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황금과 달러
엄청난 에너지원인 석유는 우리 역사에 혁명을 일으켰다. 굵직한 지정학적, 경제적, 사회적 현상과 관련해 우리의 역사를 ‘검은 황금’의 각도에서 재조명하는 것은 우리의 시각을 새롭게 한다. 마티유 오자노는 이 작업을 훌륭하게 수행해낸다. 오자노는 흥미로운 저서(1)를 통해 놀라운 무용담을 전하지만 수소연료의 역할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절대적인 힘을 자랑하고, 다양한 형태로 이곳저곳에 사용되고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 석유는 ‘인류 역사상 최고로 귀한 연료’로 남아 있다. 액상 형태이며 개발·운송·저장·정제가 쉬운 석유는 세제, 네이팜, 플라스틱, 콘크리트, 농업 비료 등 다양한 제품의 원료로 쓰인다. 특히 석유는 세계화를 가속화하고 무기와 전쟁 형태를 바꾸는 자동차, 선박, 항공기, 우주선을 움직인다. 이렇게 쓰임이 무궁무진한 석유는 과연 신의 선물일까, 악마의 선물일까? 석유는 다양한 욕망을 자극하고 많은 분쟁의 원인이 됐으며, 동시에 어마어마한 수익원이었다. 특히 미국은 석유를 기반으로 슈퍼 파워의 위치를 지니게 되었다.
축제는 막을 내릴 것인가? 현재 속도로 우리가 석유를 소비한다면, 머지않아 석유 매장량은 고갈될 것이다. 남아 있는 화석 에너지의 2/3를 동결시키자는 제안은 석유를 생산하는 다국적 기업에 고민을 안겨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당장에 걱정할 일은 아닌 듯하다. 석유 산유국과 석유 소비국 곳곳에는 석유 회사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며, 금융권과 시중 대형 은행들과 손을 잡고 정치권에 자사의 이익을 위한 로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큰 논란을 일으킨 어느 정보 보고서 형태의 블랙북(2)은 아탁(Attac, 금융거래과세 시민연합)과 바스타(Basta)의 사이트가 공격한 프랑스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를 정확히 다룬다. 무분별한 투기, 예금저축의 횡령과 탈세, 정치인들의 검은 보너스 등 석유와 관련된 부정부패가 낱낱이 폭로된다.
하지만 부정부패 당사자들은 전혀 처벌을 받지 않는다. 공공 기관의 힘을 빌어 파산을 면한 민간 은행들은 금융권 규제와 부정부패 척결 움직임에 저항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민간 은행들은 이익을 위협 받으면 “집은 불타지 않는다, 계속 다른 곳을 바라보자”라는 말로 어마어마한 로비를 해댄다. 시류에 따라 이들 민간 은행들은 앞에서는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척 하면서 뒤에서는 수소연료, 석탄, 원자력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러한 이중성에 속는 개인이나 단체는 없다. 각 정부를 제외하고.
특히 프랑스 정부가 민간 은행들의 수법에 놀아나고 있다. 이전에 사회당에 몸담았던 피에르 라루튀루는논란이 된 저서에서 “우리를 이끌어 가는 인물들은 모두 형편없이 무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3) 라루튀루는 정치인들이 매년 6백만 명의 희생자가 나오는 실업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을 근본부터 치유할 마음이 없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사회학자 에드거 모랭의 표현을 빌어 “우리는 마치 몽유병 환자들처럼 깊은 구덩이를 향해 걷고 있다”고 말한다.
저서에서 라루튀루는 다섯 가지 해결책을 제안한다. 이 제안들 중에서도 유럽중앙은행이 다음에 창출하는 1억 2천만 유로를 기후 온난화 예방에 사용, 재생 에너지를 개발하고, 기후 온난화 예방을 위해 다국적 기업의 영업 방식을 전환하자는 제안이 눈에 띈다. 하지만 성공하리란 확신은 없다. 카를로스 푸엔테스가 저서 <가문의 행복>에서 냉소적으로 쓴 비유가 이를 뒷받침한다. ‘계산적으로 착한 척을 하면 신은 속일 수 있어도 악마는 속일 수 없다.’
글·크리스티앙 드 브리 Christian de Brie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 번역서로는 <워크숍 매뉴얼>(2015) 등이 있다.
(1)Mathieu Auzanneau, <Or noir>(검은 황금), La Découverte, 파리, 2015년
(2)Attac과 Basta, <Le Livre noir des banques>(은행들의 블랙북), Les Liens qui libèrent, 파리, 2015년
(3)Pierre Larrouturou, <Non-assistance à peuple en danger>(인명 구조 태만죄), Fayard, 파리, 201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