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선거 르포 “주여, 우리의 보안관에게 승리를 주소서!”
미국인들은 4년에 한 번, 자신들의 지역 보안관과 검사를 직접 선출한다. 대개는 강압적인 정책을 펼치는 후보자들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 게다가 올해는 미국내 교도소 수감자 인플레이션 문제가 2016년 대통령 선거에 이어 지방 선거에서도 주요 화두로 등장했다.
“당신을 교도소로 보낼 보안관을 뽑으세요.” 2015년 8월 4일 미시시피주의 예비 선거가 있던 날, 미시시피 주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 중 하나인 힌즈 카운티의 라디오방송에서는 끊임없이 이 말이 흘러나왔다. 이처럼 충격적인 문구로 보안관 선거를 미끼 상품처럼 홍보하며 여러 직책을 선출하는 예비 선거에 주민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투표장에 들어서면, 우선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느 당의 예비 선거에 참여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선거인 명부에 등록한 후, 같은 공간에서 나란히 기다리고 있는 정당 중 선택한 정당 탁자로 가서 투표용지를 받는다. 예를 들어 민주당이 나눠주는 종이 4장 안에는 이 날 선출해야 하는 주지사, 주지사 대리, 주 상원의원, 주 하원의원, 교통 위원, 공공서비스 위원, 검사, 세금 징수관, 법원서기, 경사 등 13개 직책의 당 후보자를 선택하는 빈칸이 있다.(1) 이런 상황에서 후보자의 성품이나 공약 내용을 알기는 쉽지 않다.
미시시피 주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한 힌즈 카운티의 중심지 잭슨 시에서는 예비선거 당선자가 곧 본선거 당선자라 할 수 있다. 24만5천 명의 거주민 중 69%가 흑인이며 늘 민주당 후보가 압도적인 득표율로 자동당선 된다. 미시시피 주 전체에서는 공화당 지지율이 우세하지만 무소속과 마찬가지로 힌즈 카운티에서는 당선이 불가능하다. 특별한 반전이 없는 한, 2015년 11월 선거에서도 “민주당 예비선거 당선자가 본선거 당선자다”라는 법칙은 깨지지 않을 것이다.
선거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투표장은 매번 교회나 학교, 소방서에 마련돼 주민들의 높은 참여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투표율은 채 28%를 넘지 못한다. 잭슨 시내의 빈민가에 마련된 투표장 안에 ‘공화당 예비 선거’라고 적힌 탁자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 30대의 두 흑인 청년 찰스 루이스와 몬트렐 윌리엄스가 이를 확인시켜준다. “일하기 참 힘든 하루네요.” 윌리엄스는 거의 비어있는 선거인 명부를 뒤적이며 빈정거렸다. 등록된 550명의 유권자 가운데 162명이 참여했는데, 그 중 단 2명이 공화당 예비선거에 투표할 것이다. 오늘 공화당 예비선거에 투표하러 오는 이가 있다면 공화당 투표장 아르바이트에게 주는 100달러짜리 수표를 받기 위함일 것이다. 바로 찰스 루이스, 켄드라 랜킨, 몬트렐 윌리엄스가 여기 있는 이유다.
선거의 인기품목, ‘보안관 선거’
다양한 후보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보안관 선거에서만은 늘 단호하게 같은 선택을 한다. 보안관은 지역민들 간에 유명한 존재이며, 지역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는 중요한 직책이다. 보안관은 카운티의 경찰력을 지휘하며 치안을 지키고, 재판을 기다리는 피의자를 수감하는 구치소를 관리한다. 루이스와 윌리엄스는 각각 3주, 2일 간 레이몬드 구치소에 갇힌 경험이 있어서 잘 안다. 레이몬드 구치소는 현 보안관이자 차기 보안관 후보자이기도 한 민주당의 타이론 루이스가 관리 중인 구치소 중 한 곳이다.
