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주의와 표현의 자유는 어디로?

2015-11-02     세르주 알리미

 뱅상 볼로레(1)와 파트릭 드라이(2)가 프랑스 미디어 업계에 떠들썩하게 진입한 것에 대해, <피가로>의 기자들이 의견을 묻자 플뢰르 펠르랭 문화부 장관은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미디어 업계의 집중화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온다면 유익할 수도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프랑스는 국제경쟁에 맞설 만한 견고하고 역동적인 멀티미디어 그룹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는 또한 이 분야의 사회적 건강성과 함께 다원주의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기를 바란다.”(2015년 10월 6일)

그러나 다원주의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기자들의 고용안정이 현실적으로 볼로레와 드라이, 그리고 그들의 억만장자 친구들이 애쓰는 유일한 목표(?)라는 것을 누가 감히 의심할 수 있겠는가?(3) 펠러랭에게 질문했던 기자들이 오히려 그에게 그런 확신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세르주 다솔 소유의 일간지인 <피가로>가 이집트에 대한 라팔 전투기 판매를 프랑수아 올랑드의 탁월한 치적중 하나로 꼽았는데, 그건 ‘순전히’ 우연일까? 
“인권존중이 지켜지지 않는 이집트와의 동맹을 규탄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도 그들은 천 년 이상 된 이집트가 직면한 시련과, 그 지역을 위협하고 있는 위험을 잊은 듯하다.”(2015년 8월 6일) 지난 7월 29일, 베르나르 아르노가 소유한 <레제코>가, 그 날이 아르노의 생일도 아닌데 아르노 소유의 LVMH의 성공에 세 편의 기사를 할애하고자 했던 것도 또 다른 ‘우연’일까?  
고용과 관련된 종합평가 역시 훌륭하다. 이제는 뼈밖에 남지 않은 <리베라시옹> 편집국을 대폭 축소하기 위해 로랑 조프랭 편집장에게 도움을 청했던 이후, 드라이는 세금천국인 ‘건지’섬에 지주회사를 두고, <렉스프레스> 장악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거기에는 <구두쇠>(몰리에르의 극작품)의 발레르처럼 그에게 “얼마 안 되는 돈으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게” 할, 즉 “엘리트 편집국”을 구성하고 “언제나 더 날카로운 분석”으로 “각 분야에서 최고 중 최고”가 될 수 있게 해줄 크리스토프 바르비에 편집장이 있다. 중요한 것은, 그에 앞선 새로운 해고계획이다. 드라이는 바르비에 편집장에게 ‘허접한 로베스피에르(4)들’이나, 은퇴할 때까지 버틸 ‘사보나롤라(5)들’을 해고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철학자이기도 한 바르비에는 “모든 조직에서 누구나 5년, 10년, 20년을 보내고 언젠가는 떠나는 순간이 온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는 예외적으로 남는다. 드라이 소유의 전화회사인 SFR의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경품으로 <렉스프레스>의 디지털 판을 변형시키기 위해서다. 동시에 언젠가 그가, 왜 그의 잡지가 에콰도르에 관심을 갖지 않았는지를 해명하게 한 ‘고급’ 국제정보를 그의 기자들도 공유하게 하기 위해서다. “에콰도르는 현재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프랑스 여성이 에콰도르에서 납치된 일이라도 있었다면 그에 관한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그것은 부당하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다.”
하지만, 이런 논리 전개는 옳지 않을 수 있다. 특히 광고의 소화관이나, 기업가의 선전을 그대로 흡수할 스펀지가 아닌 독자에게는 그렇다. 그렇지만 실상 종이신문에서나 영상매체에서나 주요 정보가 ‘그런 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현실이다. ‘외딴 섬들’의 운명은 이처럼 자본이 흔드는 거센 파도에 맞서, 어떻게 결집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글·세르주 알리미Serge Halimi

번역·문경자
(1) Vincent Bolloré, 언론사 <디렉 마탱>과 <카날 플뤼스> 등을 소유하고 있다. 
(2) Patrick Drahi, 언론사 <리베라시옹>과 RMC, <렉스프레스>, BFM TV 등을 소유하고 있다.      
(3) 정반대라는 의미의 역설적 표현(역주)        
(4) 낡은 혁명가라는 의미(역주)     
(5) 15세기 피렌체의 사회비판적 예언자(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