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플랫폼을 이용한 실리콘 군(軍)

2016-05-02     티보 에네통
무기와 마찬가지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구글, 애플, 아마존 등과 같은 기업 검인을 찍는 것을 고려해야 할까? ‘새로운 경제’의 거대 미국기업은 국방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정보과학혁신기지인 실리콘 밸리가 군(軍)과 일한다는 사실은 이제 모르는 이가 없는 듯하다. 군의 목적은 언제나 연구개발을 위한 훌륭한 자극이 됐다. 1970년대 초에 나타난 정보망으로 인터넷의 시조가 된 ‘아르파넷(ARPAnet)’은 미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ARPA)의 기금에 힘입어 전략적 대응책으로서 고안됐다. 이 기관은 1958년에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의 요구로 설립돼, 1972년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라고 이름 붙여졌다. DARPA의 예산은 연간 30억 달러에 달하며, 그밖에도 국방에 기여할 수 있는 발명에 대해 아낌없는 지원을 받고 있다.
 
1960년대에 체결된 ‘방어를 위한 공적 계약’은 실리콘 밸리 기업들에게 성공의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그 후 공공 및 군의 보조금 원천이 고갈된 적이 없었음에도, 기업가들 중 가장 극단적인 자유지상주의자들은 국가보조금에 의해 맡게 된 역할이 강력하다는 것을 모른 척한다. 이렇게 연방정부의 지출 총액은 2013~2018년 정보과학 보안에만 90~115억 달러로 증가할 것이다.(1) 아마존은 안전한 ‘클라우드’를 600개 이상의 정부기관에 판매했으며, 미국중앙정보국(CIA)과 6억 달러 상당의 계약을 체결했다.(2) 공공기관과 민간기업간의 상업적 합의로 이들의 협력이 대부분 감시와 관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느 노이버거는 스노든 사건이 일어난 뒤 1년 후 “미 국가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 NSA)의 인프라조차 상업기업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역설했다. 그는 정보부와 엄선된 실리콘 밸리 기업 간에 공유영역이 존재한다고 단언한다.(3)
 
사실, 이 공유영역은 회전문과 매우 유사하다. 가장 특기할 만한 회전문 인사를 예로 들어보자. 전 페이스북 보안 책임자는 2010년 NSA에 합류했다. DARPA의 이사였던 레지나 듀간은 현재 구글 부사장이다. 미국 국무성의 전 힐러리 클린턴 보좌관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 책임자가 됐다.(4) 또한 드롭박스(Dropbox) 이사회에 합류한 콘돌리자 라이스도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국무장관이 되기 전, 스탠퍼드 대학 부총장을 오래 지냈다. 스탠퍼드 대학은 실리콘 밸리(구글, 시스코 등이 탄생한)와 가장 긴밀한 관계를 맺은 곳이다. 즉 이 대학의 오랜 총장이었으며 드롭박스 이사회에 합류한 콘돌리자 라이스는, 국방(공공)부문과 기술(민간)부문 간 결합을 상징하는 중요한 산 증인이다. 브뤼셀에서처럼, 시가 총액이 세계 최고인 워싱턴 내 거대 디지털 기업들의 로비활동 지출이 계속 늘고 있는 것은 별개로 치더라도 말이다.
 