미국에서는 중죄나 경범죄를 저지르면 선거권을 잃는 경우가 많다.(2) 버지니아나 켄터키 등 일부 주에서는 선거권을 박탈당한다. 현재 미국 흑인의 7.7%는 투표를 금지당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셸 알렉산더 법대 교수는 <새 흑인차별정책>이라는 저서에서 차별을 조장하는 법들을 강력히 비판했다.(3) 루이스와 윌리엄스는 사소한 경범죄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기에 투표 참여가 가능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을 수감했던 현 보안관이자 차기 후보자인 타이론 루이스를 비판하며 경쟁 후보자 빅터 메이슨에게 투표했다. 빅터 메이슨은 카운티 내 두 구치소의 열악한 관리 실태를 비판하며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타이론 루이스 보안관은 이 지역 출신으로, 인정 많은 호인이지만 필요할 때는 단호하고 엄격한 인물로 힌즈 카운티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타이론 루이스는 잭슨 시에서 자랐고, 지역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후 경찰대학에 진학해 1990년대 초에 경찰관이 됐다. 20년간 보안관 자리를 지켜왔던 말콤 맥밀린 후보를 물리치고 2011년 민주당 보안관 예비 선거에서 타이론 루이스가 승리한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타이론 루이스가 당선되기 전까지 1840년대 보안관 제도가 창설된 이래 힌즈 카운티에서 흑인이나 소수인종 출신이 보안관으로 당선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바로 이런 이유로, 퇴역 군인이자 사업가인 루셔스 라이트는 타이론 루이스 선거운동에 참여했었다. “이 지역에서 수감되는 사람들은 거의 다 흑인입니다. 흑인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우리와 같은 뜻을 가진 인물이 필요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타이론 루이스는 최고의 후보자였습니다”라고 라이트는 말했다.
라이트가 언급한 ‘우리’는 잭슨 시의 전 시장 쇼퀘 루뭄바의 지지자들을 가리킨다. 쇼퀘 루뭄바 시장은 미국 흑인 민족주의의 중요한 인물로서 1947년 디트로이트 시에서 에드윈 핀리 톨리버란 이름으로 태어나 임기 첫 해인 2014년 심장마비로 숨졌다. 1961년에 암살당한 콩고의 지도자를 기리는 뜻에서 60년대에 이름을 루뭄바로 바꾸고 흑인들을 위한 독립 공화국을 설립하기 위해 1971년 미시시피 주에 정착했다. 그는 여러 시민권리 단체들의 지지에 힘입어 2013년 시장에 당선됐으며, 세금 인상안을 국민투표에 붙이도록 만들었다. 공공지출 및 세금과의 전쟁이 국가 신조인 이 나라에서는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쇼퀘 루뭄바 시장의 정치적 전통 지지자들의 지원을 받은 타이론 루이스는 인종 문제나 수감자들의 권리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저는 최초의 흑인 보안관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힌즈 카운티 역사상 최고의 보안관이 되고 싶어서 선거에 출마한 것입니다. ‘인종’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라고 타이론 루이스는 말했다. 민주당이 연방이나 주 차원의 특별한 선거 공약을 내세울 것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그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지난 임기에 대한 평가를 방어하기 보다는 자신의 대중적 이미지에 더 신경을 썼다.
선거 며칠 전 경찰 주최로 때마침 개최됐던 한 연회장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이 모임이 선거 집회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말을 이었다. “오늘의 모임은 우리 지역 사회를 위한 자리입니다. 범죄를 예방하고, 치안을 지키고, 경찰과 주민간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는 모임입니다.” 진부한 연설과 더불어 파티에서는 식사, 음료, 비디오 게임과 음악이 제공됐다. 연주회 전 목사의 감동적인 설교도 있었다. “오늘 밤 타이론 루이스 보안관님을 위한 모임에 참석하게 돼서 영광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드립니다. 우리 보안관의 선거 승리와 모든 경찰관들을 위해서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드립니다. 힌즈 카운티에서 범죄가 줄고 있어서 너무나 기쁩니다. 오, 주여! 당신의 사람에게 영광을 내려주소서. 아멘 아멘 아멘.” 이처럼 화려하게 소개를 받은 연회의 주인공은 자켓을 벗고 셔츠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했다. 그는 유권자들에게 한 번 더 4년을 믿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미국 남부 지방의 8월 무더위에 대비해 수분 섭취에 관한 조언을 했다.
