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정부가 노사분쟁 중재위원회를 폐지하나
2016-02-29 엘렌 이본 메노
노사분쟁 조정위원회 위원들은 요리사나 정보처리기술자를 겸할 수 있다. 이렇게 기업근무 경험을 보유한 위원들로 구성된 이 위원회가 효율성과 비용절감을 이유로 위협 받고 있다. 노사분쟁 조정위원 선거제도 철폐 이후, 프랑수아 올랑드 행정부는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측 범법 행위에 대한 벌금의 상한선 설정, 소송 건수 축소, 원고 비용 부담, 그리고 조정위원의 자유 제한과 전문 사법관으로의 대체 등이다.
‘기적의 법정’이라고도 불리는 긴급소송인 가처분 변론에서 파투마타 M(1)은 3개월 간 간병인으로 일한 대가 452유로를 요구했다. 홀로 이 자리에 온 그는 두 명의 조정위원에게 간절히 호소한다. 그의 고용인은 이 자리에 없다. “몸이 안 좋으니 공판을 다른 날로 연기해 달라”고 서면 요청한 상태다. 물탱크 청소부인 테우픽 Z의 고용인은 법정에 출두했다. 그는 Z의 급여를 제대로 지급했다고 주장하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할 서류가 전혀 없다. 중재 시도 이후 재판장에는 K가 출두했다. 그가 공장장으로 일했던 공장은 평온한 조직 분위기에 힘입어 양질의 제품 판매와 생산성 증가로 높은 수익을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고된 K는 공장 노동자 전원, 그리고 노동총연맹(CGT)을 비롯한 노조에서 받은 지지 서신을 제출했다. K는 사측으로부터 ‘정원감축’에 있어,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공장에서 시행하는 엄격한 관리방식을 적용하지 못했다고 비난받았다. 설혹 K가 승소해 손해배상을 받더라도, 자리를 되찾기는 요원한 상황이다.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생각하는 모든 개인, 또는 기업은 비용에 대한 부담 없이 노사분쟁 조정위원회에 출두 가능하다. 홀로 출두할 수도 있고, 변호사나 소속기업의 노동자, 노동단체나 고용주단체 대표자, 법적 배우자나 사실혼 관계의 동거인과 함께도 가능하다. 노사분쟁 조정위원회가 취급한 소송사건은 2014년 18만 7,651건에 달했다. 이 중 대부분은 ‘개인적 사유’로 인한 해고에 관한 건이었다. 그 사유가 ‘중대한 실책’이든, ‘업무능력 부족’이든 간에 말이다.
노동자가 자신의 업무능력에 관한 평가와 그로 인한 해고에 반론을 제기하면, 고용주는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할 이유를 밝히는 식이다. 조정위원들은 실책(또는 무능력)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토의한다. 조정위원회는 노측과 사측 조정위원이 동일한 수로 구성된다. 이러한 형태의 노사 공동결정은 관점의 객관성과 균형성을 보장한다.
2008년 개혁 이후, 노사분쟁 조정위원회의 1/3이 철폐됐으며, 보비니, 낭테르, 파리 등 업무과다 지역에도 조정위원회가 추가 설립되지 않았다. 대부분의 조정위원회는 전용 사무실이나 인터넷, 컴퓨터, 인쇄용지 등을 지원받지 못한다. 또한 서기직이나 비서직을 담당하는 공무원 정원이 줄어 분쟁해결에 소요되는 기간이 늘고 있다. 조정위원들이 생업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법정출두 시간만큼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가 있긴 하다. 그러나 이 수당의 최대 지급가능 시간을 줄임으로써 조정위원들이 위원회에서 활동할 시간과 조정위원들 간에 경험을 공유할 기회를 제한하고 있다.
게다가 제소시효 단축으로 소송 가능성도 제한됐다. 2013년 6월에 가결된 소위 ‘고용안정화’ 법 이후, 고용계약의 실행이나 단절에 관련된 제소시효는 2년, 임금청구에 관한 제소시효는 3년이다. 해당소송에 관한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제소시효가 지나버리면,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게 된다.
