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 환경을 죄악시하는 글래드스톤

[르포-경제위기의 현장, 오스트레일리아를 가다]
아름다운 자연풍광 뒤엔 극심한 매연과 노조 탄압
기업·정부·대학의 ‘진실’ 외면, 결국 ‘암’으로 번질 것

2009-11-05     마티외 오닐 | 언론인, 오스트레일리아

“실업 문제를 제외한다면 세계가 위기로부터 벗어나고 있다”고 국제통화기금(IMF) 수장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은 호언장담한다. 사소한 문제로 치부할 수 있지만,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환경과 건강 문제를 부차적으로 여길 정도로 고용의 미래가 중요한 근심거리로 대두하고 있다. 글래드스톤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유럽인의 의식 속에 산업단지란 개념은 북유럽 지역 도시들의 폐광이나 음울한 색조를 연상시킨다. 더 현대적으로는 안개가 자욱하고, 농촌 사람들이 몰려드는 중국의 거대도시들, 화학 폐기물로 넘쳐나는 강변이 떠오른다.

하지만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햇볕이 넘쳐나는 오스트레일리아 중부 퀸즐랜드의 깨끗한 마을 글래드스톤이 산업단지라는 사실을 안다면 사람들은 충격을 받을 것이다. 항구와 해안에는 거대한 산업단지가 들어서 있다. 도시를 대충 훑어보자. 중앙에는 도시와 항구가 있고, 북쪽 경사면에는 땅속에서 캐낸 석탄이 산을 이루고 있다. 남쪽 경사면에는 곡물 보관창고와 시멘트 제조공장이 있다.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3개의 거대한 발전소 굴뚝이 보인다. 거기에서는 매년 400만t의 석탄이 연기로 변한다. 도심에서 자동차를 타고 발전소 뒤쪽으로 20분쯤 가면 야윤 지역이 나타난다. 암모늄 질산염과 소듐 시아나이드를 생산하는 오리카사와 새로운 알루미나 정제소가 있는 지역이다. 남쪽으로 10분쯤 내려가면 바닷가에 아주 거대한 ‘퀸즐랜드 알루미나 리미티드’(QAL)란 정제소가 눈에 들어온다. 더 멀리 떨어진 보인섬에서는 BSL 제련소가 오스트레일리아 알루미늄의 20%를 생산해내고 있다.

세계적인 원자재 수요 급감이 글래드스톤에도 영향을 끼치게 될까?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제 호황기에 가장 큰 혜택을 받았던 이 도시는 전통적으로 광물자원의 개발에 의존했다. 경제학자들은 2008년 10월에서 2009년 4월 사이에 이 분야에서 일하는 1만2500명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그중 5천 명이 퀸즐랜드 주민들이라고 진단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석탄의 저장고인 보웬 광산들은 차례로 문을 닫게 될까? 정작 글래드스톤은 평온하다. 광산들은 많지만, 중국 제철소들이 아직 석탄 원료를 많이 찾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에도 불구하고 석탄들은 도착할 것이고, 알루미늄이 생산될 것이며, 배들이 짐을 가득 싣고 떠날 것이고, 모든 것이 이전과 다름없이 계속될 것이다. 안나 블라이 퀸즐랜드 주정부 총리와 케빈 러드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는 모두 노동당 소속인데, 함께 회동한 후 경제 활성화 계획과 긴급조치를 발표했다. 전국 실업률이 5%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이 수치는 4년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그러나 글래드스톤에서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고, 사람들은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 제일주의 도시 선언

글래드스톤은 천연 항구를 보유하고 있고, 섬 덕택에 대양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 기후가 덥고 건조하지만, 철로가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야운 알루미나 정제소 확장 같은 중요한 공사들이 현재 진행 중이고, 위긴스 아일랜드의 새 석탄항, 천연가스 수출 터미널 공사도 추진 중이다. 뿐만 아니라, 연방·지방 정부는 더욱 안전한 경제 운용을 위해 ‘글래드스톤 경제 및 산업 발전위원회’(GEIDB)를 발족했다. 이 위원회는 지역경제 발전을 이끌 책임을 지고 있다. 집행위원장인 개리 스캔런에 따르면 글래드스톤이 오스트레일리아 북서부와는 달리, 독보적인 일련의 경제활동들을 수행하고 있다. “다른 곳의 경제활동은 3개 혹은 4개 지역으로 분산돼 있지만, 이곳에서는 단 하나 지역에 모든 경제 서비스가 들어 있지요.”

