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제국의 목소리
2015-11-02 피에르 데쉬스
출판계의 우연일까? 독일어권의 위대한 작가 로베르트 무질과 스테판 츠바이크는 모두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기묘하게도 두 사람이 태어난 날짜와 죽은 날짜가 꼭 1년 차로 같다. 그러나 두 작가는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으며, 인생과 문학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매우 달랐다.
무질(1880~1942)은 여행을 많이 한 편이 아니다. 오스트리아에서 독일로 갔던 무질은 독일에서 나치즘이 세력을 떨치기 시작하자 아내와 함께 스위스로 피신한다. 그리고 망명자라는 불안한 신분으로 장편소설 <특징 없는 남자>를 완성하기 위해 전력투구했으나, 결국 미완성적으로 남는다. 한편 츠바이크는 작가이자 평화주의 대사 등 다양한 활동을 했으며, 단편소설에서 큰 성공을 거둔 작가다. 두 작가는 오스트리아 문학을 대표한다. 물론 오스트리아 문학은 독일문학 속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각각 자신의 이데올로기로 살아갔다. 한 사람은 비엔나에서 잃어버린 것들(이별, 향수, 보편주의)을 이야기했고, 다른 한 사람은 베를린에서 얻은 것(보복심과 국수주의)에 대해 이야기했다.
무질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한 책들이 있다. 장 피에르 코메티의 저서(1)와 장 루이 셰페르의 저서(2)다. 그러나 이 두 권의 책은 무질의 생애에 대한 설명이 약하다.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것이 프레데릭 졸리의 저서(3)다. 졸리의 저서는 무질의 생애와 작품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전개한 것으로, 무질에 대한 훌륭한 참고자료가 된다. 무질은 희곡 한 편과 단편소설 한 편 외에는 <특징 없는 남자>의 작가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특징 없는 남자>, 재미있는 제목이다. 무질은 흔히 제임스 조이스와 마르셀 프루스트와 같은 반열에 오르는 작가다. 작품 속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가 점점 깊어지는 경향이 있다는 공통점에서다.
하지만 무질은 조이스도, 프루스트도 존경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니체,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단테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과 무질의 문체는 많이 다르다. <특징 없는 남자>는 참을성이 요구되는 책이다. 주인공 울리히는 작가의 또 다른 자아로서 황폐한 세상에서 올바른 삶을 추구한다. 로맹 롤랑과 츠바이크의 <서신집 1920-1927>은 이 <특징 없는 남자>의 구상기에 세상에 나왔다.(4) 츠바이크에 의하면, 이 시기는 1차 세계대전의 영향과 위기가 확대되던 과도기다. 롤랑과 츠바이크는 사제지간임에도 마치 친구처럼 편지를 주고받는다. 긴장이 팽팽하던 시기였음에도 츠바이크는 자유를 중시한다. 이런 성향은 츠바이크의 삶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는 합의로 이루어진 협력 관계보다는 개인적인 신념을 중시했다. 그런 츠바이크였기에, 그토록 가깝게 지냈고 스승이었던 롤랑 앞에서도 신념을 꺾지 않는다. 롤랑이 앙리 바르뷔스와 함께 1927년에 파시즘에 반대하는 호소문을 작성했을 때, 츠바이크는 이에 서명하지 않았던 것이다. 앙리 바르뷔스가 공산주의와 관련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나는 반파시즘을 지지하지만, 특정 정당에 소속된 바르뷔스 같은 사람이 반파시즘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만일 볼셰비키당의 폭력에 저항하는 호소문이 나오면, 바르뷔스는 서명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놀라운 사실은 무질은 이와 같은 호소문에 서명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질은 제네바에, 츠바이크는 리오 근처에 머물고 있었다. 이처럼 두 사람은 묘하게 다른 행보를 걸었다.
글·피에르 데쉬스 Pierre Deshusses
언론인이자 문화비평가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등 진보 매체에 주로 문화 관련 비평 기사를 게재하고 있다.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 번역서로는 <프랑스 엄마처럼>(2014) 등이 있다.
(1)Jean-Pierre Cometti, <L'Homme exact>(정확한 인간과), <Musil philosophe>(철학가 무질), Seuil, 파리, 각각 1997년과 2001년에 출간
(2)Jean-Louis Schefer, <Choses écrites>(메모), P.O.L, 파리, 1998년
(3)Frédéri Joly, <Robert Musil>(로베르트 무질), Seuil, 2015년
(4)Romain Rolland, Stefan Zweg, <Correspondance 1920-1927>(서신, 1920-1927), Albin Michel, 파리, 201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