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서 정치로 옮겨간 기후온난화

2015-12-14     필립 데캉스

11월 30일부터 12월 11일까지 파리에서 개최될 21차 국제연합(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는 실패해선 안된다. 시간이 촉박하다. 산업국들 전체가 책임지고 온실효과 가스배출을 대폭 감축해야 한다. 과거의 기후에 대해 밝혀진 것들을 보면 인간의 활동과 최근 수십 년 동안 확인된 기온상승을 연관 지을 수 있다. 1.5°C 이상의 기온상승을 허용한다는 것은 혼돈으로 치닫는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 될 것이다. 이런 경로를 바꾸기 위해서는 난관에 부딪혀온 기후변화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파리에서 찾을 합의가 속임수에 불과하지 않도록, 각 정부는 인류의 진보와 성장추구의 조화를 도모하고, 화석에너지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지구는 지금보다 훨씬 더울 때도 추울 때도 있었다. 해수면이 지금보다 높을 때도 있었고 낮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지구에 73억 인구가 살기 훨씬 전의 이야기다. 신속히 기상이변의 원인을 찾고, 해결하지 않는다면 혼란은 예고된 일이다. 11월 30일 파리총회에 참석하는 196개국은 더 늦기 전에 온실가스 배출 감소 및 통제에 관한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 우려스러운 조짐이 점점 커지는데도, 산업국가의 약속들은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분하지 않다. 명목적인 협의만 이루어진다면 화석에너지 사용을 기반으로 한 발전모델, 끊임없는 생산성 지상주의 추구, 국가 간 불평등 교역와 같이 정작 시급하고도 중요한 화두가 뒷전으로 밀려날지도 모른다.


남극의 밤기온은 영하 60도를 넘기 힘들다. 보스토크 베이스캠프에 세워진 막사에 모인 연구원들은 조지 브라상이나 블라디미르 비소토스키의 노래를 부르며 사기를 다진다. 더디게 진척되는 개발 소식이 반가울 리 없다.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힘을 잃은 집단지도제의 소비에트 정부에게 스태그플레이션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해결하도록 자극하는 전략방위구상을 내놓았다. 미국 비행기로 소요 물자를 공급받는 프랑스와 소비에트연방 출신 과학자들은 기후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정보를 수집한다. 그들의 목표는 발밑에 있는 3,700m 두께의 빙하 아래쪽으로 내려가면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1985년 2월, 연구진은 지난 16만 년 간 지구의 기후에 관한 중요한 자료가 될 빙하샘플 채취에 성공했다. 그리고 2년 간 이 샘플을 분석한 끝에, 지구온난화 관련 연구의 근거자료를 찾았다. 지구는 현재보다 더 따뜻할 때도, 추울 때도 있었지만 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 변화에 의한 것이다. 19세기 중반 산업혁명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꾸준히 높아졌으며, 현재는 연일 최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이산화탄소와 직접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해양퇴적물 샘플, 메탄가스 등 기타 온실가스 연구로 보다 확실해지자, 유엔은 198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채널(IPCC)을 창설했다. IPCC는 과학적 자료를 검토해 현재 기후에 대해 밝혀진 모든 지식을 세계 각국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1990년 첫 번째 보고서를 시작으로 2013년 다섯 번째 보고서(1)까지 IPCC가 내린 결론은 점점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온난화는 분명한 사실이며 1950년부터 관측된 기후변화의 대부분은 수십, 수천 년 전 이래 유례없는 일로, 대기와 해양의 온도는 상승했고, 눈과 얼음으로 덮인 지역은 감소했고, 해수위는 높아졌고, 온실가스 농도는 짙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에 대해 점점 확신하게 됐다. 그들은 “인간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분명해졌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온실가스 배출을 지속적으로 대폭 감축해야만 한다”고 했다. IPCC는 기후모델을 통해 최근 기후의 변화과정을 밝히고, 온실가스 배출에 관한 4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향후 수십 년의 기후를 예측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전혀 안 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지금부터 2100년까지 지구의 전반적인 온도는 4도 이상, 육상의 온도는 6도 이상 높아져, 말 그대로 카오스가 된다. 중립적인 시나리오도 중기 간에 지구의 온도가 안정화된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온도 상승 한계선(15면 에릭 마르탱의 기사 참조)인 2도 미만으로 상승폭을 유지하는 경우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만 가능하다. 지구의 온도가 지금보다 2도 이상 높아지면 그린란드의 빙상이 급속히 녹아내리고, 해양심층수의 흐름이 변하며, 북극의 영구동토대(2)가 녹으면서 이산화탄소를 대거 방출하게 돼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지구에 막대한 빚을 진 선진국들

