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골공항, 세계1위 향한 굉음과 신음의 삽질
밤낮없는 작업 인근 주민들 고통…노동강도는 극한, 서비스는 급락
‘샤를드골 공항’은 매우 상징적인 이름이다. 1964년 파리의 가장 큰 공항 프로젝트를 시행한 공화국의 전직 대통령 이름을 상기시켜주기 때문이다. 드골 공항은 현재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 공항, 시카고 오헤어 공항, 런던 히드로 공항, 도쿄 하네다 공항 다음으로 승객 수가 많은 세계 제5위의 공항(1)이다. 드골 공항은 여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수십억 유로를 쏟아 광적인 확장공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극단적인 노동 유연성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인근 소도시 주민들은 밤낮 없이 들리는 거대한 굉음에 신음하고 있다.
파리 북동부 20여km 지점에 위치한 드골 공항은 제1차 오일쇼크 직후인 1974년 첫 번째 공항터미널을 건설하는 것으로 거대한 몸체를 드러냈다. 드골 공항은 규모가 어마어마한 공사장으로 11층짜리 비계가 세워졌고, 36개의 거대한 기둥에 밤낮으로 콘크리트를 쏟아부었고, 10만 명의 도시를 난방할 수 있는 자동전기온도조절센터에 동시에 연결된 지하 통로들을 뚫었다.
공항 서쪽에 위치한 구생빌시의 한 주민이 이야기한다. “30년 전 공항은 일요일에 나들이를 가는 장소였다. 사람들이 공사 진척 상황을 구경하러 갔다. 그 후 공항은 수많은 입체 교차로가 생기면서 거대도시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 같은 도로 인근 주민들은 부실한 대중교통, 교통정체,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공항 플랫폼 공사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26대의 비행기가 한꺼번에 착륙할 수 있는 새로운 부속건물 ‘S3’가 3년 만에 완공됐는데 이 건물에 엄청난 철근과 유리가 투입됐다. 2004~2007년 5천 명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이 공사에 투입됐다. 모든 노동자들은 3250ha의 드골 공항을 좌지우지하는 파리공항관리공사(ADP)의 지시를 받았다. 유럽에서 가장 큰 드골 공항은 파리의 3분의 1 크기다.
드골 공항의 운송량이 2009년 전반기 5개월 동안 6.6% 감소했지만 공항 사장인 르네 브랭은 걱정하는 기색이 전혀 없다.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엄청난 투자를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공항들의 경제 모델은 항공회사의 경제 모델과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경쟁자들이 계속해서 투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런던은 활주로 하나를 더 만들었고, 프랑크푸르트도 새로운 터미널을 준공했으며, 마드리드는 공항 규모를 여유 있게 유지하고 있다.”
앞뒤 안 맞는 투자계획
광적인 공항 확장 경쟁의 와중에 ADP는 여러 개의 플랫폼 시설에 27억 유로를 투자할 예정이다. 2009~2013년에 예정된 25억4천만 유로의 추가 투자계획이 지난 1월 행정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브랭은 만족해한다. “우리 수용 능력은 2007년 6월과 2008년 말 사이 4700만 명에서 7200만 명으로 40% 증가했다. 4년 후 우리는 8100만 명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수치는 비웃음을 자아낸다. 1997년 공항 주변 주민들의 팽배한 불만을 잠재우면서 새 활주로 2개를 건설하기 위해 좌파인 리오넬 조스팽 정부의 교통장관이던 장클로드 게소가 드골 공항의 수용 승객이 5500만 명을 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후 우파인 장피에르 라파랭 정부(2002~2005)는 파리의 세 번째 대형 공항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2002년에 포기하고, 수도권의 두 번째 공항인 오를리 공항(2008년 2600만 명의 승객)의 항공기 운행을 연 25만 번으로 극대화했다. 지금의 계획대로라면 교통량 증가분의 상당 부분은 당연히 드골 공항에 집중될 것이고 파리는 2020년에 적어도 1억2천만 명의 승객을 수용할 것이다.(2)
“당국이 속임수를 쓰면서 일을 진행하고 있다. 사실 당국은 오직 공항의 성장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대형화의 광기에 사로잡혀 있다. 어느 누구도 투명하게 상한선을 정하거나 목표를 설정할 용기를 갖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지방의 여러 공항에 교통량을 분산할 것을 제안한다”고 ‘영토친구들’ 단체 회원인 안 즐레는 비난한다. ‘공항소음공해통제청’(Acnusa)은 방음 장치를 해야 할 주택 수가 이미 16만 가구를 넘고 있다고 평가한다.
