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식민지화의 비극

2015-11-02     마리 베닐드
2013년은 디지털 경제의 역사에 전환점으로 남을 듯하다. 과거에 인터넷은 몇몇의 덩치 큰 야수들이 지배하긴 하지만 광활한 자유의 공간이 남아있는 정글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폭로’라는 폭포수가 그 환상을 씻어냈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했듯이 국가는 민간인을 대량 감시했고, 다국적 기업들은 데이터를 수집했다.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업들은 조세회피를 하고 꼼수를 부렸으며, 인간의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되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이제 인터넷은 독자적인 세계라 할 수 없는, 현대 자본주의와 기술 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일명 GAFA) 뿐만아니라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Uber)'와 숙박 공유 서비스업체 ‘에어비앤비(Airbnb)’의 지나친 권력은 부당이득임이 드러났다. 결국 서비스 사용자들의 분노와 진보 단체들의 결집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상황은 19세기 귀족 정치 체제를 지지한 두 계파, 부르봉 왕정복고와 보수주의의 정통왕조파, 그리고 세상사에 보다 더 개방적인 자유주의의 오를레앙파 간의 대립을 연상시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경제장관은 이 중 두 번째 부류에 속한다. 그는 “기업과 현재의 일자리를 보호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2014년 12월 ‘르 웹’ 토론회 때, 스타트업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청중 앞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그는 공개적으로 자신의 ‘지메일’ 주소를 주기 전, 루이필리프 시대의 장관이었던 프랑수아 기조의 후계자다운, 다음과 같은 인사말로 마무리했다. “성공해서 부자가 되십시오.”
 
성장의 열매를 독식하는 다국적 인터넷기업들
 
미국의 다국적 인터넷 기업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탈세를 저질렀으며,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국가 지도자와 국가기관을 감시하는 일에 몇몇 기업이 연루됐다는 사실이 2013년에 밝혀지자,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인터넷 접속의 출입구 역할을 하는 이러한 거대 기업들은 사업 조건을 규정하고 개인정보를 수집한다. 하지만 엄청난 성장의 열매는 거의 재분배하지 않고 있다. 재무제표에 따르면, 구글과 페이스북의 경우 2014년 프랑스에서 각각 약 17억 유로와 2억 유로의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이 수익에 대해 납부한 세금은 각각 5백만 유로와 24만 유로에 불과하다.
 
2014년 12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구글에 25%의 ‘수익우회세(Diverted Profits Tax)’를 부과하기로 했다. 반면 프랑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조세조화(Tax harmonization)에 대한 의견을 줄 것만 기다리며 정부의 무능함을 계속 정당화하는 중이다. 문화적 예외를 지원하기 위해 대역폭(1)에 세금을 부과하려는 시도가 있은 후, 2015년 7월 8일 플뢰르 펠르랭 문화부 장관은 미디어·기자 협회 연설에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잘 알지만, 너무나 복잡한 문제라서 해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디지털 시대 유명 기업들의 횡포는 조세회피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현재의 경제 조직을 좀먹고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만든다. 개인에게 택시기사가 될 것을 제안하는 캘리포니아 기업명에서 비롯된 ‘우버화(Uberization)’(2)는 이들 기업의 횡포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는 관련 업계의 반발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대중 매체에서는 과점이 점차 사라지고, 뜻밖의 경쟁이 시작됐다.
 
‘개방 인터넷 프로젝트(OIP)’ 내에서 단결한 독일의 미디어 그룹, ‘악셀 슈프링거(빌트, 디벨트, seloger.com, aufeminin.com)’와 프랑스의 ‘라가르데르 그룹(유럽1, 파리마치, leguide.com)’은 구글을 반경쟁적 행위업체로 고소했다. 2010년,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가 구글의 ‘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 남용’과 관련해 조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4년 5월, 악셀 슈프링거와 라가르데르 그룹은 구글을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경쟁사의 불이익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용자가 구글 서비스 검색엔진만 사용하게끔 유도한 혐의였다. 2014년 5월, ‘악셀 슈프링거’의 부사장 크리스토프 케제는 “독일에 살고 있는 당신이 여행하려는 도시 이름을 두 개 입력하면 제일 먼저 뜨는 것은 구글 맵스다. 기차 운행 정보와 함께 항상 제일 위에 나온다. 같은 방식으로, 당신이 어떤 록그룹의 이름을 검색하면 (구글 소유의) 유튜브가 언제나 가장 위에 뜰것”이라고 말하며 격분했다. 최근 내비게이션 서비스(Waze)를 시작한 구글은 보험(Compare auto insurance), 광통신(Fiber), 자동차(Car), 사물인터넷(Nest) 분야로 사업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쇼핑 분야는 상품 가격 비교를 통해 구매 결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산만한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구글은 지난 8월부터 ‘알파벳’이라는 이름 뒤로 숨는 방법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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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타임스>에서 언급했듯이, EU집행위원장으로 장클로드 융커가 취임하자 악셀 슈프링거가 지지를 보인 것과, 지난 4월 EU집행위원회가 주도한 구글의 ‘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 남용’에 대한 조사가 결실을 맺은 것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3) 이 조사는 5년이나 질질 끌었던 것이다. 2014년 11월, 덴마크 출신인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가 EU집행위원회 경쟁 담당 집행위원으로 취임하면서 상황은 급물살을 탔다. 2015년 4월 이후, EU는 구글의 가격 비교를 반경쟁적 행위라고 분명하게 비난하며 유럽의회와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경제장관이 열의를 보이는 다른 서비스 분야로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방향 전환은 급격하게 이루어졌다. 2014년, 네일리 크루스 EU집행위원회 디지털 담당 집행위원은 귀빈으로 구글 회장을 초청해 디지털 경제에 대한 심포지엄을 개최했고 호아킨 알무니아 EU집행위원회 경쟁 담당 집행위원은 구글에 매우 유리한 합의를 제안했다. 구글에 대해 EU가 막후교섭까지 동원하면서 전환점이 마련됐다.
 
