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고래’ IS와 알카에다 사이의 사헬

2016-03-02     필립 위공
지하디스트로 추정되는 세네갈 청년 6명이 지난 2월 20일 누악쇼트(모리타니)에서 다카르로 인도됐다. 아프리카 서부에서 알카에다와 IS조직 간 경쟁을 배경으로 테러 위협이 확산 중이다. 프랑스 ‘바르칸’ 작전을 비롯한 사헬 지역의 군사 개입은 테러의 뿌리를 뽑지 못하고 있다.
 
2015년 3월 ‘IS 서아프리카 지부(ISWAP)’로 개명한 보코하람은 나이지리아와 차드에서 테러활동을 늘리고 있다. IS는 아프리카 북부 리비아에서 세력을 확대하며 관광지에서 테러를 벌이고 있다. 한편 말리에서 이미 활발하게 움직이던 ‘알카에다 북아프리카 지부(AQMI)’는 2016년 1월 7일 와가두구(부르키나파소의 수도)에서 발생한 스플렌디드 호텔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고 있다. 사헬 지역은 북부의 IS와 동부의 AQMI 사이에 꼼짝없이 끼인 것일까? 두 테러집단 사이에서 프랑스가 벌이는 ‘바르칸’ 군사작전, 사헬은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1990년대 말 알제리에서 무장이슬람그룹(AIG)이 세력을 잃고, 2011년 리비아에 서구권이 개입해 무아마르 카다피를 축출하면서 사헬 지역의 무력 활동이 늘어났다. 이 두 사건은 카다피가 용병으로 고용했던 투아레그 족과 함께, 리비아 병기고의 무기를 이 지역으로 옮겨왔다.
2012년 말리 분쟁은 다양한 요구를 앞세운 무장단체들에 개입할 명분을 제공했다. 독립을 원하는 투아레그 족의 아자와드민족해방운동(MNLA), 칼리프국가 건설을 원하는 친AQMI 무장단체들, 투아레그 족인 아그 갈리가 설립하고 샤리아 수호를 외치는 안사르디네, 밀거래 통제를 위한 서아프리카지하드통일운동(Mujao) 등이다.(1) 현재 지하디스트 네트워크는 무기나 마약의 암거래를 장악하고 현 정권에 반기를 드는 것은 물론, 식민시대의 유산인 국경을 재설정하고 유럽과 사헬 지역 아프리카 사이에 얽힌 사슬을 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다.
2012년 12월 20일 국제연합(UN)이 승인한 세르발 작전 이후, 바르칸 작전을 개시한 프랑스는 아프리카군과 UN군의 지원과 함께 3천 명의 군사를 사헬 지역의 5개국(모리타니, 말리, 니제르, 차드, 부르키나파소)에 배치했다. 이들은 병기고를 파괴하고 무장단체의 물자보급에 차질을 발생시키는 한편, 첩보활동을 수월하게 만들며 말리의 체제 변이를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폭력을 종식시키지는 못했다. 외부 군사작전은 일시적으로 무력분쟁과 무장단체 확대를 저지할 수는 있지만, 그들의 근원지를 공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부메랑 효과로 인해 현지 주민들이 이들에게 등을 돌리거나, 마피아적이고 정치, 종교적인 무장단체들이 확대되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그리고 사실상 사헬 지역 곳곳에 산재된 무장단체는 여러 건의 테러를 일으켰다. 최근만 해도 모크타르 벨모크타르가 이끄는 알-무라비툰이 2015년 11월 바마코, 2016년 1월 와가두구에서 테러를 일으켰다. 이 정치, 종교적인 ‘무장 마피아’들은 정도의 차가 있긴 하지만, 모두 AQMI와 연계돼있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보코하람’이 대지주를 상대로 투쟁하던 탈라카와 극좌운동의 뒤를 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부하고 2009년 사망한 무하마드 유수프가 설립한 보코하람(2)은 군대의 강한 억압에 대한 반작용으로 세력을 확대했다.(3) 2015년 3월, 보코하람은 IS에 가입한 테러범죄조직이 되었다. 아부바카르 셰카우의 지휘 하에, 그리고 때로는 군 고위층의 묵인 하에 활동하던 보코하람은 50유로면 폭탄을 설치할 수 있는 문맹의 프롤레타리아 계층에서 조직원을 모집한다. 이들은 나이지리아 보르노 주, 니제르 동부, 카메룬 북부, 차드 서부에서 주로 활동한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보코하람의 무장 활동으로 인한 피해자는 약 17,000명으로 추산된다. 
지하디즘은 경쟁구도 속에서 확대된다. 밀거래 장악과 조직원 모집을 위해 카티바(4) 등 지방 무장단체들이 서로 마찰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중앙조직에 가입한 지방단체는 합종연횡과 해체를 통해 활동을 펼치고, 국경의 허술한 경계, 공권력과 정보 및 안보 기구의 취약점을 이용할 줄 안다. 그런데 점점 전반적인 성전을 추구하는 대신, IS나 알카에다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집단이 늘고 있다. 보코하람, Mujao, 시나이 반도의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 리비아의 마질리스 슈라 샤밥 알-이슬람, 소말리아의 셰밥 중 일부 분파는 IS에 가입했고, 소말리야 셰밥, 말리의 마시나 해방전선(FLM), 안사르디네는 알카에다를 추종한다. 알-무라비툰은 Mujao와 벨모크타르가 2012년 창설한 단체 ‘피의 서약자’가 합친 단체다. 이들 중 일부 분파는 IS에 충성을 맹세했지만, 결국 알카에다와 연합했다. 
이런 현상은 타이틀이나 프랜차이즈의 이점을 탐해서 일어난다. 이들이 중앙조직과 자금, 물자 등의 교류나 지원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입증된 바가 없다.

