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정부의 무능력을 비추는 거울
2016-03-31 예브게니 모로조프
우리에게는 왜, 미국 IT공룡기업의 과도한 독점에 대항할 대안이 이토록 없는 것일까?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최근 기업가치 625억 달러로 추산된 ‘우버(Uber)’와 작년 말 파산한 핀란드의 혁신기업 ‘쿳수플루스(Kutsuplus)’의 운명을 비교해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쿳수플루스는 ‘공공교통시장의 우버’가 되려는 야심을 품었었다. 스마트폰과 복잡한 알고리즘, 클라우드로 승객을 원하는 곳에 태우거나 내려줄 미니버스망을 운영해, 교통비를 최소화하고 혁신적이면서도 효율적인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다. 그러나 대형 투자자의 지원 없이, 넉넉한 예산운용이 어려운 지역대학과 제휴했던 쿳수플루스는 결국 성공의 문턱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이 사업이 연간 60%의 성장이 전망됨에도, 핀란드의 교통공사는 “너무 비싸다”고 평가했다.
너무 비싸다. 우버에 대해서는 하기 어려운 비판이다. 우버의 힘과 유명세는 바로 초저가에서 나오니까. 대체 우버는 어떻게 그런 가격이 가능할까? 그것은 대담한 운영과 규모의 경제 덕분이라고 우버의 신봉자들은 말한다. ‘교통계의 월마트’가 우버의 타이틀 아니던가.
그러나 우버의 ‘저가’ 정책을 설명하는 또 다른 어두운 이유가 있다. 바로 투자자들의 막대한 자본에 힘입어 이 회사가 구시대적인 교통수단인 택시부터 시작해, 쿳수플루스와 같은 혁신적인 벤처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경쟁자를 제거하는 데만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온라인 IT 전문 매체 <인포메이션>이 최근 게재한 기사에 따르면, 2015년 1~9월 우버의 수입액은 12억 달러에 불과한 반면, 손실액은 무려 17억 달러에 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버는 어마어마한 돈방석 위에 앉아 있다. 그래서 미국의 일부 도시에서는 연료비나 차량유지비마저 보장할 수 없을 만큼 초저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버의 전략은 단순하다. 교통료를 파격적으로 낮춰 자가용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유혹해, 수요의 폭발적 증대를 도모하는 것이다. 이 목적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많은 돈도 아까워하지 않고 쏟아 붓는다. 이와 동시에, 우버는 소비재 운송이나 우편물 배달 등 인접시장에 대한 파이도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
이제 피할 수 없는 질문이 떠오른다. 그동안 실제로 제기되기 어려웠던 질문이다. 바로 ‘우버는 누구의 돈을 퍼 쓰고 있는 것일까?’하는 것이다. 정답은 구글, 아마존, 골드만삭스와 같은 투자자다. 우버는 금융 및 기술 분야의 공룡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익에 대해 세금을 거둬들이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력 덕택에, 세계적 기업으로 눈부시게 성장한 한 업체의 예를 완벽히 구현한다. 좀 더 신랄하게 말하면, 우버가 수십억 달러를 주무르는 것은 바로 각국의 정부가 그와 같이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막대한 돈이 국고 대신, 실리콘밸리나 월스트리트의 해외 계좌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돈의 소유주들도 그 사실을 굳이 숨기려하지 않는다. 애플은 최근 자사의 현금 보유액이 2천억 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했고, 페이스북도 2015년 36억9천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자찬했다.
물론 이 기업들이 때때로 콩고물을 나눠주기도 한다. 이를테면 애플과 구글은 아주 황송하게도, 이탈리아와 영국에서 그동안 밀린 세금을 내기로 동의했다. 물론 법적으로 내야할 금액에 훨씬 못 미치는 액수다. 그러나 이런 행보는 문제의 조세회피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기업들이 흥청망청 써버리는 막대한 수익, 그리고 쫄쫄 배를 굶는 국가와 지자체의 부족한 예산. 이 두 현실을 지극히 대조적이다. 조세수입의 상당부분을 포기한 정부와 지자체는 부족한 예산을 긴축정책으로 메우려 한다. 그러나 긴축정책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인프라 및 연구개발을 위한 정부예산이 줄어들수록 결국 실리콘밸리가 사랑하는 ‘플랫폼 자본주의(디지털 플랫폼의 독점)’에 대한 대안이 나타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쿳수플루스와 같은 현실적으로 유익하고 혁신적인 서비스 업체가 결국 문 닫고 마는 현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구글이나 골드만삭스 같은 자금원이 없다면 우버도 금세 무너질 것이다. 사실 핀란드가 긴축재정에 가장 애착을 가진 유럽국가 중 하나라는 사실은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과거에도 노키아가 침몰하게 내버려둔 적이 있는 핀란드는 이번에도 또 다시 자국을 찾아온 두 번째 기회를 무참히 내버리고 있다.