DARPA에서는 이 상호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암암리에 노력 중이다. DARPA는 해커양성계획(Mentor, Manufacturing Experimentation and Outreach)을 위해 고등학교에 장학금으로 수백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DARPA는 최고의 네트워크 방어 장치 개발자에게 2백만 달러의 상금을 수여하는 사이버 그랜드 챌린지(Cyber Grand Challenge) 등의 정보과학 대회를 조직하고 있다. DARPA는 공개된 목록을 통해, 자유소프트웨어에도 직접적인 기여를 했다. 이 중에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서핑하기 위해 고안된 유명한 토르(Tor)와 같은 안티 서베일런스 소프트웨어도 있다. 이해관계가 없어 보이고, 심지어 군의 목적과 상반돼 보이는 이 투자로 국가는 군의 관할구역 외에서 발명된 것과 동일선상에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보면, 이 도박은 상당히 불확실해 보일 수 있다. 그럴 경우 국방기구는 가장 전망이 높은 창업기업에 직접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1999년 CIA에 의해 창립된 벤처 캐피털 기금인 인큐텔(In-Q-Tel)의 역할이다. 인큐텔의 투자 성과로, 구글어스의 기원이 된 위성사진 소프트웨어 및 오늘날 50~80억 달러 가치에 상응하는 팰런티어(Palantir)를 들 수 있다. 팰런티어의 창시자는 피터 틸(페이팔, 페이스북)이다. 그는 실리콘 밸리의 가장 영향력 있는 투자자 중 한 명이자 자유지상주의자의 최고 권위자다. 무질서하고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데이터 디스플레이 장치, 팰런티어는 비밀 정보원들에 의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주 고객으로는 CIA의 전 국장인 조지 테닛과 콘돌리자 라이스가 있다. 
우리는 이미 20세기에 대학의 희생을 목격했다. 1990년대부터 인터넷이 증대되고 전자신호정보의 세계화에 돌입되면서, 대학이 실리콘 밸리에 유리한 산학군(産學軍) 복합체가 된 것이다. 2015년 2월에 피츠버그에 위치한 카네기 멜론대학의 로봇공학 실험실 직원 40명이 한꺼번에 우버(Uber)로 떠나버렸다.(5)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은 1961년 1월 17일 대국민 퇴임 연설에서 “이 상설 군수산업이 공공정책을 ‘기술 과학 엘리트의 포로’로 만들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학(學)’이라는 한 글자만 적당히 넘긴다면, 빅데이터 기업들은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이 우려했던 ‘산군 복합체’를 기어이 실현시킬 것이다. 기업들은 이제 군의 역사적 하청기업을 넘어, 유일한 정보과학무기 판매업자로서 그 영역을 확대 중이다. 새로운 보안 정보학 복합체는 긴밀하면서도 확대된 공(公)과 사(私)의 접목으로 특징지어진다.(6)
 
‘사이버 보안’이라는 단어조차 공과 사의 접목을 확대하는 데 유리한 효과를 낸다. 왜냐하면 이 단어가 국가의 중대한 정보과학 인프라 보안(무역 센터와 교통 및 에너지, 쓰레기 처리, 은행 네트워크 등)과 동시에 국가안보 침해(파괴 목표를 가진 조직, 국제 해커 조직인 어나니머스, 데이터 도난)를 대비한 사이버 공간 안정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과정을 이렇게 간추릴 수 있다. 우선, 국가 그리고 특히 NSA가 사이버보안 기업에게서 ‘제로데이’라 불리는, 발견된 적 없는 정보과학 취약점을 구매한다. 그리고 정보부는 ‘지속적 보안 프레임워크(Enduring Security Framework, ESF)’형태의 비공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거대 디지털 기업 경영진에게 이 취약점을 보고한다. 그 대신, 이 기업들은 개인 데이터의 탐색 및 분석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한다. 미국의 성조기 아래 상부상조하는 이런 교류는 문자 그대로 군사방어임무(더 또는 덜 중요한 인프라)를 경찰의 임무(개인 감시)로 변화시킨다.(7) 
 
그렇다고 거대 디지털 플랫폼을 군무기 판매업자로 여겨야 할까? 그렇지 않다. 그 용도는 그 자체로서는 치명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기업이 다루는 개인정보가 사실 확인 후 제거할 표적을 가리키게 만들 수 있다면, 대단히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글·티보 에네통 Thibault Henneton
군사전문가
 
번역·김세미 sem2100@naver.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Deltek Federal Information Security Market 2013-2018’, 2013년 10월, https://iq.govwin.com
(2) ‘Amazon gets clearance to provide more cloud services to Pentagon’,<파이낸셜 타임즈>, 런던, 2014년 3월 26일. 
(3) ‘Seminars about long-term thinking’, <The Long Now Foundation>, 샌프란시스코, 2014년 8월 6일, http://longnow.org
(4) 토마스 프랭크, ‘실리콘 밸리에 매혹된 오바마(Les démocrates américains fascinés par la Silicon Valley)’,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2016년 3월 참조.
(5) 클리브 톰슨, ‘Uber would like to buy your robotics department’, <뉴욕타임즈 매거진>, 2015년 9월 11일.
(6) 펠릭스 트레게, ‘사적인 삶에 파고드는 기업과 국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2015년 6월 참조. 
(7) 셰인 해리스, War, The Rise of the Military-Internet Complex, 에이먼 도란 <호튼 미플린 하코트>, 뉴욕, 20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