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받지 않는 펜타곤의 낭비

2016-05-02     윌리엄 하퉁
아프가니스탄에서 단 몇 명을 위한 프라이빗 빌라에 1억5천만 달러, 작동도 하지 않는 공중감시 기구(氣球)에 27억 달러. 미국 국방부(펜타곤)의 낭비벽은 최초 문제 제기 후 50년이 지났음에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육군은 최근 개당 5백 달러인 헬리콥터 기어를 대당 8천 달러어치 구매하고 사용하지도 않을 무기 부품에 수십억 달러를 퍼부었다. 더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다. 국방부에서는 아프리카 코끼리의 폭탄 탐지능력을 연구하기 위해 5만 달러를 투입했다. 놀랍게도 결과는 전혀 탐지능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전체 낭비 규모나 6천억 달러가 넘는 국방부의 예산에 비하면, 코끼리 연구비는 푼돈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를 통해 국방부가 혈세를 얼마나 낭비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명심할 것은, 앞의 사례는 전체 국방예산 낭비 규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국제정책센터(Center for International Policy)의 의뢰로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총 330억 달러에 달하는 27개의 낭비 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이것 마저도 21세기 국방부에 만연한 낭비실태 중 일부분일 뿐이다. 낭비 사례가 끝없이 이어진다는 것은, 문제를 정확히 진단할 때가 됐다는 뜻이다. 현재 국방부의 실태는 일탈을 바로잡아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섰다. 이제는 낭비벽이 국방부의 모든 곳에 깊이 침투해있는 실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국방부 낭비의 역사를 잠깐 짚고 넘어가보자.
 
일자리를 내세운 성공적 로비 

국방부의 낭비 실태를 가장 먼저 지적하고 나선 것은 공군 관리시스템을 담당했던 어니스트 피츠제럴드였다. 그는 1960년대 후반 록히드사의 C-5A 전략수송기와 관련해 비용초과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C-5A 수송기는 베트남 및 기타 원거리 전투에서 대량의 군사장비를 신속히 수송하기 위한 개발 중에 있었는데, 그는 해고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2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초과 문제를 폭로했으며,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C-5A 수송기의 개발비용은 록히드사가 처음 약속한 금액의 두 배에 이르러 당시 역대 최대 규모의 비용초과 사건으로 눈길을 끌었다. 또한 당시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부장관이 포드 자동차를 이끌며 익혔던 효율적인 경영기법을 펜타곤 예산에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걸었던 만큼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결국 효율성이 개선되지는 못했으나, 피츠제럴드의 폭로로 이후 십여년 동안 언론과 의회가 군수산업의 관행을 면밀히 살펴보게 됐다. C-5A 사태에 L-1011 군수기 프로젝트로 재정문제까지 불거짐에 따라, 록히드사는 의회에 2억5천만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C-5A 문제에 대한 비판 여론 조성에 일조한 바 있는 윌리엄 프록스마이어 위스콘신주 상원의원은 구제금융안에 적극 반대했으나 단 한 표차로 부결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록히드사는 당시 구제금융을 받지 못할 경우, 35개주에서 34,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며 다음 전쟁에 대한 준비태세를 갖추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논리는 현재까지도 군수업체의 로비 수법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로비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리 멧캐프 몬타나주 상원의원은 결정적인 찬성표를 던지며, “수천 명을 실직시킬 수는 없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의 분석 결과, 록히드사 관련 공장이 위치한 주의 상원의원은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의회는 결국 록히드마틴사의 낭비 관행에 보상을 주는 선례를 남겼고, 현재까지도 그 선례를 깨지 못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사업은 F-35 전투기로, 이번에도 록히드마틴사의 제품이다. 조달 및 수명주기 비용으로 1조4천억 달러가 예상된다. 국방부 사상, 또는 세계역사상 최고가의 무기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현재 테스트 단계임에도 이미 수백억 달러의 비용초과가 예상되며 성능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국방부는 4백대 이상의 F-35 전투기를 ‘블록 바이’(1)함으로써 생산을 가속화할 계획인데, 이 경우 최종제품의 품질 및 비용에 대해 제조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 
C-5A 사건이 발생한 지 50여년이 지났지만, 록히드마틴사는 똑같은 논리를 더욱 부풀려 F-35 사업을 옹호하고 있다. 즉, 이 전투기로 46개주에 125,000개의 일자리가 생성될 것이라고 과장하고 있다. 동사는 심지어 전자지도까지 만들어 해당 주별로 몇 개의 일자리가 생성될지 보여주고 있다. 고용창출에 있어 무기사업은 가장 비효율적인 방법이며, 주택, 교육 또는 인프라 투자가 훨씬 효과가 크다는 사실은 묻어둔 채 말이다.

