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을 강요당하는 이집트 언론

2015-12-01     아지즈 엘 마사시

테러리즘을 지원하고 혼란을 야기했다고 비난받는 이집트의 독립기자들은 정치적 반체제 인사들과 함께 압델 파타 알시시(Abdel Fatha Al-Sissi) 정권의 표적이 됐다. 지난 정권들 치하에서보다 훨씬 더 억압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군부통치, 물러가라! 우리는 두렵지 않다. 결코 고개를 숙이지 않을 것이다.”
2015년 3월 5일 저녁, 카이로 중심가에서 시위참가자들이 이런 슬로건을 내세우며 군부 권력의 폭력성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 에어프랑스-KLM 사무소 앞에 위치한 탈라트 하릅광장에서 우리는 시위참가자들이 항거하는 외침과 그리고 좌파 청년투사 샤이마 알사바그를 기리는 소리를 뒤섞여 듣는다.
2011년의 혁명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조직된 모임이 지난 1월 24일 같은 장소에서 무자비하게 진압당했는데, 알사바그는 그 와중에 살해당했다. 현장을 지켜본 극소수의 기자들 중 한 명인 샤히라 아민은 “이들의 용기가 엄청나다”라고 감격스럽고 경건하게 말한다. 용기는 아민 자신에게도 필요하다. 2013년 7월 모하메드 모르시 전직 대통령을 축출하는 군부쿠데타가 발생했고, 2014년 압델 파타 알시시 사령관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독립기자들은 무슬림 형제들과 더불어 정부의 혐오 대상이 됐다.
정부가 무슬림 형제당(黨)을 2013년 12월 테러리스트 조직 명부에 올렸지만, 2014년 1월 채택된 헌법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혁명이 일어난 지 4년 후, 수많은 기자들은 테러리즘을 지지하고, 과격주의를 옹호해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언론의 자유는, 이집트의 미디어 시스템이 다른 곳과는 달리 윤리적 고려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정권 지지자들에게 특히 유리하게 사용된다. 저명한 텔레비전 진행자인 오사마 카말은 “이집트 미디어의 특성은 어떤 시스템도, 어떤 통제도, 어떤 규칙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라고 설명한다. 직접 만든 제작사를 경영하는 그는 사업가의 확신과 태도를 보여준다. 카이로의 고급 주택가인 헬리오폴리스에 호화스런 사무실을 개업한 이 스타급 진행자는 가변적인 게임 규칙을 비난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거짓 정보가 현 정권에게 유리하다고 여겨지면, 그 거짓 정보를 마음대로 유통시키는데, 그런 자유 때문에 검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다. “기자들이 모든 사실을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자들은 거짓말을 포함해 무엇이든 말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영어 사이트인 <알아흐람 온라인>의 부편집장이며 정치부장인 디나 사마크는 특히 최근 2년간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과거엔 문서에 접근하기가 아주 힘들어, 정치가들에게 질문하면 ‘함구’했다.” 이제 그렇지는 않다. “이제는 모든 사람이 그저 공포에 떨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소유한 신문사 <알아흐람>의 거대한 건물 속 작은 편집실에서 사마크는 겁을 내지 않는다. 그는 무슬림형제 정권이 객관적으로 언론의 자유에 좀 더 호의적이었다고 말한다. “이슬람 정치권력, 사업가들의 경제권력. 두 개의 권력이 존재했다.” 정치권력은 공공 미디어를 조종했고, 경제권력은 민영 기관지를 조종했다.
권력에 종속된 언론과 돈에 종속된 언론이라는 외관상의 다원주의가 무슬림형제들과 군대와 친밀한 자유주의자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주었다. 이제는 경제계가 알시시 사령관 체제에 충성하거나, 아니면 침묵해야 한다. 무슬림형제단의 시위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보안부대의 표적이 된다.
무슬림형제단이 언론 자유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나일 TV의 부사장이었던 샤히라 아민은 모르시 대통령 정권이 미디어에 덜 위협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아민은 현재 저명한 독립기자로, 주로 CNN을 위해 일하고 있다. “모르시 대통령의 임기 동안에는 어떤 기자도 체포되지 않았다. 심지어 정부를 심각하게 비판하는 기자들 조차도”라고 이 여성 전문가는 단언한다. 그는 인권유린과 여성의 조건에 대한 자신의 탐방기사 때문에 여러 차례 위협을 받았다. 무슬림 형제단의 변호사들에게 고소 위협도 몇 번 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고소를 당하지는 않았다. “나는 자유를 추구하는 여성이므로, 이슬람주의자들의 복귀를 원치 않는다. 그러나 현재의 독재도 용납할 수 없다. 기자 입장에서, 그리고 일반적인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이 정부는 무슬림 형제 정권 때보다, 심지어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때보다 더 억압적이다.”