그러나 너무 순진한 생각은 하지 말자.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가 영원히 이 고삐 풀린 교통업체를 위해 자금을 대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광고를 이용해 저가경쟁으로 인한 우버의 손실금을 상쇄하려는 기획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어쨌든 현재로서는 투자자들이 투자비용을 건질 유일한 방도는, 일은 더 하고 임금은 적게 받도록 기사들을 압박하는 것이다. 또는, 최후의 경쟁자까지 링 밖으로 나가게 한 후, 고객에게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길 뿐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선택 중 어느 것도 완벽한 해답이 될 수는 없다. 우버는 이미 기사의 수입에서 일정액의 커미션(20~30%)을 떼고 있다. 또 기사를 위한 교육이나 차량 안전(‘세이프 라이드 피’, ‘안전운행비’라는 명목으로) 등과 관련된 비용도 일부 기사들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우버의 대안은 이처럼, 운전자들과 고객들에게 불안정성을 더욱 부담시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승객은 출퇴근 시간대 이용료는 물론, 본 요금이 인상되는 현실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현재 우버는 모범적인 교통 플랫폼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매진 중이다. 프랑스의 택시기사들이 정부가 현 택시운영의 실태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며 강경한 행동에 나서는 이 때, 우버는 자유 시간에 일거리를 찾아 헤매는 모든 직업 운전수들에게 자사 플랫폼을 개방하고 있다.
이제 와서 오래 전 해당 도시들이 투명한 요금과 임금 시스템을 마련해 잘 관리하고, 효율적인 규제 하에 나름의 교통 플랫폼을 마련했어야만 했다고 땅을 치고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다. 그런 정책에 더해 쿳수플루스와 같은 대안 서비스의 창설을 장려하는 정책이 뒷받침됐어야만, 비로소 우버의 위협에 대항할 적절한 해법이 마련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까지 우버에 대항한 해법이라고는, 우버의 지배에 불만을 품은 우버의 유사품들을 수없이 양산하는 것이 전부였다. 가령 인도의 올라, 중국의 콰이디, 미국의 리프트, 말레이시아의 그랩택시 등은 자신들이 영업 중인 국가에서 운영 중인 앱을 통해 고객이 알맞은 기사와 차량을 예약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제휴를 맺었다. 그러나 이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 동일 모델의 연장에 불과하다. 리프트 같은 대안을 통해 우버를 대신한다고 해서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결국 그 대안이란 것도 기존의 공격적 모델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한 정부의 신기술관련 정책은 그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전자는 후자의 도움이 있어야만 온전히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에 걸친 정부의 방만한 조세정책과 혹독한 긴축노선은 결국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정부가 교통 분야 등에서 새로운 공공서비스 제공방식과 관련한 실험에 나설 수 있는 힘을 소진한 것이다.
그 결과 이런 종류의 사업은 탈루한 세금과 막대한 투자비를 통해 몸집을 불린 거대기업의 몫이 돼버렸다. 그러니 쿳수플루스처럼 시작해 우버처럼 끝나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막대한 투자회수를 고대하는 투자자들의 입맛을 맞추려면 그런 식의 변신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제약에서 자유로운 사업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환경 속에서 그러한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해결책은 조세정책에 있다. 현재보다 아주 조금만, 엄격한 조세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면 문제는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정당히 받아야 할 돈을 달라는 요구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구글과 영국 재무부가 맺은 협의는 얼마나 정부당국이 이 문제에 있어 무능한가를 여실히 증명한다.
결국 우리는 그로 인해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지난 1월 파리에서는 택시운전사들이 우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폭동을 일으켰다. 앞으로 세상의 모든 우버와 구글들이 통제권과 권력을 장악하려는 목적을 완수했을 때, 과연 우리에게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택시운전사들의 시위는 지극히 잔잔한 예고편에 불과하다.
글·예브게니 모로조프 Evgeny Morozov
벨라루스 출신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기술이 사회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To save everything, click here. Technologie, solutionism, and the urge to fix problems that don’t exist>(Allen Lane, London, 2013)의 저자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서울대 불문학 석사 수료.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