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격퇴가 어려운 이유

2015-12-01     아크란 벨카이드

서방 국가들은 지상 병력을 투입하지 않고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고자 한다. 주요 시리아 반군 세력들을 통합하고 정권이양 과정 일정을 수립하게 되면 가능하다는 이 시나리오는 수많은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

11월 13일 파리 연쇄 테러 다음 날. 미국과 프랑스를 위시한 반IS동맹국들은 두 가지 방식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드러냈다. 우선 아랍어로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 용어의 약자인 ‘Daech(불어권-역주)/Daesh(영어권-역주)’로 불리는 IS의 근거지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지속하는 방식, 또 하나는 시리아 내전에 정치적 해법을 도모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두 가지 모두 만만치 않은 걸림돌이 도사리고 있다.

군사 행동의 경우,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이 원하는, 그리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오마바 미국 대통령이 각자 구상하는 ‘대규모 연합’ 또는 ‘유일한 연합’의 정의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 ‘연합’의 공식적인 목표는 IS를 군사적으로 ‘궤멸’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공습과 상황에 따른 특수부대 투입, 테러집단의 자금줄 옥죄기, 그리고 미국 국무장관이 반복하듯 ‘시리아 반군 조직들을 집중 투입’함으로써 말이다.

끔찍한 파리 테러에도 불구하고, 현행 IS 격퇴 전략 기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IS 박멸 의지를 드러냈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여전히 지상군 개입에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 11월 14일 터키 휴양지 안탈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직후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를) 항구적으로 점령하지 않는 한, 지상군 투입은 과거의 실수를 답습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아시아 순방 중에 다음과 같이 명시했다. “반IS국제연합의 목표는 이전과 동일하다. IS에 가담하려는 이들을 유인하는 테러조직의 힘을 저지하기 위해 IS가 장악한 영토를 줄이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의 고위 외교관은 이렇게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7년 1월까지 현 상태를 유지하고, 후임 대통령에게 지상군 투입 결정권을 넘겨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현실주의와 신중함이 투영된, 지상군 파병을 피하기 위한 이러한 태도는 IS 소탕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과연 누가 시리아 락까와 이라크 모술 지역을 해방시킬까? 그간 계속된 공습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들을 탈환하지 못하고 있다. 이 두 핵심 지역을 지배하는 한, 다에시는 반격할 수 있고, 다른 지역으로 세력을 확장할 수도 있다”고 이라크의 정치학자 오마르 야세르는 지적한다. 이에 대해 벤자민 로즈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은 “쿠르드 민병대를 비롯해 이미 IS에 대항 중인 지상군을 지원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터키나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상군을 투입하지 않는 이상, 쿠르드 민병대는 반IS국제연합의 유일한 효과적인 해결책으로 보인다. 터키 정부는 쿠르드 노동당(PKK)에 맞서 ‘그만의’ 전쟁을 벌이고 있고,(1)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에서 후티 반군 세력 소탕을 우선시하고 있다. 그러나 쿠르드 민병대가 IS에 대적하는 중심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 이견이 분분하다. 터키는 미국의 쿠르드 민병대에 대한 지원 증강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 한편 이라크 중앙정부는 쿠르드 민병대인 페슈메르가가 ‘이라크 신자르 지역을 병합’했다고 비난했다. 이라크 측은 11월 중순 미국의 공습 지원으로 터키와 이라크의 쿠르드 민병대가 탈환한 이 지역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반IS국제연합국가들의 지상군 투입이 부재한 상황에서 미국 정부와 동맹국들은 또 하나의 ‘신성한 연맹’을 떠올렸다. 그것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군대와 용병들, 그리고 현재 시리아 정부군에 대항 중인 여러 반군 세력을 통합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므로 정권이양 과정이 수반된 평화협상의 목표가 얼마나 중대한지 알 수 있다. 지난 11월 14일 비엔나에 모인 17개국(사우디아라비아, 이란, 터키, EU, UN 등) 대표들은 ‘시리아인들이 주도하는 휴전 및 6개월 후 새로운 헌법 마련을 위한 일정 수립’에 대한 지지와 지원을 확인했다.

2016년 1월 1일부터 시리아의 여러 정당과 알-아사드 정부는 5월 14일부터 시행될 휴전조건 협상에 나선다. 이후 2017년에는 ‘선거(상세한 것은 알 수 없음)’를 치른다. 테러리스트로 간주되는 IS와 알누스라 전선(알-카에다 분파. 반정부 무장조직 중 IS에 이어 영향력 2위)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시리아를 위한 유일한 기회’라고 규정한 이 협상의 파트너에서 제외됐다.

