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성들이 일하지 않는 이유

2016-05-02     조안 플뢰리

일본 여성 3명 중 2명이 출산 후 직장을 그만둔다. 퇴사 이유는 육아, 불투명한 전망, 차별, 괴롭힘 등 여러 가지다. 그러다보니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인구는 고령화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일본의 노동자 수는 계속 줄어들고, 이는 일본을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도쿄에 거주하는 37세의 모리 토모코 씨. 남부러울 것 없는 커리어 우먼이다. 미국계 호텔 대기업의 영업부에서 일하는 모리 씨는 최근 임원으로 승진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근무시간이 많이 늘었지만 기뻐요. 회사에서 인정받은 거니까요.” 신혼인 모리 씨는 마흔 살 전에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하면서도, 머뭇거리며 속내를 털어놓는다. “아이가 제 일에 걸림돌이 될 수 있겠죠.” 

일본여성들은 여전히 일과 육아 사이에서 갈등하는 듯하다. 모리 씨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려 애쓴다. “정부와 회사로부터 동시에 지원받을 수 있다면 아이 한 명은 키울 수 있을 거예요.” 그러나 이내 신중한 태도로 이야기를 피한다. 일본에서는 자녀가 있는 여성이 승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회사 경영진 입장에서 달가울 리 없기 때문이다. 여성고용과 관련된 처참한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준다. 고학력의 일본여성의 수가 최고였던 2016년도에, 이들 중 60%가 첫 출산 후 일을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학력 여성의 고용상황은 30년 간 매우 악화됐다. 정규직 여성의 비율은 44.2%로, 1985년 67.9%보다 훨씬 낮다. 반면 파트타임 여성의 비율은 1985~2015년 사이 28.5%에서 43.9%로 급증했다. 아베 신조 총리 정부는 이 문제를 주요과제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아베 총리는 2014년 3월 여성고용 촉진에 관한 회의를 창설했고, 이에 앞서 2013년 4월에는 ‘여성이 빛나는 사회를 위한 행동 선언문’을 채택하고 2020년까지 상장기업 임원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목표의, 일명 ‘우머노믹스(우먼+아베노믹스)’를 가동했다. 

하지만 결과는 아직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 2016년 여성 경제활동인구의 비율은 64%(파트타임 포함)로, 남성 경제활동인구 비율 84%에 비해 훨씬 낮았다.(1) “여성의 경제활동이 남성 수준이 되면, 노동력은 14% 증가할 것입니다”라고 다케가와 게이코 남녀공동참획국 국장이 설명한다. 확실히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된 1987년 이후 일본여성들은 경제활동에 활발히 참여했다. 1985년 일본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3%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일본여성들은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직장을 그만두고, 이들 중 재취업에 성공하는 비율은 11%에 불과하다. 2011년 도쿄여자대학교는 여성의 퇴직이유를 분석하기 위해 경제활동여성 5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6%가 지적한 첫 번째 이유는 불투명한 전망이었습니다.” 오사와 마치코 도쿄여자대학교 총장이 좀 더 자세히 설명한다. “가장 야심찬 여성들이 제일 먼저 일을 그만둡니다.” 그 다음 이유로는 어린이집 부족으로 어려워진 자녀교육(32%), 고령의 시부모 봉양이 꼽힌다. 이런 상황은 분명히 남녀차별 인식에서 비롯된다. 그 결과 세계경제포럼의 남녀평등 부문에서 일본은 142위 중 104위였다.(2) 종사분야도 주로 단순직에 머물러 있다. 같은 능력이면 항상 남성이 먼저 승진하는 현실을 본 여성들은 날카로워진다. 