공항 주변 주민들은 밤마다 잠을 설친다. 670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특송화물(3)의 세계적 리더인 미국 기업 페덱스가 1996년 미국 외의 가장 큰 허브를 드골 공항에 설치하기로 결정한 후에 특히 그렇다. 원래 미국식 개념인 별 모양의 네트워크 ‘허브’(4)에서는 횡단 연결이 축소되고, 방사상 항공망을 통해 다양한 목적지를 연계하는 ‘환승 플랫폼’이 발달한다.
1999년 개설된 드골 허브 공항 및 남부유럽담당 페덱스의 부사장 알랭 샤이에는 열정적으로 말한다. “파리가 우리를 엄청나게 탐냈다. 그 시절 교통부 장관인 안마리 이드라크가 우리를 유치하기 위해 모든 일을 해줬다. 꼭 필요한 조건인 24시간 공항 가동을 보장해줬고 프랑스 세관의 협조를 얻어 발송 화물 99%가 선 세관 수속을 받게 해주었다.” 그러나 샤이에도 자신들의 야간 활동이 비난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활주로 축에 위치한 고네스시의 사회당 출신 장피에르 블레지 시장은 “이른 시일 안에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작업이 중지되어야 한다”라고 강력히 요구한다.
저녁 무렵에 페덱스의 1차 화물항공기들이 분류센터에 도착했다. 컨베이어 벨트 주변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10개 정도씩 실려오는 소하물들을 재분류하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강도 높은 노동이다. 소포 하나가 분류센터에 머무는 시간은 불과 30분이다. 작업팀들은 1차(오후 5시부터 자정까지)와 2차(밤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로 나누어 근무한다. 주당 25~30시간 일하는 파트타임 근무가 대부분이다.
특정 기업 편의 맞춰 공항 구조 바꿔
허브 공항을 개설한 지 10년 후 페덱스는 9월 말, 예전의 시간당 2만4천 개의 소하물 대신 3만1500개의 소하물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물을 새로 준공했다.(5) 이 미국 기업은 서슴지 않고 투자했다. 드골 공항의 노동자 1900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정부 당국에 자신들이 매우 가치 있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로비 때문인지 모르지만 ‘국제공항협의회’(ACI)도 공항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 기구는 100만 명의 승객이나 10만t의 추가 화물이 일자리 1천 개(유발효과에 의한 관련 일자리 4천 개)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한다! 드골 공항에서는 이런 주술이 당당히 통하고 있다. 1975~99년 전체 지역 차원에서는 8%에 그쳤던 일자리 수 증가가 공항 주변 63개 코뮌에서는 72%에 이르렀다. ‘지역개발기구’는 공항에서 10만 명이 일하고 28만 개 일자리가 이와 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고 말한다.(6)
드골 공항 같은 전략적 의미를 지닌 대규모 공항들은 유럽 정부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규제가 점차 완화되는 상황에서(2008년 4월 1일부터 유럽연합과 미국 사이에 개방된 유럽의 ‘단일 하늘’) 이런 공항시설들은 국가항공산업에 대한 해당 국가들의 최후 지원 수단이 되고 있다. “프랑스교통공사(DGAC)는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조절기구가 더 이상 아니다. 기구의 모든 사람이 국적항공사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 행정부가 에어프랑스와 매우 밀착된 관계를 맺고 있다”라고 즐레는 비판한다.
