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같은 아프리카의 인구통계학
아프리카에 대한 인구전망이 분석가들을 당혹시킨다. 아프리카대륙이 여전히 높은 출산율을 보이며 통상적인 인구전환기의 그 어떤 도식도 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인구의 예외적인 증가가 경제 성장의 가능성과 그 혜택을 축소할 전망되지만, 실제로는 아프리카의 인구통계학을 섣불리 예단하긴 어렵다.
유엔(UN)은 통상적으로 아프리카 인구가 지금부터 2050년까지 2배가 증가되어 24억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유엔(1)은 2011년, 그 수치를 40억 명으로 늘려 잡지 않았던가? 인구수치가 경제성장 수치와 맞물려 돌아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엔이 작성한 이 같은 인구 통계는 아프리카 대륙 발전의 전망을 뒤흔들게 될 것이다.
사실, 아프리카경제의 미래(2)에 대한 아프리카 개발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그리고 유엔개발계획(UNDP)의 최신 보고서들은 지난 4년 동안 아프리카에서 관찰된 4~5%대의 국내 총생산(GDP) 평균 성장률이 2015년과 2016년에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이 같은 성장률은 유로존(2014년 기준, 0.9%의 성장률 기록)과 중남미(1.7%의 성장률 기록)에 비하면 훨씬 높고, 동남아시아(7%의 성장률 기록)에 비해서도 준수한 편이다. 그러나 아프리카대륙의 국민 1인당 소득증가율은 하락했다. 유로존 및 중남미와 아시아의 국민 1인당 소득증가율은 각각 0.4%, 0.6%, 6%대로 감소한 반면에, 사하라사막 남쪽 아프리카의 국민 1인당 소득증가율은 1.6%로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아프리카의 인구증가는 향후 수십 년 동안 현지 국민의 삶의 여건을 개선하는데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전망 때문에 긴급조치가 필요하지만 별다른 대책이 강구되지 않고 있다.(3)
현재 세계인구의 연간 증가율은 1.2%인데 반해, 아프리카는 2.5%의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유럽의 인구 증가율이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남미와 아시아는 세계 인구증가율과 궤를 같이하고 있고, 북아메리카는 이보단 낮은 수치(0.4%)를 기록 중이다. 따라서 아프리카는 이런 인구전환기의 큰 움직임(사망률과 출산율이 동시에 하락하는 상황) 속에서도 인구변동에 둔감한 셈이다. 이건 단순한 시간차이에 불과한 것일까? 사실, 인구통계학적 전환기에는 흔히 사망률저하가 출산율하락보다 먼저 진행된다. 따라서 (인구통계학적 측면에서 볼 때) 급속한 인구증가단계는 곧 불안정한 인구전환기 기간(출산율하락에 앞서 사망률저하가 먼저 진행되는 기간)을 의미한다. 이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인구도 덩달아 증가하게 된다.
또, 수십 년간 꾸준히 2%이상의 연간 인구증가율을 보인 중남미와 아시아의 인구는 1950년과 2050년 사이에 각각 지금보다 4.7%와 3.7% 더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하라사막이남 아프리카의 연간 인구증가율은 60년 전에 이미 2%대를 넘어섰다. 이 같은 증가세가 앞으로도 수십 년간 지속될 전망이다. 2050년경에 이르면 이 지역의 인구는 분명 지금보다 11% 이상 증가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2050년 이후에도 인구증가가 꾸준히 진행될 수도 있다. 사하라사막이남 아프리카는 북아프리카와 현격히 다른 특이한 인구변화를 보이고 있다.(4)
이는 지속적으로 높은 출산율의 산물이다. 인구전환기 초기, 사하라사막이남 아프리카의 출산율하락 속도는 중남미와 아시아에 비해 더디게 진행되었다. 따라서 현재 이 지역의 출산율은 다른 두 지역의 40년 전의 출산율과 맞먹는다. 하지만 이 같은 인구증가율은 사망률하락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1950년 이후 아프리카인의 기대수명은 36세에서 57세로, 20년 이상 늘어났다. 물론 이는 세계 평균기대 수명(2010~2015년 사이, 세계 평균 기대수명은 70.5세)과는 큰 차이가 있다. 예컨대 사망률(전체인구 대비 사망자 수)저하가 출산율저하 여파로 인해 발생되는 자연인구증가율 감소를 저지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국제 인구통계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 때문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유아 또는 청소년의 사망률하락은 종종 출산율하락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사하라사막이남 아프리카인들은 뒤늦게, 즉 자녀들이 다 장성한 이후에야 비로소 이들 대부분이 살아남은 것을 깨닫는 경향이 있다. 1950년 이후, 사하라사막이남 아프리카의 유아 및 청소년 사망률은 3분의 1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출산율에 아무런 변동이 없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결혼이나 사회가 인정하는 각종 형태의 결합으로 자녀를 출산하는 아프리카에서는 결혼나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참고로 튀니지에서는 높아진 결혼 적령기가 급격한 출산율하락에 기여했다. 하지만 2003년 사하라사막이남 30개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아직도 이들 지역에선 조혼(5)이 남아있다. 이들 국가들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20여 개국에서 인터뷰에 응한 20세에서 25세 사이의 여성 중 절반 이상은 20세 이전에, 그리고 다른 7개국에선 75% 이상의 여성이 20세 이전에 결혼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하라사막이남(6) 34개국의 결혼적령기를 비교 연구해 2013년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들 지역의 결혼연령이 단지 0.3년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결혼연령이 더디게 높아지거나 심지어 일부 국가에선 이에 대한 변화가 전혀 없는 셈이다.
