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코소보의 외교 신무기

2016-01-28     플로리앙 고티에


2008년 독립 선언 이후, 코소보는 자국의 지속성과 적법성을 증명하기 위한 시도를 계속해왔다. 내륙지방인 코소보는 부패로 쇠약해지고 외부 원조로 근근이 유지되는 상태이나 국제적 차원에서 온전한 인정을 받으려 노력 중이며, 스포츠를 이러한 국제적 인정의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코소보는 1백여 유엔 회원국에 의해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을 포함해 전 세계의 인정을 받기까지는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EU 회원국 중 5개국이 코소보의 독립과, 이를 허용했던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코소보 정부는 지난 11월 회원국 2/3의 지지를 얻지 못해 유네스코 가입에 실패했다. 반면, 2014년 12월 9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가입했다. IOC 자체가 2009년 유엔의 옵서버 회원국이 된 만큼, 코소보 지도자들이 적법성 획득을 위한 수단으로서 스포츠에 거는 기대가 크다. 코소보 공식 스포츠기관에서는 두 가지 의견이 대립 중이며, 때로는 긍정적 의견보다 부정적 의견이 의미심장하다.
먼저 코소보 전국올림픽위원회 회장 베심 하사니는 “우리는 스포츠를 하는 거지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하사니에 따르면, 코소보가 IOC의 205번째 회원국이자 유럽 올림픽위원회의 50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한 이후 상황이 훨씬 완화됐다. 2015년 6월, 코소보 선수들은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1회 유러피안 게임에서 자국 국기를 들고 행진할 수 있었다. 과거 세르비아의 자치주였으나 독립을 선언한 자칭 코소보공화국의 대통령으로 이브라힘 루고바가 선출된 1992년 코소보 전국올림픽위원회를 창설한 하사니로서는 큰 성과다. 올림픽 오륜 마크로 장식된 책상 너머, 전 코소보 가라데연맹 회장이기도 한 하사니는 현 IOC 위원장 토마스 바흐에게 경의를 표한다. “우리는 가입요청을 했지만 유엔의 회원국은 아니다. 나는 IOC와 위원장 토마스 바흐가 내린 결정이 정치와 스포츠 간의 큰 차이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스포츠와 정치가 분리된 영역이길 바란다. 나는 그 사실이 매우 다행스럽다. 만일 이 결정이 유엔과 연관돼 있었다면, 러시아가 거부권을 포기할 때까지 몇 년을 기다려야 했을 것이고, 코소보는 향후 전망을 보장받지 못하는 많은 선수들을 잃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문맥상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코소보 농구연맹 위원장 에롤드 벨레구는 현 사안에 대한 이러한 시각에 반대한다. 적어도 코소보 농구연맹의 국제농구연맹(FIBA) 가입이 2015년 3월 승인되기 전까지는 분명히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2008년에는 국제연맹에 가입하려는 시도가 수차례 실패로 돌아가자, 스포츠의 도구화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제 스포츠는 순전히 정치적 도구가 됐다. 스포츠와 정치가 무관하다고 우기는 이들은 순진해빠진 것이다.”(1) 벨레구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FIBA에 세르비아의 손길이 닿아있음을 알렸다. “1976년부터 2002년까지 FIBA 사무총장을 지냈고, 이후 명예사무총장이 된 보리슬라프 스탄코비츠는 세르비아인이다.”
1999년의 코소보 전쟁과 서구 개입 이후, 세르비아는 예전 자치주인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한 적이 없으며, 이 지역에 대한 통치권을 주장해 왔다. 심지어 2008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에 압력을 행사해 코소보와 브라질 올림픽 축구팀 간에 예정된 친선경기를 취소시키기도 했다. 비록 독립국가로서의 인정은 논외사항이나, 두 정부는 유럽연합의 주도 아래 코소보 북부 지역의 세르비아계 소수주민들의 이익을 고려하는 내용을 담은 조약을 통해 2013년 양국 관계를 정상화했다. 이 조약은 2015년 8월 25일 새로운 텍스트를 통해 보완됐다.
정치가 스포츠에 영향을 미친다면, 스포츠는 종종 또 다른 수단을 이용한 정치의 연장선상이 되기도 한다. 코소보 축구연맹 회장이자 유고슬라비아 국가대표팀에 속했던 마지막 코소보 선수 파딜 보크리는 이를 잘 이해했다. 그는 코소보와 세르비아 간의 스포츠 만남을 주장한다. “두 국가 간 평화의 경기라 할 수 있는 이 경기를 치러야 한다.” 2016년 3월 FIFA 집행위원회가 의사를 표명할 것이지만, 아직까지 코소보는 FIFA의 인정을 받지 못했음에도, 2014년부터 여러 친선경기와 아이티를 상대로 첫 경기(0-0)에 참가할 수 있었다.