선거 기부금 8만 달러, 보안관 후보들의 ‘공포 마케팅’
정치자금이 보안관에게 기부된 것인지, 후보자에게 기부된 것인지 정확히는 알 수가 없지만 어쨌든 타이론 루이스는 선거운동을 할 만한 충분한 자금을 가지고 있다. 정치자금에 관한 공공보고서에 따르면 타이론 루이스는 막대한 자금이 있다고 한다. 상대 후보자 빅터 메이슨이 예비선거에서 받은 기부금은 2만 달러, 루이스가 받은 기부금은 8만 달러 이상이다. 기부자 투명성 원칙에 따라 보고서는 기부자의 이름과 기부액을 명시했다. 타이론 루이스의 주요 기부자들 중에는 시 대형로펌의 변호사도 있었지만 인터뷰는 거절당했다.
선거 기부금은 도로에 광고판을 세우고, TV와 라디오 방송 광고 비용으로 쓰인다. 시청자들은 보험이나 자동차 광고에 뒤이어 나오는 타이론 루이스의 광고를 볼 수 있다. 광고 속에서 타이론은 화목한 가정의 좋은 아버지로서 아이들과 함께 등장한다. 6세 가량의 그의 아들은 범죄 퇴치 전문가인 자신의 아버지에게 한 표 달라고 말한다. 선거 광고 슬로건은 미국 카운티 검사나 보안관의 선거 공약을 잘 요약해서 보여준다. 이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전임자가 범죄를 충분히 막지 못했고, 오히려 경범죄가 증가했다는 것을 증명하며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후보자들은 사건 사고를 대서특필하는 지역 언론의 도움을 받는다. TV에서는 무장한 경찰관이 등장하는 범죄 현장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추적중인 용의자의 사진을 내보내며 몇 시간 동안 카운티 주민들을 초조하게 만든다. 용의자가 붙잡히면 시민들은 보안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수감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 내 다른 수많은 보안관들과 마찬가지로 타이론 루이스 보안관 또한 카운티 내 모든 구치소에 수감 중인 범죄자에 대한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4) 아직 유죄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즉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받아야할 피의자 신분임에도 온라인을 통해 사진, 생년월일, 키, 몸무게, 인종, 주소, 체포 날짜, 혐의 정보가 공개된다.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구치소 수감자는 주 교도소로 옮겨진다. 주 교도소로 옮긴 이후에는 미시시피 주 형무행정 홈페이지에서 범죄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출소 시에도 성범죄자와 같은 일부 범죄자의 경우 시민들은 거주지 정보를 열람 할 수 있다.
타이론 루이스 보안관 홈페이지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한 범죄자가 체포되고 구치소에 수감되자마자 바로 홈페이지에 소식이 올라온다.(5) 미국에서 일시구류는 보석금 판사의 관할이다. 보석금 판사는 체포 동기의 적법성을 판단하고, 보석금액을 책정하고, 보석석방 여부를 결정한다. 검사의 논고, 변호사의 변호, 판사들의 토의를 모두 포함한 공판은 채 1분도 걸리지 않는다.
타이론의 경쟁 후보자들은 타이론의 부실한 구치소 관리 실태를 강력히 규탄했다. 예비선거운동 시작 전, 두 개의 보고서를 통해 구치소 관리의 문제점이 폭로됐다. 2014년 10월 한 시민 배심원이 구치소를 방문한 후 “교도관이 부족해서 수감자들이 구치소를 통제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타이론 루이스가 구치소를 관리하고, 범죄자에 맞서 시민을 보호할 능력이 안 된다고 말했다.(6) 타이론의 임기 동안 탈옥이 여러 번 일어났고 이는 대중들에게 큰 파장을 일으켰다. 민주당 예비선거의 3번째 후보인 앤서니 토마스는 타이론과 마찬가지로 경찰 출신이며, 탈옥사건을 이슈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탈옥 사건 때문에 카운티에서 지불하고 있는 보험료가 인상됐다”고 말했다.
2015년 5월, 연방 법무부는 카운티 구치소 실정에 대해 상세히 조사한 후 보고서를 작성했다.(7) 보고서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교도소의 자물쇠, 감시카메라, 비상벨이 작동하지 않았다. 게다가 무엇보다 교도관이나 동료 수감자의 폭행으로부터 수감자들을 전혀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보고서에 따르면 교도관이 정당한 이유 없이 전기충격기나 총기를 사용한 일이 여러 번 있었으며 법원이 결정한 석방 날짜를 넘기는 수감자들도 있었다고 한다. 13세의 중학생(수감 이유는 알 수 없음)은 석방 예정일보다 70일이나 더 구금됐었다. 조사관들은 1백여 개의 사건을 검토한 끝에 이 중 불법 구금이 12건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이 보내는 명령서를 받는 팩스가 고장 나거나 종이가 떨어질 때가 있습니다”라고 보안관측은 설명했다.
