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머독은 누구인가?

2016-03-02     줄리엔 머실

아일랜드의 루퍼트 머독, 데니스 오브라이언. 그는 아일랜드 3위의 자산가로, 포보스의 추정에 의하면 그의 재산은 60억 달러에 달한다. 오브라이언의 폭풍 같은 성격은 머독을 꼭 닮았다. 2015년 6월, 오브라이언은 그의 명성에 누가 될 기사를 막기 위해 모든 아일랜드 언론의 입을 일주일이나 막아버린 바 있다. 이를 두고 핀탄 오툴 기자는 “아일랜드 역사 상 언론의 자유가 가장 심하게 모욕  당한 사건”이라 말했다.(1)

이 사건은 긴축재정에 의해 최근 아일랜드가 겪은 변화들, 그리고 오브라이언의 세력 규모를 여실히 드러낸다. 오브라이언은 아일랜드 최대 언론사 <인디펜던트 뉴스앤 미디어>를 비롯해 전국 일간지 <아이리쉬 데일리 스타>, <선데이 월드>, <선데이 인디펜던트>, <이브닝 헤럴드>, 그리고 14개의 지역 일간지를 소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 방송 <투데이 에프엠>, <뉴스토크>를 비롯해 총 5개의 라디오 방송사도 소유하고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오브라이언 사단은 1억 유로를 투자해 아일랜드와 영국의 또 다른 언론기관을 인수하려 한다.(2)
6월 사건의 전말에는 ‘사이트서브(Siteserv)’라는 건설사가 있다.(3)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앵글로아이리쉬 은행에서 1억 5천만 달러를 대출받아 빚더미에 앉은 기업이다. 사이트서브는 이렇듯 무분별한 대출과 족벌주의, 정경유착 등 부동산 거품붕괴를 유발해 아일랜드를 경제위기로 몰아간 각종 원인의 집합소다.(4) 2009년, 아일랜드 정부가 앵글로아이리쉬 은행의 명칭을 IBRC(Irish Bank Resolution Corporation)로 변경하고 국유화했다. 이에 따라 사이트서브는 IBRC를 거쳐 정부에 빚을 상환하게 됐다. 
그런데 2012년, 사이트서브를 오브라이언 소유의 기업이 4천5백만 유로에 사들인 것이다. 이 인수 건은 사이트서브 주주들에게 5백만 유로를 안겨줌과 동시에 여러 가지 의혹에 휩싸였다. 보통 부채상환능력이 없는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은 채권자(이 경우 IBRC)보다 먼저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는 예외였다. 손해를 납세자들이 감수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IBRC는 관대하게도(?) 무려 1억 1천9백만 유로에 달하는 사이트서브의 부채를 탕감해주었다. 
오브라이언 소유가 된 1년 후인 2013년, 사이트서브는 아일랜드 정부의 수도세 도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양수기 설치계약을 대거 체결한다.(5) 이는 오브라이언의 사이트서브 인수로 인한 손실 일부를 아일랜드 국민이 갚게 됐다는 것, 그리고 오브라이언이 수도세 도입의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이트서브 매각 문제가 전국에 알려질 때까지 정부에 문제제기를 계속해온 캐서린 머피 사회민주당 의원은 2015년 5월 28일, 드디어 국회에 안건을 발표할 수 있게 됐다. 머피 의원의 주장은, 대출금리는 보통 7.5% 수준인데 IBRC가 오브라이언에게 대출해준 금리는 1.2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IBRC는 대출금 5억 유로라는 엄청난 손실을 떠안게 될 것이다. 
이런 유형의 사건을 좋아하는 언론들은 당연히 이 사건을 물고 늘어질 것이다. 머피 의원이 발표한 안건이 문제없이 국회에서 논의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다.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에 심기가 불편해진 오브라이언이 언론기관에 이 기사를 내보내지 못하게 한 것이다. 오브라이언은 “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하지만, 그가 언론기관에 압력을 넣는 과정에서 그 어떤 소송 절차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 언론 모두 머피 의원의 안건을 기사화하지 않았다. 일주일 가까이 돼서야 겨우 법원에 위법여부를 확인했고, 법원에서 긍정적 답변을 듣고 나서야 안건을 발표한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발표 전부터 ‘브로드시트(Broadsheet.ie)’ 사이트 등 몇몇 통로를 통해 정보가 흘러나갔다.(6) 
아일랜드 헌법(15.12조)에 의하면, 언론은 국회에서 논의된 모든 내용을 밝힐 수 있다. 그럼에도 오브라이언의 말 한 마디에 언론의 권리를 포기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아일랜드의 머독이 한 나라의 헌법 효력을 며칠 간 정지시켰던 것이다.(7) 최근 오브라이언은 아일랜드 정부와 국회를 기소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머피 의원과 좌파 신페인(Sinn Féin)당의 피어스 도허티 의원이 이 사건에 대해 의사표명을 하게 해주었다는 비난까지 곁들였다. 또한, 자신에게 유리한 결단을 내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회소송·특권위원회까지 기소했다.
2015년 6월 3일, 아일랜드 정부는 IBRC 거래의 진상을 밝히고, 오브라이언처럼 특혜를 받은 고객은 없는지 규명하기 위해 위원회를 설립했다. 그러나 2015년 11월, 규명위원회 위원이 법적 장애물을 이유로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에 따라 결국 최종보고서 발표는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지 알 수 없게 됐다. 아니, 어쩌면 영원히 덮여버릴지도 모른다.  
 
 
글·줄리엔 머실 Julien Mercille 
저서로 <Deepening Neoliberalism, Austerity, and Crisis : Europe’s Treasure Ireland> (Palgrave, 런던, 2015)가 있다. 
 
 
번역·이보미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핀탄 오툴 Fintan O’Toole, ‘Denis O’Brien’s influence and the meaning of press freedom’, <아이리시 타임즈>, 더블린, 2015년 6월 9일
(2) 로이 그린슬레이드 Roy Greenslade, ‘Ireland’s media silenced over MP’s speech about Denis O’Brien’, <가디언>, 런던, 2015년 5월 29일
(3) Cf. 줄리엔 머실 Julien Mercille, ‘Giving back to the few’, Broadsheet.ie, 5월 5일, 미쉘 클리포드 Michael Clifford, ‘Water can’t wash away Siteserv stench‘, <Irish Examiner>, 더블린, 2015년 4월 25일
(4) 르노 랑베르 Renaud Lambert, ‘Les quatre vies du modèle irlandais(네 가지 아일랜드식 삶)’,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2010년 10월
(5) 르노 랑베르 Renaud Lambert, ‘La goutte d’eau irlandaise(아일랜드의 물방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2015년 5월
(6) Cf. ‘Comptroller and Auditor General (Amendment) Bill 2015: First Stage’, 2015년 5월 28일, http://oireachtasdebates.oireachtas.ie
(7) Cf. 미쉘 맥도웰 Michael McDowell, ‘Controversy over Dáil claims raises serious issues about democracy’, <Irish Times>, 2015년 5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