클래식한 640달러 변기시트 

F-35 등의 사업에 수백억 달러의 예산이 낭비되고 있지만, 이보다는 일상 제품에 대한 낭비에 언론과 납세자의 관심과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사실 일반인에게는 전투기 가격보다는 변기시트 한 개에 640달러, 커피포트 하나에 7,600달러라는 씀씀이가 더 큰 분노를 유발한다. 이러한 예는 1980년대 군수조달 프로젝트의 디나 레이저가 처음 폭로했으며, 그 결과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의 주장을 약화시켰었다. 당시 레이건 행정부는 평시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국방부 예산을 단 한 푼도 깎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문제는 연일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국방부의 일상 제품 낭비에 대해 수백 개의 신문 및 잡지 기사가 쏟아졌고 <워싱턴포스트> 1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투데이쇼>에서는 두 명의 내부고발자와 인터뷰를 실시하고 조니 카슨은 <투나잇쇼> 오프닝에서 국방부 스캔들에 대해 농담하기도 했다. 또한 <워싱턴포스트> 카투니스트 허블록은 레이건 행정부의 캐스퍼 와인버거 국방부장관이 640 달러짜리 변기시트를 목에 걸고 있는 매우 인상적인 카툰을 실었다. 이와 같은 사실보고, 내부고발, 언론조사가 쏟아지고 비웃음까지 사게 되자 레이건 정부의 군비증강은 제한할 수 있었으나 국방부에서는 보다 혁신적인 방법으로 혈세 낭비를 이어갔다.   
1990년대에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대형 군수업체의 합병을 지원하면서 큰 공분이 일었다. 록히드와 마틴 마리에타, 노스롭과 그루먼, 보잉과 맥도넬 더글러스 간 인수합병이 진행됨에 따라, 국방부에서는 공장 폐쇄부터 해임된 임원 및 이사를 위한 거액의 보상금(‘황금낙하산’)까지 모든 절차에 자금을 지원했다. 당시 군수업체 임원들은 거액의 보상금을 받은 반면, 정리해고 된 근로자들은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것을 두고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 하원의원은 ‘정리해고에 대한 보상금’이라고 칭했다. 
인수합병을 통한 거대 군수업체 탄생에 수억 달러를 지원한 것에 대해 국방부는 터무니없는 이유를 내세웠다. 인수합병을 통해 불필요한 간접비를 절감함으로써 국방부에 대한 조달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당시 인수합병 지원에 반대했던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관계자는 지원 결과 무기프로그램의 가격이 하락했거나, 비용초과 또는 낭비가 감소했다는 증거는 전혀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오히려 시장 경쟁이 크게 줄어들면서 록히드마틴 등 대기업의 협상력이 강화된 결과, 무기가격은 상승했다.   
 