구멍 난 국경, 힘없는 기관, 외부의 개입
 
사헬 지역은 이런 무장단체들이 득세하기 좋은 곳이다. 급증하는 인구, 열악한 기후, 도시 하층 프롤레타리아 계층과 방치돼 전망이 없는 지방 청년들, 무법지대에서 이루어지는 무기와 마약 암거래, 집권세력에 대한 불만과 만연한 부패, 경찰의 부재나 무기력과 군의 무능력,(5) 과거나 미래의 어느 순간에는 구조조정의 대상이지만 현재로서는 국가로서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정부 등 취약점들이 가득한 곳이기 때문이다.
무함마두 부하리 대통령은 자신의 고향이자 석유 수출로 얻은 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편인 나이지리아 북부에서 굿럭 조나단 전임 대통령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2015년 3월 당선된 부하리 대통령은 부패를 척결하고 지역 공조를 촉진하려 했다. 그렇지만 일부 정치책임자 간 또는 군부대와 지하디스트 단체 간의 결탁은 사라지지 않았다. 또한 폭력 사태도 지속되고 있다. 말리의 아마두 투마니 투레(2002~2012) 정부는 남부 국민과는 무관한 북부의 밀거래와 지하디스트들에게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취했다. 블레즈 콩파오레(1987~2014) 부르키나파소 전임 국가원수는 국제적 중재자를 자처하며 사태 수습을 위해 사전에 일을 키우는 방식으로 일부 무장단체와 암묵적 불가침조약을 체결했다. 또한, 그는 자발적으로 인질 석방을 위한 조정자로 나섰다. 짧게 끝난 쿠데타를 일으켰던 질베르 디엔데레가 이끄는 ‘정부 속의 정부’ 대통령경호부대(RSP)가 2015년 해산하고 정보조직이 재정비되면서 부르키나파소는 테러에 더욱 취약해졌다. 
아프리카의 이슬람은 몇 세기에 걸쳐 수니파, 그리스 정교도, 수피파를 주축으로 여러 교리가 혼합된 평신도회로 구성됐다. 수단이나 근동 지역에서 유입되는 엄격한 이슬람주의는 물론 탁피리즘처럼 위협적인 세력의 영향은 꾸준히 받았다. 국가주의, 사회주의, 범아랍주의, 범아프리카주의와 같은 거대 담론이 사라진 상황에서 우리는 이제 이슬람의 과격화, 또는 올리비에 로이 정치학자의 표현을 빌자면 ‘과격성의 이슬람화’를 목도하고 있다. 탁피리즘이 단적인 예이다.
지하디스트 무장단체가 모집하는 조직원은 정치나 민족적 측면에서 균일하지 않다. 카누리 족이 우세한 보코하람에는 하우사 족과 풀라니 족도 적지 않고 기독교도도 가입할 수 있다. 지하디스트 단체는 부패한 세상으로부터 도망쳐 ‘정화’를 위해 투쟁하고 사회정치적 굴종에 거부하겠다는 의지를 앞세우며 청년층에게 어필한다. 게다가 반군을 지원하는 자금의 출처, 가장 중요한 이 문제가 풀리지 않은 상태다. 자원과 밀거래를 관리하고, 주민들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강탈하고, 인질들의 몸값을 받고, 힘 있는 사람이나 조직으로부터 기증이나 후원을 받고, 정치인들과 군인들이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등 자금모집 방법 속에 폭력적인 동인이 내포돼있다.
사헬 지역 전체에서 벌어지는 무력 분쟁은 넓은 의미에서 보면 이 지역의 기나긴 역사에서 비롯된 문제로 환원된다. 이 지역 국가들은 식민지에서 벗어나, 국제적으로 독립국가로 인정받은 후 엄밀한 의미에서 법적인 국경이 수립된 적이 없다. 이는 때때로 식민지배 이전 역사의 쓰라린 상처로 다가온다. 보코하람은 소코토 칼리프 국가와 카넴 보르누,(6) FLM은 마시나 서아프리카 제국의 후예를 자처한다. 이들 모두 노예거래로 부를 축적하다가 다른 국가(예를 들자면 하우사 왕국)의 요청으로 유럽 식민 지배자에 의해 무너진 19세기의 ‘지하디스트 국가’다. 
서방 강대국의 불장난도 있었지만 아랍 전제군주제도 작금의 상황이 벌어지는데 한 몫 했다. 카타르 단체와 사우디아라비아 기금이 회교사원과 코란학교에 자금을 지원했고, 모로코와 MNLA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형성됐다. 모로코가 말리키즘 이슬람을 지원했고, 알제리 비밀정보부와 AQMI 수장 사이의 연계 가능성이 제기됐다.(7) 사하라 서부를 놓고 알제리와 모로코 사이의 분쟁이 발생했고,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등에서 발생한 전쟁이 인접지역으로 확대됐다. 
무장폭력의 1차적인 피해자는, 물론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테러리즘은 독재정권을 강화하고 안보를 위해 생산적인 투자를 희생시켰다. 경제 전망에 먹칠을 하고 접근이 불가하거나 방치된 지역을 발생시키면서 아프리카에 폭력, 가난, 소외의 굴레를 씌웠다. 테러는 증오를 키웠고, 두려움과 자폐적 성향을 심었다. 미미하게나마 존재했던 경제망을 무너뜨리고, 관광객, 투자자, 인도주의 활동가가 발길을 끊도록 만들었다. 분쟁은 마피아로 인해 삶의 터전을 등진, 피난민과 이민자들의 수만 늘렸다. 긴장감은 급속하게 퍼진다는 점에서 화재와 닮았다. 2016년 2월 가장 심각한 위협을 받은 나라는 코트디부아르와 세네갈이었다. 이곳에서는 많은 분파 중에서 특히 살라피즘이 급성장했다. 또한 추산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세네갈 청년들이 시리아 IS에 가입했다. 역사적으로 프랑스와 관련이 있는 이 두 나라에서 공공 및 관광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가 도입됐다. 
해결방안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유럽연합은 군사작전과 취약지역을 위한 구호품 지원에 상당히 소극적이다. 우범지역의 개별적인 활동을 지원해야 테러리즘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특히 사헬 지역은 시장성과 자원보유량 뿐만 아니라 안보, 환경, 인구 측면에서도 유럽에게 중요한 지역이다. 국제사회는 아프리카 국군이나 지역군 창설을 위한 자금과 장비, 첩보활동을 위한 장비 등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외국군이 투입되는 것에 비해 비용도 1/10에 불과하다. 또한, 지역군만이 지속적인 안보를 보장할 수 있다.
이민자가 송부하는 자금, 민간투자, 국가기금, 공공개발지원 등 외부 유입자금은 늘었다. 하지만 투자처는 ‘유용한 아프리카’와 안전지역에 집중된다. 프랑스의 개발지원과 농업지원이 분포되는 지역을 보면 이 말이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청년들의 열망에 부응하는 것이다. 사헬 지역 청년들의 숫자는 지금부터 2050년까지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외부자금은 정부의 제 기능을 회복하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경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우선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글·필립 위공 Philippe Hugon
국제관계전략연구소(IRIS) 국장, <아프리카를 이해하라>(Armand Colin, Paris, 2016년 출간 예정)의 저자.
 