2014년에는 소송 한 건을 해결하는 데 평균 13.9개월이 걸렸다. 인력도 부족할 뿐 아니라, 이송을 요청하며 시간을 버는 변호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재판소가 포화상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원고는 최소한 몇 개월, 최악의 경우 몇 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송 요청이 항상 같은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 측 변호사의 경우, 보통 증거확립을 위함이다. 고용주 측 변호사의 경우, 벌금형을 받을 가능성 회피 및 벌금형을 받을 경우 지출비용을 예상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지나치게 느린 해결과정을, 수많은 해설자들처럼 비난부터 하기 전에,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소송 한 건을 해결하는 데 평균 경죄법원 11개월, 아동법원 21개월, 중죄법원의 경우 5년 이상이 걸린다.
그럼에도 노사분쟁 조정위원회가 비난받는 것은, 이곳이 민주적인 장소라는 점 때문이다. 즉 지역별 선거에 의해 선출된 조정위원들에게 강력한 적법성을 부여하는 유일한 프랑스 재판소이기 때문이다. 노동자 측 조정위원들은 노조명부 상의 이름을 대상으로 (EU회원국 및 비회원국의) 외국인들을 포함한 노동자 및 구직자로 구성된 유권자단의 투표로 선출된다. 고용주 측 조정위원들은 고용주, 합명회사 조합원, 기업임원으로 구성된 유권자단에 의해 선출된다. 이렇게 선출된 조정위원들은 조정위원회의 지도부를 선출하고, 최후의 노동자 교육이라 할 수 있는 체계적인 연수를 조합에서 받는다.
노동의 권리에서 권리 없는 노동으로
이 모든 것이 바로 사측과 정부가 노사분쟁 중재위원회를 문제 삼는 이유다. 2008년 선출된 조정위원들은 본래 2013년에 교체돼야 하는데, 임기가 2년 연장되더니 이후 한 차례 더 연장됐다. 그리고 좌파가 과반수를 차지하는 국회에서 이 조정위원 선거를 완전히 폐지하기에 이르렀다(2014년 12월 18일자 법). 그 이유를 저조한 투표율에 비해 상당한 선거비용으로 들고 있다. 그러니 현 조정위원들이 9년 간 직위를 유지하고, 사망이나 의욕 저하 등으로 생긴 공석은 채워지지 않았다. 이는 조정위원들의 업무부담을 과도하게 높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2017년에는 전국적 차원의 노조 대표성(특정 노조가 지닌 영향력을 지칭하며, 노조 투표 참여율이 이를 평가하는 잣대가 됨-역주)에 따라 조정위원들이 지정될 예정이다. 결국 일자리를 잃었을 경우 더 이상 발언권을 얻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조정위원 알베르 들라트르의 표현을 빌면, 전문가는 아니지만 능숙한 14만 616명의 노사분쟁 조정위원은 민법상 노동계약의 이행에서 야기된 분쟁을 검토하거나 조정할 의무가 있다. 조정위원들은 화물차 운전기사, 정보처리 기술자, 공장 노동자, 비간부 노조원을 겸할 수 있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어느 기업에 대한 형벌 선고는 사측 조정위원 1명 이상의 동의하에 결정된다. 전체 소송 중 71%가 노동자에게 유리한 판결로 귀결된다. 대부분 청구가 인정되고, 때로는 고용주에 대한 형벌이 가중되기도 한다. 프랑스 경제인연합회(Medef)의 걸출한 회원들은 노사분쟁 조정을 ‘패배가 예정된 장치’로 여긴다.