60억 달러의 실패한 감사계획

2001-2010년 동안의 상징적인 낭비사업을 꼽으라면 단연 민영화를 위해 핼리버튼사 등에 수십억 달러를 지출한 것을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비군수 기업들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기지구축 및 ‘재건’(‘국가건설’)사업에 참여했다. 아프가니스탄 재건사업 특별감사관실(SIGAR)은 사실상 매주 새로운 낭비, 부정 및 남용 사례를 적발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수년 동안 진행된 프로젝트 중 수백만 달러가 투입된 고속도로 사업과 4천3백만 달러가 투입된 주유소 사업은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했으며, 헬만드 지역에 2천5백만 달러를 들여 건설한 ‘최첨단’ 군사기지는 비용초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사용한 적이 없다. 또한 소위 ‘유령 군사’로 지칭되는 수천 명의 가짜 군사에게 실제 봉급을 지급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낭비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탐사저널리즘 <프로퍼블리카(Pro Publica)>는 SIGAR에서 적발한 170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낭비 사례를 상세히 기술하며 해당 예산을 생산적으로 사용했다면 구매할 수 있었을 품목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방부가 심각한 예산낭비에도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는 것은 간단한 감사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1990년부터 의회가 부과한 감사의무를 따라야 하나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이다. 국방부는 장비 구입액, 과다청구건수, 고용된 계약자 수 등 어떤 정보도 알려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이는 회계 상의 문제일 수 있으나 군수업체 입장에서는 책임소재가 적기 때문에 더욱 더 많은 이익을 챙기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감시단체인 ‘정부감시 프로젝트(Project on Government Oversight)’의 최근 분석에 의하면, 국방부는 감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 60억 달러를 투입했으나 아무런 해결책도 찾지 못했다. 
오히려 회계 관행은 최근 몇 년 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비합리적인 회계관행 중 특히 충격적인 점은 해외비상작전(Overseas Contingency Operations) 명목의 전쟁예산 수백억 달러를 들여, 전쟁과 전혀 무관한 상품을 사들이는 등 비자금처럼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2011년 예산통제법(Budget Control Act)에 따라 의회에서 부과하는 정규예산한도를 피하기 위한 책략이다. 
국방부가 이와 같이 규제를 피한다면, 핵무기와 관련해서도 비자금이 조성될 수 있다. 잠수함업체들은 수년 동안 해군의 정규 선박예산 외에 별도의 ‘해상 억지력 펀드(Sea-Based Deterrence Fund)’를 조성해 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을 구매하도록 로비를 펼쳐왔다. 해당 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이제는 폭격기 및 대륙간 탄도미사일도 특별 예산에 포함시키도록 핵억지력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리고 있다. 이와 같은 특별 예산이 시행될 경우, 현재 국방부의 최소예산 원칙은 폐기될 것이고 이미 레이건 시대 군비증강 수준을 능가하는 국방예산이 더욱 확대될 것이다. 
이렇게 국방부의 예산낭비를 통제하기 힘든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군산복합산업이 이익을 누리기 때문이다. 낭비문제를 철저히 조사하면, 단순히 예비부품 가격을 낮추는 것을 넘어 F-35와 같은 현금창출사업 등이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현재 국방부에 고용된 수십만의 민간계약자를 정확히 계산하면, 이들 중 다수가 중복되거나 불필요한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다. 즉, 국방부를 감사하거나 예산낭비를 엄격히 감독할 경우, 현재 시스템에서 이득을 보고 있는 산업에 재무적 위협이 될 수 있다. 
국방부의 예산낭비를 엄격히 조사 및 통제하게 된다면, 이미 전세계를 수차례 쑥대밭으로 만들 능력이 있는 나라가 향후 30년간 차세대 탄도미사일, 폭격기 및 핵무기 탑재 잠수함에 1조 달러나 투입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이는 군수사업 계약자나 국방부 및 의회의 옹호세력에 결코 반가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도 언론에서는 국방부의 낭비 실태와 폭탄탐지 코끼리 등에 대한 비판을 이어갈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그랬듯, 대중의 단결된 압력이 없다면 국방부의 예산낭비는 결코 통제할 수 없을 것이며 감사도 없이 군수업체만 혈세를 낭비하며 콧노래를 부르게 될 것이다.  


글·윌리엄 하퉁 William D. Hartung 
주요 저서로, <전쟁의 예언자: 록히드마틴과 군산복합체 만들기> 등이 있다.

번역·권혜숙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Block buy: 국방부 등 구매주체가 향후 일정, 단가 예측 등 편의성을 고려해 검증이 덜 된 무기에 대해서도 일정 대수의 사전 구매를 공약하는 것을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