번역·서희정 mysthj@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다니엘 베르트랑, ‘말리, 분열의 위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2015년 7월호.
(2) 알랭 비키, ‘가난을 먹고 자란 ‘보코하람’의 공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2012년 4월호.
(3) Cf. Marc-Antoine Perouse de Montclos, ‘보코하람과 나이지리아의 이슬람주의 테러리즘. 종교적 저항인가 정치적 반란인가 사회적 항의인가’, <연구과제>, 국제학연구센터(CERI), n° 40, Paris, 2012년 6월 참조.
(4) AQMI가 전투원 분대를 지칭하는 용어로 장 크리스토프 뤼팽의 소설 <카티바> (Flammarion, Paris, 2010)를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5) Cf. Serge Michaïlof, <아프리카니스탄, 위기의 아프리카가 우리의 교외지역에 등장할까?>, Fayard, Paris, 2015년 참조.
(6) 소코토 칼리프 국가는 19세기 나이지리아 북부에 세워진 제국이고, 카넴 보르누는 14~19세기 차드 북부에 존재하던 무슬림 왕조다.
(7) Cf. François Gèze와 Salima Mellah, ‘북아프리카 지역의 알카에다, 알제리 살라피스트선교전투그룹(GSPC)의 아주 이상한 이야기’, 2007, www.algeria-watch.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