 

언론인들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 3위 올라

이런 사실을 확인해 주는 국제언론인보호위원회(CPJ)의 보고서가 있다. 이 미국협회는 처음으로 근동에서 언론인들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 3위로 이집트를 들었다. 이집트가 전쟁으로 황폐화된 시리아와 이라크의 뒤를 잇는 것이다. “알려진 것만도 9명의 기자를 수감한 이집트는 세상에서 6번째로 큰 기자들의 감옥이다”라고 CPJ 소속 마그레브-근동 지역 책임자이자, 기자이며 인권 투사인 셰리프 만수르가 말한다. 2014년 6월 “알자지라 기자들은 테러리즘을 지원했다는 우스꽝스런 이유로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기자들이 그런 죄목으로 수감된 것은 최초의 일이다. 우리는 그저 자기 일을 수행했던 정보미디어를 그런 다양한 방법으로 공격하는 정부를 처음 보았다”고 그가 회상한다. 그 후 2명의 기자가 알시시 대통령에 의해 사면됐다. 그러나 이집트 동료들에 대한 기소와 압력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대는 ‘좌절’의 느낌을 경험한다. 마이 에자트가 자신의 직업을 설명하려고 자발적으로 사용한 최초의 단어가 바로 ‘좌절’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유력 방송그룹 자회사인 <MBC Masr>의 기자이자 프로듀서인 마이 에자트는 이제 23세 밖에 안된 젊은 여성이다. 그는 처음에 카타르 도하의 알자지라 본부에서 근무했다. 방송사에서 일하는 여성답게 세련된 태도로, 그러나 난처함을 감추지 못하며 에자트가 털어놓는다. “이 나라가 겪고 있는 대혼란은 기자를 흥분시킨다. 나는 거대 미디어에서 일을 시작한 행운을 누렸지만,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길로, 가야하는 길로 가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
<알아흐람 온라인>기자로 역시 젊은 여성인 마리암 리즈크도 이런 기분에 공감한다. “외국어를 사용하는 언론은 상대적으로 더 자유롭다. 외국어 언론에 대중들이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그가 인정한다. 이집트 사람의 1/3이 문맹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집트 사람들은 교육의 혜택과 부를 누리는 소수에게만 허용된 크나큰 자유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안타까워한다. 이렇게 명백하게 혼란한 상황에서, 수많은 기자들은 체념과 자기검열에 빠진다. “정부를 비판하거나, 다른 의견을 말하는 사람들은 배신자나 강대적국에 매수된 간첩으로 간주됐다”고 샤히라 아민이 말한다.지지 또는보복이 두려워 ‘충성하는’ 언론은 사실상 미디어를 통해 반대여론을 잠재운다. 아민에 의하면, 공영이든 민영이든 대중매체는, 음모이론을 제기하고, 무슬림형제를 악마화하고, 이집트를 파괴하려는 강대국을 원용(援用)하는 정부의 선전선동을 퍼뜨리면서 ‘세뇌’작업을 펼치고 있다.
몇몇 기자들은 알시시 정권이 이전 정권에 비해 사실상 언론의 자유를 더 보장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사우디아라비아 일간지 <알샤르크 알아우사트>(Al-Sharq Al-Awsat, ‘중동’이란 의미) 및 <BBC>의 전직기자였던 소마야 이브라힘은 원치 않았지만, 상황에 따라 홍보분야로 전직했다. 베일을 쓴 이 젊은 여성은 무슬림형제들의 가장 신랄한 비판자 중 한 명이다. 이 여성은 몇몇 미디어의 ‘시의적절한 거짓말들’에 대해 한탄하며, 망설임 없이 “그나마 기자들이 알시시 정권에서 훨씬 자유롭다”고 확신한다. 모르시 대통령 시절에는, “권력, 심지어 카타르와 터키에 대해 비판하는 자체가 금지돼 있었다”고 말한다. 카타르와 터키를 이집트의 동맹국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알시시 정권의 전제정치를 정당화한다”는 오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한 언론사는 알시시 정권에 감사를 표했다. 아마도 무슬림형제들에 대한 두려움과 모르시 정권 하에서 극단주의자들이 보여준 과도한 열정에 대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2014년 10월 26일, <알아흐람(Al-Ahram)>등 공영 신문사들, <알마스리 알륨(Al-Masri Al-Youm)>등 민영 신문사들을 포함한 가장 큰 17개 신문사 편집장들이 경찰, 군대, 사법제도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자는 선언문에 서명했다. “테러리스트들의 폭력과 이슬람 담론에 대한 투쟁에서 정부를 돕는다”는 구실에서 였다. 아민은 “이는 이집트 역사에서 유례 없는 충성서약이다”면서 격분한다. 이런 형태의 자기검열에 대한 반작용으로 6백 명 이상의 기자들이, “언론자유를 포기하는 것은 모든 이집트 기자들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것”이며, “테러리즘이 승리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온라인 청원서에 서명했다.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대중도 분열돼 있다. 신정권을 지지하거나 반대하거나, 혹은 단순히 의심하거나, 모든 시민은 언론을 불신한다. 카이로에서는 젊은 빵장수부터 정치적 힘을 잃은 정부부처의 나이 지긋한 공무원까지, 그 누구도 2011년 민중봉기에 대한 미디어의 보도를 잊지 않는다. 국영 신문사와 국영 텔레비전이 개혁가들을 배신자나 불한당으로 취급했던 것이다. 이 때 국영 언론은 모든 신뢰를 잃었다. 오늘날 반체제 인사들과 독립기자들이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 이집트인들이 정부언론과 민영언론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을까?
거대 도시 카이로의 한 가운데, 회의론자 중 한 명인 수염 난 늙은이가 보여준 태도는 아주 현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훑어보는 신문을 쳐다보며 담배에 불을 붙인다. 그리고 담배 연기를 두 모금 내뿜으며 한 마디 한다. “마지막 장만 읽으세요. 진짜 정보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입니다.” 그 마지막 장은, 부고를 싣는 난이다.