글래드스톤의 산업 쪽 평판은 관광 분야에도 승부수가 되었다. 흔히 ‘그레이 노마드’(grey nomads)로 불리는 은퇴자들이 최근 들어 캠핑카를 타고 이곳을 자주 찾는다. 퀸즐랜드의 최대 노조인 오스트레일리아노동자연합(AWU)의 지역대표인 토니 비어즈는 글래드스톤을 오스트레일리아의 생산기관차로 묘사한다. 진정한 ‘산업 메카’라는 것이다. “변화에 적응할 줄 아는 능력 덕분에 도시가 확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퀸즐랜드와 국가를 위해 성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의 다양성을 자랑하는 발언들에도 인구가 5천 명인 이 도시의 운명은 1960년대 이후 알루미나라는 금속에, 그리고 또 그것을 생산해내는 리오틴토라는 기업의 재정에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퀸즐랜드 북부 웨이파 광산으로부터 석탄 배에 실려 내려오는 보크사이트는 QAL 정제소에서 알루미나로 탈바꿈한다. 붉은색이 넘쳐나는 건물, 관, 통로들 사이로 흰빛 소용돌이가 솟구치는데, 이 모두가 어마어마한 장관을 이룬다. 이곳 주민들의 표현을 빌리면 이것이 세계에서 가장 큰 알루미나 정제소의 모습이다.

알루미나는 보인 제련소에서 알루미늄으로 바뀐다. 보인 제련소는 발전소가 생산하는 에너지의 절반을 소비하고 있다. 야운 정제소가 2007년 7월 공장을 확장하기로 발표한 것은 이 산업이 글래드스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확인시켜준다. 그러기에 야운 정제소와 보인 제련소에서 600개 정도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리오틴토의 2009년 4월 7일 발표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글래드스톤의 남자들은 대부분 감청색 셔츠를 입고 있다. 노동자들은 형광색 밴드를 걸치고 있는데, 안전상의 이유 때문이다. 행정인력들은 고용주의 로고를 달고 있다. 시의회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케일 덴들은 당연히 푸른색 셔츠를 입고 있다. “인력 감축 소식이 전달되기 이전까지 많은 사람들은 거대한 충격보다 작은 동요에 불과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놀랐기에 반향이 클 겁니다.” 불행한 소식은 사람들을 여전히 혼란스럽게 만든다. 애초 발표는 인력 감축이 계약직으로 일하는 570명, 야운의 정규직 15명, 보인 제련소의 노동자 20명을 대상으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최종 숫자는 800명, 게다가 1100명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사람들은 최선의 상황과 최악의 상황에 익숙해졌다”고 시의회 멤버인 맥신 브러시는 말한다. 실제로 도시는 단계별 계획에 따라 건설되었다. 그에 따라 QAL 정제소가 1960년대 말에, 제련소가 1980년대 초에, 그리고 오리카, 발전소의 리노베이션, 항구 확장, 시멘트 오스트레일리아, 리오 틴토 야운이 차례로 이루어졌다. “거대한 산업 프로젝트가 하나씩 달성될 때마다 ‘붐과 파산’(boom and bust) 주기를 낳았다”고 스캔런은 설명한다.

실업 공포, 위태로운 주민들의 삶

통상적으로, 경제활동이 시작되면 천천히 가속도가 붙고 정점에 도달했다가 건설이 끝날 때까지 조금씩 완화된다. 스캔런은 말을 이어간다. “지금은 완만한 감속 대신 갑작스럽게 결정이 이루어졌기에 충격이 더 큽니다.” 관련 노동자 수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500명은 상당히 많은 수입니다. 그것은 2천 명에게 직접 영향을 끼칩니다. 간접적인 여파에 대해서는 누가 아나요?” 지역 신문인 <글래드스톤 옵서버>의 개리 톰슨은 “계약직들이 떠나더라도 남아 있는 자들이 하청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예전엔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는 세대가 존재한다. 15년 전부터 위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회보장센터에서는 관련 모임 개최를 위시한 예방적 조치가 이미 취해지고 있었다. 샌드라 와이즈먼이 법률 자문가, 재정가, 부부, 세입자 등 참가자들에게 배포될 두꺼운 팸플릿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미 익숙한 이야기를 꺼낸다. “우리는 이미 겪었거든요.” 관광안내소에서도 동일한 표현을 들을 수 있다. 그녀는 말한다. “최선의 상황과 최악의 상황을 우린 알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겁니다. 그러나 글래드스톤 출신이 아닌 계약직들이 주로 대상입니다. 익숙한 일이기에 그들은 이 사실을 미리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주요 당사자들은 어떻게 느낄까? 요트 클럽의 한 바텐더가 확신하는 것처럼, 그들은 별로 놀라지 않은 채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내 남편은 간신히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다른 사람들은 그런 기회를 얻지 못했어요. 모든 사람이 두려워하고 있어요.” 그리고 모든 계약직이 외국인인 것은 아니다. 지역 하청회사에서 일하는 봅이 바라볼 때 “80%의 사람들이 자신들 미래가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한 채 불타오르는 석탄 위에 올라가” 있다. 그에 따르면 하청회사들이 떠맡는 일 대부분이 리오틴토와 관련돼 있다. “우리 노동자가 이 회사 기계들을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리오틴토의 활동이 줄어들면 우리 일도 줄어듭니다. 효과가 도시 상층부에서 하층부까지 영향을 미치지요.”

