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발자국을 줄일 농업생태학

2015-12-31     제라르 르 퓔


파리 기후변화총회를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려면, 자유주의적 세계화 물결에 그 어느 때보다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농업 분야에 대해 EU가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프랑스는 농업생태학 개발을 통해 탄소 발자국을 대폭 줄이는 한편, 양질의 식료품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농업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지구 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온실가스 배출에서 농업 생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달한다. 프랑스의 경우 이 수치는 2012년에 21%까지 치솟았다.(1) 그러나 프랑스 농업 분야가 지금과는 다른 방식을 개척해 나간다면 온실가스 배출을 현격하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프랑스 농업부 장관은 ‘미래법’을 표결에 붙였는데, 이 미래법의 목적은 농업생산 시 화학비료의 사용과 화석 에너지의 소비를 줄이는, 친환경적 방식의 농업생태학을 촉진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 사안이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만큼, 현재로서는 극소수의 농업종사자들만이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고 경제위기 상황의 타개를 우선시하는 대다수로부터는 외면당하고 있다. 또한 농업생태학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자유무역주의와 생산제일주의와의 단절도 요구된다.

그러나 이것이 충분히 현실가능한 방식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가 몇 가지 있다. 논밭을 갈지 않고 씨를 뿌리는 무경운 직파법과 잡초를 제거하지 않고 땅에 직접 파종하는 무제초 직파법을 사용하면, 연료를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탄소 배출도 감소하고, 또 새로운 작물을 심기 위해 기존 작물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유기물이 많이 발생해 토양도 더 비옥해진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 방식은 유가가 높고 곡식 가격이 낮을 때만 선호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안타깝게도 이 두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

생물다양성을 존중하는 농업생태학

우유와 육류를 생산하는 초식성 반추동물을 사육하는 경우, 화본과 식물(Gramineous plant), 콩과 식물을 적절히 배합해 씨를 뿌려 사료용 초지를 자급자족하는 농장이 가장 경제성이 높다. 1982년 앙드레 포숑을 위시해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가축 사육자들이 모여 만든 ‘자율적인 농업개발을 위한 연구소(Cedapa)’의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이는 후에 프랑스국립농학연구소(INRA)를 통해서도 인정받았다.(2) 임시 방목지라면 삼엽형 식물과 개자리속 약간, 그리고 독보리속(Ray-grass), 페스큐류(Fescue), 오리새(Orchard grass) 등의 콩과 식물 3~4종을 섞는 것이 좋다. 그러면 콩과 식물이 근계(Root system)를 통해 공기 중에 포함된 질소를 빨아들이기 때문에 질소 비료가 전혀 필요 없고, 콩과 식물과 인접해 있는 화본과 식물도 같은 혜택을 공유하게 된다. 이러한 친환경적 시스템은 토양의 질에 따라 다단백질 완두콩, 잠두, 대두, 루핀(Lupin)의 밀, 보리, 라이밀을 생산하는데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 방식을 도입하면 노동력과 질소 비료의 투입량, 그리고 주로 소의 먹이로 쓰이는 엔실리지용 옥수수의 생산량도 줄일 수 있다. 사용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작물을 베어 발효시킨 옥수수 엔실리지는 수십 년 전부터 젖소 농가 사료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엔실리지는 에너지는 높지만 단백질 함량이 부족해, 사육자들은 단백질 보충을 위해 수입된 콩깻묵을 다량으로 추가 구매해야 한다. 이 경우 젖소당 우유 생산량이 증가해 리터당 수익은 떨어지게 되고, 우유 값의 하락(2015년 약 15~20% 하락)은 결과적으로 이러한 사료공급 시스템의 경제적 기반을 뒤흔들게 된다. 또한 아시아와 유럽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남미 지역에서 사료용 콩의 재배 면적이 늘어나면서 삼림 파괴와 초원 잠식이 증가하고 있고, 이는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