한 국가의 출산율은 종종 그 곳 국민이 원하는 자녀수와 거의 일치한다. 물론 중국이나 인도에서처럼 출산율 억제정책 때문에 원하는 만큼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예외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갖고 싶은 자녀수가 2~3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선 이 수치가 아주 높다. 2010년(7) 연구 자료에 따르면, 26개국 중 18개국의 기혼 여성들이 원하는 “이상적인 평균 자녀 수”는 5명 이상이었다. 이중 2개국 여성들은 평균 8명 이상의 자녀를 원했다. 이들 국가의 거의 모든 남성들 또한 대부분 5명 이상의 자녀를 원했으며, 이중 6개국의 남성들은 8명 이상을 바랐다. 특히 차드 남성들은 13.7명을 원해 이들 국가 중 신기록을 세웠다. 부모, 특히 가장이 대가족을 원하는 것은 자녀들이 일종의 재산이기 때문이다. 자녀들이 어려서는 밭일을 돕거나 가축을 돌보다가 커서는 도시에 나가 소소한 일자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출산율하락을 위해서는 그에 맞는 방법이 동원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피임이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반면에 2013년 조사에 따르면, 파트너와 함께 사는 15세에서 49세 사이의 세계 여성 중 63%가 피임방법을 동원하고 있으며, 이중 57%는 현대적인 방식(피임약, 피임기구, 불임수술)을 쓰고 있다. 그러나 사하라사막이남 아프리카 여성들의 20~25%만 피임을 하고 있고,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에선 이보다도 더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차드, 기니, 말리, 에리트리아에서는 10% 미만의 여성들만 피임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는 높은 출산율을 지지하는 이들 정부와 보건당국이 이 문제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인구국의 정기 설문조사에 따르면, 말리와 니제르를 포함한 모든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출산율을 줄이기 위해 유엔이 진행하는 가족계획에 “적극가담”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의지가 현실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이는 피임방법을 찾는 게 아직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개발연구소(IRD)의 명예소장, 장 피에르 귀앙강은 “인구성장이 시장 확대와 국력에 이바지 한다고 생각하는 사하라사막이남 아프리카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아직도 빠른 인구성장이 국가의 번영의 요인이라 간주한다”(8)고 말한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서서히 바뀌고 있다. 2011년, 서아프리카 9개국을 비롯한 유엔인구기금(UNFPA)과 프랑스 개발청 그리고 많은 민간 재단들은 가족계획을 돕기 위한 이른바 “와가두구 파트너쉽”을 체결했다. 현지에서도 이를 위한 가시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2007년, 니제르의 민간단체 아니마-수투라는 공동체 라디오 방송을 창설해 20여 마을을 대상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이 채널은 위생, 영양, 보건, 전염성 성병, 가족계획 등에 대한 상담을 하고 있다. 이들 마을 여성의 피임률이 아직 낮긴 하지만(대략20%), (방송이 시작한 이후) 이들은 도시 여성의 피임률을 많이 따라 잡았다. 한편 여권신장을 위한 단체(APFG)는 부르키나파소 남부의 한 마을, 가와에서 문맹퇴치 및 가내공업 기술과 가족계획을 설파하며 사회통합 활동에 힘쓰고 있다. 물론 세계 과학계도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9)
그러나 인구통계학적 문제는 강한 관성을 지녔다. 따라서 INED가 발표한 2050년 세계 예상 인구 수치는 비교적 신빙성이 있다. 이 수치는 유엔이 최근에 발표한 가설의 평균수치, 즉 향후 한 세대만 지나면 평균출산율이 5명에서 3명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에도 부합한다. 만약 유엔의 주장대로 출산율하락이 빠르게 진행되어 2050년 출산율이 2.6명으로 떨어 진다해도, 아프리카 인구는 단지 INED가 발표한 수치보다 대략 10% 줄어든 22억3천6백만 명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2100년에 이르면, 출산율은 (2050년에 비해) 40%정도 하락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장기적으로 의미심장한 변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행동양식을 조기에 바꾸는 게 절실하다.