이후, 양측의 힘겨루기는 유럽과 미국을 가로지르는 싸움으로 바뀌었다. 2014년 11월, 구글의 분할을 요구하는 유럽의회의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15년 2월 16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리코드(Re/code)>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기업들이 인터넷을 발명했고 확장시켰으며, 유럽 기업들이 경쟁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시켰다”며 구글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구글은 2012년 대선 당시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세 번째로 큰 액수인 80만4천 달러를 기부해(4) 재정적으로 기여했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미국 국가보안국)와 협력한 위험 기업으로 폭로한 구글에 대한 미 대통령의 이러한 전폭적인 지지는 EU와 미국 간의 무역 조약 협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다. 프랑스 이동통신사 ‘오랑주’의 최고 경영자 스테판 리샤르는 자신의 기업 또한 아프리카에서 이러한 유형의 비난을 어김없이 받고 있다는 사실에 조심하며, “디지털 분야에서 미국의 식민지주의와 제국주의로의 회귀”(5) 에 대해 언급했다. 최근 프랑스 정부가 망 중립성 원칙을 보장하면서,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미국 플랫폼이 초고속 정보 통신망에 영상을 보낼 때 유지비용을 내지 않고 4G, 광통신 등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게 되자 유럽의 이동통신사들은 고정 비용으로 망 분배자의 역할에만 국한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에서 지배자로 군림하는 구글이 두렵다
 
2014년 ‘악셀 슈프링거’의 마티아스 되프너 사장은 다음과 같은 공개서한을 쓰기도 했다. “우리는 구글을 두려워한다. 내 동료들 중 이러한 사실에 대해 감히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나는 이를 분명하고 솔직하게 말하고자 한다.”(6) 구글은 인터넷 검색에서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의 75%가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를 이용하고 있다. 또한 구글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메일 서비스인 지메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독일의 거대 자동차 기업들조차 불안해하고 있는데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BMW는 운전자들의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보존하기 위해 노키아로부터 내비게이션 서비스 히어(Here)를 손에 넣어 구글 맵스에 대항하고자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가브리엘 독일 경제장관의 지지를 기대해볼 수도 있다. 가브리엘 장관에게 실리콘밸리 기업들과의 싸움은 ‘디지털 시대에 민주주의의 미래’와 ‘해방, 참여 그리고 유럽 5억 인구의 자결권’을 약속하는 것이다.(7) 그는 구글이 ‘경쟁사들을 체계적으로 제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글의 분할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 점에서 만약 구글이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분할이 검토될 것”이라는 하이코 마스 독일 법무장관과 뜻을 같이 한다.
 
구글은 한 세기 전, 록펠러의 회사인 스탠더드오일 그리고 1982년에는 미국의 이동통신사 AT&T를 분할시킨 반트러스트법(독점금지법)의 칼날에서는 아직 멀리 떨어져 있다. 한편, 장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이 주재하는 EU집행위원회는 ‘디지털 단일 시장(Digital Single Market)’의 규정을 내세우기로 결정한 듯하다. 그러나 EU집행위원회의 대변인에 의하면, EU 내에서 적용되는 규제는 바로 “비유럽 기업들이 단일 시장에 더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미국 기업들의 이익에ㅜ있어서도 규정은 동일하다.”(8) 구글 경영진은 이제 전력을 다해 로비활동 부대를 정렬시켜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반기 동안 구글은 EU집행위원회와 29번의 회담을 열고서 연간 예산 350만유로를 투자한 덕분에 EU의 소송에 대해 가장 강력하고 영향력 있는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글·마리 베닐드 Marie Bénilde
언론인이자 <그들은 두뇌를 사들인다: 광고와 언론>(레종 다지르·파리·2007)의 저자.
 
번역·이하임 haimleee@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
 
(1) 네트워크에서 이용할 수 있는 신호의 최고 주파수와 최저 주파수의 차이.
(2) 에브게니 모로조프, ‘우버화 (Uberization), 디지털 공유경제의 함정’,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5년 9월호.
(3) <파이낸셜타임스>, 런던, 2015년 1월 16일.
(4) www.opensecrets.org 연방선거위원회 자료.
(5) <레제코>, 파리, 2015년 2월 17일.
(6)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차이퉁>, 프랑크푸르트, 2014년 4월 17일.
(7) <더가디언>, 런던, 2014년 7월 6일.
(8) <파이낸셜타임스>, 2015년 2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