글·아지즈 엘 마사시Aziz El Massassi
엑스-마르세유 저널리즘 석사과정 졸업 뒤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공개인턴제를 통해 최근에 <르 디플로>에 합류했다.


번역·고광식


박스기사

 

많으면 뭐하나? 이집트 언론사들


60여 개의 일간지와 30여 개의 잡지가 존재하는 이집트는 아랍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언론을 보유하고 있다. 이집트의 가장 오래된 신문사들 중의 하나인 <알아흐람(Al-Ahram, 국가 소유, ‘피라미드’란 뜻)>은 동명의 거대 언론그룹이 발간하는 주요 간행물이다. 이 신문사는 아랍어, 영어(<알아흐람 위클리>와 <알아흐람 온라인>), 프랑스어(<알아흐람 에브도>)로 간행되는 10여 종의 신문을 배포하고 있다.
20세기 중반에 창설된 <아크르바르 엘륨(Akrbar El-Youm, ‘오늘의 정보’란 뜻)>과 <알곰후리아(Al-Gomhuria, ‘공화국’이란 뜻)>라는 두 개의 다른 거대 언론그룹은 <알아흐람>만큼의 명성은 누리지 못하지만, 이 언론 그룹들 역시 국가 소유다.
민간자금으로 설립된 <알쇼루크(Al-Shorouk, ‘여명’이라는 뜻)>, <알와탄(Al-Watan, ‘민족’이라는 뜻)>, <알마르시 알륨(Al-Marsi Al-Youm, 오늘의 이집트인’이라는 뜻)> 등의 일간지들은 “알시시 정권에 주기적으로 아부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어, 자유로운 어조가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알마르시 알륨>의 영어판 <이집트 인디펜던트>는 모르시 대통령 정권 하 2013년 4월 폐간됐다. 폐간 이유는 일부 편집진들이 이집트 내 최고 금기사항인 군부에 대한 비판을 심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집트 인디펜던트>의 기자 여러 명은 웹사이트인 <마다 마스르(Mada Masr, ‘광활한 이집트’라는 뜻)>의 편집진으로 들어갔다. 이 웹사이트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새로운 저널리즘의 준거가 됐다.
이 예외적인 언론사와 그 밖에 <바와베트 야나이르(Bawabet Yanair)>, <알아흐람 온라인(Al-Ahram Online)>, <웰라드 알 발라드(Welad Al Balad)>을 제외하고, 많은 이집트 언론사들은 이집트인들 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형편없는 언론사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오랜 정치적·지적·문화적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이집트는 소국인 레바논[<아스 수피르(As Sufir)>, <안나하르(An-Nahar)>, <더 데일리 스타(The Daily Star)>, <로리앙 뒤 주르(L’Orient du Jour)>, <나우(Now)>]과도, 영국에서 발간되는 신문사들[<아샤르크 알아우사트(Asharq Al-Awsat)>, <알쿠드 알아라비(Al-Quds Al-Arabi)>, <알하야트(Al-Hayat)>]에게 재정지원을 하는 보수적인 사우디아라비아와도 비교되지 못한다.

글·아지즈 엘 마사시Aziz El Massassi
번역·고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