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치료사가 가짜 마법사가 되지 않으려면

2016-01-28     니콜라 팽솔&리샤르 몽부아쟁

 지난 10년 간 고대하던 시행령이 9월 발효됨에 따라, 프랑스 물리치료사 교육과정이 보다 향상된 관리체계를 갖추게 됐다. 하지만 환자치료에 최선을 다하려는 임상의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많은 도수치료사들만이 점점 심화되는 경쟁 속에서 정보가 부족한 환자들을 끄는 것에만 주력하고 있다. 도수치료는 증명된 효력보다 ‘믿음’으로 환자를 끌고 있다.

끊임없이 늘고 있는 신체치료는 도수치료에 대한 열광으로 이어졌다. 물리치료, 정공요법, 카이로프랙틱, 응용근신경학, 비오키네르지(1), 미크로키네(2) 등 각양각색의 도수치료법들을 보면 당혹스럽다. 업계 전문가들조차 각각의 치료법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비전문가인 환자들로서는 도수치료법을 고르는 것이 로또를 긁는 격이다. 도수치료법들 간의 경계가 애매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도수치료는 청각, 촉각, 공감으로 플라시보 효과(3)를 끌어내, ‘가장 희한한 치료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착각을 선사한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는 효능들이 순간적으로는 효과가 있어, 환자들을 만족시킨다. 치료의 실제효력을 증명하기 위해, 상세한 방법론적 기준에 부합하는 실험이 필요한 도수치료법도 있다. 그러나 최선의 의학치료를 위해 입증된 근거와 임상실험에 기반한 치료(4)를 하는 도수치료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감성에 호소하는 것을 선호한다. 시간도 덜 들고,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설혹 도수치료사들이 효력검증을 위한 실험을 원할지라도, 실험과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리치료학 박사과정에도, 프랑스 교육위원회에도 없다. 대부분의 의학은 도수치료를 괄시하며, 치료서비스 분야에서도 빈약한 자율성만 부여할 뿐, 실험실에 설 자리가 없다. 따라서 도수치료 연구가 힘든 실정이다. 물리치료 대표기관들이 치료규범의 기반강화를 위해 노력 중인 반면, 정골요법과 카이로프랙터 압력단체는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5)
도수치료는 대체의학의 일종이다. 프랑스의학협회는 2014년까지 대체의학에 대한 견해를 세우고, 비과학적 의학과 구분함에 있어 소심한 태도를 보였다. 따라서 대체의학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가 불분명해졌고, 체계적인 실험도 할 수 없었다. 대체의학의 효력과 과학적 유효성, 사회보장기금 환급 가능성 등에 대해 제대로 아는 이가 아무도 없는 듯하다. 이 혼란은 혼돈스런 역사에서 비롯된다.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일명 ‘마소키네시테라피(Massokinésithérapie)’라 불리는 물리요법은 경쟁 속에서 다양한 도수치료법을 혼합해서 만들어졌다. 20세기 초에는 의학과 운동법이 접골법과 공존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부상자들이 늘었고, 전선에 내보낼 사람들이 필요했으므로 재활수요가 폭발했다. 간호사를 필두로 의료보조인과 의사가 재활치료에 합류했다. 1946년 마사지사-물리치료사 국가자격증 창시와 함께 의학적인 운동법과 마사지를 공통기반으로 한 도수치료법이 인정받았다. 그리고 1989년 비로소 시행령이 발효됐다. 이후 25년, 과학, 기술, 윤리가 발전하고 변화하는 가운데 학생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불가사의한 교육을 받고 있었다. 2000년 발효된, ‘직업상의 행동과 물리치료사의 직업적 치료행위’에 관한 두 번째 시행령은 상황을 대대적으로 바꿔놓았다. 물리치료사의 지위는 실행자에서 결정권자이자 책임자로 격상됐다. 처방의사와 의료보험공단의 치료계획에 대한 결정권과 책임이 물리치료사에게 주어진 것이다. 막중한 책임을 갖게 된 물리치료사들은 다양한 도수치료법 간에 명확한 경계선을 긋는 치료규범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목사, 복음주의자, 그리스도재림교인이었던 많은 도수치료 전도사들은 “신의 뜻에 따라 계시 받았다”는 근본 없는 각종 ‘치료법’을 오늘날, 21세기에 도수치료원, 웰빙센터 등 각종 기관에서 행하고 있다.
감성과 영감에 따르는 도수치료법 중 과학적으로 증명된 치료법을 선별해내려면, 치료사의 이성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치료사에겐 생소한 일이다. 임상실험을 해독하고, 과학참고문헌의 메타분석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1989년 시행령을 보면, 물리치료사 학업과정 내에 어떤 방법론적 교육도 포함되지 않는다. 10년 전 시작된 개혁안은 마사지사-물리치료사 국가자격증에 관한 시행령과 법령 발효에 따라, 2015년 9월 2일 형식화됐다. 개혁안은 다음 신학기에 입학생들부터 적용시켜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 학생들은 대학에서 1년 공부한 후, 관계기관에서 4년간 직업교육을 받아야 한다. 현재보다 교육기간이 1년 늘어나는 셈이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대학학위도 취득할 수 없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도수치료 병행