반면 리오틴토 경영진은 알루미나 국제 가격이 60% 하락했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항변한다. 2007년 11월 캐나다에서 알칸사를 사들이면서 진 빚을 되갚기 위해 인력 감축이 단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리오틴토를 세계 1위의 알루미늄 생산회사로 만들기 위해 무려 380억 달러를 쓴 것이다. 이 회사는 중국 컨소시엄 시날코의 지분 참여를 유도하면서 자금을 조성하려고 애썼다. 노조 조합원인 토니 비어즈에 따르면, 시날코와의 협상이 정부 승인을 받지 못하면 퀸즐랜드에서 2500명을 자를 것이라고 리오틴토의 경영자들이 2008년 12월에 말했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협박이었지요!”라고 그는 흥분했다.

마침내 리오틴토의 경영자들은 영국-오스트레일리아 합작회사인 BHP와 협정을 체결했다. 이런 사실은 소문난 중국통인 러드가 이끄는 연방정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러드는 오스트레일리아가 중국의 ‘친구’로 남아야 한다는 염려와 시날코가 협상 테이블 양쪽을 모두 차지하는 것, 다시 말해 원료의 구매자이자 판매자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서 고민했다.(1) 협정 발표는 글래드스톤에 큰 위안을 주었다. 야운 정제소가 문을 닫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기 때문이다. 애초 발표 이후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그렇게 파국적이지는 않았다고 톰슨은 설명한다. “일부 사람들이 실직할지라도 도시가 망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위기로 인한 주요 결과는? 글래드스톤이 리오틴토에 극도로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난 점이다.

철저한 노조 배제의 원칙

비어즈에 따르면 <글래드스톤 옵서버>는 기업에 비판적인 기사들을 싣는 것을 싫어한다. 실제로 리오틴토는 글래드스톤의 ‘빅5 ’, 다시 말해 보인 제련소, 두 개의 알루미나 정제소, 발전소, 탄광을 전체 혹은 부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기업은 도시의 노동자 대부분을 직접 고용하고 있으며, 간접적으로는 지역의 모든 기업이 연계돼 있다. 산업 다변화가 이뤄질지는 2010년 말에야 빛을 보게 될 액체가스 수출 터미널의 건설을 봐야 알 수 있다. 당장은 리오틴토의 막대한 권력이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는 중이다. 톰슨은 이렇게 말한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반감을 느낍니다. 리오틴토가 기업의 정체성에 대한 자신의 약속, 즉 자신의 공동체에 전념한다는 약속을 준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리오틴토는 단지 리오틴토만 돌볼 뿐입니다.”

글래드스톤에서 ‘리오틴토 모델’이라 불리는 것, 즉 노조를 배제한 고용주와 피고용자 사이의 직접적 관계는 1993년 시작된 협상의 결과물이다. 노동당 소속 총리였던 폴 키팅은 단체협약에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 산별협약 차원에서 협상할 수 있던 노조의 권한을 폐지했다. 3년이 지난 후 극도로 보수주의적인 존 하워드가 권력을 잡자, 그 역시 이런 노선을 계속 밀고 나갔다. 사람들은 더 이상 ‘산업관계’에 대해 말하지 않는 대신 ‘작업장 관계’란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차후에는 기업이 노조 결성을 받아들이려면 노동자 대부분이 그것을 요구해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오스트레일리아작업장협약(AWA) 혹은 개별 노동계약의 도입에는 집단적인 노조 협약을 포기하는 자들에게 많은 임금을 제공하는 방식이 뒤따랐다. 그런 식으로 노조들이 박살난 것이다.

