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휴대폰은 만들 수 없는 걸까?
2016-02-29 에마뉘엘 라울
휴대 전화 제조에 사용되는 광물들의 채굴 과정에서는, 특히 중앙아프리카의 경우, 가장 기본이 되는 사회 권리들이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 이유로 한 기업이 ‘공정 휴대 전화’를 만들기 시작했으나 곧 블랙마켓과 인증제도라는 벽에 부딪치고 말았다.
2015년에만 총 14억 대가 생산된 스마트폰은 ‘글로벌 경제’의 상징이다.(1) 이 ‘글로벌’한 성격은 아이폰 뒷면에 적힌 문구, ‘캘리포니아 애플 디자인, 중국에서 조립’으로 훌륭하게 요약된다. 스마트폰의 양대 브랜드는 애플과 삼성이다. 2015년 2억 3,100만 대를 생산한 애플과 3억 2,400만 대를 생산한 삼성은(2) 치열한 경쟁 중이다. 이는 아시아 소재 공장 노동자들의 비참한 노동조건으로 이어진다.
애플의 중국 최대 하청업체인 폭스콘에서 노동자들이 잇따라 자살했다. 이 자살 사건들은 휴대폰 공장 노동자들의 비참한 실상을 밝히는 계기로 작용했다. 2015년 8월, 삼성도 자사 공장에서 200건 넘게 발생한 백혈병에 대해 7,800만 유로의 노동자 보상기금을 조성했다.(3) 세계 3위 생산업체인 중국의 화웨이도 2014년 아동노동 사건으로 인해 공장 한 곳을 폐쇄해야 했다.(4) 스마트폰 제조 과정에는 여러 대륙에서 채굴된 30여 종의 광물이 사용된다. 이 광물들의 채굴과정에는 어떠한 사회적, 환경적 영향도 고려되지 않는다. 땅속 아주 깊이 파내려가 채굴되는 이 광물들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처럼 무력분쟁을 조장한다. 과연, 휴대폰 산업은 인간존중, 환경존중과는 양립 불가능한 것인가?
네덜란드의 사회적 기업 ‘페어폰(Fairphone)’이 이 불가능에 대한 도전에 나섰다. 페어폰은 2013년 봄부터 ‘윤리적 휴대폰’으로 선보인 제품을 약 6만 대 판매했다. 2015년 여름에는 페어폰 2를 선보이며 매년 10만 대 판매를 목표했다. 페어폰 측의 설명에 따르면, 페어폰 제조에 사용되는 광물은 그 채굴 수입이 콩고민주공화국의 민병대를 재정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 또한 페어폰을 조립하는 중국 공장에서는 정기적인 감독을 통해 합리적인 노동환경을 보장하며, 노동자들은 노동복지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휴대폰의 수명도 늘어났으며 환경오염도도 낮다. 사용자가 직접 부품을 쉽게 구매하고 교체할 수 있으며, 재활용 플라스틱과 구리를 최대한 사용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폐전화기 수거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가나에서는 휴대폰 재활용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페어폰이 의존하는 대상은 투자자들이 아니라 소비자들이다. 2013년 페어폰은 소비자 대상 인터넷 크라우드 펀딩으로 몇 주 만에 약 7백만 유로를 모았다. 페어폰의 두 번째 모델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선주문 시스템 덕택이다. 소비자가 미 제작된 기기 비용으로 525유로를 지불하면, 몇 개월 후 휴대폰이 배달되는 시스템이다.
기술을 초월하는 가치를 지닌 이 두 휴대폰의 출시는, 새로운 생산 방식에 여전히 수많은 한계점이 존재함에도 ‘윤리적이고 공정한 시도’라는 점에서 언론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하지만 페어폰 스스로 “공정한 휴대폰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인정한다.(5) 다소 겸손한 이 기업의 바람은 “보다 공정한 전자제품 생산을 위한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페어폰도 그 길이 험난하고, 많은 복병과 싸워야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페어폰의 바스 반 아벌(Bas van Abel) 대표가 털어놓았듯, 페어폰의 첫 지출은 콩고민주공화국 진출을 위해 지역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는 것이었다. 광산담당 공무원들로부터 광산의 촬영허가를 얻기 위해서였다.
페어폰이 콩고 남부 카탕가 지역에서 2011년에 촬영한 영상을 참고하면, 페어폰은 또 다른 현실과 마주쳐야 했다. 이 지역의 광산업은 주로 수공업, 그것도 부모와 어린 자녀들이 함께 일하는 가족 수공업 형태가 많았다. ‘미분쟁’ 인증을 받은 주석을 구하기 위해 페어폰은 기업 및 NGO, 국내외 관계자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이들은 특수한 포장과 라벨이 포함된 인증 시스템을 이용했다.(6) UN 전문가 그룹의 권고에 따라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2010년 7월 미국이 채택한 도드 프랭크법 이후 필수가 됐다.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 규제 차원에서 마련된 이 법의 1502번 조항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이 콩고민주공화국의 무장단체들을 재정 지원하는 광물을 사용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광산 인증절차가 기초단계였다는 것이다. 결국 5년 후, 10여 개 광산에서만 합법적으로 주석을 판매할 수 있었다. 거대 전자제품기업들은 대비 차원에서, 문제 해결 차원에서 Tin(주석), Tantalum(탄탈룸), Tungsten(텅스텐), 이 ‘3T’ 광물의 수출을 금지하며 더 이상 콩고 현지에서 광물을 조달하지 않았다. 때문에 광산업에 의존하고 있다가 직격탄을 맞은 이들이 적어도 8백만, 많게는 1천만에 달한다.
