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화되는 극지방의 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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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는 지구 전역에서 균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대부분의 지구온난화 모형은 그 효과가 북반구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지구 전체의 평균기온이 섭씨 2도 상승하면 북극 지방의 기온은 그보다 2~3배 정도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남반구는 비록 그 정도가 약하다고는 하지만, 역시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북극 지방에서는 이미 변화의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계절이나 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지난 30년간 북극 지방의 얼음 면적이 10%가량 감소했으며 두께는 40%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21세기 말에는 그 면적이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북극권의 북항로 개통이나 세계 매장량의 40%를 차지하는 캐나다 북부와 시베리아의 화석연료 채굴 등 지구온난화가 가져다줄 긍정적인 측면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득보다는 실이 훨씬 많다. 단기적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멕시코만류의 비정상적인 흐름이다. 1950년부터 2000년까지 멕시코만류의 유량은 20% 정도 줄어들었고, 이로 인해 유럽에서는 일시적으로 급격한 기온 하강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태양광의 반사율은 육지가 30%, 바닷물이 7%인 데 비해 얼음은 80%나 된다. 따라서 얼음이 녹으면 반사율이 떨어져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이로 인해 영구동토대(연중 얼어 있는 땅)에도 이미 얼음이 녹는 곳이 생겼는데, 그중에는 건물과 기반시설이 들어서 있거나 엄청난 양의 메탄이 묻혀 있는 곳도 있다. 미국·캐나다·러시아가 주축을 이루는 북극위원회도 이런 위기 앞에서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북극해의 바다얼음이 녹는다 하더라도 해수면은 상승하지 않는다. 이미 물 위에 떠 있던 얼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린란드의 빙모나 육지의 빙하가 계속 녹아내리면 해수면이 크게 상승하게 된다. 토펙스 포세이돈 위성의 측정 자료에 따르면 현재 해수면은 연간 2.4mm씩 상승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2세기 무렵에는 해수면이 최소한 25cm 상승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남극 일부 지역에서 얼음이 녹고 있는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 해수면이 적게는 1m에서 많게는 수m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연구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해수면 상승 원인 중 3분의 1은 단순한 기온 상승으로 인한 바닷물의 부피 팽창이고, 또 다른 3분의 1은 빙하가 녹은 물이다. 그리고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극대륙의 얼음이 녹은 물이 그 원인의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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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상승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구자들은 남극대륙에서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나타나는 곳은 남극반도뿐이라고 믿었다. 1974년과 2000년 사이에 남극반도의 기온은 섭씨 3도 상승했고, 2002년에는 라르센 빙붕이 남극반도에서 떨어져나왔다. 남극반도의 얼음이 전부 녹는다면 해수면은 45cm 추가 상승할 것이다. 그러나 남극반도의 얼음이 남극대륙의 빙모와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에 남극대륙은 안정적이며 최소한 앞으로 1세기 동안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게 최근까지의 정설이었다. 그런데 2004년 10월, 미 항공우주국은 2050년까지 남극대륙 일부의 기온이 3.6도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발표했으며, 2004년 12월에는 영국남극조사단도 남극대륙 서부의 빙하가 연간 250㎦씩 녹는다고 주장했다. 아직까지 그렇게 많은 양은 아니지만, 만약 얼음이 더 빨리 녹는다면 장기적으로 해수면이 8m나 상승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면적이 훨씬 넓은 남극대륙 동부(해수면을 64m 상승시킬 수 있는 면적)만이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또 남극해의 바다얼음이 줄어들면 해양생물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조류를 먹고사는 크릴은 30년 전에 비해 80%나 감소했다. 크릴은 오징어·물고기·고래의 먹이로서 해양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인 추세인 남획 및 산호초 감소와 더불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 <르몽드 세계사>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