조정위원들이 정규 노동시간 이후 위원회에서 일할 때,(2) 그들이 받는 시급은 약 7.1유로다. 최저시급 약 9.67유로에도 못 미치는 자원봉사 수준인 셈이다. 게다가 변호사 라셸 스피르에 의하면, 노조활동은 분명히 위험을 동반한다.(3) 매년 1만 명 이상의 노조원들이 해고되는데, 특히 노사분쟁 조정위원들은 법적 보호 대상이라 해도 위험하다. 하지만 조정위원이라는 직무는 노조활동이 아니다. 노사분쟁 조정위원은 ‘프랑스 국민의 이름으로’ 선서하고 판결을 내려야 한다. 일개 고용주나 단체에 종속돼 있지 않으며, 그 덕분에 조정위원의 독립성이 보장된다. 조정위원의 의무도 여러 가지다. 담당하는 공판에 자리하는 것, 심의과정을 기밀로 유지하는 것, 상대가 누구든 특정인의 지시를 받지 않는 것이 그것이다. 이 의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명령적 위임에 관한 범법 행위를 범하게 된다. 이러한 조정위원의 한계를 설정하고자 2015년 8월 6일자 마크롱(Macron) 법은 노동법에 다음 조항을 추가했다. “노사분쟁 조정위원들은 특히 그들의 직무와 양립 불가능한 모든 공적 행위 혹은 행동을 삼간다.”
그러나 조정위원들은 다른 노조 직위를 겸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기업 내에서 임금관련 반격을 논의하고 준비하기도 한다. 이들의 행동과 직무 간의 ‘양립 불가능성’을 과연 누가 정의한단 말인가? 본 조항은 더욱 상세한 서술을 펼쳐나간다. “어느 사건의 이송이 일방의 권리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 혹은 명백히 지나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을 때, 조정위원들에게는 위원회의 작동을 가로막거나 방해할 성질의 모든 계획된 행동이 금지된다.” 조정위원들의 파업권을 명시적으로 제한하는 셈이다.
권리 없는 노동의 창출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용어들은 언제나 긍정적이다. ‘개혁하다’ ‘해소하다’ ‘경감하다’ ‘단체협상을 재활성화하다’ ‘고용을 창출하다’ ‘유연한 노동계약을 제시하다’ 등등. 마크롱 법의 법령들은 더욱 노골적이다. 일례로, 이제부터는 구두변론 내용이 담겨 있으며 공판 전 주고받는 서면진술, 그리고 특히 기업의 경제적 평가가 포함된, 사건 및 판단 관련 서면증거를 조정위원회의 제소 단계에서부터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는 조력자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변호사 수임료는 조정절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금액을 대부분 초과한다.
오늘날의 노사분쟁 조정위원회는 노동현실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기업을 잘 아는 사람들 간의 끝없는 대화 속에서 노동자 측 조정위원이 고용주 측 조정위원과 대치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회학자 로랑 윌메즈의 말처럼 ‘모범적인 장소’인 셈이다.(4) 윌메즈는 노사분쟁 조정위원회를 수많은 상호작용과 협상의 다원성이 이루어낸 결과로 본다. “조정위원들은 그들이 맡은 이중적 제약, 즉 법률가인 동시에 노동조합원으로서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제약을 법적으로 인정해야만 한다.” 그렇게 조정위원회의 혁신적인 결정은 판례 형성에 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몇몇 경우, 조정위원이 다른 재판소들의 판결을 근거로 삼기도 한다. 근무 중 자살에 고용주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던 사회보장제도 재판소의 결정이 대표적인 예다. 조정위원은 기업 내에서 근무하는 의사(법적 보호를 받는 노동자)와 노동 감독, 보건안전 노동조건 위원회(CHSCT), 기업 위원회의 소견들을 면밀히 검토한다. 그렇지만 집단적 권리 옹호에 뛰어들 수 있는, 법적 보호를 받는 노동자들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정원 감소와 함께, 직원 3백 명 이하의 사업장에서는 노동조합과 CHSCT를 통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노조와 CHSCT가 각자 독립적 평가 실행력을 잃게 되고, 이들이 증거를 제공할 가능성 역시 줄어들고 있다. 노사분쟁 소송에 필요한 증명서를 작성하는 의사들에 대한 의사회 측의 고소, 기업 내 의료 행위를 약국들에 외주하는 행태 역시 이런 상황에 기여한다. 일례로 쉬농 핵발전소의 기업 내 의사이며 CGT의 노동조합 대표인 도미니크 후에즈 박사는 ‘직업적 학대’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입증하는 증명서를 노동자에게 발급해주었다는 이유로 프랑스 전력청(EDF)의 하청기업인 오리스 사와 앵드르-루아르 의사회에게 고소당했다. 의사회의 지역 징계위원회는 ‘직업윤리의 의무를 저버렸다며’ 경고장을 보냈다.