에어프랑스는 간신히 생존했다. 1993년 이 공기업은 300억 프랑의 빚에 허덕이고 있었다. 1996년 최고책임자로 임명된 크리스티앙 블랑은 미국에서 증명된 비법을 수입해 전략을 수정한다. 요금 다양화와 드골 공항을 허브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 후 드골 공항은 기업 본부들을 유치한다. 10여 년이 지난 후 에어프랑스는 엄청나게 탈바꿈했다. 1999년 시작된 민영화 이후(7) 에어프랑스는 네덜란드 항공사 KLM과 2004년 합병했고, 스카이동맹(Delta Airlines)을 통해 성장을 보장받게 되었다. 세계적 기업이 된 에어프랑스는 드골 공항을 자기 소유물로 생각한다. 질 보르드 파제 개발담당 사장은 2003년 비판론자들을 향해 경고했다. “만약 에어프랑스가 수도권에서 업무 활동을 성장시킬 수 없다면 에어프랑스는 동맹팀 가운데 우리를 환대하는 다른 장소로 옮겨갈 것이다.”(8) 경제위기 전에 이 그룹은 2012년까지 연간 성장 목표를 드골 공항에 대한 투자금의 약 5%로 설정했다.(9)
미셸 에메리아트 에어프랑스 토지활용 담당 부사장과의 인터뷰 자리에서, 한 간부는 회사의 야망을 확인해주었다. “비록 경제위기 때문에 4년이 늦춰졌지만, 우리는 2020년경 운송승객 1억 명을 목표로 ADP와 협의하고 있다.” 그러나 에메리아트는 훨씬 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경제위기로 인해 장기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단기계획만 고려할 뿐이다.”
에메리아트는 불과 몇 달 전 드골 공항에서 에어프랑스 업무를 지휘했다. “허브 공항을 통해 우리는 최대 물동량 확보에 집중할 것이다. 이를 위해 체크인 공간, 탑승장 수, 인력 등 모든 것이 집적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하루에 항공기 800대와 승객 10만3천 명을 감당하는 에어프랑스의 업무는 6곳의 환승시설에 집중된다. 몇 분 만에 10여 대의 항공기가 착륙하고 이륙하게 된다.
승객들은 저가항공 선호
그럼에도 연구원 리샤르드 뇌프빌(10)은 “이렇게 혼잡스런 플랫폼들을 회피하는 직항 항공시장도 뚜렷하게 존재한다. 승객들은 저가 항공사들의 전략을 압도적으로 지지한다. 에어프랑스-KLM이 매우 좋아하는 허브 방식이나, 에어버스 A380 전략(11)과도 대립되는 접근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저가 항공사는 2008년 14.6% 성장했으나 일반 항공사는 1.3% 성장했을 뿐이다.
그런데 에어프랑스는 끊임없이 자신의 허브를 ‘위기에 대처하는 무기’로 제시하고, 드골 공항이 경쟁사 공항들보다 월등히 많은 주당 2만2672번의 환승을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드골 공항의 에어프랑스 기항 책임자인 안 리가이는 “(환승할 수 있는) 허브들을 분산해야 할 시기다. 환승 시간이 단축될수록, 해당 항공사들의 예약 정보가 게시판에 더 자주 떠야 하는데 지금의 제한된 허브 구조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그래서 ADP가 새로운 터미널을 건설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ADP가 부속시설 ‘S3’의 모델을 따라 ‘S4’를 건설하고, 2016~2020년 제4터미널 건설을 예정하는 이유는 에어프랑스-KLM의 허브 공항 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에어프랑스-KLM만 거의 독점적으로 이 시설들을 이용하는데도(12) 새로운 기반시설의 재정 부담에 모든 항공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경제위기에도 공항 사용료는 5.5% 인상됐다.
게다가 요금 인상도 처음이 아니었다. 위기가 한창인 와중에도 ADP는 2008년 2억1700만 유로의 수익을 냈다. 이는 전년에 비해 32% 증가한 것이다. 예전에는 공공시설이었지만 2005년부터 증시에 상장된 주식회사가 되었기 때문에 ADP의 주주들은 매우 행복하다. 국가가 여전히 자본의 대주주임에도 ADP에 공항 토지의 모든 소유권을 넘겼다.(13) 민영화를 시행한 라파랭 정부의 교통부 장관 질 드 로비앵의 비서실장이던 피에르 그라프 ADP 사장이 볼 때는 당연한 조처였다.
