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납세자 '도덕적 해이'...5년간 추징세액 3631억
배우 송혜교씨 사례로 수면 위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세무조사 유예 혜택을 받는 가운데서 세금을 탈루해 세무당국으로부터 추징당하는 도덕적 해이가 적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모범납세자 세무조사 내역'에 따르면 2009년~2013년 선정된 모범납세자 2760명을 상대로 국세청은 지금까지 105건의 세무조사를 벌여 총 3631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모범납세자로 선정되면 공항출입국 시 전용심사대 이용, 공영주차장 및 국립공원 주차장 무료 이용, 의료비 할인, 금융권 대출금리 경감, 콘도요금 할인 등의 우대혜택을 받는다. 또한 3년간 세무조사가 유예되며 징수유예, 납기 연장에 따른 납세담보도 면제된다. ◇ 2009년 송혜교씨 사례로 표면화모범납세자 제도 악용 문제는 지난 2009년 3월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배우 송혜교씨 사례를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송씨가 세무조사 유예기간인 2009년~2011년 총 54억9600만원을 지출 증명서류 없이 필요경비에 포함시켜 신고한 사실이 세정당국에 적발됐고 관련 내용이 지난 2014년 8월 세간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당시 야당은 송씨를 국세청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으며 여당인 새누리당의 심재철 의원도 모범납세자 선정기준 강화 등 제도 개선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국세청은 지난해 4월부터 모범납세자에 대해 연간 1회 이상 사후검증을 실시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거나 요건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되면 선정을 취소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모범납세자 관리 규정(훈령)도 개정했다. 모범납세자 우대혜택 제외 절차도 명문화했다. 국세청은 최근 오제세 의원에게 제출한 '모범납세자 세무조사 내역'에는 2014년 과세분에 대한 2015년 세무조사 실적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현재 집계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부 개선책이 마련된 후인 지난해 실적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모범납세자 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모범납세자 제도 실효성 있나일각에서는 제도 무용론도 나온다. 탈세 규모에서 나타나듯 자진 성실 납세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는 것인지 의문인데다 선정기준과 제도 운영이 투명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모범납세자 선정에는 일반분야와 소상공인 분야로 나눠 총 결정세액과 연간 수입금액 등 일정 기준이 존재한다. 관련 요건을 충족하면서 세금을 성실히 신고, 납부한 개인과 법인을 세무관서장을 포함한 타인이 추천하거나 이들 스스로가 신청하면 내•외부 검증 후 공적심의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최종 모범납세자가 선정된다. 여러 단계 검증 작업이 이뤄지긴 하지만 구체적인 내부 선정기준을 알 수 없는 데다 표창을 받는 이들이 실제로 세금을 성실히 납부한 '당당한' 모범납세자인지를 국민이 판단할 마땅한 장치가 없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회장은 "선정기준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제도를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면서 "세무사와 세무공무원 간의 유착 관계가 사라지지 않는 한 모범납세자 제도는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세청은 내달 3일 제50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을 열며 이 자리에서 최종 선정된 올해의 모범납세자에 대한 표창이 이뤄진다. 김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