우연히 알게 됐거나 인터넷으로 조사한 경우 외에, 확실한 정보가 없는 환자들의 선택기준은 입소문과 평판, 접근성, 보험환급 가능성 등이다. 치료환경이나 치료사의 실력이 중요한 기준이 돼야겠지만 이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물리치료사는 도수치료 분야 중 유일하게 의학교육과정에 속하고, 의학진단서에 의해 치료받는 공인된 직업이다.(6) 정골요법과 카이로프로택은 의학교육과정에도 포함되지 않고, 보험환급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점차 행정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들은 직업 자격증 총람에서도 물리치료사와 나란히 등재돼 있다. 그들의 치료법 이론서라는 게 거의 종교적인 수준이고, 빈약한 자료에 근거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정골요법 창시자 앤드루 테일러 스틸은 정확히 1874년 6월 22일 오전 10시, 예수 출현을 보고 정골요법을 창시했다. 물리치료를 받으려면 먼저 의사에게 진단을 받아야 하는 반면, 다른 도수치료는 환자가 치료사를 찾아가면 된다. 심지어 일부 도수치료를 행하는 의사들도 있는데, 이들은 전혀 과학적인 근거도 없는 기술을 사용한다. 게다가 프랑스에서 집계되는 8만 3천 명의 마시지사, 물리치료사(7) 중 일부는 신체역학, 발병론, 미크로키네, 비오키네르지 등 전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도수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2만여 명의 정골의사 중 1/3은 물리치료사이며, 이들 중 일부는 여러 치료법을 혼합해 환자를 치료하고, 교육까지 한다. 플라시보 효과밖에 기대할 수 없는 치료방법들 즉, 산모에게 국립병원에서 촉진에 의한 태아진단법을 제안하고, 화상환자에게 불 치료를 추천하고, 암 환자에게 반사학을 권한다면 어떨까?
그러나 환자들의 도수치료에 대한 만족도는 나쁘지 않은 듯하다. 치료법은 약간의 주술과 마법, 오리엔탈리즘으로 설명되고, 치료사는 감정에 호소할 줄 알고, 개별적으로 장기간 보살펴주며, 신비로운 자료집은 고통의 원인을 알게 해준다는 평범하고도 단순한 이유에서다. 의사들은 항상 바쁜데, 도수치료사들은 반은 목사요 반은 무당인 그 존재감만으로 환자를 위로한다. 플라시보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는 것이다.
도수치료에 대한 열광은 정치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도수치료의 핵심은 고통을 개인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개개인 스스로가 불행의 근원이거나, 적어도 자신의 불행에 대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파동을 피하고, 에너지를 조화시키고, 차크라(8)를 열어 불행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 불행에 대한 사회‧경제학적 분석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폭력적인 상사나, 직장 내 괴롭힘, 과중한 업무 등으로 고통스러운 사람도, 고통의 원인을 ‘내 탓’으로 돌리고 내 안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만 한다. 이러한 개인화 방식은 사회에 대한 항의를 전멸시켜버린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환자 6명을 동시에 받으며 매상고를 올릴 줄 아는 물리치료사는 일정 수치만 채우면 레지스탕스 국가위원회 때부터 내려온 사회보장제도 속에 계속해서 안착할 수 있다. 반면 정골요법은 다른 도수치료처럼 건강관련 직종에 대한 규제완화가 약해짐에 따라,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구조와 자유로운 교리에 기반하고 있다. 새 시행령은 환자를 치료하는 것보다 상품을 판매하듯 고객 만족에 중심을 두는 치료를 하게끔 한다. 여기저기서 모방한 ‘놀라움’을 컨셉으로 한 마케팅은 도수치료계 전체에 퍼져 있다. 