고용주들이 과도한 유연성을 계획함으로써 수많은 법적 예외를 획득했기에, 노사분쟁 조정위원회 청원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대학에서는 강사들에게 지속적인 노동계약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몇 년간 자영업자 지위를 강요한다. 저널리스트나 택배기사들은 5~6백 건에 이르는 계약서들을 쌓아두었다. 방송가에서는 경제적 주체들을 잘게 자르는 계약인 관례적 기간고용계약제(CDD d'usage)라는 1~2일 간의 노동계약을 허용한다. 노동자가 무기한고용계약제(CDI)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순간, 계약은 끊어지는 것이다.
노사분쟁 조정 관련 개혁이 이루어지면, 고용주들은 더 이상 공판에 출두할 의무가 없어진다. 그들은 자신의 자리를 전문가들로 대체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노동자와 고용주 간 대립에 남겨진 자리는 계속 줄어들 것이다. 이러한 사법화의 논리 속에서 변호사들은 ‘동업자 관계’라는 점에 따라 일의 성질을 판단하고 분쟁을 해결할 것이다. 철저한 경영 위주의 사고방식이 일의 성질을 판단하는 유일한 척도가 될 것이다. 마치 모든 것이 측정 가능한 것처럼,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수단인 ‘목표’라는 개념으로 직업적 유능함과 무능함을 평가하게 될 것이다. 기계 소음을 들으며, 빵 반죽의 냄새를 맡으며 ‘프로세스’의 능률을 평가하는 노동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점수를 매길 것인가?
궁극적으로, 조정위원들은 어떠한 법규를 기반으로 삼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하나의 노동관계에 두 가지 규범이 적용 가능할 때, 노동자에게 보다 유리한 규범을 지키는 것이 원칙’이라는 규범 간의 위계질서가 존재했다. 노동법 개혁에 있어서 정부는 Medef와 합의하에 이러한 규범을 뒤집으려 한다. 현행 법규 및 규범에 근거한 규정들보다 훨씬 불리한 규정들을 적용하면서 말이다. 노사분쟁 조정위원회가 어느 정도 수준의 협상을 받아들여야 할까? 선출된 조정위원들을 노사분쟁으로부터 격리시키고, 반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위원회를 ‘전문화’하며, 나아가 민영화할 것이다. 이렇게 권력은 노사분쟁 조정위원회의 궁극적 목적을 변질시켰고, 권리를 되찾기 위한 최후의 대중적 창구를 막아버린 셈이다.
글·엘렌 이본 메노 Hélène-Yvonne Meynaud
노사분쟁 조정위원, 사회학자.
번역·박나리
연세대 불문학과 및 국문학과 졸업.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노사분쟁 조정위원회의 원고들은 보복이 두려워 실명을 밝히지 않았다.
(2) Dominique Lhuilier et Hélène Yvonne Meynaud (dir.), <노동조합 관련 노동(Le travail syndical)>, Nouvelle Revue de psychosociologie, n° 18, Paris, 2014년 가을.
(3) Rachel Spire, <노동조합을 향한 차별에 대응하기: 실제적 권리(Agir contre la discrimination syndicale : le droit en pratique)>, Le Droit ouvrier, n° 693, Montreuil, 2006년 4월.
(4) Laurent Willemez, <노사분쟁 조정위원회와 노동권의 생성: 사법적 역할의 사회학에 대한 기여(Les prud’hommes et la fabrique du droit du travail : contribution à une sociologie des rôles judiciaires)>, Sociologie du travail, n° 54, Paris,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