이처럼 개탄스러운 평가 결과를 보면, 타이론 지지자였던 라이트가 이번 예비선거에서는 메이슨 후보를 지지하기로 한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라이트는 메이슨 후보가 능력 있는 후보라며 치켜세운다. 메이슨은 30여 년간 경찰로 근무했고, FBI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메이슨은 법무부의 보고서 두개를 대대적으로 활용했다. 그는 교도소 앞에서 민주당 예비 선거 출마를 선언하며, 타이론 탓에 혼돈스러워진 구치소 상황을 비난하고, 탈옥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메이슨은 법무부의 보고서를 의기양양하게 내세우며 교회에서 공적인 모임에서, 유권자 집을 방문할 때에도, 페이스북에서도 방송에 출연해서도 공공안전에 관한 연설을 계속해서 꾸준히 퍼트렸다.
메이슨의 선거 캠프에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했다. 잭슨시의 동쪽 작은 언덕 위, 고속도로가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도보나 자전거로는 갈 수 없는 곳에 위치한 하얀색의 밋밋한 창고에서 선거 일주일 전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날 밤 30명의 자원봉사자들은 메이슨의 초상이 담긴 선거 포스터와 미국 국기 아래 모여 있었다. 벽에 붙은 ‘승리까지 앞으로 7일’이라는 표어가 눈에 띄었다. 선거운동을 지휘하고 있는 키샤 샌더스는 일을 척척 해냈다. 단 20분 간 그녀는 기부금 현황과 한 주간의 계획을 정리하고, 자원봉사자들이 해야 할 일과 방문해야할 동네를 분담시켰다.
샌더스는 왜 메이슨의 선거운동에 참여하게 됐는지 구구절절 밝히고 싶지는 않아했다. 그녀의 배우자가 경찰이라는 점만 알 수 있었다. 성급한 결론을 내리면 안되지만, 간단한 관찰 결과 직업적 관심 또는 가족 관계가 보안관 선거에서 크게 작용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한번 보안관에 당선되면 수하 직원들에 대한 인사 결정권을 가지게 된다. 이 지역에서 교회는 중요한 공공토론의 장소이며 교회가 주최하는 다수의 정치 포럼에서는 신자들에게 민주당과 후보자에 대한 축복을 당부하는 목사의 기도로 포럼이 시작된다. 따라서 타이론 루이스의 연설에 박수부대로 동원된 경찰관들이 두 줄로 나란히 교회에 앉아있는 모습도 볼 수가 있었다.
‘수치 전쟁’으로 얼룩진 검사 선거 운동
검사 또한 선거로 선출되는 직책이다. 36세의 숀티어 워싱턴은 선거운동 참여의 동기를 분명히 밝힌다. 2008년도부터 지방검사로 재직 중이며 이번에 세 번째 재선에 도전하는 로버트 스미스 검사 밑에서 숀티어 워싱턴은 2010년도부터 검사대리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친근하고 마음이 열린 사람이자, 관용과 제재 사이에서 중도를 지킬 줄 안다”며 검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녀는 “검사의 임무는 목사의 임무와 비슷한 면이 있다.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교회에서 선거 전단지를 나눠주고, 한여름에도 집집마다 방문해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부탁했다. 그녀는 가족들에게도 선거운동에 참여하고 선거 플래카드를 들도록 종용했다. 이 선거가 그녀의 인생에 매우 중대하기 때문이다. “만약 스탠리 알렉산더가 승리하면, 저는 실직해요.”