토양이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되는 가뭄, 홍수, 기타 극단적인 기후 상황을 견딜 힘을 가지려면, 건초를 사용하고 산림농업을 촉진해야 한다. 가축사육농가에서 건초는 폭염 등 악천후로부터 가축들을 보호할 수 있는 소중한 재료이다. 건초는 탄소를 흡수할 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의 벡터이며 우드칩(Wood chip)은 연료로도 쓰일 수 있어, 순환경제가 가능해진다. 산림농업은 초원이나 재배지에 헥타르 당 나무 50그루 정도를 심는 것에서 시작한다.(3) 프랑스에서 산림농업은 키가 큰 사과나무들이나 가축 방목지의 밤나무들을 대상으로 수세기 전부터 실행돼 왔다. 과거 일부 시골지역에서는 생밤을 주식으로 삼기도 했다. 밤은 20세기에 들어 밀에게 주식의 자리를 내주었는데, 21세기 현재 우리 식단에 밤을 다시 등장시킬 필요가 있다. 프랑스 국민당 연간 밤 소비량은 200g에 불과하므로 아직 개선의 여지는 많다. 밤나무는 곡식을 재배하기 어려운 척박하고 경사지고 산성인 토양에서도 열매를 잘 맺는다. 그리고 목초 성장을 방해하지 않으므로 가축 방목도 가능하다. 식량으로 소비되지 않은 밤들은 염소, 양, 돼지의 먹이로 공급될 수 있다. 또한 자연적, 임시적 초원에 밤나무를 심으면 탄소 저감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산림농업은 대규모 경작지를 위한 차세대 농법으로 고려돼야 한다. 프랑스국립농학연구소(INRA)가 25년 전부터 진행해온 시험 결과에 따르면, 약 30m 간격으로 줄지어 심은 나무들은 곡물 수확량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폭염 시에는 기형, 나무 당 열매 수 감소 등의 작물 피해를 줄여주기도 한다. 또한 나무는 탄소를 흡수하고 생물다양성에 기여한다. 그리고 빗물에 포함된 질산염을 흡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빗물가 흘러들어가는 지하수층을 정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생산지와 소비지의 거리, 육류 소비 줄여야

지구온난화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식료품의 생산지에서 소비지까지의 거리를 줄여야 한다. 소비지로부터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재배되는 과일(열대작물 제외)과 채소를 다량 수입하는 행태부터 중단해야 한다. 2000년대 초반 모로코와 EU 간에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된 이래, 유럽에는 모로코에서 생산되는 메론, 토마토, 호박 등이 넘쳐난다. 이들은 탄소발자국 값이 매우 높을 뿐만 아니라, 재배과정에서 많은 물을 필요로 하는 작물들의 특성상 모로코 국민들은 다음 세대로 갈수록 유럽에서 생산된 곡물을 높은 가격에 수입하게 될 것이다.

예전에는 대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그린벨트가 모두 채소 재배지였다. 오늘날에는 일드프랑스 지역 농지 가운데 0.5%에서만 채소를 재배하고 50%에서는 곡물을 재배한다. 그리고 여기서 생산된 곡물은 대부분 수출된다. 심지어 렁지스(Rungis) 식자재 도매시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곡물들도 그렇다.

하지만 탄소발자국을 줄이려면, 근거리에서 생산된 식료품을 소비해야 한다. 탄소발자국은 동물성 단백질 소비를 억제하는 것으로도 줄일 수 있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육류 소비를 적극적으로 줄이지 않으면, 지구상의 90억 인구가 지속적으로 식량을 공급받기 힘들다. 게다가 기업형 가축사육장이 늘어나면서 도축용 소와 젖소는 곡물사료를 점점 더 많이 먹게 됐다. 우선 초식성 반추동물부터가 그렇다. 초식동물인 소가 풀을 먹고 자라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도 말이다.