알제리를 비롯한 이집트와 모로코 그리고 튀니지의 국민들은 일찍이 자신들의 행동양식을 바꾸었다. 현재 이들 국가의 여성 1인당 출산율은 2-3명이며, 피임률도 60-68%를 기록 중이다. 현대적인 피임방식 사용률도 52-58%로 세계의 평균 수치를 따라잡았다. 사하라사막이남 아프리카, 즉 서아프리카의 여성들도 저들 국가의 여성들과 동일한 수준의 피임률(피임 여성 중 대략 60%가 현대적인 피임방식을 쓰고 있음)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말라위와 케냐의 피임률은 46%대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아프리카 국민들에게 피임사용을 확산시키는 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지의 특이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도입된 국제기구의 프로그램들은 한계가 있다. 물론 가나와 케냐에서처럼, 이들 프로그램이 여성 1인당 출산율을 4-5명으로 고착시키는데 기여여한 경우도 있긴 하지만, 정계와 종교계 그리고 오피니언 리더들이 피임확산에 앞장서야 한다. 이들이 직접 나서서 피임을 선전할 필요는 없다. 이들은 단지 알제리와 이란에서 그랬듯, 민간단체와 사회단체가 자유롭게 행동하도록 나두기만 하면 된다.
최선의 방법은 여성들이 직접 나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사람들은-여성의 교육수준을 높이는 게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일반적으로 여성의 교육수준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2010년 기준, 20세에서 39세 사이의 서아프리카 여성의 대략 46%(남성의 31%)(10)은 그 어떤 교육도 받지 못했다.
아프리카인들은 인구감소를 통해 자신들의 삶의 질을 합법적으로 개선하고 싶어 한다. 교육에 대한 투자와 여성의 지위개선이 “피임혁명”으로 이어진다면, 이로 인해 발생되는 이익을 산아제한정책이나 다양한 보건부분에 투입할 수 있지 않을까.
글·앙리 르리동Henri Leridon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를 지냈으며, 저서로는 <인간의 불임: 기본 구성 요소>(1977) 등이 있다.
번역·조은섭 chosub@hanmail.net
파리 7대학 언어학 박사. 알리앙스 프랑세즈에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독해 등을 가르치고 있다.
(1) ‘2015 Revision of World Population Prospects’, United Nations Population Division, http://esa.un.org/unpd/wpp/
(2) 아프리카개발은행과 OECD개발센터 그리고 유엔개발계획이 발표한 ‘2015년 아프리카 경제전망(Perspectives économiques en Afrique 2015).’
(3) 잡지 마니에르 드 부아(Manière de voir), n° 143, ‘아프리카, 지옥인가 엘도라도인가? (Afrique. Enfer et eldorado)’, 10-11월호, 2015년.
(4) ‘사하라사막이남 아프리카, 폭발적인 인구통계학적 변화(Afrique subsaharienne : une transition démographique explosive)’, Futuribles, 제 407호, 파리, 2015년 7-8월호.
(5) ‘Trends in marriage and early childbearing in developing countries’, DHS Comparative Reports, n° 5, Usaid, Washington, DC, 2003년.
(6) ‘Indicators of trends in fertility in Sub-Saharan Africa’, DHS Analytical Studies, n° 34, 2013년.
(7) ‘Desired number of children, 2000-2008’, DHS Comparative Reports, n° 25, 2012년.
(8) Jean-Pierre Guengant, ‘인구통계학적 수혜를 어떻게 볼 것인가?(Comment bénéficier du dividende démographique?)’, Institut de recherche pour le développement et Agence française de développement, 파리, 2011년, www.afd.fr.
(9 John Bongaarts, ‘Africa’s unique fertility transition’, intervention devant l’Académie américaine des sciences, Washington, DC, 2015년 6월 14일.
(10) Wittgenstein Centre Data Explorer, 2014, www.wittgensteincentre.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