위태로운 공공서비스
하여튼 2005년부터 드골 공항의 관리자는 몇 가지 공공서비스(항공관제, 항공기 경로 관리)를 프랑스교통공사(DGAC)에 넘겨버리고, 상업시설(14)과 부동산같이 훨씬 돈벌이가 되는 활동 쪽으로 눈을 돌렸다. “우리는 판매 면적의 크기와 승객당 매상고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상업 공간을 20% 늘리면 승객당 20%의 매상고가 증가한다”고 2007년 6월 그라프는 단언했다.(15) 부대시설 ‘S3’에는 3200㎡의 상업시설이 들어섰다. 터미널 2A와 2C 사이에 3천㎡의 상점들이 더 입점할 것이다. ADP는 2010년 상업 면적을 2004년보다 34% 늘릴 예정이다.
훨씬 더 원대한 계획은 부동산 개발업체 유니베일 로담코가 2012년 공항의 10ha 면적에 5만㎡의 상업 및 서비스센터를 건설하는 것이다. 2007년 사르코지가 승리한 며칠 후 오드센의 ‘준국영회사’(SEM92)(16) 부사장이던 프랑수아 상가르델이 ADP의 부동산 책임자로 임명됐다. 그는 다양한 부동산 프로젝트를 이끌어갈 것이다.
2006년 공항소음공해통제청은 이런 식의 변화를 호되게 비판했다. “ADP는 소음을 줄이면서 이착륙하는 문제 같은 자신의 주요 임무보다 ISO 14001 환경인증이나 상업센터 설치 같은 부수적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 같다.” 회계 감사원은 2008년 7월 보고서에서, 승객에게 주어지는 정보, 대기승객 관리, 상점과 레스토랑의 가격·품질 관계, 피크타임 때 경찰의 국경 통제 조건 등 수많은 ‘문제점’(17)을 지적했다.
결국 승객들만 불쌍해진다. 그러나 직원들은 훨씬 더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 플랫폼 직원들은 대중교통 수단의 부재로 고통을 겪고 있다. 공항 근무자의 90%가 긴 여정을 거치며 자동차로 출근한다. 현장 상황은 더욱 처절하다. “에어프랑스와 ADP 직원들은 멋진 사내 식당을 이용한다. 하지만 나 같은 하청업체 직원은 들어갈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여행객들처럼 6유로짜리 샌드위치를 사먹어야 한다”고 에리크는 말한다. 하청업체 직원들은 탈의실조차 없다. 있더라도 건물 지하에 있으며, 너무 허름하고 전등도 없다.
당연히 여기서는 노동시간 유연성이 극대화돼 있다. ADP의 조사를 보면 정규직 직원의 79%가 변형근로시간제로 일한다. 공항 상점에서 2년간 근무했던 아미드는 기억한다. “나는 문을 열려고 6시에 도착해 하루 종일 서서 일했다. 또 문을 닫기 위해 마지막 비행기를, 심지어 마지막 비행기 출발이 늦춰질 때도 기다려야 했다. 변형근로시간제라는 것은 정말 당신을 망가뜨린다. 게다가 승진이란 것도 없다.”
10만 명의 직원이 있지만 근로감독관은 고작 3명이고 상여금도 일절 없다. “공항은 경영자를 위한 수익 창출 실험실로 사용된다”고 한 노조 활동가는 말한다. 단체협약은 달랑 7개에 불과하고, 봉급과 지위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당연히 노조의 자율권도 침해된다.(18) 게다가 ‘대테러리즘’ 투쟁이란 명분으로 제한구역 근무자들의 과거를 조사해 신분을 박탈한다는 소문이 돌아 분위기를 더욱 흉흉하게 했다. “몇몇 동료들은 취업하기 10년도 더 전에 저지른 젊은 시절의 실수 때문에 비난받았다”고 한 활주로 직원이 설명한다. 하룻밤 사이에 가족 전체가 ‘훌륭한 도덕성’ 기준(19)에 걸려 일터에서 쫓겨났다.
