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민전선 지지층의 3가지 얼굴
2015년 12월의 지방선거는 ‘두 개의 국민전선’의 신화에 다시 불을 붙일 위험을 안고 있다. 이 두 개의 국민전선이란, 프랑스 북부의 보호무역주의적이며 노동자중심주의적인 국민전선, 그리고 프랑스 남부의 외국인혐오주의적이며 동일주의적인 국민전선을 말한다.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강조하는 이 남부와 북부 간 대조는 극우당 지지층의 실질적인 지리학적 차이를 감추고 있다.
국민전선(FN)이 2015년 12월의 지방선거에서 프랑스 북단의 노르파드칼레피카르디 지방과 동남부의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지방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이 극우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지리적 분포를 보여준다. 이러한 분포는 FN이 총 10%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1984년 유럽선거 이후 거의 변하지 않았다. 노르파드칼레 주부터 피레네오리앙탈 주를 포함하며 아치형을 이루는 동부는 FN에 호의적인 반면, 서부 지역은 아직 관심이 미미한 편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균일하며 경제적 자유주의를 추구하고 퇴직자들에게 더 초점을 맞춘 남부 FN과 대조적으로, 북부 FN은 보다 사회적이고 서민적인 수사학으로 노동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최근 몇 년간 큰 성공을 거두었다.(1) 따라서 이러한 비교는 적절치 않다.
FN의 선거구 지도는 어떤 역사적 유산과도 일치하지 않는다. FN이 1984년 이후 남부 프랑스의 절반에서 거둔 우수한 성적은 이미 프랑스령 알제리의 옹호자이자 1965년 대선후보였던 장루이 틱시에비냥쿠르에게 찬동하며 발생한 1956년의 푸자드주의(프랑스의 서적문구상 P. 푸자드가 중소상공업자의 정치적 불만을 배경으로 일으킨 반의회주의적 극우운동-역주) 현상과 함께 표출된 가능성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FN의 발전은 소상공인들의 영향력 등 유리한 사회 구조와 알제리에서 돌아온 프랑스 송환자들의 존재감에 크게 힘입은 것이었다. 이에 관해서는 보다 세심한 설명이 필요하다.
1984년 이전 지중해 연안지방에서 FN의 정당가입률은 미미했다. 마르세유 지구당은 창당 11년 후인 1983년에야 창설됐으며, 알프마리팀 연방도 뒤늦게 성장했다.(2) 1984년과 그 이후, FN의 프랑스 남부 선거구 지도는 푸자드주의 운동이 성행했던 1956년 총선 때와도, 본국 송환자들의 정당가입 경향과 대체로 유사했던 1965년의 프랑스령 알제리 관련 투표 때와도 전혀 다르다. 1980년대 북부에서 FN이 급부상한 것이, 공산당을 비롯한 좌파정당들의 후퇴와는 다른 문제인 것처럼 말이다.(3)
1984년 이후 FN의 급속한 발전은 선거와 관련해 지역차별화를 가져온다. FN을 지지하는 남부 마르세유나 니스의 유권자들과 북부 릴이나 루베의 유권자들 성향이 다르다 해도, FN은 창당 이래 자리잡은 관습에 따라 정당지도부의 정치적 원칙을 극도로 집중화된 방식으로 수행해왔다. 특히 FN에 가장 호의적인 지역은 지도부의 전유물처럼 여겨진다. 핵심인사들은 다른 지역에서 정치적 세력을 구축했다 해도, 이곳을 텃밭으로 삼는다. 그 텃밭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지역이며, 따라서 파리 지역에 거주하는 장마리 르펜과 브뤼노 메그레, 장피에르 스티르부아 모두 1988년에 이 지역 브슈뒤론 주에서의 선출을 계획했던 것이다. 최근 2007년 마린 르펜이 자신의 선거구가 아닌 에냉보몽 시에, 그리고 2012년 마리옹 마레샬 르펜이 카르팡트라 코뮌에 입후보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해당 지역에 뿌리내리는 데에 전념하는 지역구 의원을 장려하기보다는 전국구 의원들에게 가장 유리한 선거구를 부여하는 방식의 의회 진출이 지역내에서 FN의 잠재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며, 지속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FN을 지지하는 도심지역과 외곽지역 사이에 지속적인 움직임이 존재한다.