제21회 파리 기후변화총회(COP 21)로 마감한 2015년은 우리에게 모순적이고도 위선적인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2014년과 2015년에 곡물, 유료 작물, 당료 작물의 수확량이 풍부했던 덕분에 2014년에 198.3포인트였던 세계식량가격지수는 2015년에는 155.7포인트로 떨어졌다. OECD에 따르면 이러한 수확량 증가는 전 세계적으로 농지가 40%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온화한 기후 조건 덕분에 가능했다. 12개월 동안 공급이 수요를 아주 근소하게 웃돌았는데도 시장 가격은 폭락했고, 전 세계 농가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수확량의 일부를 반드시 수출해야했던 농가들이 그랬다. 이는 유럽과 프랑스에서 우유, 소고기, 돼지고기 가격이 하락하는 원인이 됐고, 지난 여름 대규모 시위를 촉발시켰다. 가격 하락은 곡물 수확량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출 판로가 막히자 농부, 가공업자, 유통업자, 프랑스 정부 측이 토론회를 열어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그러나 결국 공급을 수요에 맞추어 조정하는 안이 아니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생산량도 늘리고 수출도 늘리는 안을 선택했다. 여기에 전국농업조합연맹(FNSEA)은 농업 환경 ‘개선’을 위해 30억 유로를 3년에 걸쳐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돼지사육 농가들의 통합 생산, 송아지 사료 공급, 우유 생산에 그렇게 많은 돈이 든다니! 이러한 접근방식에 의하면, 현재 많은 논란을 빚고 있는 베드솜(Baie de Somme) 지역의 ‘천 마리 젖소 농장’이야말로 경쟁력 있는 모델이 될 것이다. 환경, 보건, 기후 관련 문제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생산제일주의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사육조건 하에서는 소들이 초원으로 전혀 나가지 못하고, ‘방목 제로’의 환경은 생산된 우유의 탄소발자국을 증가시킨다. 소들은 목초를 먹지 못하니 곡물을 더 많이 먹게 되는데, 헥타르당 곡물 수확량은 목초나 채소의 그것에 비해 훨씬 더 낮다. 게다가 대두의 대량수입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결국 20~30km 떨어진 곳에서 생산돼 트랙터와 트럭을 타고 장거리를 이동한 사료를 소비하는 셈이다. 물론 이 모델은 축사 폐기물을 메탄화시켜 전기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옥수수 재배 면적을 2배로 늘린 후 그 중 절반은 소가 직접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사료 제조에 사용된다는 점에서 이 모델은 절대로 친환경적이지 않다.

농축산물의 공급이 수요보다 큰 경우, 시장 자유화와 세계화는 대부분의 농가들을 지속적으로 어려움에 빠뜨린다. 현재 EU의 공동농업정책은 삼립농업과는 대척점에 있는 소셜 덤핑과 환경 덤핑에 기반한 EU 역내 국가들 간의 경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 걱정스러운 부분은, 유럽이 역외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을 계속 체결하면서 EU 내 농업종사자들의 상황을 점점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 농업시장의 개방은 산업과 서비스 분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협상카드로 주로 사용된다. 두 분야 모두 막강한 로비스트들이 브뤼셀에서 활동 중인 상황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엘니뇨 현상(태평양 해역의 해수면 온도 상승)의 심화로 인해 2016년과 2017년에 또 다른 기상 이변과 사상 최악의 가뭄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전 세계 90%의 국가들이 충분한 양의 식량을 비축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수확량이 조금만 떨어져도 농업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2007년과 2008년처럼 식량 폭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기상 이변이 최근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만큼, 결정권자들은 탄소 발자국을 줄이면서 모든 인구를 잘 먹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해답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그들은 여전히 시스템의 모순만을 지적하며, 생산량은 ‘이전과 같이’ 유지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글·제라르 르 퓔 Gérard Le Puill
주요 저서로 <생태학이 경제를 구할 수 있다(L'écologie peut encore sauver l'économie)>(Pascal Galodé Editeurs-L'Humanité, Dinan-Saint-Denis, 2015) 등이 있다.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환경/지속가능한 개발/에너지부에서 2015년 3월 발표한 수치.
(2) 브르타뉴 출신의 농부(1931-), 소규모영농 주창자.
(3) 마크 허츠가드, <곡물과 나무의 ‘상생’, 배고픈 아프리카의 희망>,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0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