뒤죽박죽 승객 안전망
드골 공항에는 매일 20만 개 수하물이 경유한다. 몇 년 사이에 항공 편수도 급증했다. “항공기에 화물을 싣는 항공사 하청업체 직원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일은 어렵다”고 2008년 10월 2일 ADP가 <피가로>와의 대담에서 밝혔다. 운송근로 감독청은 2003년 한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만약 직원들이 여행용 가방 속에서 물건을 빼낼 수 있고 제한구역 외부로 유출할 수 있다면, 역으로 직원들이 다른 물건들을 집어넣을 수도 있다. 공항들은 거기서 작업하는 기업들의 활동을 평가하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청 방식의 문제점을 정부가 면밀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20)
“항공기 하청업체 직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직원들이 서로를 잘 모르게 된다. 이제는 신분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활주로 직원은 말한다. ADP는 자회사 알리지아를 통해 보조 업무를 외주하고 있다. 에어프랑스는 이 외주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2008년 내부 직원이 1만5156명이었고, 외주 직원은 1만160명이었다. 2006년에는 외주 직원이 7488명이었다.
산업체 촉탁 의사들의 말로는 상품 취급 업무는 공장이나 창고보다 훨씬 더 높은 비율의 질병(요통, 어깨 손상 등)과 사고를 낳는다. 한 명의 수하물 취급자가 하루에 대략 7t의 여행용 가방과 배낭을 취급한다. “사람들은 우리를 곱사등이라고 부른다”며 수하물 취급자는 숨을 헐떡거린다. 허브의 작업 시스템 때문에 그들은 늘 긴장하고 있다. 업무를 환승 시간대의 제한된 시간 안에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수도권 북부의 공항 지역은 자격증 없는 수많은 젊은이들의 일자리 제공처가 되고 있다”고 샤이에는 지적한다. 공항 직원의 20%는 센생드니, 16%는 발두아즈, 15%는 센에마른 출신이다. “공항은 매혹적이며 꿈을 꾸게 해준다. 공항은 선망을 불러일으킨다. 젊은이들은 면접 자리에서 우리에게 ‘나는 드골 공항을 내 직업으로 삼고 싶다’고 말한다. 반년 후 그들은 환상에서 깨어난다”고 블랑 메스닐의 서민 지역 사회복지사는 말한다.
드골 공항의 대형 회사들 사이에는 협력관계가 상당히 이루어졌지만 분리된 행정체계 때문에 공항의 전체 전략을 수립하기가 쉽지 않다. 3개 도(道)와 3개 상공회의소가 공항 플랫폼 관리를 나누어 맡고 있다. 더 나쁜 것은, 소음공해 피해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주변 소도시들이 가장 적게 국고 혜택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민 2500명이 사는 작은 도시 루아시앙프랑스가 매년 3600만 유로의 직업세를 수령하는 데 반해 13만 명의 거대 공동체인 우리는 1100만 유로를 받는다”고 사회당 출신 사르셀 시장은 격노한다.
“드골 공항이 단순한 공항보다 훨씬 큰 의미를 지녔는데도 좌파가 거기에 관심을 전혀 두지 않는 것은 더욱 부조리하다”고 스테판 가티니옹은 절망에 빠져 말한다. 공산당 출신의 그는 드골 공항 RER(지역 간 고속전철) 역에서 세 정거장 떨어진 곳에 위치한 프랑스의 가장 가난한 소도시들 중 하나인 세브랑의 시장이다. 드골 공항 지역에는 파리 지역 4성 호텔 객실의 12%, 빌팽트 전시공원, 놀이공원인 ‘파리 노르 2’가 모여 있고, 2500개의 기업과 1만6천 개의 일자리가 몰려 있다. 그리고 여전히 수많은 사무실을 수용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페덱스의 남부유럽 담당 부사장인 샤이에는 미국에서 달성한 자기 회사의 성과를 자랑하기 좋아한다. “발전이 ADP의 경계선에서 멈춰서는 안 된다. 우리 회사의 멤피스 허브는 수많은 택배 기업들이 참여함으로써 미국의 보고(寶庫)가 되었다. 미시시피강의 하천 운항이 재개됨에 따라 그곳이 미국의 세 번째 철도 요충지가 되었다. 그 결과 10년 만에 25만 개 일자리가 창출됐다.”