그렇다면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한번 보자. 즉시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여 2~3세대 안에 온실가스 배출량 ‘0’을 실현한다는 것이다. 1992년 리우 회담에서 기후변화협약이 채택된 이래, 공식적으로는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고,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가 “지구를 구하자”고 입을 모은 뒤에도 상황은 계속 악화됐다. 1990년에는 230억 톤이었던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이 2013년 353억 톤으로 증가했다.(3) 1980~2011년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책임 할당은 신흥산업국의 등장과 인구 증가로 인해 2배가 됐다.
기후는 최빈국이 겪는 불균형과 불평등, 위협을 배가시킨다.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지 못한 국가들은 발전혜택도 누려보지 못한 채, 이미 가뭄, 태풍, 열대계절풍의 이상현상 등 기후변화의 역풍을 맞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아직도 6억 2천만 명이 전기 없이 사는데도, 사막은 사헬 지대까지 확대 중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막중한 책임은 선진국, 특히 미국에 있다. 석유기업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살펴보자. 셰브론이 창립 당시부터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총량은 1850년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외한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지역 배출량의 10배 이상이다. 가즈프롬의 경우 전체 아프리카의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이고, 사우디 아람코는 남미 전역의 배출량을 초과했다.(4) 석탄·석유·가스의 사용이 이상기후의 주원인임에도 불구하고, 2013년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공공지원금의 4배를 넘는 4,800억 유로가 화석에너지에 할당됐다.(5) 이 문제에는 국가 간의 알력이 개입할 틈이 없건만, 전 세계적 협력의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미국 상원이 1997년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고,(6) 2009년 코펜하겐 회의가 실패한 이후 이번 파리 총회는 “국가 차원에서 결연하게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에 동참”하길 바라며 자발적인 선언을 유도하기 위해 면밀히 준비해온 것이다. 10월 중순, 온실가스 배출량의 87%를 차지하는 148개국은 로드맵을 발표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나라 중 참여하지 않은 나라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뿐이다. 당사국들의 계획은 야심찼다. 중국은 2030년을 기점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것으로 내다봤고,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미국은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5%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로랑스 튀비아나 기후변화협상대사는 “각국이 약속한 사항은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으나, 총회 이후 지구 온도 상승폭을 한계선인 2도 미만으로 유지하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간이 흘러도 정기적으로 공동목표를 재설정하는 조항이 이번 파리협약에 포함돼야 한다. 그래야만 각국이 주어진 기간 내 약속이행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궁극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7)이라고 설명했다.
주재국인 프랑스가 2020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발효 가능한 협약에 도달하기 위해 펼치는 전략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문제를 피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내용도 모호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감축 목표량, 전 세계적 배출량의 최고점, 통제 메커니즘 등이 불확실하다. 해상 및 항공 운송에 대한 세금부과 문제도 금기로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류를 황무지로 이끄는 생산수단에 대한 고찰이 이루어지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미국, 독일, 페르시아만 연안국들은 결코 그들이 기후에 미친 영향을 수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지구에 진 빚’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전 지구적인 노력이 절실한 때

개발도상국들이나 빈국들은 화석에너지의 사용 없이 국가발전을 이룰 수 있는 금전적 보상을 기대한다. 하지만 이에 필요한 자금, 연간 약 1천억 달러를 조달할 방안을 찾기 어렵다. 제21차 총회 준비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사회적 책무나 환경보다 항상 비즈니스를 중요시했던 다국적기업의 역할이 점점 커졌다는 것이다. 경영자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기후에 관한 협약이 체결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하지만, 뒤에서는 “경제적으로 개방되고 투명하며, 소요 에너지를 예측할 수 있고, 원자재를 지속적으로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받기 위해 범대서양 시장을 만드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8) 화석에너지 사용을 멈춰야만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다. “전 세계는 하나”라는 연대의식의 강화를 위해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아야만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에 모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리우 회담 당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미국인의 생활방식을 놓고 협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 ‘미국인의 생활방식’은 모든 이들이 공감하기에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그 생활방식을 개선하지 않은 탓에 지난 20년을 허비했으며, 지금도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 마련을 어렵게 하고 있다.
토양에 더 많은 탄소를 가두거나, 태양광선을 제한하는 등의 지구공학적 대책은 현실성도 떨어지며, 부차적이다. 이런 대책만으로는 시간만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 북유럽국가들은 1990년대 초부터 ‘탄소세’의 도입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그들은 교통수단과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을 위한 자금을 지원했다. 그렇게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감축하고도 국가 번영을 지속했다. 풍력이나 태양열 발전 설비를 위해 필수적인 금속은 점점 귀해진다. 따라서 늘어나는 수요를 재생가능에너지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용량 감소·재사용·재활용에 대한 노력은 삶의 질을 더 이상 ‘축적’이 아닌 다른 기준에 두는 소비방식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낙관론자들은 국제에너지기구에서 최근 발표한 수치를 내세운다. 2014년 세계경제는 3% 성장했으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증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9) 경기 호조 덕분일까? 아니면 이산화탄소 배출과는 무관한 성장이 시작된 것일까? 지구온난화 문제를 인식한 수많은 단체들의 등장과 프란체스카 교황처럼 의식 있고 영향력 있는 인사가 나서는 모습에서 문제 해결의 희망을 찾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듯하다.
2009년 오존층 보존을 위한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비준된 역사상 최초의 협약이 됐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이에 못지않게 야심찬 전 지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글·필립 데캉스 Philippe Descamps


번역·서희정 mysthj@gmail.com

 


(1) 실무그룹 1의 보고서 <과학적 근거>에 2014년 실무그룹 2의 보고서 <영향, 적응 및 취약성>과 실무그룹 3의 보고서 <기후변화의 완화>가 추가됐다. 웹사이트(www.ipcc.ch)에서 누구나 모든 보고서를 열람할 수 있다.
(2) 지하 깊숙이 얼어있는 토층.
(3) <Trends in global CO2 emissions : 2014 Report>, PBL Netherlands Environmental Assessment Agency, 헤이그, 2014.
(4) Richard Heede, ‘Tracing anthropogenic carbon dioxide and methane emissions to fossil fuel and cement producers, 1854-2010‘, <Climatic Change>, vol. 122, n°1, 베를린, 2014년 1월, 그리고 CAIT Climate Data Explorer 2015, cait.wri.org
(5) ‘World Energy Outlook’, 국제에너지기구, 파리, 2014.
(6) 191개국이 비준했다. 산업국가 38개국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약속했다.
(7) www.cop21.gouv.fr
(8) 2014년 10월 9일 기밀해제로 공개된 2013년 6월 13일자 유럽협상지침 37번 항목. 관련 기사는 본지 웹사이트(www.monde-diplomatique.fr/dossier/GMT)를 참조.
(9) <Energy and climate change. World Energy Outlook special report>, 국제에너지기구,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