예를 들어, 제자리를 벗어난 척추 뼈를 제대로 맞추는 게 관절에서 ‘뚝뚝’ 소리를 내는 기술을 사용하는 것보다 쉽지 않을까. 이러한 기술의 유일한 장점은 환자에게 뭔가 이루어졌다는 착각을 준다는 것이다.(9) 조직 세포의 기억 속에 없는 감정적 충격에 대한 연구나, 다른 차원에 속한 눈에 보이는 않는 도구로 치료하는 정신외과처럼 양자역학을 차용한 치료법들이 물리학에 대한 완전한 무지를 바탕으로 번창하고 있다. 비슷한 종류의 여러 컨셉들이 과학과의 호기심어린 교류 속에서 퍼져나가고 있다. 과학이 사이비 치료법을 인정하는 듯 할 때, 도수치료 지도자들은 치료법이 ‘과학적’이라고 주장한다. 과학이 사이비 치료법을 인정하지 않을 때, 과학은 세계적 환멸 대상이자 절대악 취급을 받는다.
도수치료에 대한 유일한 평가기준이 ‘고객만족’이라면, 도수치료는 여러 소비재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환자가 선택한 도수치료는 단순히 상품이 아니라, 환자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 즉 믿음이다. 환자와 치료사의 관계는, 환자의 문제를 환자와 치료사가 함께 인지하고 있는 한 상업적일 수 없다. 하지만 현실에서 불안은 환자와 주변사람들의 몫일 뿐, 치료사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이러한 부조화 속에서 희망은 비싼 돈벌이 수단으로 변한다. 개인병원 의사, 제약회사 직원, 프리랜서 물리치료사, 정골의사, 카이로프랙터, 접골사, 보험업자, 카리스마 넘치는 복음주의 목사가 동등한 위치에 놓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믿음을 담보로 한 의료시장에서 자유경쟁을 제안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정당화 될 수 없는 문제다.
치료법과 사이비 치료법 간의 모호한 경계선은 중요치 않아 보인다. 이는 시민 종교분쟁의 흔적 같은 것이다. 공인된 물리치료사가 실행한 비공인 도수치료 행위에 대해 의료보험이 돈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은 바꿔야 하지 않을까? 낭비성 치료에 허위 합법성을 부여해주는 것, 이는 환자에게 착각을 상환해주는 행위다. 여러 유혹 속에서 제대로 된 치료법을 선별해야한다. 이는 치료사가 해야 할 일이나, 엄정성과 체계가 필요한 일이다. 단순히 병세 호전만으로 기술의 효력을 논하기는 부족하다. 치료받지 않아도, 또는 플라시보 효과만으로도 호전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하나의 사례만 볼 것이 아니라 유사 유형의 집단 속에서 연구해야 한다. 암시에 쉽게 걸려드는 개인적 감정은 올바른 판단지표가 아니다.
엄정성과 체계를 배우려면, 연구를 통한 교육만한 것이 없다. 연구자와 실험실이 경쟁에 시달리면서 사적 자금에 대한 연구재정 의존도가 증가함에 따라, 새로운 정책상의 문제가 생겼다. 그러나 진동운동기구나 근육통증부상을 예방하는 ‘키네시오테이프’처럼 유행 중인 제품들을 빼면, 도수치료는 산업계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다. 뉴질랜드나 호주처럼 투자자와 대학의 재정이 충분치 않다면, 프랑스에서의 연구 또한 계속 취약할 것이다.
자신의 건강을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은 크나큰 주의가 필요한 일이다. 개별적인 보살핌과 더불어 과학적인 치료법만이 환자를 회복시킬 수 있고, 특히 환자가 원인을 제대로 알고 치료법을 선택하도록 이끌 수 있다. 오늘날 물리치료사들은 자신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면, 고된 노동에 시달리던 민중을 억압하는 중간자였던 1914년도 간호사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전문적인 교육 없이는 유행을 피할 수 없으며, 시장의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 과학적인 토대와 학문적인 체계 없이는 어떤 치료법이 진정으로 효력이 있는지, 상상에 의한 효력인 것인지 알 수 없다. 과학으로의 회귀와 증명에 근거한 치료행위는 과학만능주의의 산물이 아니라, 유일무이한 최후의 수단인 것이다.