물론 코소보 축구선수를 인정하는 데는 정치적 문제가 제기된다. 그 자신이 코소보 출생이거나, 코소보에서 출생한 부모를 둔 모든 선수는 코소보 차원의 선수 선발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하지만 전쟁으로부터 도피했던 일부 선수들은 귀화국과 출신국 사이에서 선택해야만 한다. 이에 따라 스위스와 알바니아 국가대표팀은 셰드란 샤키리, 그라니 샤카, 발론 베라미, 로릭 카나 같은 유능한 선수들을 다수 잃을 가능성이 있다. 마찬가지로 슬로베니아 대표팀의 스키선수 한 명, 알바니아 대표팀의 레슬링선수 한 명은 이미 코소보 국기 아래 참가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4년 IOC 가입 승인 당시 코소보 외무부 장관 페트리트 셀리미는 “코소보인들은 아마 독립선언 이후 가장 큰 성과를 자축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사니는 코소보에 내린 한 줄기 빛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코소보는 육상대회로는 베이징 세계선수권대회에 첫 출전했고, 우리는 인정받았다. 우리 선수는 단 한 명뿐이었다. 이는 선수 개인의 영광에 그치지 않고 국가 전체의 영광이 됐다. 이후 코소보는 바쿠 유럽선수권대회에 참가했고, 노라 갸코바 덕분에 유도 동메달을 획득했다. 우리가 메달을 딸 것이라고 아무도 기대하지 못했었다.” 이 말을 하는 그의 감정이 손에 잡힐 듯 생생했다. “스포츠 덕분에 우리나라는 자부심이 생겼다. 만일 기자가 내게 코소보인들이 무엇을 자랑스러워하느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스포츠라고 대답하겠다.”
많은 이들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참가를 통해 공식적인 인정을 받길 기다리고 있다. 50억 시청자들이 브라질에 시선을 고정시킬 것이고, 휘날리는 코소보 국기를 보고 코소보 국가를 듣게 될 것이다. 코소보를 알릴 기회, 전 세계의 스크린에 코소보를 담을 유일한 기회인 셈이다. 최고의 메달 기대주는 52kg급 세계챔피언이자 유럽선수권챔피언인 말린다 켈멘디. 이전에 켈멘디는 알바니아 대표팀 소속, 이후에는 세계유도연맹 소속으로 뛰었다. 조국을 대표하게 된 그녀는 자신의 어깨를 내리누르는 압박감을 감추지 않았다. “나를 지켜보며 승리를 기대할 모든 국민들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으려 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그 생각은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경기에 임할 때 나는 상대선수를 생각하지 않는다. 오로지 유도만을 생각한다. 마음을 비울 것이다.”
스포츠기관들은 경기 주최국이 코소보 여권을 허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 코소보의 독립에 상당히 비판적이며 독립을 인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 유도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코소보 선수들을 받아들이고 켈멘디에게 금메달을 수여해야 했다. 하지만 스포츠의 영역과 지정학적 영역은 서로 완전 대체하지 않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예컨대 브라질은 코소보인들이 원하는 국기 아래 코소보 선수들을 맞이할 예정이지만, 그렇다고 코소보를 국가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사실 코소보 지도자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외교적 관계를 맺길 희망하고 있다.
이 정치‧스포츠적 분쟁은 동티모르와 남수단, 팔레스타인이 경험했던 분쟁과 여러모로 유사하다. 팔레스타인은 FIFA와 IOC의 승인을 받았으나 여타 국제위원회들의 의견은 분분했는데, 현재로서는 유엔의 옵서버 자격만 갖추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한편 동티모르는 FIFA 회원국이고 남수단은 IOC 회원국이다. 남수단의 전국올림픽위원회 위원장 윌슨 뎅 쿠이로가 IOC 가입 승인으로부터 이끌어낸 것은 무엇보다도 정치적인 결론이었다. “우리가 IOC의 승인을 받은 이 역사적인 날은, 화해를 장려할 수단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스포츠 외교는 더 이상 평가 절하될 수 없을 것이다.

 


글·플로리앙 고티에 Florian Gautier
스포츠 전문기자로, 스포츠 웹사이트(www.lathlete.fr)등에 주로 글을 쓰고 있다.

번역·박나리 
연세대 불문학과 및 국문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Kosovo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