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과 스탈린의 스타하노프 운동

2015-12-01     피에르 랭베르

 

이오시프 스탈린은 나쁜 사람이었다. 최근 40년 간 아무도 하지 못했던, 아니 거의 아무도 하지 못했던 이 용감무쌍한 표현이 바로 2015년 11월 3일 <프랑스2>에서 방영된 이자벨 클라크와 다니엘 코스텔의 다큐멘터리 ‘스탈린 묵시록’의 핵심이다. “미소를 지을 때 주름지는 작은 눈 뒤에 담겨 있는 그의 생각들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라는 구소련 지도자에 대한 통찰력 넘치는 논평에 컬러 영상이 곁들여졌다. 

이 독재자가 저지른 수많은 악행 중에는, 조작된 통계를 통해 달성 불가능한 목표를 만들어내는 명목경제 시행도 들어있다. 이 다큐프로그램의 내레이터는 “탄광부 알렉시스 스타하노프 같은 노동영웅을 탄생시키기 위해, 스탈린은 자신의 프로파간다 기계를 전속력으로 가동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모든 스타하노프 운동(탄광부 스타하노프가 기준노동량의 14배를 채탄한 데서 유래한 생산성향상 운동)의 실적은 완전히 조작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시스템의 메커니즘을 자세히 논평한다. “소련의 산업은 기만의 시대로 들어간다. 공장 노동자들과 감독관들은 할당량을 못 채울 경우 닥칠 위협으로 겁에 질려 있었다. 결국 품질, 수량, 신뢰도, 수익 등 모든 것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 위조와 공포에 근거한, 그러한 조직체계가 번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 적어도 나쁜 스탈린보다 경제학이 생산을 주도하는 나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기막힌 우연의 일치로, 방송 1주일 후 폭스바겐 스캔들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분명 그랬다(‘폭스바겐 스캔들의 핵심, 공포의 문화’, <르몽드>, 2015년 11월 10일자). 독일의 자동차회사 폭스바겐은 자사의 디젤 모터 차량이 배출가스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 “그룹 내부에서 여러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실현 불가능한 목표에 대해, 엔지니어들은 경영진의 분노에 맞서기보다 속임수를 쓰는 쪽을 택한 것 같다”고 <르몽드>는 전하고 있다. 

소련의 노동자들이 느꼈던 공포를 폭스바겐 공장 기술자들이 느낀 공포와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폭스바겐 공장 소재지인 볼프스부르크에서 전해들은 이야기들을 종합해볼 때, 경영진의 비합리성은 소련 외의 다른 국가들에도 존재하는 듯하다. 폭스바겐 그룹을 잘 아는 한 지인은 “폭스바겐은 절대주의 왕국처럼 운영되고 있다. 허가되지 않은 일이 그곳에서 일어날 수는 없다. 목표에 대해 지시를 내리면, 아무도 감히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기술적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지 못 한다”고 <르몽드>에 털어놓았다. 또 다른 독일의 대기업 경영주는 “폭스바겐에서 나쁜 소식을 가져오는 사람들은, 그에 관해 책임이 없더라도 단두대에서 처형된다”고 덧붙였다. 

유럽은 해결하고 싶지 않은 문제를 아예 덮어버리는, 일종의 관료주의적 현실거부의 편집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2017년부터 “차량배기가스 테스트를 실험실이 아닌 도로 주행 중에 측정한다”는 조항을 부가한 바 있다. 수많은 로비스트들에게 시달린 유럽연합 회원국 규제조항 작성자들과 집행위원회는 10월 말, 폭스바겐 스캔들이 한창이던 때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선을 110% 상향조정하기로 결정했다.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볼프강 문차우는 2015년 11월 9일자 칼럼에서 “이 공해물질들은 사람을 죽인다.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로 인한 사망자 수가, 교통사고 사망자 수보다 많다. 그런 이유로, 이번에 결정된 유럽연합의 배기가스 관련 기술적 규정은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기로 결정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만간 ‘브뤼셀 묵시록’이 나올 지도 모른다.

 

 

글·피에르 랭베르 Pierre Rimbert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부편집장. 언론개혁 포럼 ‘미디어 비평 행동(ACRIMED)' 회원. 저서로 <리베라시옹, 사르트르에서 로스차일드까지Libération, de Sartre à Rothschild>가 있다.

 

번역·김계영

파리4대학 불문학 박사. 저서와 역서로 <청소년을 위한 서양문학사>(2006), <르몽드 세계사3>(2013), <키는 권력이다>(2008)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