 


글·니콜라 팽솔 Nicolas Pinsault, 리샤르 몽부아쟁 Richard Monvoisin
니콜라 팽솔은 물리치료사이자 그르노블대학 물리치료과정의 교수이며,
리샤르 몽부아쟁은 과학과 비판적 사고간의 융합 연구 연맹(Cortecs)의 교수법 전문가다. 니콜라 팽솔, 리샤르 몽부아쟁 공저 <도수치료에 대해 절대 알고 싶지 않았던 모든 것(Tout ce que vous n'avez jamais voulu savoir sur les théraphies manuelles)> Presses universitaires de Grenoble, 2014년.

번역·김영란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Biokinergie, 프랑스에서 창시된 도수치료법의 일종. 생명(Bio)+운동학(Kinematics)+에너지(Energie)의 결합을 의미함.-역주
(2) Microkiné, 역시 프랑스에서 창시된 도수치료법의 일종. 물리치료와 정공요법 등이 결합된 형태임.-역주
(3) Placebo effect, 위약효과. 약효가 전혀 없는 가짜약을 진짜 약으로 가장, 환자에게 복용시켰을 때 환자의 병세가 호전되는 효과를 말한다. 'Placebo'란 말은 '마음에 들도록 한다'는 뜻의 라틴어.
(4) 영어로 Evidence based practice, 근거 기반 실행
(5) 장 미셸 라르드리Jean-Michel Lardry, <정골요법과 건강관련 직업. 보완성, 규범 일탈 또는 궁여지책? Les professionnels de santé et l'ostéopathie, Complémentarité, déviance ou expédient?>, Editions Book-e-book, Sophia Antipolis, 2011년
(6) 공공보건 법 LivreⅢ
(7) 25년 간 종사자 수가 2배 증가했다, <2015년 1월 1일 물리치료La Kinésithérapie au 1er janvier 2015>, 프랑스 마사지 물리치료 운동요법사 연맹, 2015년 4월
(8) Chakra, 산스크리트어로 인간 정신의 중심부를 의미함.-역주
(9) 티머시 플린Timothy W Flynn, 줄리 프리츠 Julie M Fritz, 로버트 웨이너 Robert S Wainner, 줄리 휘트먼Julie M Whitman, <The audible pop is not necessary for successful spinal high-velocity thrust manipulation in individuals with low back pain>, Archives of Physical Medicine and Rehabilitation, Chicago, 2003년 7월, volume 84, issue 7, pages 1057-1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