한다면, 연안 침수에 따른 연간 피해 비용을 좀 더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스터플랜을 실행하지 않고 최악의 해수면 상승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현재 22~28억 달러인 피해액 규모가 2050년에는 200억 달러를 넘을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스터플랜을 시행한다면, 48억 달러에 그칠 것입니다.”
 
이 새 법안에 따르면, 루이지애나 주정부는 제방을 증설하거나, 구조물을 높이는 등 연안 방재를 강화하는 한편, 습지 복원 작업에도 나서게 된다. 특히 새 법안에 명시된 사업 중에는 대대적인 퇴적물 우회 사업과 같은 획기적인 방안들도 담겨 있다. 제방으로 막힌 하천의 토사를 퍼내 바이유를 통해 골고루 흘러가도록 조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루이지애나 지역 석유·가스 산업 부지와 관련한 대책은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다. 미 내무부(미 정부가 소유한 토지를 관리)는 해양 석유 채굴 확대에 관한 규정을 더 엄격히 강화하자고 제안했지만, 아직 관련 법안은 통과되지 않은 상태다. 만일 관련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퇴적물 재분배 사업에 수십억을 쏟아 부은 들, 다 헛일이 되고 말 것이다. 가중요인에 대한 대책 없이, 연안의 복원에 관한 진지한 논의는 어렵다.
 
장 샤를르 반도 원주민 공동체 대표 알버트 나퀸은 요즘 이 작은 땅덩어리를 함께 떠나자고 지역민들을 설득하느라 분주하다. 그래야만 공병단으로부터 이주 보상금이라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사이 지속적인 침수 피해를 견디지 못하고 일찌감치 자비를 털어 마을을 떠나는 주민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 “우리를 이곳에 정착시킨 것은 백인이었어요.” 나퀸이 아메리카원주민의 오랜 박해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로 운을 뗐다. “이제는 자연의 어머니가 우리를 다시 내륙으로 돌려보내려고 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곳을 떠나지 않겠다고 버티는 거예요.” 에디슨 다다도 그처럼 마을을 떠나기 싫어하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다. “저희 아버지는 여기서 91년을 사셨어요. 여기서 태어나서 여기서 돌아가셨다고요.” 그는 항변했다. 물론 다른 많은 지역민처럼 다다도 이 지역에 어업 자원이 부족한 현실을 개탄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이러한 현실을 직접 눈으로 보여주기 위해 냉장고에서 18리터들이 양동이 하나를 꺼냈다. 그 속에는 새우 50여 마리가 담겨 있었다. 기껏해야 가족들 입에나 붙일 수 있는 양이었다. 이어 그는 자신이 꾸민 텃밭도 보여주었다. 욕조 안에 설치한 화단은 뿌리가 염수에 닿지 않게 높은 침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 속에는 멜론 3개와 오이가 조금 자라고 있었다. 텃밭 전면에는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에 심은 감나무 몇 그루가 서 있었다. 나무 사이로 바람이 살랑 불어왔다. 다다는 기분이 좋은 듯 쾌활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무들이 든든한 방패 역할을 해줍니다. 게다가 맛있는 과일도 주렁주렁 열리지요!”
 
사실 진정한 해법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연안 보호책을 구상하고 수립하고 유지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해답은 다다처럼 작은 것에 만족하는 삶일지도 모른다. 저술가 나오미 클라인 역시 “일부 지구온난화 회의론자들의 주장처럼, 우리가 반드시 선사시대로 돌아가야만 천연자원을 보호하며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일갈한다. “사실 우리가 지구의 생태 자원과 조화를 이루며 살고 싶다면, 폭발적 소비 증가의 분수령이 되었던 1970년 이전의 삶의 방식으로만 돌아가도 충분하답니다.”(11)
 
빌리오와 나는 시팅불호를 타고 수 시간 바이유를 항해했다. 그러나 연료만 수십 리터를 허비한 채 끝내 허탕을 치고 말았다. “운만 따라준다면 내일은 좀 더 나을 겁니다.” 나를 바라보며 빌리오가 말했다. 그러나 그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사라졌다. 그도 아는 것이다. 이것이 결코 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글·엘리자베스 러시 Elisabeth Rush
미국 베이츠대학 박사후 과정 연구원. 저서로는 <사라진 도시로부터 아직 남은 삶>(Global Directions/Things Asian Press·샌프란시스코·2015년) 등이 있다.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서울대 불문학 석사 수료.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진흙지대에서 자라는 식물로 높이가 무려 1m에 이르기도 한다.
(2) Brady R. Couvillion 외, 'Land area change in coastal Louisiana from 1932 to 2010', U.S. Geological Survey Scientific Investigations Map 3164, 2011년.
(3) Denise Reed, Wilson Lee, 'Coast 2050 : A new approach to restoration of Louisiana coastal wetlands', <Physical Geography>, 벨몬트(캘리포니아주), 제25권, 제1호, 2004년.
(4) Garcilaso de la Vega, <The Florida of the Inca. The Fabulous De Soto Story>, University of Texas Press, 오스틴, 1951년.
(5) Ricardo A. Olea, James L. Coleman, 'A synoptic examination of causes of land loss in Southern Louisiana as related to the exploitation of subsurface geologic resources', <Journal of Coastal Research>, 포트 로더데일(플로리다주), 제30권, 제5호, 2014년.
(6) Dahr Jamail, 'Gulf Seafood Deformities Alarm Scientists', <알자지라>, www.aljazeera.com, 2012년 4월 20일.
(7) Julia Whitty, 'Why is the toxic dispersant after BP's Gulf disaster still the cleanup agent of choice in the US?', <Mother Jones>, 샌프란시스코, 2013년 4월 19일.
(8) Mark Crowell 외, 'An estimate of the US population living in the 100- year coastal flood hazard area', <Journal of Coastal Research>, 제26권, 제2호, 2010년 3월.
(9) 기후변화에 관한 초정부 조사 그룹(GIEC), '2013년 기후 변화. 과학적 요인들', 제5차 평가보고서에 실린 실무그룹의 연구 내용. WMO(세계기상기구), UNEP(국제환경기구), 2013년.
(10) Eric S. Blake 외, 'The deadliest, costliest and most intense United States tropical cyclones from 1851 to 2010(and other frequently requested hurricane facts)',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Technical Memorandum NWS NHC-6, 마이애미, 2011년 8월.
(11) Naomi Klein, <This Changes Everything. Capitalism vs. The Climate>, Simon & Schuster, 뉴욕, 20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