2004년 상원을 장악하면서 보수주의자들은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완전히 적용시킬 수 있었고, 거기에 ‘노동 선택’(Work Choices)이란 이름을 붙였다. 작업장에 접근할 수 있는 노조의 권리는 제한되었다. 과도한 해고에 맞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률들은 100명 이상의 노동자를 거느린 기업들에만 적용되었다. AWA에 서명하기를 거부하는 노동자는 ‘경영상의 이유’를 명분으로 해고될 수 있었다.

비어즈는 QAL과 글래드스톤 전역에 오직 하나의 단체협약만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보인과 야운에서는 노동자가 노조 결성을 시도할 경우 실직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글래드스톤이 ‘노동 선택’에 대항해 저항이 가장 활발하게 전개되었던 지역이라고 강조한다. 이 지역의 노동자 6천 명이 이런 개혁에 맞서 저항했고, 그러한 거부가 2007년 하워드 정부의 실각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페어워크’(Fair Work)란 이름이 붙은 새로운 노동법이 현재 정부의 2인자인 줄리아 길라드 교육노동부 장관 주도로 채택되었다. 차후에는 노조가 작업 장소에 접근하려면 단 한 명의 노동자가 요청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과도한 해고에 맞선 보호책이 15명 이상의 노동자가 있는 모든 회사에 적용된다.

하지만 리오틴토는 ‘노동 선택’의 모든 가능성을 완전히 활용했다. 최근까지도 “노조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기 위해, 경영진과 협상하기 위해 작업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노조들은 바깥사람들과 논의해야 했으며, 5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들이 ‘철의 장막’을 지나 보인 제련소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톰슨은 설명한다.

비행기 안에서 만난 짐은 제련소 보수작업을 위해 글래드스톤에서 며칠 동안 작업하러 태즈메이니아에서 건너온 ‘계약직’이다. 그는 자신과 동료들이 도시를 산책할 때 제련소 노동자 셔츠를 입어야만 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왜 그래야 하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많은 독립노동자들이 그곳에서 일하는지 타인들이 알아볼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겠지요.” 결과적으로 AWA를 거부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계약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글래드스톤에서 리오틴토는 계약직 모집 혹은 재도급자 모집을 확대했다. 회사는 그들의 휴가나 건강, 혹은 해고로 인해 야기되는 비용을 지불할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의 영향력 아래 놓인 대학

대학 역시 그들의 영향 아래 놓인 것처럼 보인다. 센트럴퀸즐랜드대학에는 경금속 엔지니어링 연구소가 설립돼 있다. 연구소 이름은 ‘프로세스 엔지니어링 및 경금속 연구소’(PELM)인데, 기업들과 협력해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작업을 구체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서”이다.(3) 그러나 산업계의 참여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레오 주시모 빌딩(4)에는 회의장, 대학 총장실, 그리고 리오틴토 인력개발지원센터가 입주해 있고, 또 글래드스톤 청정석탄센터가 들어서 있다. 입구 쪽 홀에는 놀라운 음향효과를 곁들인 축소 모형이 3부에 걸쳐 석탄의 역사를 보여준다. 선사시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시기가 망라돼 있으며, 글래드스톤과 흡사한 항구 모습이 보인다. 방문자들은 전기 세대에도 석탄의 사용이 “덜 위험한 가스 배출과 더불어 점점 더 효율적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글래드스톤의 보수주의자 시장인 조지 크리드는 2010년까지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곧 ETS(Emissions Trading Scheme)를 세우려는 연방정부의 계획을 공공연히 반대한다. 그는 이 프로젝트가 특히 부적절한 시기에 도시의 미래를 위태롭게 할 위험이 크다고 주장한다. “1년이나 2년을 기다리는 것은 아무에게도 해가 돌아가지 않습니다. 반면 그걸 지금 만드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 대단히 불리합니다.”(5)

시 자문역인 맥신 브러시는 탄소시장을 지지하지만, 제시된 메커니즘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한다. “오스트레일리아는 그 무엇을 변화시키려는 중일까요? 이 문제에 대해선 더 진지한 토론이 필요합니다.”

