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의 거부

2016-05-02     세르주 알리미
 
프랑스 ‘뉘 드부(Nuit debout: 철야)’ 시위 참가자들은 ‘투쟁의 집결’을 통해 연장자와 저학력층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국제적 규모의 운동으로 확대시키기를 바라고 있다. 다양한 시위 주제 중에서 이 두 가지 목표를 달성시킬만한 주제가 하나 있는데, 바로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반대다.(1) 
보통 무역협정은 복잡하고 교묘해서 이를 반대하기가 쉽지 않다. 어디서부터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는지, 기술적 조항 뒤에 우리사회에 폭탄이 될 만한 내용이 숨겨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부, 기업, 언론이 각자 유리한대로 선전공세를 펼친다 해도 이들을 향한 적대감은 하나로 일치된다. 독일과 벨기에에서 범대서양자유무역협정(TAFTA) 반대시위가 거세게 일고 있다.(2) 미국에서는 주요 대선후보들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존 케네디부터 시작해 로널드 레이건, 조지 W. 부시를 거쳐 버락 오바마까지 민주당, 공화당 할 것 없이 모든 백악관 주인이 TPP에 관해서만은 의견일치를 봐왔는데, 그랬던 자유주의의 견인차가 갑자기 멈춰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낮은 임금만 추구하던 기업은 이제 사라졌다”고 주장하지만, 확신은 하지 못한다. 예상대로라면 기존에 체결한 무역협상들로 이미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적정 임금수준이 보장됐어야했기 때문이다. 이러니 무역협정 체결을 맹렬히 비판하는 도널드 트럼프나 버니 샌더스 같은 독특한 인물들이 많은 표를 얻는 상황이 놀랍지도 않다. 같은 이유로 힐러리 클린턴도 오바마 정권의 국무장관 시절에 TPP를 지지하던 입장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역시 TAFTA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던 2년 전 입장을 번복했다. 
해고, 인력재배치의 협박 속에 임금삭감을 감내해야 했던 노동자들은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운동을 통해 결집하기 시작했다. 환경운동가, 농민, 소비자들이 이에 합류했으며, 공무원과 소방관도 차례로 시위에 동참했다. 한 미국회사 경영주가 “수입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전혀 아닌데도 노조원들이 서로 단결하고 있다”(3)며 매우 놀라워할 정도이다. 2백만 명에 달하는 공무원들은 민간부문의 인력감축과 임금삭감이 계속되면, 머지않아 자신들도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소방관들은 세금을 내던 기업들이 브라운필드 투자(이미 설립된 회사를 사들이는 외국인직접투자 방식)로 사라지면 지방예산이 줄어들고 결국 소방관 정원 축소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안다. 요컨대, 이 주제를 통해 투쟁의 집결이 이루어졌고, 첫 승리도 이미 거두었다. 


글·세르주 알리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발행인

번역·이보미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Les puissants redessinent le monde’(강자가 세계지도를 다시 그린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2014년 6월
(2) ‘Ces Européens qui défient le libre-échange’(자유무역에 도전하는 유럽인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2015년 10월
(3) Noam Scheiber, ‘Labor’s might seen in failure of trade deal as unions allied to thwart it’, <뉴욕 타임즈>, 2015년 6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