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내세운 테러 대책의 강압성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이 자연스럽게 거리를 활보하는 사태는 사법질서의 미흡함을 보여준다. 반면,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더 연장해 개인의 기본적인 자유를 통제한다. 정부의 이러한 조처는 테러공격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자들에게 오히려 득이 되기도 한다.
테러리즘의 확산에 직면해, 근간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자유와 안전 논쟁이 전례 없이 뜨겁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공습 이후 이미 ‘테러리즘과의 전쟁’은 선포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애국자 법’을 채택했다. 이 법은 어떤 명확한 증거도 없이, 미국 내 비거류민을 테러행위 가담이나 테러조직 관련 ‘혐의'만 가지고 한시적으로 억류할 수 있는 법이다. 그렇게 ‘적의 전사’로 분류된 수백 명의 포로들을 최악의 처우 속에 무기한 억류하는 관타나모 수용소가 생겼다.
모든 대륙에서 많은 국가들이 미국을 따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법률과 특별조처를 채택했다. 그러나 그러한 조처 이후에도 세계는 더 안전해지지도, 무차별적인 테러행위가 사라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계속 증가했다.
프랑스도 뒤지지 않고 경쟁적으로 법률을 제정했다. 1986년 ‘악시옹 디렉트’(1)가 벌인 테러공격 이후 프랑스는 특별체제를 갖춰 반테러 입법의 토대를 마련했다. 특수범죄와 처벌법, 감시기간의 연장, 경찰력강화, 전담사법기관, 특별중죄재판소… 그리고 매번 특별체제를 강화하려는 15개 이상의 법조문이 쌓여왔다. 1996년 7월 22일, ‘테러 기도와 관련한 폭력단체라는 매우 유연한 개념’을 도입했다. 판사 마르크 트레비딕은 이 조치에 대해 “무시무시하게 효율적인 만큼, 개인의 자유에는 잠재적으로 위험한 도구”라고 규정했다.
9.11 이후 상황에서, 한시법으로 발의돼 2001년 11월 15일에 가결됐던, 이슬람 위협 관련 법률은 2003년 3월 18일자 법에 의해 존속됐다. 이 법에는 가택수색, 공항과 항구지역의 통제를 용이하게 하는 조항들이 포함됐다. 또한 통신사들에게 통신관련 자료를 보존 및 제출할 의무를 부여했다. 이러한 감시와 통제의 수단들은 2004년 3월 9일자 ‘테러와 대형범죄와의 투쟁에 관한 페르벵 법 II’에 의해, 이어서 2005년 7월 런던 테러의 후속 조치로 마련된 2006년 1월 23일자 법에 의해 보완되고 강화됐다.
이 법은 비디오카메라에 의한 강도 높은 감시를 시행하고 행정파일을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며, “프랑스나 외국에서 테러 행위의 위험이 임박할 경우” 감시기간을 4일에서 6일로 연장할 수 있게 했다.
최근에는 6개월 앞서 브뤼셀의 유대인 박물관에서 발생한 테러 이후, “고독한 늑대들”이 야기한 공포에 대한 대응으로 보이는 2014년 11월 13일자 법에 의해 단독 테러 시도 범죄에 관한 법이 신설됐다. 이와 더불어 더 강력한 조치가 이루어졌다. 내무부장관의 결정에 의한 일시적 출국금지조치, 위협 가능성이 있을 경우, 프랑스에 통상적으로 거주하지 않는 모든 외국인 거류민에 대한 프랑스 국내진입금지조치가 도입됨으로써 행정과 집행에 더 큰 힘이 부여됐다.
2015년 1월 7일과 9일 파리에서 발생한 테러의 후속조치로는 정보관련 법안이 가결됐다. 이 법의 공시된 목표는 비밀정보기관이 오래전부터 시행해온 특히 탈법적 절차들을 합법화함으로써 비밀정보기관의 수단을 보강하는 것이었다. 정부가 주장했듯이, 이 법안으로 정보기관의 활동이 더 잘 추진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권 옹호론자들이 규탄했던 이 법안은, 정보기관들이 사법적 판단 없이 표적이 돼버린 개인과 그 주변인들까지 대규모 감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준 셈이다.
