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평 단신

2016-03-02     르몽드디플로마티크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 인터페이스 혁명의 시대를 읽는 새로운 지문화학>(이어령·정형모, arte)는 새로운 지혜의 시대, 이어령 교수가 띄우는 지식의 뗏목이다. 지식과 정보가 그 어떤 도구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21세기. 더 이상 자본주의가 답이 될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진정 구비해야 할 도구는 무엇일까. 사물이 디지털화되고, 그것이 다시 사물화되는 하이퍼텍스트의 시대에,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 사람 추기경>(전성우·권은정, 평화방송)은 2014년 개봉한 동명 영화 속의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김수환 추기경의 선·후배 신부와 지인, 친척 등 김 추기경을 기억하는 17인의 인터뷰가 담겼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김수환 추기경의 다양하고 소탈한 면면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사후의 자신이 우상화될 것을 우려했던 추기경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영화로 남겨두려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17인 또한, 아주 진솔하고 담백하게 추기경과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22세기 세계:내일을 위한 유토피아>(알렉시 제니·니콜라 들라랑드·이반 야블롱카·장 가드레·이브 생토메, 전미연·배영란·김영란 옮김, 황소걸음)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100년 후인 22세기 세계를 낙관적으로 상상해 쓴 글을 모은 책이다.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몽상적 이상향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이상향을 그린 것이 특징이다. 2011년 공쿠르상을 받은 알렉시 제니가 가상현실을 다룬 소설부터, 소득 상한제를 도입하고, 제비뽑기 선거로 제3의회를 구성하고, 결혼 제도를 폐지하는 등 여러 분야 학자들이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바라본 미래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자유롭게 펼쳐놓았다. 
 
<도덕감정론>(애덤 스미스, 김광수 옮김, 한길사)는 도덕철학자이자 정치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의 첫 번째 주저(主著)다. 스미스는 생전 이 책을 무척 아꼈는데, 이 책이 평생 천착했던 ‘도덕철학체계’(사회과학체계)의 구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스미스의 또 다른 대표작인 <국부론>도 <도덕감정론>을 알아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스미스가 죽기 직전 대대적으로 수정 출간한 <도덕감정론> 제6판을 완역했다.
 
<이 사람을 보라>1,2(김정남, 두레)는 삶이 곧 역사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1권에는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헌신한 29명이, 2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민주화 과정에서 보이지 않게 큰 역할을 한 인물 20명이 담겼다. 30년 넘게 소리 없이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저자가, 살아있는 역사를 생생하게 풀어냈다. 
 
<여신기>(기리오 나쓰오, 권남희 옮김,문학동네)는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의 거장 기리노 나쓰오가 독자적인 여성상을 통해 일본 창세신화를 재해석한 소설이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서 <고지키>에 등장하는 남녀 구애의 신 이자나미와 이자나키의 일화에, 오키나와 지방의 토속문화와 풍습을 접목해 흥미롭고도 애달픈 인간과 신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거싸얼 왕>(아라이, 문현선 옮김, 문학동네)는 현대 중국문단의 대표적인 티베트계 작가 아라이가 티베트의 장편 구전 서사시 거싸얼 왕을 재해석한 글이다. 티베트에는 1천 년을 넘게 버틴 이야기가 있다. 1,500만 자가 넘는 세계 최장의 구전 서사시 ‘거싸얼 왕’이다. 고대 티베트인들이 세상을 어떻게 보고 느꼈으며 설명하려 했는지, 티베트인들의 ‘정신의 지도’가 그대로 담긴 ‘거싸얼 왕’은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