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함의 예술

2015-11-02     카를로스 파르도

 


장 두아소는 오래 전에 사라졌다. 1924년생 프레드 듀는 9월에 우리 곁을 떠났다. 장 두아소는 화가 프레드 듀의 필명이었다. 담당 편집자 르네 쥘라르는 프레드 듀가 화가로 활동하고 있으니, 혼선을 막기 위해 글을 쓸 때는 필명을 쓰라고 요청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프레드 듀는 장 두아소의 이름으로 1958년에 <가나>를 출간했다. 모리스 나도가 추천의 글을 맡았다. <가나>는 여러 차례 재판되어 다양한 세대가 즐겨 읽는 매력적인 소설이다. 전지 요양소에 오래 머물렀을 때 쓴 자전적인 소설 <가나>는 파리 교외를 배경으로 알코올 중독자인 노동자 아버지, 건물 수위로 일하며 결핵을 앓고 있는 어머니, 빨래터에서 인생을 보낸 시각장애인 할머니, 자살로 최후를 맞이하는 아나키스트 삼촌 사이에서 자라난 한 아이의 이야기다. 초자연주의이며 몽환적이고 섬세함이 넘치는 소설로 지나치게 몽환적이라고 판단돼 검열 후 삭제되었던 구절이 복구되어 출간됐다.
후속작 <가발>(1)은 공장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시기, 1940년도 독일에 프랑스가 패배하고 고통스러운 해방을 맞이하는 과정을 청소년 나레이터의 시각으로 그린다. 프레드 듀는 1963년부터 1994년까지의 자신의 삶을 녹음기로 기록했다.(2) “네가 어떤 사람인지 말한다는 것은 너를 향해 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네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를 말하는 것과 같아.” 1978년, 프레드 듀는 화가이자 작가인 두 가지 정체성을 인정하고 작가로서의 필명을 버린다.
프레드 듀는 병과 죽음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가 섹스, 문학, 그리고 미술을 알고 난 후 치유됐다. 그는 그림을 통해 마음 속에 잠들어 있던 열정을 일깨워, 답답한 사회의 틀에서 벗어난다. 16세에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가 전쟁이 끝나고 마르세유로 돌아와 문학을 공부하며 프란츠 카프카, 사드 후작, 헨리 밀러 등에 몰입하고, 미술에도 관심을 가지는데 특히 폴 클레의 작품에 충격을 받는다. 이후 스스로 ‘색으로 흔적을 만드는 시대’라고 부를 정도로 물감을 방울처럼 떨어뜨리는 점묘화 기법, 물감을 칠한 종이를 겹친 후 떼어내는 데칼코마니 기법에 몰두한다.
파리로 돌아 온 듀는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다. 리투아니아 출신의 유태인 여성으로, 가족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잃은 트실라 렘즈를 만난 것이다. 렘즈는 ‘세실 랭’이라는 이름의 조각가로 활동 중이다. 두 사람은 삶과  작품 활동을 함께한다. 건강상의 이유로 프랑스 동부의 주 ‘앵(Ain)'에서 살면서  그곳에 현대예술센터를 세운다. 이후 프랑스 베리 지방으로 갔으며,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듀는 펜, 목탄, 먹물, 아크릴 물감을 활용해 주로 단색 톤으로 몽환적이며 모호한 새로운 형태의 그림을 그렸다. 무신론적인 신비주의, 마음속에 묻어 둔 분노처럼 모호한 것이 소재가 된다. 문학 역시 고통과 행복 속에서 태어난 문체로 서정적인 느낌과 새로운 방향을 선사한다. 듀는 설명이 들어있는 그림들을 연결해 <하나 밖에 없는 책>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만들었다. 렘즈는 듀의 부탁으로 그의 미술 작품 일부를 조각으로 표현했다. 유행과는 거리가 먼 프레드 듀와 세실 렘즈의 작품은 익숙한 미의식 기준을 철저하게 깬다. 
프레드 듀의 작품은 프랑스와 해외에서 여러 차례 전시됐고, 일부 작품들은 조르주 퐁피두 센터에 소장되어 있다. 프레드 듀와 세실 랭 커플의 작품은 두 사람이 살던 집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오스피스 생 로슈 디수됭(Hospice Saint-Roch d'Issoudun) 미술관(3)에 소장돼있다. 듀의 회화 작품과 <하나 밖에 없는 책> 시리즈는 소장하고 있던 사람이 스위스의 제니슈 미술관에 기증했다. 제니슈 박물관에 기증된 듀의 작품들은 <양심의 심판>(4)이라는 책에 집중적으로 소개돼 있다. 듀의 멋진 작품들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듀가 현대 예술사에 남긴 흔적을 비평적으로 다루는 책이다.  


글·Carlos Pardo 카를로스 파르도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1)Fred Deux(Jean Douassot), <La Perruque>(가발), Le Temps qu'il fait, 바자, 2015년
(2)24개의 CD 시리즈 <A vif>(민낯의 인생), André Dimanche, 마르세유, 2009년
(3)Fred Deux, Patrice Moreau, Pierre Watt, <Le Dessin à corps perdu>(필사적인 그림), Editions du Musée d'Issoudun, 2014년
(4)Fred Deux, <양심의 심판>(Le For intérieur), Musée Jenisch, Vevey, 파리, 201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