취리히 대학의 크리스토프 보젤과 헤이그 사회과학연구소의 벤 라들리, 이 두 명의 박사과정 연구원은 2013년과 2014년,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는 4개 광산지역을 찾았다. 연구원들은 그 곳에서 처참한 경제적 상황을 목격했다.(7) 광부들의 임금과 수당은 줄었거나 그대로인데, 블랙마켓은 급증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영토의 광대함과 무장단체의 이동 용이성 때문에 이미 인증 받은 광산이 무장단체나 무장단체의 민간 공모자들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광부들은 광산업에 비해 수입이 1/6에 불과한 농업으로 되돌아가거나, 민병대에 합류했다.
NGO를 대표하는 70명의 교수들과 그 밖의 콩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2014년 9월 공개서한에서 이러한 상황을 비판했다. “광물이 분쟁을 조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분쟁의 원인은 아니다. 지역과 국가 내의 권력싸움을 비롯해, 토지 이용, 신분 및 시민권 문제 등의 문제들이 분쟁을 발생시키는 구조적인 원인들이다.”
이들은 지역 관계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보다 윤리적인 제품을 위한 진보가 이루어졌는지 모르나, 콩고 국민들의 생활조건 개선을 위해 이루어진 것은 전혀 없다”고 개탄했다. 두 연구원, 보젤과 라들리 역시 ‘공정무역’이 과연 콩고 서부에서 경제적인 측면의 신식민주의를 막을 수 있을지 우려했다. 페어폰 본사는 암스테르담 항구에 있는 옛 공업단지 3층에 위치해있다. 본사에서 만난 반 아벌 페어폰 대표 역시 이를 인정했다. “사실이다. 인증제도에 대한 시도가 우리의 기대만큼 지역사회의 발전에 기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교역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했고, 덕분에 바이어들이 콩고민주공화국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는 페어폰이 현지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설명하며, 비판하는 이들에게는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줄 것을 요청했다. “다음 과제는 아동노동 문제의 해결이다. 우리는 항상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증 받은 주석과 탄탈룸에 이어, 페어폰은 르완다에서 텅스텐 광산을 찾았다. 이제 페루와 콜롬비아에서 공정무역을 통해 생산된 금을 사용하려 한다. 하지만 반 아벌 대표는 가장 어려운 문제, 중국의 금시장 공략이 남았다고 한다. 그는 새로운 중국 협력업체인 Hi-P international과 접촉하고 온 참이었다. 만족스러운 조건에서 휴대폰이 생산될 수 있도록, 페어폰은 정기적으로 직원을 파견하고, 중국기관에 감사와 자문을 위임해 제조사에 대한 노동조건 보고서를 온라인에 게시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Hi-P 쑤저우 공장의 안전 문제와 주당 근무시간 문제, 그리고 총 노동자의 61%에 달하는 임시직 채용문제 등이 알려질 수 있었다. 감사기관의 보고서에 의하면, 2014년 7월, 일부 노동자들은 주당 77시간, 그리고 28일 간 연속으로 작업하기도 했다.(8) 페어폰 측은 “Hi-P측이 임시직 채용을 제한하고, 주당 노동시간이 60시간 이하로 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노동시간을 너무 많이 줄여버리면 노동자들의 수입이 줄어, 이들이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다. 초과근무가 이들의 급여에서 상당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일종의 금전적인 보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독일의 금속노조 IG Metall과 다국적 기업 전문 연구기관 SOMO(9)의 노력으로 ‘노동자 복지기금’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이 기금은 노동자의 생활을 개선하고, 기업 내에서 노동자를 대변할 새로운 기구를 설립할 수 있게 한다. 페어폰에서도 휴대폰이 1대 팔릴 때 5달러씩 기금으로 적립이 된다. 첫 스마트폰 판매를 통해 30만 달러가 적립됐고, 적립된 기금으로 하청업체 궈홍의 노동자 500~900명이 혜택을 받았다(오더북 기준). 노동자들에게 보너스 형태로 월 평균 90유로의 수당이 지급된 것이다. 이 기금으로 구내식당 메뉴에 과일이 추가됐으며, 노동자들의 저녁 모임이나 외출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페어폰이 휴대폰 생산업체를 변경함에 따라, 궈홍 내에서 이 기금은 앞으로 노동자들과 경영진 사이의 대화를 위해서만 사용될 것이다. 페어폰은 이제 이 기금을 Hi-P 선저우 조립공장 내에 도입해, 약 3천 명에 달하는 노동자를 위해 쓰려고 한다.