미시시피 주 검찰청장대리 스탠리 알렉산더는 로버트 스미스의 유일한 경쟁상대로서 매우 공격적인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가 관용적이라고 비판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형선고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라고 젊은 검찰총장 대리는 살인 혐의로 2013년 사형 판결을 받은 제임스 휴토의 예를 들며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해 로버트 스미스는 자신이 열성적으로 일한 결과라고 말한다. “배심원들에게서 사형 판결을 이끌어내도록 설득해야 하는데 사람마다 신념이 다른 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민주당명에 힘입어 당선됐던 로버트 스미스 검사는 선거운동기간 동안 끊임없이 자신의 업적을 자랑했다. “결과가 다 말해준다”라는 단순한 슬로건과 사진이 실린 광고는 중형을 선고하는데 성공한 30여 명의 죄수 명단과 함께 지역 신문을 가득 메우고 있다. 사형 선고를 받은 제임스 휴토가 그 명단의 맨 앞에 자리 잡고 있다.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로버트 스미스의 선거광고는 늘 1만1천 명 이상에게 유죄를 선고했다는 말로 끝맺는다. 현재 힌즈 카운티에는 24만5천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수치를 놓고 먼저 전쟁을 시작한 사람은 스탠리 알렉산더이다. 그는 로버트 스미스 검사가 재판까지 간 경우는 백여 건에 불과하며 충분한 중형을 선고받지도 못했고, 미해결 사건이 너무 많다고 비난했다. 그의 연설은 노련했다. 선거 홍보 영상에서 “범죄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라며 더욱 강력한 제재를 약속하지만 “비폭력적인 초범에게는 기회를 한 번 더 줘야합니다”라고 말한다.
오바마 대통령 사법 체제 개혁 예정
로버트 스미스가 재판까지 이끈 사건의 수는 적은데 비해 판결이 확정된 사건 수가 많다는 점은 미국 사법체제 전반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대부분의 사건은 검사와 변호사간에 합의를 통해 유죄 여부와 형량이 결정된다. 검사가 변호사보다 막대한 권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특히 정보의 접근 측면에서(8) 검사가 유리한 상황에서 합의하는 제도, 즉 유죄를 시인하고 합의하는 이 사법 체계는 지난 30여 년간 교도소의 수감자수를 늘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에서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에 사법 체재 개혁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는 2015년 7월 연방 교도소를 방문한 최초의 현직 대통령이다. 지난 7월 14일 대통령은 전미유색인종촉진동맹 앞에서 ‘미국 형사 체계의 길고 긴 불평등의 역사’를 비판하며 “미국의 형사 체계가 재정과 시설이 열악한 학교와 교도소의 수감자 과잉현상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차원에서는 예산상의 문제(9)를 해결하기 위해 보석을 용이하게 하는 법을 마련하며 교도소의 과도한 수감자 수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미시시피 주에서 수감자 수 과잉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다.(10)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2015년 10월 1일 상원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주도로 관련법안이 상정됐다. 이 법안은 너무 긴 징역형을 선고받은 범죄자(특히 마약사범)의 석방을 쉽게 하고, 감형 불가능 기간을 줄여 교도소 과잉수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그러나 힌즈 카운티에는 이러한 진보적 물결이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힌즈 카운티 지방검사 후보자들은 본인만 유일하게 정확한 사건 수치를 안다면서, 수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지방 검사로 선출되기 전 로버트 스미스는 형사 변호사로서 주검찰총장 대리였던 스탠리 알렉산더와 재판에서 맞섰다. 과거의 기억은 때때로 상대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로버트 스미스는 스탠리 알렉산더가 과거에 그의 고객에게 유죄를 시인하고 감형 받도록 제안했다면서 이는 그의 관용주의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당시 살인죄로 기소 당했던 로버트 스미스의 고객은 배심원들에게서 무기징역 판결을 받느니 스탠리 알렉산더가 제안한 25년형을 선택했다.
이러한 논쟁은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로버트 스미스가 민주당 예비 선거에서 70%의 득표율로 승리한 것이다. 2015년 11월 본 선거에서 로버트 스미스에 맞설만한 공화당 후보는 아무도 없다. 따라서 로버트 스미스는 세 번째 재선에 성공한 셈이다. 8월 4일 밤, 그는 잭슨 시내의 유명한 바에서 블루스를 부르며 측근, 동료들과 함께 승리를 자축했다.
