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 바르트를 추도하다

2015-12-01     앙토니 뷔를로

2015년, 롤랑 바르트의 책들이 서점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거의 매월, 새로 발견된 바르트의 미간행 원고가 에세이와 소설(1)까지 포함해 출간돼, 1980년에 세상을 떠난 바르트의 100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바르트에 대한 책들도 넘쳐난다. 티팬 사모이요가 집필한 바르트의 전기(2)는 풍부한 내용이 돋보인다. 방대한 양의 일기, 비망록, 수첩, 편지 등 - 이 개인자료들 증 일부는 따로 출간되기도 했다(3) - 을 바탕으로 한 전기는 바르트의 인생에서 사적인 면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바르트의 어린 시절, 병을 앓은 경험, 어머니의 죽음 이후 바르트가 느꼈던 끝없는 상실감, 집필할 때의 소소한 습관, 개인적인 공간과 우정과 관련된 바르트의 삶을 보여준다. 또한 늘 움직이고, 틀에서 벗어나려 한 바르트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바르트는 1953년에 쓴 처녀작 <집필의 0도>에서 보여준 것처럼, 사르트르식의 에세이스트이자 <신화학>을 냉소적으로 비판하는 사회 비평가다. 또한 미슐레의 <푸리에>, 사드의 <로욜라>를 열독했으며, <유행의 시스템>에서 보여주었듯 응용 구조주의자다. 또한 <비평과 진실>에서 보여준 것처럼 논쟁을 좋아하며, <텍스트의 쾌락>에 비친 것처럼 쾌락주의자다. 그리고 <원숭이의 제국>, <사랑의 단상>에서 볼 수 있듯이 세밀화가와 같은 눈을 지녔고 아방 가르드식의 혁신적인 성격이다. <롤랑 바르트에 의한 롤랑 바르트>에서 알 수 있듯이 자기중심적이며, <밝은 방>에서 보여주었듯 우울한 관객이기도 하다. 성실한 전기 작가인 사모요는 바르트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바르트에 대해 “이러한 인물이다”라고 정의하지 않는다. 독자들이 바르트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읽어낼 수 있게 해 준다.
바르트의 지인들, 제자들, 소설가 샹탈 토마 혹은 비평가 앙투안 콩파뇽 같은 바르트 신봉자들도 바르트를 기리는 작업에 기여했다.(4) 이들의 증언과 기억을 통해 바르트의 목소리, 자유 의식, 따뜻한 개인주의를 알 수 있다. 이들은 바르트의 학문이 추구하는 핵심이 담긴 세미나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유익하고 감동적인 에피소드지만, 1970년대의 바르트에 대해서만 관심이 집중돼 있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바르트는 스스로를 ‘불확실한 주체’라 했다. 그는 초기에는 특정 이데올로기를 직접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개인적인 관점에서 모호하게 바라본 바르트의 저서들(5)을 주로 내놓았다. 그러다가 1960년대에는 이론 연구가 같은 입장이 강해져 비록 기존의 독자층을 잃더라도 자신의 입장에 대한 새로운 지지자들을 발견한다.(6) 반면 1950년대에는 냉소적이고 정치적인 비판을 노골적으로 하며, 사회의 신화를 깨고 사상을 가두는 그릇된 증거들을 깨려 노력했다.(7) 신랄한 비판정신으로 무장했던 바르트는 오늘날에도 큰 울림을 줄 것이다.


글·앙토니 뷔를로 Antony Burlaud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 번역서로는 <워크숍 매뉴얼>(2015) 등이 있다.
(1)Barthes가 보이지 않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Laurent Binet의 소설 <La Septième fonction du langage>(언어의 일곱 번 째 기능), Grasset, 파리, 2015년
(2)Tiphaine Samoyault, <Roland Barthes>(롤랑 바르트), Seuil, 파리, 2015년
(3)Roland Barthes, <Album. Inédits, correspondance et varia>(앨범, 미간행 원고, 서신 외), Seuil, 381페이지. 또한 참고할 자료들 : Philippe Sollers, <L’Amitié de Roland Barthes>(롤랑 바르트의 우정), Seuil, 2015년
(4)Chantal Thomas, <Pour Roland Barthes>(롤랑 바르트를 위하여), Seuil, 파리2015년
(5)Roland Barthes, <Le Grain de la voix>(목소리의 결), Seuil, 1981년
(6)Jean-Marie Schaeffer, <Lettre à Roland Barthes>(롤랑 바르트에게 보내는 편지), Thierry Marchaisse, 파리, 2015년
(7)참고할 자료 : Roland Barthes, <Ecrits sur le théâtre>(연극에 관한 글), Seuil (Points), 파리, 201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