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의 역설적 고통

2016-03-31     마이클 클레어
 
2014년 8월에서 2016년 겨울 사이, 배럴당 국제 유가가 1/3로 하락했다. 석유산업에서 상당한 규모로 투자를 포기하거나 연기하는 바람에 25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러한 전 세계적 동요로 인해 석유산업의 거대기업이 약화되고 산유국은 불안정해졌다. 
 
 알제리와 아제르바이잔, 나이지리아,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상당수 석유 수출국들은 국민 폭동이 일어날 위험을 무릅쓰고 석유수익으로 자금을 조달하던 사회 예산을 삭감했다. 국제 유가하락의 악순환에 대응한 것이다. 올해 유가가 다시 오름세를 탄다 해도, 2014년 상반기의 배럴당 100달러(92유로)대를 회복할 가능성은 미미해 보인다. 유가하락으로 인한 영향은 앞으로도 몇 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석유는 국제무역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은 합법적인 상품이자, 12개의 석유수출국에는 최고의 수입원이다. 2010~2014년과 같이 유가가 폭등할 때 석유기업들은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이들은 지속적인 생산증가를 위해 새로운 인프라와 기술에 수익 중 일부를 재투자했다. 또한 산유국 정부들은 석유수익을 대규모 공영 작업장에, 그리고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계획에 투자한다. 반면 유가하락 시에 기업들은 투자를 동결시켜, 향후 생산성 향상에 걸림돌을 만든다. 그리고 각국 정부는 국민을 위한 예산을 줄이며, 민생을 도탄에 빠뜨린다. 
2014년 여름, 배럴당 브렌트유(세계시장의 기준유)의 길고 깊은 가격하락과 함께 위기는 시작됐다. 6월 19일 배럴당 115달러였던 유가는 9월 초 90달러, 11월 초에는 80달러까지 떨어졌다. 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왔으나, 모든 해석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간단한 법칙으로 귀결된다. 북미에서 셰일유와 오일샌드의 과잉생산으로 시장에 원유가 추가 공급됐다. 그러나 부진한 세계경제로 인해 석유수요가 정체됐다. 미국이 넘치는 국내 원유 생산에 몰두하는 동안, 극동의 거대 산유국들은 아시아에서 새로운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 자국의 유가를 하락세로 돌렸다. 이는 결국 이는 유가하락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회원국들이 과거에도 여러 차례 그랬듯, 유가를 반등시키기 위해 자국의 생산쿼터 감축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추측과 달리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를 거절했다. 러시아, 캐나다, 미국 등 OPEC 비회원국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을 우려한 것이다. 2014년 11월 27일 정상회담에서, OPEC은 생산쿼터를 유지하기로 결정했고, 이렇게 세계경제는 계속 원유의 홍수 속에 빠졌다.(1) 그 결과 유가의 자유낙하가 계속됐다.
석유 기업들, 특히 북극해, 공해(公海)에서 오일샌드 혹은 셰일유와 같이 비용이 많이 드는 채굴 프로젝트에 투자했던 기업들에 갑작스러운 유가하락은 자사의 이익과 향후 계획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다. 이 계획의 대부분이 배럴당 70~80달러부터 채산성을 노렸던 것이기에, 석유 시세가 50달러 이하로 떨어지는 상황은 이 기업들에게 파산선고가 될 것이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몇몇 기업들은 지체 없이 직원 수를 줄이고 사업계획을 폐기했다. 2014년 말, 여전히 기업 경영진 대부분은 석유의 과잉생산이 곧 종결되며, 유럽과 중국의 경제가 조만간 회복되면서 수요가 촉진되고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그러나 이들은 곧 이러한 기대를 버려야 했다. 미국 셰일유 생산자들은 채굴비용을 줄이는데 성공했고, 셰일유를 시장에 계속 쏟아 부었다. 한편, 중국의 경제둔화는 뒤바뀌는 대신 악화됐다. 또한 유가는 더욱 심하게 추락해, 2015년 말에는 배럴당 36.61달러로 떨어졌고, 올해 1월과 2월에 30달러 아래로 하락했다. 
러시아와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도자들은 유가하락을 막기 위한 필사적 노력의 일환으로, 2월에 석유생산 상한을 정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란을 비롯해 이제 막 제재가 해제된 다른 산유국들은 이들 국가의 행보를 따르는 것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석가들은 미국 생산이 축소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유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불확실성으로 인해 석유기업은 2014년 말에 채택한 후퇴 전략을 다시 강화했다. 에너지 컨설팅사 우드 맥킨지에 따르면, 2015년에 거대 석유기업들이 총 3천8백억 달러 가치에 달하는 68개의 메가 프로젝트를 삭제하거나 연기했다. 캐나다 오일샌드나 앙골라 혹은 카자흐스탄해양 시추를 위한 대규모 투자계획(2)을 포기했다. 수많은 전통 채굴지역들이 영향을 받았다. 2월에 또 다른 에너지 컨설팅사인 더글라스 웨스트 우드는 북해에서 150개 이상의 해양 플랫폼이 향후 10년 안에 해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3)
분석가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OPEC 회원국들이 단순히 생산 상한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량 감축처럼 유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앞을 다투어 추측을 내놓았다.(4) 그들 중 몇 명은 지정학적 설명을 제시했다. 바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과 러시아가 시리아의 바사르 알 아사드 체제를 지지하는 것을 벌하려 한다는 것이다. 분명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도자들은 저유가로의 회귀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전면적인 시대 변화의 지표임을 알고 있다. 석유분야의 총 수요가 이론적 생산능력에 도달할 만큼 결코 충분히 증가하지 않는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이런 공급 과잉은 불과 몇 년 전까지도 통용되던 예측과 대조를 이룬다. 이에 따르면 과잉 생산이 곧 정점을 찍으면, 이는 추출량 감소의 결정적인 전조가 될 것이라며, 공급부족 상황까지 예측했었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 21)에서 채택된 목표가 이 지하자원의 상당부분을 그대로 두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시추 기술 개선과 셰일층 채굴 및 최근에도 여전히 접근하지 못한 다른 매장물 채굴은 정반대로 공급과잉의 시대를 알리고 있다.
 
