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기후회의, 마지막 기회의 흐릿한 전망

[Spécial] 미국 보이콧 재현 우려…‘탄소시장’ 접고 강제규정 도입해야

2009-12-03     리카르도 페트렐라|스위스 USI 건축학교 교수

12월 17~18일 코펜하겐에서 유엔기후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의 목표는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한 강제적 규정을 정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될 이 회담에 대해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많다. 지구상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두 나라, 미국과 중국이 새로 체결될 협약에 서명하고 비준해야 그 협약에 진정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대처를 목적으로 하는 가장 중요한 협약인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코펜하겐 협약’은 아마도 체결되지 않을 것이다.(1) 12월 17~18일 코펜하겐에서 개최될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최근의 중요 회담들(2)로 미뤄볼 때 그런 생각이 든다. 미 상원은 제때 기후 관련 법안을 승인하지 않았고, 지난 10월 30~31일 이 문제를 다룬 유럽 특별위원회도 모호한 결과를 도출했으며, 11월 16~17일 열린 미국과 중국의 G2 정상회의 공동성명도 공허하기만 했다. 지구를 가장 많이 오염시키는 두 나라의 정상은 코펜하겐 정상회의가 성공하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하고, 즉각적인 효력을 가진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기원했지만, 그런 결과에 이르게 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확실한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다.(3) 강제력을 가진 ‘협약’은 아마 2012년에나 다시 논의될 것이다. <<원문 보기>>

둔감한 사람들조차 환경문제라는 ‘글로벌 위기’를 인식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대단히 부조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것은 지구촌의 물신화와 미국의 탐욕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지금까지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자유를 제한하는 국제협약에 가입한 적이 없다. 따라서 국제사회에서는 두 가지 장애물이 기한 내에 해결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의 지도층은 인류 미래에 관한 문제를 “경제적 효율성에 입각한” 천연자원, 특히 에너지 경영의 문제로 축소시켰다. 그들은 ‘상업적’ 이해관계가 상치되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자가 승리한다는 원칙에 근거해 천연자원 경영의 시행과 평가를 시장 메커니즘에 위임했다. 그때부터 인류의 미래와 지구의 수명에 대해 진정한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는 일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대기와 기후마저 상품화

현재 진행 중인 협상들의 핵심은 에너지와 시장이다. 이 두 가지가 너무 중요해 다른 쟁점들은 부차적이거나 도구적인 것으로 간주될 정도다. 교토의정서(1997)는 에너지를 통해 기후협상을 무산시키고, 대기를 상품화했다. 각국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할당해 세계를 재분할했고, 온실가스의 ‘배출시장’(4)을 형성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런 메커니즘이 전세계적으로 가스배출량을 감소시킬지는 미지수다.

인류의 미래를 지키고 화석연료 의존에서 탈피하기 위한 대책은 여전히 온실가스(특히 이산화탄소) 상품화에 기대고 있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각국이 감축해야 할 온실가스 배출량을 어떻게 정할지, 각국의 국가경제에서 그것을 규제할 경우 비용을 얼마나 산출해야 할지, 또 여러 산업들 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논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정치적 문제보다 그 수치 계산이 중요하다. 흔히 공권력에 의해 이론적으로 설정된 정치적 문제들이란 것은 실제로 거대 금융, 산업, 상업 그룹이 정한 ‘상품’의 가치에서 나온다.

대기와 기후의 시장화는, 한편으로는 유엔기후변화협약과 교토의정서,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은행이라는 양대 축을 중심으로 새로운 금융도구들의 과잉 집결 현상을 낳았다. 세계 각국은 이 금융도구들에 공적자금을 쏟아부으며 그것들이 훌륭히 기능하도록 장려하는 데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공적자금은 민-관 협력 논리에 따라 사기업들에서 나온 자금과 뒤섞인다. 윤리나 사회정의,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와 같은 정치적 결정은 자원 관리 효율성에 중대한 문제를 일으킨다.

생명제일주의의 필요성

 

최근의 금융시장 붕괴를 필두로 한 모든 상황은 ‘시장제일주의’(market first) 전략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시장제일주의’를 ‘생명제일주의’(life first)로 대체하고 코펜하겐 정상회의에서 실제 행동 프로그램이 수반된 세계협약이 도출되기를 기대하려면, 두 가지 사전 조처가 절실하다.

 

첫째는 지적재산권, 특히 생명체에 관한 지적재산권 규제를 재조정하는 것이다. 지적재산권(분석상의 편리를 위해 재생 가능 에너지도 이 부분에 포함시킨다)이 개인 소유의 대상이 되는 이상, 기후변화에 대한 진정한 세계적 합의가 이루어지기는 힘들 것이다. 중국·인도·브라질·아프리카 국가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시키기 위해 그들의 생산방식과 생산물을 변화시키려 한다. 하지만 왜 그들이 이 분야 지적재산권의 거의 전체를 보유한 북반구 국가들의 몫까지 지급해야 하는가? 어떻게 그들이 북반구의 새로운 ‘녹색성장’에 필요한 자금 부담을 받아들일 것인가? 지식과 기술을 ‘무상으로’ 전세계에 이전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국제협력을 방해하는 기존 법규들을 개혁해야 한다. 그래야 대기권 평균기온 상승을 ‘완화’하고 기후 온난화에 ‘적응’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두 번째 조처는 ‘탄소 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된 금융기구를 ‘세계적 공적자금 플랜’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정치적 결정권이 시장으로 이동되는 현상을 중단시키지 않는 한, 기후변화와의 투쟁은 부적절하고, 부분적이며, 비능률적이 될 것이다. 적절하고 효율적인 투쟁을 원한다면, 서구 지도층은 전세계를 재앙에 빠뜨렸던 ‘자본주의’를 구하겠다며 민간 자산에 투입한 8조 유로에 달하는 거대한 자원을 어디에 쓸지 다시 검토해야 한다. 최근의 평가에 따르면, 10년간 연간 667억 유로(총 6670억 유로)에 달하는 금액이면 중기적으로 대기 온난화 방지를 위한 목표를 구체화하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이 액수는 민간 자산의 금융 가치와 은행을 구조하기 위해 동원된 금액의 12분의 1에 불과하고, 전세계 연간 군비 지출(2008년 9880억 유로)의 3분의 2, 전세계가 한 해 광고에 지출하는 금액(2007년 3630억 유로)의 2배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충분할 것’이라는 전망은 무엇보다 미국이라는 장벽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세계 184개국이 비준한 교토의정서를 미국은 여전히 비준하지 않고 있다. 두 번째 장벽은, 설령 미국 정부가 원한다 해도(이것마저 확실하지는 않지만), 코펜하겐 정상회의에서 유럽연합이나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일본 등 강대국이 교토의정서의 규정 연장에 동의하도록 만들 만큼 미국 정부가 합리적이고 공정한 태도를 고수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관건은 미국의 참여 여부

