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심은 예루살렘?
2016-03-31 세르주 알리미
이스라엘과의 관계는 단골주제다. 미 공화당 경선이 있을 때마다, 심지어 유대인 유권자 수가 미미한 남부 주에서 투표가 있을 때도 반복되는 주제다. 오랫동안 민주당 경선에서만, 특히 뉴욕 주 경선(1980년,1984년,1988년)에서 이어져온 관례가 있다. 경선 후보자(한 명 또는 여러 명)가 “텔아비브 소재 주 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미국 대사관을 이전해 성도(聖都) 전체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의 주권이 인정되도록 말이다. 그러나 뉴욕 주 경선이 끝난 후,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들은 대사관을 이전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그리고 4년 후 다른 후보자가 다시 같은 주제를 꺼내든다.(1)
이번에는 공화당 차례다. 아이오와 주 경선 투표 며칠 전, 테드 크루즈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임기 첫 날 바로’ 그 유명한 대사관을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이오와 주에 거주하는 유대인의 비율은 0.2%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곳의 복음교회는 영향력이 아주 크다. 복음교회의 영향력은 미국 남부에서도 강력하다. 3월 2일 앨라배마 주 오펠리카의 제일 침례교회(First Baptist Church) 신자들에게도 이스라엘과 예루살렘,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그 지역의 사건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어서가 아니다. 최근 판단과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역사도, 정치도 아닌 신앙이다. 성경공부 주간 모임을 마친 세라 제인 테이텀을 만났다. 이 모임에는 흑인 2명을 포함한 40여 명의 여성들이 참여한다. 테이텀은 예루살렘 국제기독교 대사관(ICEJ)의 회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단체의 임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는 예루살렘이라는 사실에 대해, 우리는 믿음 안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한다.”
마침 테이텀은 최근 목사의 추천에 따라 예루살렘에 ‘교육투어’를 다녀온 길이다. 여행일정에는 이스라엘 국회 크네세트에서의 (네타냐후 총리의 정당인) 리쿠드당 두 의원과의 만남,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리는 친(親)이스라엘 기독교인 수백 명이 참석하는 연회 참가가 포함돼 있다. “연회에는 미국 대사가 참석하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기독교 신자인 아랍인도 참석한다.” 테이텀은 홀로코스트 박물관에도 다녀왔다. 하지만 정작 기독교 역사에서 큰 의미를 지니는 두 곳, 예리코나 베들레헴과 팔레스타인 당국이 관리하는 장소는 여행일정에서 빠져있다.
예루살렘 국제기독교 대사관에서는 ‘유대인들이 프랑스, 우크라이나를 떠나서 이스라엘로 갈 수 있도록’ 기금을 조성한다. 테이텀은 말한다. “프랑스 유대인들이 박해 받았다고 들었다. 나는 성경공부를 통해 신앙심을 얻었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과 관련해 이스라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성경, 특히 신약을 기준으로 그녀는 우선 팔레스타인 전체가 이스라엘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한다.(2) 즉, 네타냐후 총리 정부의 식민지화 정책에 동의하며 지지한다는 이야기다. 테이텀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그 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보호해주실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예루살렘을 세상의 중심으로 결정하셨다. 그 예루살렘의 감람산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다시 오실 것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과 계약을 맺으셨다. 이 계약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도, 변경될 수도 없다. 불복종을 이유로 주님께서 유대인들을 추방하셨다. 하지만 그 땅은 유대인들의 것이다.”
세상의 종말과 메시아의 귀환이 올 때까지, (기독교인의 수가 적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만일 이들이 유대국가에서 살기를 원치 않는다면? 이 질문에 테이텀은 “다른 아랍 국가들이 그들을 받아들여줘야 한다. 1967년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보호해주셨고, 이스라엘이 승리했다”고 대답한다.
요컨대, 승자는 불평할 게 없다는 것이다. 테이텀은 이어 말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들의 평화로운 삶을 위해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더 많은 것을 원한다. 그들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다면 다른 곳으로 가면 된다.”
성경공부 모임의 리더인 데버러 존스도 이스라엘에 두 번 다녀왔다. 마지막 여행은 8년 전이었다. 존스는 테이텀과 취재진의 대화에 끼어들며 말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저항하는 것은, 유대인들에게 갖는 적대심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자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시선과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이 주권을 요구하는 모습이, 테이텀과 존스의 눈에는 이단처럼 비친다. 이 두 신자는 말한다. “기독교인이라고 말하는 것과 기독교인으로 사는 것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 팔레스타인 기독교인들은 이스라엘을 너무나 싫어한다. 그래서 그들은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땅을 주셨고, 그 땅이 다시 갈라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실 것이다. 우리 신앙의 계율도 바로 이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다.” 두 신자는 “평화는 당연히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테이텀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영토를, 그리고 유대인들의 죽음을 원한다.”
글·세르주 알리미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발행인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업
(1) 다음 기사 참고. ‘미국 정계에 미치는 이스라엘 로비의 영향력 Le poids du lobby israélien dans la politique américaine’, ‘미국에서는 모두가 샤론 총리의 친구이다.Aux Etats-Unis, M. Sharon n’a que des amis’, 각각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1989년 8월호, 2003년 7월호.
(2) 테이텀은 우리에게 남아프리카 출신 맬컴 헤딩 목사의 작품 ‘Understanding Israel (Zion Gate International, Oklahoma City)’을 건넸다. 이 주제와 관련된 목사의 교리를 상세하게 설명한 작품이다. 다음의 기사도 참고 바람. Ibrahim Warde ‘구세주의 강림 이전에 평화는 있을 수 없다 Il ne peut y avoir de paix avant l’avènement du Messi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2002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