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반동파들의 전쟁터가 된 미디어
9월 중순부터 파리의 미디어가 소수의 에세이스트 집단에 흥분하고 있다. 이들 에세이스트들은 신념은 제각기지만, 공화주의 가치의 쇠퇴를 걱정하고 그리운 옛 시절을 추억하며 질서를 어느 정도 선호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문제의 주인공들은 ‘불평분자 집단’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미셸 옹프레, 알랭 핀켈크라우트, 에릭 제무르, 자크 쥘리아르, 레지 드브레, 장 프랑수아 칸이다. 이들은 한편 멀티미디어의 아이콘으로서 자신들의 에세이 작품을 확실하게 알리고 있다.
프랑스 지식층의 이단아들이 재등장한 것이다. 사실, 프랑스 지식층의 이단아들은 19세기에는 ‘반모더니즘’, 1930년대에는 ‘반순응주의’, 1950년대에는 ‘새로운 기병’, 2002년에는 ‘신 반동파’라는 이름으로 이미 등장한 바 있다.(1) 그러나 최근 등장한 프랑스 지식층의 이단아들은 차원이 다르다. 오랫동안 저널리즘을 지배한 우유부단한 ‘군자인 척 하는’ 정신에 강하게 도전장을 내미는 옹프레, 핀켈크라우트와 제무르는 이민자 문제처럼 식상한 주제를 건드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보수 엘리트 집단에 눌려 시원하게 불평할 권리를 박탈당한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기적이 일어났기에 민중이 거침없이 다른 소리를 내는 대변인을 다시 만난 것일까? 우선, 원론적인 말만 하는 저널리즘, 이와는 반대로 이슬람, 이민자 사태, 국가 정체성, 무능한 정부 등 국민 전선이 단골로 다루는 소재에 공감하며 사회를 걱정하는 목소리 사이에 충돌이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국민 전선이 사회의 상층부보다는 하층부의 지지를 얻으며 성공했다고 믿는 에세이스트들은 쉽게 식상하고 절망하는 대상 즉, 서민층을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독자 수준을 하향평준화하지 않고 노동자(그리 세련돼 보이지 않으므로)나 전문가(식상해 보이므로)를 내세우지 않고 민중의 소리를 들려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치, 경제, 문화란 등을 깊이와 성찰 없는 기사로 만들어 버린 기존의 저널리즘 방식을 뒤집어 보면 어떨까?
이번에는 대중을 ‘피플’로 바꾸거나 뭔가 보여주기 좋아하면서도 최근의 저서를 통해 앞서간 생각을 아낌없이 대중에게 전하는 지식인들을 토론에 참여시켜보는 것이다. 핀켈크라우트는 로랑 뤼키에가 진행하는 방송에 출연해 천박한 랩과 이슬람에 무차별 노출된 백인 청소년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2013년 10월 3일). 옹프레는 미래가 불안한 대학생의 상황과 중동에서 온 난민의 상황을 비교한다(9월 19일). 백인 천사를 자처하는 에드 플레넬은 장 자크 부르댕이 진행하는 방송에 출연해 이슬람포비아로 몸살을 앓는 동네에 사는 무슬림들의 입장을 대변했다(RMC, 2014년 9월 15일). 다세대 서민층, 불안한 미래에 노출된 도시인, 주택단지에 사는 주민. 독점이 판치는 시장에서 소외된 세 집단이다. 각 집단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신 반동파가 이슈가 되는 것은 실업, 착취, 대중의 정치 무관심, 인종차별 증가, 종교 갈등 같은 주제 때문이 아니다. 신 반동파의 도발적인 말투와 문체 때문이다. 신 반동파에 대한 이슈는 신문 판매를 다시 높이기 위한 편집진의 필사적인 노력에서 비롯된다. 작년 봄, 마케팅 부서는 “더 이상 정치 이슈는 저널리즘에 수익을 안겨주지 못한다”고 진단을 내렸다. 실제로 작년 1월 테러 발생 후 몇 주만에 놀라운 현상이 벌어졌다. 한 유명 지식인이 쓴 공화주의 주요 원칙에 관한 기사가 큰 관심을 끈 것이다. “미셸 옹프레가 올랑드나 사르코지보다 잘 팔립니다.” <르 푸앵>의 에티엔 제르넬 편집장이 의기양양하게 말한 내용이다. 실제로 제르넬 편집장은 3월에 미셸 옹프레의 커버 기사를, 4월에는 핀켈크라우트의 커버기사를 실었다. 인구학자 엠마뉘엘 토드와 작가 미셸 우엘벡도 1면 기사로 다뤘다. <르몽드>가 2014년 3월~2015년 4월 프랑스 주간지 커버 기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가치와 도덕’에 관한 기사가 5대 주요 주간지에서 29회나 1면을 차지했다. 일간지의 편집진도 이러한 흐름에 가세했다.