미국은 그동안 자국의 사회 모델이나 ‘안전’(그 안전은 흔히 ‘세계의 안전’과 동일시되곤 한다)의 우위를 내세워, 자신들의 정치적 선택이나 생활방식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제국주의적 일방주의 정책을 시행해왔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정부 간 다원주의에 속하는 ‘정치적’ 조정 수단과 체제를 약화하고, 더 나아가 그것의 소멸을 부추겨왔다. 그들은 특히 각국의 자가조절과 자기책임 같은 연성법(soft law)을 훨씬 선호한다.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제1회 세계 환경개발정상회의 참가를 거부하면서 아버지 부시가 “미국인의 생활방식은 협상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한 말은 이 점을 확실히 보여준다.

코펜하겐 정상회의 앞에 가로놓인 장벽은 이런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 사실상 현재 ‘미국제일주의’는 ‘시장제일주의’보다 더 강력한 장벽이다. 기후 관련 협상을 상품과 국가 이해관계의 범주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국가들은 극소수다. 그러나 이런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움직임이 국제사회에서 일고 있다. 몇몇 서유럽 국가들과 남미 국가들(5), 그리고 아프리카 국가들은 그들의 아쉬움과 노여움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진영은 현재 듬성듬성해 보이지만 향후 몇 주 내에 단단해질지도 모른다. 이 나라들의 진보정치 진영과 시민단체들은 자국이 코펜하겐 협약을 체결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현재 이해관계에서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어, 그들의 의도대로 협약이 체결되기는 어려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몇몇 승객들이 탑승하려 들지 않는다고 해서 달리는 열차를 멈추게 해서는 안 된다. 물론 미국이 그 열차에 동승한다면 대대적인 환영을 받을 것이다.

한 무리의 국가들이 정당하고 시의적절하다고 인정된 길을 가기로 결정했을 때마다 다른 나라들(미국도 포함된다)이 그 뒤를 따랐다는 사실을 역사는 보여준다. 비록 미국이 불참하더라도,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유럽의회 위원들이 그들의 나라가 코펜하겐 협약에 서명하도록 만든다면, 그들은 역사적 책임감과 정치 혁신을 입증해 보이게 될 것이다.

글·리카르도 페트렐라 Riccardo Petrella

번역·김계영 canari62@ilemonde.com 
파리4대학 불문학 박사. 저서와 역서로 <청소년을 위한 서양문화사>(2006), <키는 권력이다>(2008) 등이 있다. 



<각주>

(1) 대부분의 선진 산업국가들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균 5.2% 감축하도록 한 약속 사항이 포함된다.

(2) 2009년 9월 22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특별정상회의, 9월 24~25일 피츠버그에서 열린 주요 29개국(G20) 정상회의, 2009년 10월 2~9일 방콕, 11월 2~7일 바르셀로나에서 각각 열렸던 ‘테크닉’ 주간.

(3) 11월 1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21개국 정상들은 폐막 성명에서 온실가스 감축에 관해 특별히 구속력 있는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다.

(4) 각국에 할당된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나라는 이 ‘남는 양’을 여러 이유로 배출 허용량 이하로 감축하지 못하는 나라에 판매할 수 있다.

(5) 이에 대해서는 11월 4일 룰라 브라질 대통령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선포한 ‘코펜하겐을 구하기 위한 협약’을 참조할 것.

<<원문 보기>>

 

협약의 자금, 시장, 파트너십은?

192개국이 서명하고 1992년 채택, 1994년부터 발효된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속하는 조직들과 기금들, 그리고 그 활동은 다음과 같다.

무공해개발기구(MDP) 이 기구들 덕택에 선진 산업국들은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방지하는 계획들에 자금을 조달하고, 자신들의 가스 배출량 목표를 준수하는 데 사용한 예산을 보상받는다.

세계환경기금 생태 다양성, 기후변화, 국제 수질, 토양, 오존층, 유기오염물질 등의 분야와 관련한 개발도상국의 계획들에 자금을 지원한다.

기후투자기금 탄소 함유량이 적은 ‘저탄소’ 신기술을 사용해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 대처 능력을 증진시키는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

탄소협력기금 개발도상국의 저탄소 시스템 개발 지원 기금.

삼림탄소협력기금 2008년 발리회의에서 신설된 기금. 교토의정서의 시효가 만료되는 2012년 이후부터 개발도상국의 삼림 훼손과 삼림 황폐화 방지를 위해 지원된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언급한 기구나 기금과는 별도로 ‘자발적 탄소 시장’의 자유거래도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