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기원 따지기에 반대하며

2015-12-31     르노 랑베르

2014년 1월, 멕시코 치아파스주의 사파티스타 민족 해방군은 봉기 2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 수백 명의 국제 지식인들을 초대했다. 해방군은 멕시코 군대의 공격에 대한 그들의 저항, 식량을 위한 전투, 예전의 전제적인 구조를 답습하지 않기 위한 노력 등 단체의 일상을 공유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에 방문객들이 동의하자, 모든 질문에 답변할 것을 약속했다. 1주일이 후 폐회식에서 방문객들은 참았던 질문을 쏟아냈다. 미국 출신의 한 젊은 여성이 손을 들었다. “여기서 보고 들은 것 모두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퀴어 문제에 대한 사파티스타의 입장은 어떤 것입니까?” 연단에 서있던 사파티스타의 대표는 할 말을 잃었다.(1)

남아메리카가 일부 서구 활동가들의 투쟁에는 너무 무심한 것일까? 비판의 방향이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우루과이의 지식인 에두아르도 구디나스는 영국인 마르크스주의자 데이비드 하비의 업적에 대한 라틴 아메리카 지식인들의 관심을 비판하며, 일종의 ‘우호 식민지주의’를 규탄하는 기사를 썼다. 하비의 ‘서구식’ 사고방식은 안데스 산맥의 현실과는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근거는? 하비의 분석은 지리학이나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 해석에만 몰두한 나머지 “에콰도르의 수막 카우사이나 볼리비아의 ‘수마 카마나(일반적으로 ‘좋은 삶’으로 번역되는 말)‘(2)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해방이라는 것이 대서양의 한쪽 편과 또 다른 쪽 편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자 호세 카를로스 마리아테기는 1928년부터 라틴 아메리카의 사회주의가 유럽 사회주의의 “모방도, 복제도 아닌”(3)것이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후, 구글 검색창에 “마리아테기”라고 쓰면 이내 스페인어로 “모방도 복제도 아닌”이 나올 정도로 이 사상가와 그의 아이디어는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이 페루 사상가의 업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자주 인용되지는 않지만 그의 분석을 보완해주는 다른 설명들도 있다. “자본주의처럼 사회주의도 유럽에서 태동했지만, 그것이 유럽만의 특별하거나 전형적인 것은 아니다. 서양문명의 궤도 안에서 살아간다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세계적인 움직임인 것이다. 두 가지 제도, 두 가지 사상 사이에 대립이 생길 때 우리가 스스로를 방관자처럼 느끼거나 제 3의 길을 고안하는 일이 생기지는 않는다. 과도하게 기원을 따지는 것은 인위적이고 무질서한 집착이다.”(4)


글·르노 랑베르 Renaud Lambert

(1) 치아파스에서 겪었던 일화를 소개해 준 엘렌 루에게 감사를 표함.
(2) La necesidad de romper con un “colonialismo simpático”, 2015.9.30, www.rebelion.org
(3) 호세 카를로스 마리아테기, <페루 현실에 대한 일곱 가지 해석 에세이>, Maspero, Paris, 1968.
(4) 미카엘 로위의 인용, <라틴 아메리카의 마르크스주의. 문집>, Maspero, Paris, 1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