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피가로에서 라팔 전투기는 ‘신성불가침’

2016-03-31     세르주 알리미
 

일간지 <르피가로>의 기자에게는 신중하게 혹은 정중하게, 아니면 공손하게 다뤄야 할 주제가 적어도 세 가지 있다. 첫 번째로,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이끄는 LVMH(Moët Hennessy Louis Vuitton)그룹에 대한 것이다. 명품업계는 언론사의 주요 광고주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글로벌 광고회사 퍼블리시스(Publicis)와 이 그룹의 회장인 모리스 레비에 관한 것이다. 이유는 첫 번째와 같다. 마지막 세 번째는 바로 다소 항공(Dassault Aviation)에 관한 것이다.

이 보수 언론 스스로도 팔콘이나 라팔 전투기를 다루는 기사를 쓸 때마다 아래에 밝히듯이 “다소 그룹은 <르피가로>의 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결탁과 뇌물에 관심이 많은 누군가가 좋아할 무기 판매와 관련된 주제에 대해서 <르피가로>의 기자가 권위 있는 ‘알베르 롱드르 언론상(40세 이하 젊은 기자를 대상으로 수여하는 프랑스의 권위 있는 언론상-역주)’을 받을 일은 없다는 소리다. 
<르피가로> 기자의 일은 실로 힘겹다. 안 좋은 소식도 좋은 소식으로 전해야 하고, 회사의 수지 계산서도 빛나게 해야 한다. <르피가로>가 그래왔듯, 국가의 역할과 국가의 ‘재정지원’을 줄곧 조롱하는 억만장자 비행기 제조업자이자 에손(Essone)주 상원의원인 세르주 다소 회장과 관련된 공공자금 및 정치적 특혜 스캔들을 대수롭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세르주 다소는 <르피가로>의 문학 부록을 자주 읽지 않지만 라팔에 대한 기사는 아주 자세히 살펴본다. 하지만 그가 걱정할 일은 없다. <르피가로>에서는 다소 항공그룹이 아주 잘 나간다. 그룹의 성공은 회장의 설명대로 늘 확실한 것이다. 실패는 그저 일시적인 것으로 소개된다. 낙관적인 기사 제목, 길게 인용된 사회 지도층들의 발언 내용, 노조 책임자가 보수 일간지에서 이러한 호의를 받게 된다면 얼마나 놀라게 될지 상상이 간다. 
 2011년 12월 그룹은 더 이상 잘 나가지 않았다. 2년 전 <르피가로>는 “브라질이 라팔 전투기 36대를 구매하게 됐다”며(2009.9.8.) 의기양양했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 계약 관련 내용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다른 언론에서는 전투기 수출 실패 사실과 무력한 바이어를 대신해서 지불된 엄청난 액수의 프랑스 정부 예산에 대해 보도했다. 다소 회장에게 우호적인 아르노 회장이 소유의 경제 일간지 <레제코>에서조차 2010년 9월 “라팔, 해외 계약 무효로 8억 유로의 국가 예산 낭비”라고 발표했다.
1년 후, 브라질의 재앙은 <르몽드>의 사설을 부추겼다. “예전에 민간 항공기 부문에서 콩코드가 그랬듯, 라팔은 ‘영영 수출되지 못한 비행기’로 남게 됐다. 그리고 앞으로도 십중팔구 수출되지 못할 것이다.”(2011.12.2.) <르몽드>의 이러한 경고가 <르피가로> 편집국장 에티엔 무조트에게는 심각했던 듯하다. 무조트는 직접 다소 항공의 CEO인 샤를 에델스텐을 인터뷰하기에 이른다. 장장 2면에 이르는 인터뷰에는 이런 제목이 붙었다. ‘에델스텐, 라팔 수출과 관련해 국가가 다소 항공에게 준 선물은 없다.’(2011.12.12.) 국가가 진짜로 다소 항공에게 선물을 주었을 것이라고는 절대 의심 못할 <르피가로>의 독자들은 몇 주 후 다음 기사가 발표되자 한결 마음을 놓았다. ‘다소 항공, 2012년도 순항’(2013.3.23.) 하지만 몇 달이 지나도 판매실적은 없었다. 좋은 소식이 없을 때 좋은 소식을 만들어 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2012년 7월 13일 <르피가로>를 보면 그 해답이 있다. 5장의 사진이 실린 3개면 기사에는 “클레르 메루즈, 라팔의 여인”이라는 내용이 소개됐다. 기사는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문체로 시작된다. “26세에 대위가 된 클레르 메루즈는 최고의 여성 공군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라팔 전투기의 첫 번째 여성 조종사가 돼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룬 그녀를 전투기 앞에서 만났다.” 이어지는 내용도 아주 휘황찬란하다. “단호한 표정의 얼굴을 빛나게 하는 초록색 눈동자, 라팔 전투 부대에 소속된 지 4개월이 된 메루즈의 모습이다. 모든 조종사 후보생들이 꿈꾸는 최신형 프랑스 전투기 라팔은 신화적인 존재다. 메루즈 역시 15년 전부터 라팔의 명성에 대해 들어왔다.” 기자는 이렇게 덧붙인다. “지난 몇 년간, 라팔 전투기는 아프가니스탄과 리비아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현재 프랑스 군대에서 보유한 라팔 전투기는 105대에 이른다. 조종사의 자리는 그래서 더욱 소중한 것이다.”
하지만 이건 오직 프랑스 군대에만 해당되는 일이다. 1년 뒤, 이번에는 <르피가로>(2013.6.17.)에서 메루즈에 대한 새로운 광고성 기사가 실렸다. 그러나 아무 성과가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2015년 2월에는 이집트(라팔 24대 구매) 그리고 5월에는 카타르(같은 대수의 라팔 구매) 덕분에 저주가 풀렸다. 이후, 관련기사 담당기자는 평온하고 경쾌하게 다음과 같은 기사제목을 뽑을 수 있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라팔의 눈부신 성과를 축하하다’(2015.3.5.), ‘이집트에 이은 2015년 두 번째 라팔 수출 계약 가능성’(2015.3.12.), ‘라팔의 새로운 성공’(2015.5.2.~5.3.), ‘새로운 시장 공략에 나선 라팔’(2015.6.15.).
2015년 8월 6일 ‘이집트와 나란히 선 프랑스’라는 제목의 <르피가로> 사설이 바통을 이어 받았다. 기자가 미리 그려보는 장면은 여름날처럼 관능적이다. “오늘 오후, 최근 프랑스로부터 구입한 최첨단 군함 한 대와 세 대의 라팔 전투기의 호위 속에 파루크 국왕의 기품 있는 요트가 물결을 일렁이며 제2의 수에즈 운하를 지날 것이다. 그 순간, 이집트 국민들은 크나큰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압델 파타 엘시시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이집트의 비참한 인권실태에 대해 비판하는 이들에게 <르피가로>는 이렇게 답했다.
“이집트의 인권 존중 상황이 완전무결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집트와의 협력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분명 천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이 나라가 마주한 시련들과, 이 지역을 위협하는 위기들을 잊고 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성공에 도취된 이유로, 적어도 프랑스에는 언론의 자유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발행인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