그 날 밤 메이슨 후보의 연회장에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수백명의 자원봉사자들뿐 아니라 지역 언론에서도 도전자 메이슨이 과연 승리 할 수 있을 것인지 보러 몰려들었다. 밤이 깊어서야 타이론 루이스가 패배했음이 밝혀졌다. 먼저 주의 주요 직책부터 선거 결과가 나왔다. 미시시피 주지사의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노련한 두 명의 정치인들을 제치고, 로버트 그레이라는 화물차 운전수가 당선됐다는 소식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시간이 없어서 투표도 못하고 선거운동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참 후에야 메이슨의 승리 소식을 알 수 있었다. 빅터 메이슨은 53%의 득표율을 얻으며 44%을 얻은 타이론 루이스와, 3%를 얻은 앤서니 토마스를 물리쳤다.
흑인 보안관이 당선된다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민주당 공식 후보인 메이슨은 11월 3일 본 선거에서 72%의 득표를 받았다. 무소속(11)의 레 타니힐은 19%, 공화당의 샬럿 오즈월드는 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메이슨은 힌즈 카운티 역사상 두 번째 흑인 보안관으로 당선됐다.
그렇다고 별반 차이는 없다. 2014년 8월 퍼거슨 시에서 흑인 청소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찰에게 사살된 사건 이후 미국에서는 경찰의 폭력성과 인종차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힌즈 카운티의 후보자들은 이 주제를 철저히 기피했다. 주민들이 이 주제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몬트렐 윌리엄스, 찰스 루이스, 켄드라 랜킨은 경찰에게 당한 수모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한다. 흑인이 운전하면 경찰들은 무조건 범죄자 취급하며 검문하려 든다고 그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지역 토크쇼에서 두 명의 젊은 흑인 진행자가 이 주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자 메이슨은 자신은 반인종차별주의 운동가가 아니라 경찰일 뿐이라고 답했다. “만약 당신이 운전 중인데, 경찰이 차를 세우라고 명령하면 그렇게 하세요. 차를 세우고 라디오를 끄고 엔진을 끄세요. 경찰은 보통 정중합니다. 왜 차를 세워야 되냐고 따진다면 최악의 상황만 초래할 뿐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경찰은 보통 정중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상황은 곧 악화일로에 빠진다. 흑인인권단체 ‘블랙 라이브스 매터’는 무기를 소지하지 않은 수많은 흑인들이 경찰에 의해 사살되고 있는 실정과 사법당국의 무관심을 비판한다. 퍼거슨 시를 관할하는 세인트 루이스 카운티 지역 검사는 마이클 브라운을 죽인 경찰관을 제대로 기소하지 않아 맹렬한 비난을 샀다. 그 경찰은 결국 최종 무죄 석방됐다. 존 니컬스 기자는 “퍼거슨 시 사건은 검사를 비롯한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지역 대표자를 선출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줍니다”라고 말하며 “불편한 진실은 세인트 루이스 카운티의 검사가 민주당원이라는 겁니다”(12)라고 강조했다.
글·라파엘 켐프Raphaël Kempf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특파원, 변호사
번역·김영란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졸업.
(1) 세르주 알리미, 로익 바캉 ‘미국의 민주주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0년 12월
(2) 세르주 알리미, 로익 바캉 ‘사법체제가 유권자 4백만 명을 배제할 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0년 12월
(3) 미셸 알렉산더, <The New Jim Crow : Mass Incarceratin in the Age of Colorblindness> The New Press, New York, 2010년
(4) Hinds County-Inmate Search, www.co.hinds.ms.us
(5) cf, Nick Pinto, 'The Bail Trap', The New York Times Magazine, 2015년 8월 13일
(6) ‘Jail’ 힌즈 카운티 순회법원 대배심 보고서, 2015년 10월 2일
(7) ‘Investigation of the Hinds County adult detention center’ 미국 사법부, 시민권분과, Washington DC, 2015년 5월 21일
(8) cf, 연방 판사 제드 레코프의 비판 ‘Why innocent people plead guilty’ The New York Review of Books, 2014sus 11월 20일
(9) Hadar Aviram, <Cheap on Crime : Recession-Era Politics and the Transformation of Americain Punishment>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Oakland, 2015년
(10) ‘Justice Reform in the Deep South’ New York Times, New York, 2015년 5월 18일
(11) 보안관 후보자에 무소속 출마하려면, 유권자 50명의 서명이 필요하다. 검사 후보자가 되기 위해서는 100명의 서명이 필요하다.
(12) 존 니컬스, <An inconvenient political truth : that St. Louis prosecutor is a Democrat> The Nation, New York, 2014년 11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