2015년 11월 13일 테러에 이어 채택된 결정들과 함께 우려스러운 추가조치가 시행됐다. 의회는 서둘러 만장일치에 가까운 표결로 국가비상사태 3개월 연장을 가결시켰다. 이로 인해 행정당국은 야간통행금지, 상시가택수색, 인터넷통제 강화, 공공장소 폐쇄, 시위금지, 12시간 동안 지정된 거주지에 머물 것을 강제하는 거주 지정, 전자기록장비를 통한 감찰 확대, 공공질서 침해활동을 하는 협회나 비공인 단체의 해산 등 폭넓은 강제조치들을 갖게 됐다. 이 각각의 조치들은 다분히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테러와 무관한 사람들의 집에서도 한밤중에 가택수색이 실시될 수 있다. 위협 가능성이라는 이유로 주거지를 통제할 수 있다. 테러의 위험을 구실로, 불분명한 다른 이유들로 시위를 금지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일이,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는 핵심 책임자인 판사와 무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프랑스에서 태어난 이중국적자에게 국적박탈의 가능성을 확대하거나, 위기 및 또는 비상사태 관련조항을 헌법에 포함시키는 계획이 추가된다. 아무 실리도 없는 이 마지막 조치는 매우 좋지 않은 상징성을 지닌다.
이러한 발의들을 정당화하기 위해, 프랑스 공화국의 대통령은 결의에 찬 태도로 조지 부시의 표현, ‘테러와의 전쟁’, ‘테러리스트의 완전박멸’을 자신의 견해로 채택했다. 전쟁용어를 남용하지 않고 대 테러투쟁을 호소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런 태도는 비효율적이다. 뿐만 아니라,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 대량학살이 일어날 때마다 끔찍한 악순환이 이어지고, 공포 분위기 속에 역효과를 가져올 비합법적 조치들이 채택될 것이다. 사회당 의원들과 공화당원들이 이미 앞 다투어 미디어를 통제하려 하고 있는데, 법은 순전히 정치적 수단이 돼버렸다. 그리하여 법은 필요한 성찰을 주도하는 대신, 감정에 호소함으로써 여론선동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안전도 국민이 누릴 하나의 자유이며, 국가는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할 의무가 있음은 확실하다. 그러나,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는 조치는 적절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비상사태 기간이 12일에서 3개월 추가 연장되는 것이 과연 시의적절한 일인지 의회가 고민하지 않았다는 점은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다. 그 긴 기간에 백지서명이 주어진 것은, 특별조치를 내릴 경우 균형과 조정을 중시해온 공화국의 전통을 무시하는 행위다. 백지서명은 민주주의 지표들의 많은 상실을 가져올 것이다.
테러의 원인은 자유의 범람이 아니다. 자유를 통제하는 법의 부족도 아니다. 재정적·기술적·인적 수단의 부족과 그로 인한 행정과 정치, 사법의 쇠퇴에 있다. 그런 만큼, 정부의 자유 제한조치는 더욱 유감스러운 일이다. 공공의 안전을 위한다는 일련의 빗나간 조치들이 개개인의 사생활과 자유를 침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러 행위는 공포를 일으켜 주민을 협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모자들은 자유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실추시킴으로써 민주주의를 흔들고 약화시키려 한다. 법치국가의 규율을 조금이라도 저버리는 것은 결국 그들에게 항복하는 셈이 된다. 현재 필요한 것은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확고부동하게, 그러나 기본권을 존중하면서 투쟁을 이끄는 지혜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 시절의 시사적인 발언을 환기해보자. “인권은 대테러투쟁을 위해 희생될 수 없다. 인권의 옹호와 대테러투쟁이 모순될 것은 없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인권의 기초가 되는 윤리적 원리, 개인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의 원리는 테러에 맞서 투쟁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들 중의 하나다.”
테러에 맞선 강경한 조치들이, 원래의 목표와는 반대로 극단주의로 기울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자극할 수 있다. 또한, 사회에 불신 풍조를 조성해 건강한 인간관계를 훼손시킬 위험도 있다. 공포감에 굴복하지 않는 것, 자유를 담보로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국민 각자의 몫이다.
글·파르틱 보두엥 Patrick Baudouin
파리고등법원 변호사, 국제인권연맹(FIDH) 명예의장
번역·문경자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박사. 주요 역서로 <성의 역사2>(공역), <부르디외 사회학 입문> 등이 있다.
(1) Action directe, 1979년 결성된 프랑스의 도시게릴라 조직으로, 1987년까지 해체될 때까지 해방코뮈니스트를 자처하며 암살과 폭력적 공격을 자행했다.-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