영광의 시대의 종말
 
이러한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의 지배적 위치를 지키기 위해 타 경쟁국들이 생산량을 늘리지 못하게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결국 유가하락을 수수방관해야 했다.(5) 그러나 유가의 약세전환은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이 중 가장 분명한 것은 바로 석유수입으로 권력을 발휘하던 체제의 약화이다. 최근까지도, 이들은 석유 덕택에 대규모 작업장을 만들고, 군사 장비를 갖추고, 공익사업을 추진하고, 소득을 배분하고, 국경 밖으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석유수입은 시민들의 항의를 진압하는데 주로 쓰였던 국내안보장치를 강화하는 데에도 사용됐다. 그러나 석유분야와 무관한 경제활동이 발전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래서 석유라는 단일산업에 의존하는 것은, 종종 ‘석유의 저주’로 묘사된다.(6) 풍요의 뿌리인 석유가 갑작스럽게 고갈될 위험에 직면해 있고, 사용가능한 다른 수입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국가들은 중대한 위기에 맞서 싸우고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가 그렇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우고 차베스는 2013년 사망할 때까지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의 수입을 서민 대상의 사회보장서비스 및 야심찬 계획을 위한 자금 조달에 사용했다. 그의 ‘볼리바르 혁명’으로 수백만 명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이는 우고 차베스 정당의 지지 기반이 됐다. 그러나 독자적인 석유생산 장치를 구축하는데 실패했다.
유가가 최대치로 올랐을 경우, 석유수익으로 소비재 수입 비용과 국채상환을 충분히 메웠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1/3, 1/4 가격에 판매된 석유 때문에, 차베스의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는 경제가 정체된 국가의 지도자가 됐다. 그리고 자신의 당 내부를 포함해, 점점 거세지는 국민들의 불평을 듣게 됐다.(7) 정부의 위험한 선택은 급증하는 인플레이션과 생필품 부족으로 인한 위기를 해결하는 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 2015년 12월 선거에서 국회 의석의 과반수를 휩쓸어간 우파 야당이, 지금 서둘러 정권교체를 해도 놀라울 것은 없다. 석유수익 감소 및 고갈된 외환 보유고로 인한 황폐화된 재정 때문에, 부채 디폴트 및 전반적인 경제붕괴 위험을 더 이상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베네수엘라는 극단적인 경우지만, 다른 산유국들도 비슷한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는 석유수익 감소 탓에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한데 이어,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의 유혈공격으로 심각한 경제체제의 위기를 겪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인구수가 가장 많은 나이지리아는 뿌리 깊은 부패를 겪어왔다. 굿럭 조나단 전 대통령은 부패척결을 위해 아무 성과도 내지 못했다. 그러나 고유가가 석유의 은혜와 수입을 분배하면서 그의 무능력을 덮어주었다.
2015년 3월 선거에서 패배한 조나단은 부패 척결과 이슬람 조직 소탕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장성 출신 무함마드 부하리에게 자리를 넘겨주었다. 무함마드 부하리는 경제 다양화도 약속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나이지리아가 석유수익 감소로 겪는 고통이 끝난 것은 아니다.(8)
알제리와 아제르바이잔도 역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데, 이 두 국가는 석유수익을 모으고 분배하며 권력의 기반을 다진 세력에 의해 수십 년 전부터 통치돼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재, 경제적 위기상황에서 가장 고통 받는 이들은 국민이다. 갈수록 위태로운 경제 상황에 반발해 일어난 1월의 항거로 인해 아제르바이잔이 위태로워졌다.(9) 현재까지는 알제리에서 이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실업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젊은 층의 불만은, 조그만 반란의 불씨도 진압하려 전투태세를 갖추는 기동대와 주기적으로 긴장을 유발한다.(10)  
이라크 당국은 아직 더 까다로운 도전과제에 직면해있다. 이라크는 비극적이고 혼란스러운 사건들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년간 석유생산 증가에 성공했다. 석유생산을 2010년 하루 240만 배럴에서 2014년 340만 배럴까지 올렸다. 당시 총리였던 누리 알 말리키는 이렇게 얻은 수익으로 같은 시아파 교도 사람들에게 벌이가 좋은 자리를 제공하고 공무원 수를 상당히 늘렸다. 이런 호의에서 소수인 수니파는 은밀하게 제외됐다. 이에 따라 수니파들에게는 체제를 향한 적개심이 생겨났다. 이는 이슬람 국가(IS) 무장단체 설립에 적절한 조건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하이데르 알 아바디 새 총리는 군대를 재건하는 동시에 수니파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석유수익 감소는 그의 과업 수행에 걸림돌이 됐다. 수많은 공무원들이 몇 달 전부터 월급을 받지 못했다. 알 아바디는 시아파를 포함한 그의 지지기반을 순식간에 잃을 위험이 크다. 이로 인해 그의 IS 소탕 군사작전 결과도 그만큼 더 불확실해졌다.(11)
마지막으로 러시아가 있다. 이번 위기로 타격받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러시아는 안정적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국민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또한 1~2년 동안 국가지출을 충당할 수 있는 충분한 준비금을 보유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미디어와 군대를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하락과 유럽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도 위태롭다. 루블화 가치는 계속 하락하고, 러시아 경제는 침체됐다. 국민 삶의 질도 현저하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러시아 정부는 국민의 불만을 신속하게 침묵시켜왔다. 하지만 계속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2015년 12월, 수백 명의 운전자들이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을 항의하기 위해 모스크바 외곽순환도로를 점거했다. 1월에 공무원들은 크라스노다르에서 공공지출 중단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12) 이 별개의 사건들이 눈덩이처럼 뭉쳐질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그럴 가능성이 러시아 정부를 불안에 떨게 만들 것이다. 
2014년 6월에 발발한 저유가 파장의 결과를 모두 파악, 예측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그러나 저유가 파장은 이미 세계질서의 몇몇 기본 축을 대폭 바꾸어놓았다. 현 과잉공급을 줄이면, 확실히 유가는 반등할 것이다. 그러나 석유라는 신의 은총에 익숙해져 있던 기업과 정부의 황금기는 막을 내린 듯하다. 생산을 다양화하고 다른 수입원을 찾는데 성공한 기업과 정부들만이 장기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글·마이클 클레어 
미국 매사추세츠 주 애머스트 햄프셔 대학 교수, <The Race for What's Left. The Global Scramble for the World's Last Resources> (Metropolitan Books, New York, 2012)의 저자
 