인구에 비해 오스트레일리아는 세계에게 환경오염이 가장 심한 나라에 속한다.(6) 그런데도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는 석탄 수출을 크게 늘리기를 원하고 있다. 2008년에 피터 개릿 연방 환경장관은 글래드스톤 항구의 물동량을 늘리려는 결정을 정당화했다. “우리는 경제적 측면, 특히 고용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석탄산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는 환경에 대한 영향이 고려되었고, 청정 석탄 프로그램과 특히 탄소를 따로 모아 가두는 기술을 충분히 연구했다고 주장했다.(7) 기술들은 일러야 2015~2020년에 적용될 것이다. 따라서 그 기술들은 오스트레일리아가 간간이 수출하게 될 탄소 방출의 대량 증가를 저지할 ‘위험’이 없다.

환경에 무감각한 정부와 기업

맥주병의 높은 재활용 비율과 각 가구의 태양 집열판 설치에 만족한 오스트레일리아인들은 다음 가뭄을 맞이할 때까지 그에 대해 다시 이야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 AWU의 챔버스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나는 1967~68년에 글래드스톤에 도착했습니다. 옛 도살장 자리에 알루미나 정제소가 막 들어서던 때였습니다. 대학은 항구에 의해 건설되었습니다. 석탄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그 누가 석탄에 대해 불평할 수 있을까요?”

톰슨은 석탄 먼지가 “아주 현저히 해롭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아무도 강 저편에 쌓여 있는 거대한 석탄더미를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대기 중에 떠돌아다니지만 사람들이 눈으로 볼 수 없는 흰 먼지들도 무수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또 “만약 QAL 정제소가 오늘날 건설된다면 바닷가가 아닌 외딴 시골에 지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글래드스톤 알루미나 정제소의 배출물 속에 들어 있는 ‘유기화합물’에 대해 연구하는 PERM의 릴리언 드 토레스 연구원은 아세톤이나 톨루엔 같은 것을 80번 이상 조사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녀는 2010년으로 예정된 자신의 실험이 끝나기 이전에 그것들의 해악에 대해 언급하기를 원치 않는다.

2009년 3월에 비정부기구인 클린에어 소사이어티는 글래드스톤의 대기에 관한 토론회를 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퀸즐랜드 환경보호국(EPA)이 행사의 재정을 지원했다. 클린에어 소사이어티 멤버이자 퀸즐랜드대학 소속인 돌리 교수에 따르면 EPA가 “자신을 드러내기 원하지 않았으며”, “일들이 비공식적으로 진행되기를” 소망했다. 왜 그랬을까? 비록 “다른 지역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 할지라도”, 모범 시민인 글래드스톤 사람들은 ‘위험사회’(Risk society)*에 대한 너무 완벽한 정보가 주는 부작용으로부터 보호받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1996년부터 2004년까지 글래드스톤에서는 22건의 만성적인 림프구성 백혈병 사례가 발견되었다. 반면 퀸즐랜드 지방과 규모가 비슷한 다른 도시에서는 그 수치가 14건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8) EPA는 2010년에 자신의 연구 결론을 출간할 계획이다. 알루미나 정제소 배출물이 주민들의 건강을 해치는지의 문제에 대해 돌리 교수는 서오스트레일리아 웨이도아에서 정제 활동과 관련된 ‘유기화합물’이 ‘불안감’을 확산시켰다고 답했다. 동시에 그는 암을 유발하는 장소들의 원인에 대해서는 밝혀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AWU 소속 노조원인 비어즈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글래드스톤에 유해물질과 배출물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기업들은 그것을 고치기 위해 열심히 일합니다. 단 하나의 산업을 공격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토론을 이끄는 소수의 압력단체도 존재하지요. 그러나 당신에게 한 말씀 드리고 싶네요. 만약 당신이 브리즈번을 방문한 다음 큰길가에 서 있어보세요. 당신이 어떤 공기를 마시게 될지 아십니까?”

저널리스트인 존 필저는 몇 년 전 <태양은 오스트레일리아를 빛나게 하는 광택>이란 제목의 글을 썼다.(11) 이 표현은 글래드스톤 시의회 현관의 좋은 자리에 붙일 만하다. 그림엽서 같은 색깔을 띤 이 도시에서, 산업계와 노조가 생산량 증대를 목표로 맺은 협정이 재정 위기 때문에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항상 더 높게, 항상 더 멀리 전세계 비행기가 하늘을 날 수 있도록, 걸프 지역은 석유를 생산하는 왕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글래드스톤은 (자신을 갉아먹는) 자신만의 암을 안고 있다.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글·마티외 오닐 Mathieu O‘Neil

번역·이상빈 malraux21@ilemonde.com
파리8대학 불문학 박사. 역·저서로 <현대 프랑스 문화사전>과 <나폴레옹의 학자들> 등이 있다. 


