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자들의 시대

2016-01-28     세르주 알리미

 

뜻밖에 오가는 칭찬세례에 세상이 놀라고 있다. 지난 12월 1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주자인 뉴욕출신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지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에 대해 “총명하고 재능 있는 사람, 대선 경쟁의 선두주자”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칭찬에 대해 트럼프 후보는 피하기는커녕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공화당의 수많은 네오콘(신보수주의) 인사들이 러시아와 이란에 대한 혐오를 더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 칭찬이 자신의 당내 입지에 해를 끼칠지 모르는 상황임에도 말이다.
트럼프는 푸틴 대통령이 “진정으로 자신의 나라를 통치하는, 강력한 리더”라면서 “이러한 상황은 우리 미국의 경우와는 큰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내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푸틴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서로 호의를 표하면서 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트럼프는 “(푸틴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을 전혀 좋아하지 않으며, 그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며 기쁜 내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는 국가 원수들 간의 친밀도보다는 국가의 이해관계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비틀리고 유가가 추락하며 테러사건이 급증하는 상황에서는 질서, 권력 등의 가치와, 강하고 냉정하며 거친 인물들이 무대를 장악하게 된다는 사실은 놀랄 일도, 대단한 일도 아니다. 애국과 도의의 부흥을 주장하고, 소설 같은 국가의 과거 모습에 향수를 느끼는 이러한 인물들은 언성을 높이고, 완력을 드러내며, 군사력을 전개하곤 한다.
실제로 푸틴 대통령이 크림반도를 합병하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쿠르드족 무력탄압으로 권력을 강화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헝가리가 세르비아, 크로아티아와 인접해있는 국경에 철책을 세운 일 역시 오르반 빅토리 헝가리 총리의 정치적 권력에 이득이 됐다. 트럼프 후보가 미국 내 고문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그의 공화당 경선 경쟁자인 테드 크루즈 후보가 “IS 장악 지역은 민간 지역일지라도 전부 융단 폭격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 때에도, 두 사람 모두 각각 선거진영에서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프랑스 지도층에서도 이미 이러한 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난 바 있다. 아마도 이 때문에 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단호한 대응’과 ‘권력의 필요’에 대한 발언들을 쏟아 놓고 사법권력보다 경찰권력에 더 큰 신뢰를 안겨주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십 명의 반대세력이 참수된 일에 대해서도 동요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근대 자본주의의 평화와 번영에 대한 약속은 이미 2008년 금융 붕괴 이전에 깨진지 오래다. 오늘날은 근대 자본주의의 문화와 정신, 그리고 번지르르하고 위선적인 예의를 갖춘 지도자상에 순서가 돌아갔다. 합리적, 안정적, 포괄적, 연계적인 세계화를 이루고자 했던 ‘행복한 세계화’의 꿈이 좌절되면서, 이제는 ‘성난 자’들과 전쟁의 리더들에게 길이 열리고 있다.

 


글·세르주 알리미Serge Halimi

번역·김보희 sltkimbh@gmail.com
고려대 불어불문과 졸.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경제 성장이라는 괴물>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