 
번역·김세미 sem2100@naver.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Stanley Reed, ‘OPEC holds production unchanged ; prices fall’, <뉴욕 타임즈>, 2014년 11월 28일. 
(2) Justin Sheck, ‘Oil rout forces companies to delay decisions on $380 billion in projects’, <월스트리트저널>, 뉴욕, 2016년 1월 14일.
(3) Douglas Fraser, ‘North Sea could lose 150 platforme within 10 years’, BBC News, 2016년 2월 7일. 
(4) 피에르 랭베르, ‘석유와 망상증(Pétrole et paranoïa)’,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2015년 4월호 참조. 
(5) Liam Denning, ‘Oil's black swans on the horizon’, <월스트리트저널>, 2015년 2월 16일.
(6) Michael L. Ross, The Oil Curse : How Petroleum Wealth Shapes the Development of Nations,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2.
(7) 그레고리 윌퍼트, ‘베네수엘라 폭풍주의보(Avis de tempête au Venezuela)’,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2016년 1월호 참조.
(8) 리카르도 하우스만, ‘It could be too late to avoid catastrophe in Venezuela’, <파이낸셜 타임즈>, 2016년 2월 3일호 인용.
(9) ‘Azerbaijan hit by price protests amid oil slump’, BBC News, 2016년 1월 14일.
(10) 카로타 갤, ‘Who runs Algeria? Many doubt it’s ailing president Abdelaziz Bouteflika‘, <뉴욕 타임즈>, 2015년 12월 24일. 
(11) Bill Spindle, ‘How falling oil prices are hindering Iraq’s ability to fight Islamic State‘, <월스트리트저널>, 2015년 3월 10일; Tim Arango, ’Battered by war, Iraq now faces calamity from dropping oil prices‘, <뉴욕 타임즈>, 2016년 1월 31일. 
(12) Neil MacFarquhar, ‘A rare protest in Russia hints at deeper ire’, <뉴욕 타임즈>, 2015년 12월 5일; MacFarquhar, ‘Russian's anxiety swells as oil prices collapse’, <뉴욕 타임즈>, 2016년 1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