FN의 북부와 남부가 양분된 현상 또한 FN 지지율의 지리적 분포를 설명하지 못한다. 이에 관해서는 다양한 층위를 구분하는 편이 적절할 것이다. 그 중 하나는 동부와 서부가 대립하는 지역적 층위이며, 또 하나는 ‘도시성 분포’에 따라 지지 성향이 달라지는 도시권 층위다.(4) 그러므로 우리는 도시의 FN과 시골의 FN간의 대립에 관해서도 말할 수 있다. 예컨대 2014년 유럽선거 당시 피카르디 지방 내 FN의 평균 지지율은 도심 12.1%, 교외 19.4%다. 이러한 선거결과의 분석과, 그에 관한 오해와 논란은 상당 부분 지리적 층위 간의 연관성을 고려하는 문제에서 기인할 것이다.
3가지 유형- 전도대상, 노동자, 비경제활동인구
이전의 연구(5)들에서 우리는 수집한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1995년부터 2012년까지의 대선 당시 각 주의 (상당히 세세하게 24개로 나뉜 분류표를 이용해) 사회직능별 FN 지지율을 산정해보았다. 비록 이러한 산정결과는 여전히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FN 지지도에 관한 각 주의 유형을 도출시켜 세 가지 대범주로 구분한다.(6)
첫 번째 범주는 주로 FN의 ‘전도대상’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지지도가 낮은 서부와 서남부(가론 강 유역 제외), 마시프상트랄(중앙산지)의 대부분과 그 너머 중부의 니에브르 주와 손에루아르 주까지를 포함한다. 여기에 동남부의 오트잘프 주와 파리, 프티 쿠론느 3주(오트센, 센생드니, 발드마른), 코르시카를 추가해야 한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FN에 투표하는 사람들은 중산층이나 노동자, 비경제활동인구는 별로 없다. 오히려 개인사업자와 퇴직임원, 상업 종사자, 민간 중개업자가 대부분이다. 여기서 FN의 취약점이 드러난다. FN은 전국 유권자 중 핵심 지지층, 즉 노동자(2012년 전국 평균 대비 4~6%p 낮음)와 비경제활동인구(주로 전업주부와 대학생, 2012년 대비 5%p낮음)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한 것이다.
두 번째 범주는 루아르 지방 남부에 위치한 모든 주를 포괄한다. 부슈뒤론을 제외한 연안지대의 모든 주가 여기에 포함되며, 가론 강 유역의 주들 그리고 론 강 유역의 몇몇 주들 또한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예전에 ‘미디 루즈(1907년 클레망소 내각에 반대하는 포도재배자들의 저항 운동이 발생한 중부 지역을 가리킴-역주)’를 구성했던 몇몇 주를 포함한 좀 더 도시화된 주들이다. 여기서 FN 투표율은 노동자, 사무원, 중개업자, 고위임원을 망라한 민간 임금근로자들 가운데서 두드러진다. 그러므로 이는 계급적 대립을 넘어선, 특정 지역에서 연명해나가는 노동계 전체에 해당한다. 이 지역의 경우, 세계화에 편입된 주요 대도시들로부터 단절돼 취약해진 지역경제가 관광업을 비롯한 서비스업에 주로 집중하며, 퇴직급여를 비롯해 실업급여와 가족수당 등의 사회보장급여, 그리고 공공행정에 상당 부분 의지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남부 FN’이 종종 연상시키는 ‘부르주아 FN’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성격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범주는 파리와 프티 쿠론느 3주를 제외한 프랑스 북동부의 1/4부터 1/3까지 해당된다. 여기에 론알프 지역의 상당 부분(사부아 주, 오트사부아 주, 이제르 주, 론 주)과 알프드오트프로방스 주, 그리고 부슈뒤론 주가 포함된다. 다른 지역에 비해 노동자들의 FN에 지지율이 높은 편이나(2012년 기준 4~5%p), FN에 가장 많은 표를 던지는 층은 다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이다. 중산층 퇴직자뿐 아니라 전업주부와 대학생 등을 비롯한 여타 비경제활동인구를 망라한다. 이로 미루어볼 때 FN을 선호하는 현상은 탈산업화에 희생당해 경제력이 소실된 지역의 징후다. 이는 경제활동에서 이미 물러나 있거나, 물러날 위기에 처한 사람들(노동자들)이 절망감을 표출하도록 이끄는 원동력인 것이다.