TGV가 대안으로 부상
이런 경제발전의 꿈이 프랑스 정부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파리의 중요 업무시설들이 집중된 드골 공항과 오를리 공항을 연결하는 자동전철을 건설하려고 계획한다. 크리스티앙 블랑 수도권 개발 정무차관은 “오늘날 사람들이 구매하는 것은 바로 시간이다”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에어프랑스 전직 사장인 크리스티앙 블랑이 현재 철도에 기대를 품고 있다는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고속열차가 항공과 경쟁해 3시간 이하 여행시장의 90%를 이미 빼앗아왔다. “우리는 드골 공항과 오를리 공항에 고속열차역들을 건설하려 한다. 고속열차의 존재가 상황을 근본적으로 뒤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제2항공사는 바로 테제베(TGV)다. 자동전철과 고속열차역을 설치하면 모든 투자자들이 새로운 운송 보완성 때문에 환호할 것이다. 경쟁조건을 갖춰줌으로써 우리는 이 지역의 경제적 역동성을 되찾을 것이다”라고 크리스티앙 블랑은 평가한다.
에어프랑스-KLM은 드골 공항의 자기 허브에 자신들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오를리 공항이 다시 장거리 직항 노선을 갖춘 국제공항이 된다고 해도 블랑이 기분 나빠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지구촌’ 추종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치러야 할 대가가 얼마나 될지 자문해볼 수 있을 것이다.
글·마르크 앙드웰 Marc Endeweld
번역·고광식 kokos27@ilemonde.com
파리8대학 언어학 박사. 한국외국어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각주>
(1) 드골 공항은 2008년 화물을 포함한 전체 항공기의 이착륙 횟수가 54만3810회에 이른다.
(2) ‘공항과 토지, 수도권 지역 도시정비계획 연구소 보고서’, 139~140호, 2004년 1분기. 1995~2007년 교통량이 67% 증가했는데, 이는 연평균 성장률 4.4%에 해당한다.
(3) 특송화물 통합 기업들(페덱스, UPS, TNT, DHL)은 모든 경로의 수송망을 갖추고 있다.
(4) 원래 표현 ‘hubs and spokes’는 말 그대로 바퀴 중심부와 중심부에서 방사상으로 뻗어나가는 바퀴살을 의미한다.
(5) 드골 공항은 페덱스의 허브를 유치함으로써 지난해까지 유럽의 제1화물공항이던 프랑크푸르트의 물동량을 따라 잡았다.
(6) <파리지역 매거진>, 2007년 6월.
(7) 2008년 국가는 에어프랑스 주식의 16.7%를 소유했다.
(8) 2003년 9월 18일 고등무기연구센터-국방부-국방부조달청 합동회의.
(9) 사용된 지표는 SKO(1km당 좌석 하나의 이용 비율)다.
(10) http://ardent.mit.edu/airports/de_Neufville_airport_papers.html.
(11) 1990년대 에어버스는 10개 북미 항공사가 281대의 슈퍼점보기를 구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현재 어떤 항공사도 A380을 구매하지 않았다.
(12) 2008년 12월부터 파리 공항들은 KLM 항공사의 허브인 암스테르담 스키폴 항공사의 관리자와 동맹을 맺었다.
(13) 국가는 본질적으로 국가에 귀속되는 소유권(경찰, 세관, 항공관제 서비스)만 유지했다. 이전된 자산은 42억2300만 유로에 달한다.
(14) ADP는 판매액수에 의한 판매대행 계약권을 임대한다.
(15) <챌린지>, 2007년 6월 7일.
(16) <카나르 앙셰네>, 2007년 5월 23일 수요일.
(17) ‘항공운송의 격변기에 직면한 프랑스 공항들’, 2008년 7월.
(18) www.ulcgtroissy.fr/spip.php?article1706.
(19) 2003년 3월에서 2007년 6월까지 전직 부지사인 자크 라브로가 신분을 박탈함으로써, 제한구역에서 근무하는 3500명 이상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20) ‘프랑스 주요 공항들의 기항지 업무지원 보고서’, 운송근로감독청(IGTT), 파리, 2003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