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하나가 될까?

2016-01-28     캉디스 트란 다이


평소 경쟁 관계이자 종종 공개적으로 갈등을 표출하기도 했던 한국, 중국, 일본은 최근 사이버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협력 체제를 마련했다. 이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북한이 무차별적인 해킹을 통해 사이버 안보의 장애요인으로 떠오른 것에 이은 동북아 국가들의 공동 대응방안이다.


2014년 10월 21일, ‘사이버 문제’ 전반을 논하기 위한 한국-중국-일본의 제1차 3자회담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다. 논의는 각국의 관련 정책들, 사이버 공간에서의 국제기준 적용 문제, 사이버 안보, 사이버 범죄, 사이버 테러, 그리고 비상 대응팀들 간의 협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은 진행됐다. 이는 같은 해 9월 11일 열린 한중일 정상 회담 이후 불과 1개월 만이자, 3월에 있었던 한중일 자유무역협정 제4차 협상 이후 계속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루어진 3국 간의 만남이라는데 의미가 크다.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2014년 7월, 북한의 사이버 전쟁 능력이 향상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현재 북한의 사이버 전사들은 5,9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확인됐던 수의 2배에 달하는 숫자다. 일례로, 2012년 초와 2013년 3월에는 한국 시중 은행들의 대규모 해킹 사건이 있었고, 2013년 3월에는 한국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이 있었다. 또한 2013~2014년 ‘사이버 분야’와 관련해 중국과 미국 간의 관계가 꾸준히 악화돼 왔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양국 간의 관계는 2013년 5월, 미국 법무부가 중국군 5명을 미국 6개 기업체의 컴퓨터 시스템을 해킹했다는 혐의로 기소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사실 한국, 중국, 일본의 관계에는 경쟁과 협력이 묘하게 뒤섞여 있다. 특히 3국이 서로에 대한 확실한 신뢰기반이 없는 상태에서도 사이버 분야에서는 협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영토분쟁이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있고 3국 모두 민족주의 성향이 강하며, 사이버 공간은 이들 모두가 욕심내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들 3국은 모두 경제력 및 무역수지 측면에서 2배 이상 성장했으며, 각기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상대로 개발지원 프로그램과 정치적‧외교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과 관련해 이들 3국은 아세안(ASEAN)을 통해 각자 간에 양자 관계를 구축했다. 또한 ASEAN+3, ASEAN+3 ICT 정상회의 등 여러 회의를 통해 정보통신부문에 대한 3국 간의 협력강화를 모색했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위한 국제기금의 주요 출자국인 일본과 한국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와 디지털 분야에 있어서 각종 원조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편 중국은 ICT 인프라 확충, 디지털 격차 해소, 교육, 정보 및 네트워크 안보, 사이버거래 촉진 분야에 있어서 ASEAN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상태다. 일본은 자연 재해 및 산업 재해 해결을 위한 ICT 사용에 대해 ASEAN과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한국은 ASEAN 내 인적자원 관리와 교육 분야에서 매우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무역 분야에서 야심 키우는 한·중·일

사이버 안보와 관련해서는 중국과 일본이 몇 해 전부터 ASEAN과 대화와 협력 과정을 추진하고 있다. ASEAN과 중국 간 협력의 경우 ‘네트워크 및 정보의 안보’가 주요 협력 분야로 선정됐으며, 정보 교류, 연구개발(R&D), 그리고 전문가 그룹 구성과 토론회 개최가 예정돼 있다. 일본은 중국과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장관회의를 추진 중인데, 다만 사이버 안보 측면에서의 ASEAN의 역량강화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동북아시아 3국은 정치적 및 외교적 측면에서 ASEAN과의 협력을 돈독히 유지하는 가운데, 동북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전략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의 ICT와 디지털 기업들 간의 경쟁은 점점 치열해 지고 있다. 중국의 대기업들을 필두로 한국과 일본의 경제 주체들(한국의 삼성, LG, 일본의 히타치, NTT, DATA), 그리고 대만기업들까지 가세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장악하려는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유독 두드러진다. 이는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들에 신속하게 반응하고 디지털 문화에 열광하는 모바일족들에게서 기업들이 무한한 가능성을 엿보았기 때문이다. 기업들 간의 무한경쟁은 스마트폰과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급성장 중인 중국기업들은 일본기업들의 투자전략과 한국기업들의 동남아 지역의 경제적 및 상업적 활동 강화 전략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은 동남아 지역을 놓고 사이버 분야에서 정치적, 전략적, 상업적으로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하는 한편, 3자 회담을 기반으로 한 협력 활동에도 열심이다.
3국은 장관회의(CJK-ICT)를 통해 ICT 분야의 기준과 표준에 대해 논의를 강화하고 있다. 목표는 3국 ICT 산업의 정보 공유, 표준화 기관의 작업에 대한 지역적·국제적 지원, 표준화 과정이 공정하고 서로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표준화 기관들 간의 협력을 모색하고 공동기준을 도입하는 것이다. CJK-ICT는 3국의 입장을 조율하고 조정함으로써 지역적 및 국제적 차원에서의 3국의 입장 정립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국제적 차원에서는, 기준과 표준에 대한 논의에서 EU와 미국에 맞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정치적인 문제들이 얽혀있어 쉽게 합의에 이르기가 힘들 수도 있다. 좀 더 넓게는, ICT에 있어서의 한국-중국-일본 3국의 메커니즘은 다음 분야에서의 협력을 목표로 한다. 바로 3G와 차세대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차세대 인터넷과 무선전파인식(RFID), 디지털 텔레비전과 무선 방송, ICT 네트워크와 정보안보 정책, 통신 서비스, 동북아시아의 오픈소스(Open source) 소프트웨어의 홍보다. 사이버 안보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한국, 중국, 일본 전문가들이 모여 조직한 워킹 그룹(ICT Network and Information Security Policy Working Group)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정된 3개의 협력 분야는 사이버 공격에 대한 공동 대응, 정보 공유, 그리고 온라인 상에서의 사생활 보호이다.
일반적으로 사이버 안보 문제는 어느 나라에서든 민감한 주제이지만, 국제적 사이버 공격의 빈도와 규모가 급증하면서 국가들 간의 대화의 중요성은 더욱더 커지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게다가 이웃 북한이 사이버 공간을 체제유지 수단으로서 뿐만 아니라 사이버 전쟁의 도구로도 이용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사이버 안보, 더 나아가 사이버 공간에 대한 3국 간 대화는 꾸준히 유지돼야 한다.
이러한 사례들을 통해, 3국의 행동은 ‘코퍼티션(Coopetition)', 즉 협력적인 경쟁 관계 또는 기회주의적인 협력 관계로 요약된다. 3국 모두 정보사회의 급성장을 경험했기에, 경제발전에 있어서 필연적으로 ICT 분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경제대국으로 거듭난 중국, 일본경제의 침체, 개도국들 가운데 독보적으로 앞서고 있는 한국의 상황은 양국 간, 그리고 3국 간 관계에서 핵심적으로 작용한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실용주의가 경제적·상업적 측면에서 최우선시됨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전략적 측면에 가려져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치열한 경쟁 상황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 중국, 일본에게는 서로 협력해야할 이유만큼이나 서로 경쟁해야할 이유도 충분히 많기 때문이다.

 


글·캉디스 트란 다이 Candice Tran Dai
파리 아시아 센터(Asia Center)에서 사이버공간 프로그램의 책임자로 일하면서 사이버 테러와 국제공조에 대해 전략을 짜고 있다.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