<각주>  

(1) 2009년 3월 연방정부는 차이나 민멘탈이 오즈 미네랄스를 사들이는 것을 차단했다. 또 시날코는 전세계에서 세 번째로 보크사이트 저장량이 많은 베트남에 진출하려고 시도했다. 장클로드 포몽티, ‘베트남, 중국 그리고 보크사이트’(Le Vietnam, la Chine et la bauxite), <플라네트 아지>(Planète Asie), 2009년 7월 3일자 참조.

(2) 2009년 5월 13일 오스트레일리아 기업 BG는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와 발전 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3) ‘A Material World’, <인포커스>, Central Queensland University Gladstone, 2008년 여름호.

(4) 레오 주시노는 글래드스톤 발전을 담당하는 핵심 조직인 항만국의 수장이자 글래드스톤 경제산업개발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5) 매슈 프랭클린 & 레노어 테일러, ‘Labor heartland turns on ETS’, <The Australian>, 시드니, 2009년 3월 17일자.

(6) 앤 데이비스 & 브라이언 로빈스, ‘Greenhouse gases: we are among worst polluters’, <The Sydney Morning Herald>, 2007년 11월 15일자.

(7) 페트리나 베리 & 에반 슈와르텐, ‘Garrett defends increased coal exports’, <The Australian>, 시드니, 2008년 7월 28일자.

(8) 멜라니 페트리넥, ‘Study of ‘chronic’ disease numbers’, <The Gladstone Observer>, 2009년 2월 6일자.

(9) 존 필저, <Distant Voices>, Vintage, London, 1994.

글래드스톤은 어떤 곳

- 면적: 글래드스톤 지구 143.7㎢, 글래드스톤시 67.1㎢
- 인구: 글래드스톤 지구 4만5587명(2008년), 글래드스톤시 3만2400명(2006년 인구조사)
- 실업률: 퀸즐랜드 5.7%(2009년 8월), 글래드스톤시 5.4%(2006년 기준)

수치로 본 오스트레일리아

- 면적: 768만6850㎢
- 수도: 캔버라
- 인구: 2190만2828명
- 활동인구: 1077만3600명(전체 인구의 49%·2009년 2분기 기준)
- 실업률: 2008년 2/4분기에 4.5%, 2009년 2분기에 5.8%. OECD에 따르면 실업률이 2010년에 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됨.
- 국내총생산: 2000년 기준 4162억 달러(2875억 유로), 2008년 기준 7668억 달러(5298억 유로)
- 성장률: 2007년에 +2%, 2008년에 +1.5%, 2009년 2분기에 +0.6%
- 국내총생산에서 각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
  농업 3.8%(2005년), 3%(2007년)
  공업 26.3%(2005년), 26.4%(2007년)
  서비스업 69.9%(2005년), 70.6%(2007년)
- 노동자 평균임금(2007년): 남성 3117달러(2150유로), 여성 2192달러(1512유로)

용어 설명

위험사회(Risk Society)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1986년 출간한 <위험사회>(Risk Society)에서 현대 서구사회를 문명의 화산 위에서 살아가는 ‘위험사회’로 규정했다. 그가 말하는 ‘위험’(risk)은 ‘danger’나 ‘hazard’와 달리, 우리 주위에서 예측할 수 없는 가운데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위험을 가리킨다. 벡이 책을 출간할 당시엔 북서유럽 지방의 상당 부분을 방사능으로 오염시킨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대한 공포가 유럽을 지배하고 있었다. 벡은 근대 산업사회는 발전 과정에서 과학기술의 과도한 도구적 활용으로 그에 따른 수많은 문명적 파행성을 낳아왔는데 이제 그 파행성은 인간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위험’의 논리로 변질되어 사회체제 전반에 침투해 있다고 말한다. 이는 대도시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교통사고, 환경오염, 산업재해, 인간성 파괴 등이 바로 그것이다. 과학과 기술은 그간 현대의 환경적 위험과 그 밖의 다른 위험들에 대한 해결책으로 간주돼왔지만 오히려 정반대로 그런 위험들에 대한 원인이 돼가고 있다는 게 벡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