‘신 반동파 지식인’에 대한 이슈는 방송에 등장하기 전에 신문과 잡지에서 먼저 소개됐다. 9월 11일에 미셸 옹프레가 <르 피가로>(8월 기준으로 판매 부수가 20.2% 감소)와 가진 인터뷰에 이어, <리베라시옹>(판매 부수 27.7% 감소)도 로랑 조프랭이 옹프레의 단순한 논리에 우려를 표하며 ‘미셸 옹프레가 어떻게 국민 전선에게 날개를 달아 주고 있는가?’라는 민감한 이슈를 다루는 특집기사를 실었다. 옹프레라는 인물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에 대해 <르몽드>(판매 부수 20.6% 감소)도 1주일 간격으로 1면 기사로 내놓고 있다. ‘국민 전선이 요구하는 지식인 집단’, ‘논객이 정치인을 대신할 것인가?’(9월 20일과 27일 1면 기사 제목). 역시 판매 부수가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마리안느>, <누벨 옵세르바퇴르>, <르 피가로 매거진>, <렉스프레스>도 신 반동파 지식인 집단을 소개하는 1면 기사를 소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지식인 집단이 미디어를 브랜드, 논쟁으로 먹고 사는 사업체로 만들고 있다”(<르몽드> 9월 20일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저널리스트들도 생겨난다. 진행자 레아 살라메는 옹프레를 가리켜 “당신 같은 사람은 여기저기에 널렸다!”고 비판하자 옹프레는 살라메가 진행하는 방송 ‘우리는 쓰러지지 않았다’에 출연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2주 후, 살라메가 이번에는 핀켈크라우트에 대해 신랄한 어조로 비판했다. “당신은 장사꾼!”(프랑스 2 채널, 각각 9월 19일과 10월 3일에 방송).
한편, <리베라시옹>(10월 17-18일)은 ‘미디어의 스타가 된 논객들과 맞설 준비가 된 신 좌파 예술가와 지식인 세대의 초상’이라는 특집기사를 7페이지에 걸쳐 내놓았다. 점점 볼만한 대결 구도가 될 듯하다.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르팽이 선택한 신세대 주인공들은 멀티미디어 분야 컨설턴트 토마 게놀레, 언론에 종종 출연하는 신 보수주의자 라파엘 클뤽스만, TV 방송에 익숙한 신티아 플뢰리다. ‘피플’ vs ‘피플’. 지식계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야기 하나가 팔리면 이를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대결에 중립적인 옵저버들은 시나리오 작가와 배우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마리안느>는 뮈튀알리테에서 ‘아직도 프랑스에서는 토론이 가능한가?’라는 문제를 다루는 토론회(10월 20일)를 개최했다. <리베라시옹>은 ‘제무르, 핀켈크라우트, 옹프레와 맞선 우리는…바로 보수주의자, 그래서?’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놓았다.
“초대 손님들이 지나치게 우편향 돼있는 것 아니냐”는 <리베라시옹>의 질문에, ‘우리는 쓰러지지 않았다’의 사회자 로랑 뤼키에는 이렇게 대답했다. “옹프레, 그에 대해 1면 기사로 다룬 것은 댁들이지 우리가 아닙니다. 댁들이 옹프레를 띄우지 않았다면 우리도 초대손님으로 모실 일은 없었겠죠.”(2015년 10월 5일) 이 순간 드는 생각은 열기구를 터뜨리는 데는 핀 하나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글·피에르 랭베르 Pierre Rimbert
미디어비평행동단체인 Acrimed에서도 활동 중이며, 대안 언론지인 <르플랑 베>를 발행하고 있다.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 번역서로는 <워크숍 매뉴얼>(2015) 등이 있다.
(1) Pascal Durand, Sarah Sindaco, <Le Discours "néo-réactionnaire". Transgressions conservatrices>(신 반동파의 연설. 신 보수주의), CNRS Editions, 파리, 2015년 11월 5일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