서구가 물러나길 원치 않는 시리아의 독재자

아랍에미리트에서 활동하는 시리아 전문가 하산 하산은 “이 협상의 성공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며, 향후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첫 번째 의문은 요르단이 작성해야 하는 협상 참가자 리스트에 관한 것이다. 변화와 해방을 위한 인민전선 같은 반정부 세력과 함께 하는 대화를 막으려는 시리아의 압력을 요르단이 어떻게 이길 수 있을 것인가? 예를 들어 자유시리아군(FSA)이 협상테이블에 받아들여질지도 불분명하다. 알-아사드와 친(親) 알-아사드 성향의 러시아가 ‘테러리스트’로 간주하는 FSA는 예전 시리아 정규군의 장교들이 결집한 급진 과격파 조직으로, IS가 등장하기 전에는 반군의 선봉 부대였다. 한 FSA 조직원은 시리아 데라 지역에서 활동하는 FSA가 때로는 IS와 연합전선을 구축하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요르단이 반드시 타협해야 할 상대는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소위 ‘온건파’ 그룹들을 대화에 참여시키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 그룹은 알누스라 전선과 군사적 교류를 지속 중이며, 예전에 IS와도 연대했던 바 있다. 아흐라르 알-샴(Ahrar Al-Cham, 아랍어로 ‘시리아의 자유인들’)이 바로 그런 경우다. 초기 이슬람 시대로 회귀하려는 ‘살라피즘’(2)과 외국인 전투원을 모집하지 않는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결집된 이 단체는 알-누스라 전선 및 여타 지하드 단체들이 연합해 만든 자이슈 알-파타(Jaish al-Fatah-정복군. 시리아 이슬람 반군 연합-역주) 내에서 활동하면서도, 수 개월 전부터 온건파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들렙 지방과 다마스쿠스 외곽에서 활동하는 아흐라르 알-샴은 자이슈 알-파타 내 협력조직들, 경쟁세력들과 마찬가지로 골프만 연안 아랍 국가들과 터키로부터 자금을 조달한다. IS의 수니파 대안세력으로 꼽히는 아흐라르 알-샴은 예전에는 IS와 동맹관계였으나 2014년 IS의 배신으로 적대적으로 돌아섰다. 아흐라르 알-샴은 몇 달 전부터 서구국가들, 특히 미국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중이다. 아흐라르 알-샴의 초기 조직원들은 2011년 알-아사드 정권에 의해 이슬람 R근본주의자라는 이유로 수감됐다가 풀려난 사람들이다. 알-아사드 독재 정권에 항거한 시민혁명 당시에는 본질적으로 평화적이었던 정치적 이견을 이슬람 극단주의로 몰고 가게 해, 시민혁명의 가치를 폄하한 시리아가 과연 아흐라르 알-샴과의 협상을 받아들일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휴전을 이끌어내려면 현재 활동 중인 반군단체 대다수가 협상에 참여해야한다”고 프랑스에 망명한 시리아 반정부 인사는 강조한다. “문제는 FSA외에 어떤 무장단체도 온건파라고 주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간의 사실로 볼 때 알-누스라와 아흐라르 알-샴은 별반 다르지 않다.”

평화로 가는 길에는 알-아사드의 단기적 역할과 미래라는 또 다른 걸림돌이 있다. 이와 관련해 많은 서구 국가들과 동맹국들은 비슷한 입장을 보인다. 이제는 프랑스, 터키, 아랍 국가들 중 누구도 시리아 독재자가 당장 권좌에서 물러나길 원치 않는다. 시리아의 비극을 초래한 책임이 있는 그가 시리아의 정권이양 과정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고 여기는 상황이다. 이 점을 볼 때, 알-아사드는 외교적 승리를 거뒀다고 자랑할 수 있을 것이다. 협상과정에의 참여와 선거까지의 과도기에 권력을 유지하는 것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많은 반정부 인사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시리아 국민은 학살의 주범, 알-아사드가 정권이양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할 것”이라고 히샴 마르와 시리아국민연합(Syrian National Council, SNC) 부의장은 단언한다. SNC는 대부분의 비이슬람 반정부 인사들이 연합한 반정부 단체이다. SNC는 또한 이란이 외교적 과정에 개입하는 것에 유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란의 유일한 목적은 어떠한 대가를 치루더라도 알-아사드를 시리아 대통령으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SNC는 비난한다.

이란은 알-아사드의 가장 적극적이고 단호한 지원군이다. 정권이양 시기와 관련해, 이란은 알-아사드가 “대통령직을 사임하지 않아도 되며 대통령선거에 나설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친(親) 알-아사드 성향의 러시아 조차 받아들일 수 없을 주장이다. 알-아사드 정권 유지를 위해 러시아는 알-아사드가 협상을 통한 정권이양 단계 말미와 시리아에서 군사적 승리를 거뒀을 때, 적어도 알-아사드에게 유리한 상황일 때 권력을 넘겨주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또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월 알제리와 벨라루스 측에 알-아사드 가족의 망명 수락 여부를 은밀히 타진한 바 있다.
몇몇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0월 모스크바에서 알-아사드가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이양뿐 아니라 나아가 시리아를 떠나야 할 필요성을 전해 들었다 해도, 이는 알-아사드의 구상과는 전혀 합치하지 않는 해결책이다. 알-아사드는 자신할 것이다. 러시아와 이란의 지원이 있는 한, 알-아사드 정부군이 시리아 북부지역 일부를 탈환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하리라고 말이다. IS에 의한 파리 테러는 어떤 희생을 치루더라도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알-아사드의 결심을 강화할 뿐이다.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강대국들이 주도하는 시리아의 정권이양 과정 수립으로 인해 재기를 꿈꾸는 알-아사드는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다.


글·아크란 벨카이드 Akram Belkaid
저널리스트


번역·조승아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

 

(1) ‘터키 대통령의 호전적 열망 L’emballement guerrier du président turc’ 참조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2015년 9월.
(2) Salafism, '살라프(Salaf)'란 '조상, 선조'라는 의미의 아랍어. 샤리아가 지배하던 7세기 이전 초기 이슬람 시대로 회귀해야 한다는 수니파의 사상, 이슬람 근본주의-역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