그러나 공정무역의 기준에서 봤을 때 페어폰은 공정무역 제품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왜 이 기업은 자사의 휴대폰을 ‘페어폰(Fairphone)’이라고 명명했을까? 이 질문에 반 아벌 대표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이 명칭은 우리의 현재 상황이 아니라, 희망사항을 지칭하고 있다.” 보다 상세한 설명을 위해 그는 프로젝트의 시초가 된 2010년 캠페인을 언급했다. 2010년, NGO ‘Action Aid’가 분쟁지역 광물에 대한 캠페인을 시작했을 때, 반 아벌 대표는 네덜란드의 예술·과학·기술 재단 ‘Waag Society’를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는 NGO들의 습관적인 결집을 원치 않았다. 디자이너였던 나는 휴대폰을 직접 만드는 것이, 휴대폰의 생산과 공급 과정에 숨겨진 문제점들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콩고에서 ‘미분쟁’ 주석 광산을 찾고, 사회규범을 (조금) 더 강화하는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중국공장을 찾기까지 2년이 걸린 페어폰은 2013년 사회적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사실, 회사 내부에서도 ‘페어폰’이라는 명칭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사람들이 ‘공정(Fair)’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선사하기 위해, 그 단어를 더욱 쓰고 싶었다. 이를 통해 애플이나 삼성의 휴대폰을 소유한 이들에게 사회적, 환경적 책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페어폰은 투명성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회사 홈페이지에 납품업체 명단과 제조비용 분배내역, 협력업체들의 노동조건 보고서를 게시하고 있는 것이다. 부정적인 측면이 있어도 감추지 않는다.
페어폰이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을 시작했을 때, 이들의 홍보 전략은 ‘비판받기 쉬운 자세’를 취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우리를 비판할 때, 우리는 그 비판을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페어폰 대표는 말한다. 그는 자진해서 독일과 네덜란드 신문사들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광산을 촬영하기 위해 뇌물은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휴대폰 제조과정의 복합성을 효과적으로 은유하는 페어폰은 사람들에게 휴대폰 제조과정 전반의 관행들에 대해 의문을 선사했다. 페어폰 조차 공정한 휴대폰이 되기에 아직 멀었다고 하면, 다른 휴대폰들은 어떻겠는가? 휴대폰들을 비교하는 테스트가 실시됐을 때, 페어폰은 삼성의 갤럭시 S4를 압도적으로 제쳤다. 갤럭시 S4는 휴대폰 중 최초로 스웨덴의 안전규격 기관인 TCO로부터 ‘환경적, 사회적 책임’ 인증을 받았기에, 비인증 휴대폰보다는 그래도 나은 제품이다. 공정무역 관계자들도 페어폰에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공정무역 플랫폼(PFCE)의 코디네이터 에밀리 뒤로샤는 “페어폰은 노동조건을 고발하는 도구”라며 환영했고, 프랑스 막스 아블라의 대표, 도미니크 루아예는 “페어폰은 다양한 주제에 대한 토론의 장이자, 계속 진전되는 과정의 창이다. 이로써 페어폰은, 세계 무역의 규칙을 변화시키기 위한 공정무역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1년 반 만에 매출액이 0에서 1,600만 유로가 됐으며, 매출액 전액이 재투자된 페어폰. 이제 웹 전문 사이트 The Next Web이 선정한 “가장 번창하고 있는 테크놀로지 스타트 업”이라는 영예까지 차지했다. 보다 윤리적인 생산과 소비를 향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존재한다는 점, 이것이 바로 휴대폰업계가 깊이 새겨야 할 메시지다.
글·에마뉘엘 라울 Emmanuel Raoul
언론인. LCI 방송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등 외부 언론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 (IDC), 2016.1.27, www.idc.com
(2) 다음 기사 참고. Martine Bulard <삼성, 공포의 제국>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2013년 7월호
(3) <Santé & travail>, n° 92, Paris, 2015년 10월.
(4) 다음을 참고. http://chinalaborwatch.org, <차마 밝힐 수 없는 휴대폰의 비밀들>, <Cash investigation>, France 2, 2014.11.4.
(5) 다음 기사 참고. Christian Jacquiau, <막스 아블라 혹은 공정무역의 모호함>,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2007년 9월호.
(6) 미분쟁 주석 이니셔티브(Conflict Free Tin Initiative, CFTI), cf. http://solutions-network.org, 주석, 탄탈룸, 텅스텐 공급을 위한 공동 이니셔티브(ITRI Tin Supply Chain Initiative), cf. www.itri.co.uk
(7) Christoph Vogel, Ben Radley, <In Eastern Congo, economic colonialism in the guise of ethical consumption?>, <The Washington Post>, 2014.9.10.
(8) <Social Assessment Program : Hi-P>, Fairphone, 2015.4, www.fairphone.com
(9) Centre for Research on Multinational Corporation, www.somo.nl
(10) <Fairphone named Europe’s fastest-growing startup of 2015>, TNW News, 2015.4.24, http://thenextwe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