FN 지지율은 빈곤한 도시권 영역에서 강세를 보인다. 특히 니스나 마르세유, 베지에 등 불평등이 심각한 지역에서 가장 높다. 그러므로 ‘국민전선 지지자’들의 집합체는 균질하지 않다. 이 당이 대변하는 사회적 이익도 하나로 모아지지 않으며, 때로는 서로 명백한 대립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대립은 특히 경제적 재분배와 관련해 뚜렷해진다. 민영 분야의 경제활동인구는 재분배 비율이 낮은 것이 이득이다. 반면, 비경제활동인구와 공무원들은 경제적 재분배에 생존이 달려있다.
또한, FN의 정당 지도자들이 지역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당 정책과 의사소통 매체를 생산하는 일은 정당 본부에 의해 집중화되고 통제되니 말이다. 그러나 마레샬 르펜이나 루이 알리오, 플로리앙 필리포 같은 몇몇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자리 잡은 지역의 사회적 기초라고 여기는(대부분 이 판단을 들어맞는다) 것과 부합하는 견해나 노선을 당내에서 개진하기도 한다. 마레샬 르펜은 이 측면에 특히 신경을 쓰는 듯한데, 중소기업에 유리한 정치적 제안을 내놓고, 자신을 중심으로 ‘우파 단결’을 실행하기 위한 전략적 담화를 강조한다.
FN 지지자들의 사회학적 차이는 희미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디어에서는 추억 속의 ‘두 개의 국민전선’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지만, 국민전선의 새로운 지도부는 기존정당들을 향한 중산층의 애정이 시들어가는 상황을 이용해, FN 지지층을 균일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우리가 세심하게 분석하게 될 차이점이 무엇이든, 이러한 균일화는 아마 그 어느 때보다 이민문제라는 사회적 이슈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7) 새로운 국민전선의 ‘사회적 포퓰리즘’(8)은 좌파가 방치한 사회적 문제를 찾아내어, FN에 대한 사회집단의 거부감을 낮추고 지지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글·조엘 공뱅 Joël Gombin
피카르디 쥘베른 대학의 정치학과 교수이자 장 조레스 재단의 회원. 주요 저서로 <FN의 거짓(Les Faux-Semblants du Front national)>(Presses de Sciences Po, Paris, 2015)등이 있다.
번역·박나리
번역위원
(1) Cf. Jérôme Fourquet, <북부의 국민전선, 남부의 국민전선(Front du Nord, Front du Sud)>, IFOP Focus, Paris, n° 92, août 2013.
(2) Valérie Igounet, <1972년부터 오늘날까지의 국민전선: 당, 인물들, 이념들(Le Front national de 1972 à nos jours. Le parti, les hommes, les idées)>, Seuil, Paris, 2014.
(3) Serge Etchebarne, ‘북부의 국민전선 혹은 정당 가입의 논리(Le FN dans le Nord ou les logiques d’une implantation électorale)’, Nonna Mayer et Pascal Perrineau (sous la dir. de), <국민전선 파헤쳐보기(Le Front national à découvert)> 중, Presses de Sciences Po, coll. « Références », Paris, 1996.
(4) 이 개념은 도심으로부터 멀어짐에 따라 도시성이 감소하는 정도를 지칭한다.
(5) Cf. ‘유권자의 지역적 지형 및 사회적 구성.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 지역의 FN 유권자에 대한 비교연구(Configurations locales et construction sociale des électorats. Etude comparative des votes FN en région PACA)’, 정치학 박사논문, 피카르디 쥘 베른 대학, 2013.
(6) Lire Sylvain Crépon et Joël Gombin, ‘신화와는 거리가 먼, 기표소에서의 현실(Loin des mythes, dans l’isoloir)’, ‘극우의 새로운 얼굴(Nouveaux visages des extrêmes droites)’ 중, <Manière de voir>, n° 134, 2014년 4월~5월.
(7) Vincent Tiberj, ‘두 가지 축의 정치. 프랑스에서의 사회학적 변수, 가치 그리고 투표(La politique des deux axes. Variables sociologiques, valeurs et votes en France, 1988-2007)’, Revue française de science politique, Paris, 2012, vol. 62, no 1.
(8) Gilles Ivaldi, ‘사회적 포퓰리즘의 신자유주의? 국민전선의 경제정책 변화(Du néolibéralisme au social-populisme? La transformation du programme économique du Front national, 1986-2012)’, Sylvain Crépon, Alexandre Dézé et Nonna Mayer, <국민전선의 가식. 어느 정당의 사회학(Les Faux-Semblants du Front national. Sociologie d’un parti politique)> 중, Presses de Sciences Po, Paris,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