일본 오사카대학교 대학원 인간과학연구과 교수이자 사회학자인 무타 카즈에 교수는 솔직하게 인정한다. “일본사회에는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여성도 승진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승진하는 여성은 업계에서 스타 여배우처럼 여겨질 정도로 드물죠. 반면, 여성의 비정규직 비율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여성빈곤은 사내 괴롭힘과 함께 심각한 문제입니다.”(3) 따라서 카즈에 교수는 여러 해에 걸쳐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을 해왔다. 1989년, 자신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고 개인 성생활에 대해 소문을 퍼뜨린 남자동료를 고소한 여성을 무타 교수가 도와준 일도 있다. 일본에서 열린 최초의 성희롱 재판이었다. 재판 동안 ‘세쿠하라(セクハラ, ‘Sex’와 ‘Harrassment’의 합성어로 직장 내 성희롱을 가리키는 일본어-역주)’라는 용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경찰의 조사에 의하면, 2013년 집계된 직장 내 성희롱 수는 2만1,089건으로 2002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또한 비영리 단체 마타하라 넷(Matahara Net)에 의하면, 여성의 1/4는 출산 및 육아 문제로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이 법적으로 명시돼 있지만 윗선의 압력 때문에 실제로 사용하는 여성은 17%에 불과하다. 그래서 탄생한 용어가 모성차별이라는 뜻의 ‘마타하라(マタハラ·여성의 임신, 출산 등을 이유로 한 차별-역주)’다. 2014년, 37세의 한 일본여성이 직장인 임산부의 권리신장을 위한 단체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모성차별이 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오사카베 사야카 마타하라 넷 대표는 임신으로 인해 복통에 시달렸는데, 그럼에도 회사에서 매일 추가근무 압력을 받았었다. 결국 중압감과 스트레스로 2번 연속 유산하는 아픔을 겪었다.

“일본에서는 육아휴직을 쓰려는 여성들이 상사와 남자 동료들에게 비난을 받습니다. 결국 여성들이 지쳐서 꺾이죠.” 오사카베 대표는 두 번째 유산의 아픔을 겪고 회사를 그만둔 후 소송에 나섰다고 한다. “너무 슬펐습니다. 회사에 분노가 치밀었죠. 법정에서 회사 측은 제가 거짓말을 한다면서 사실을 왜곡하느라 급급했습니다.”

오사카베 대표의 거리연설에, 많은 여성들이 자극받아 용기를 내게 됐다. 이미 여성 180명이 회사에서 받은 언어폭력, 강제퇴직 등 부당한 사례를 마타하라 넷에 접수한 것이다. 비정규직 여성과 교사직, 간호직, 사무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사용자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더 많다. “이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오사카베 대표는 말한다. “연령과 직종을 막론하고 매일 더 많은 사례가 접수되고 있습니다. 여성들 대부분은 자신이 사내 괴롭힘의 피해자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절과 반대의 ‘NO’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 일본에서 많은 여성들이 묵묵히 견디고 있다. 

임신한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면 경력단절 여성이 된다. 오사와 총장이 내린 결론이다. “여성들이 출산 후 다시 일하려고 하면, 비정규직 밖에 없죠. 예전의 경력은 소용없게 됩니다.”

일본정부는 여성들에게 적극 나서라고 하지만, 여성들 대부분은 준비돼 있지 않다. “여성들은 능력이 있어도 어떻게 발휘할지 모르고 있습니다.” 

오사와 총장이 미국유학 후 일본으로 귀국한 1987년은 정확히 남녀고용평등법이 통과된 해였다. 오사와 총장은 미국대학에서 강의를 듣던 초창기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 “미국에서 자신감을 찾았습니다. 일본여성들에게는 자신감이 대단히 부족합니다.” 

도쿄여자대학교에는 출산 후 재취업하려는 여성들을 위한 특별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이들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재개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오사와 마치코 총장의 설명이다. “2008년부터 프로그램 이수여성 중 3백 명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되찾았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합니다.”

2013년, 일본정부는 육아문제 해결을 위해 어린이집의 수용력을 높이는 일에 박차를 가했다. “2년 만에 어린이집에서 20만 명의 아동을 더 수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18년까지 2배로 늘리려고 합니다.” 다케가와 국장이 자신 있게 말한다. 하지만 정부정책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 대기자 명단에 남게 될 아동은 2만3천 명으로 추산된다. 경제지 <니혼게이자이 신문>(2015년 9월 30일)이 보도한 통계다.

동시에 정부는 2015년 말, 직원 3백 명 이상의 일본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행동계획을 실시했다. “해당 기업들은 2016년 4월 1일까지 출산지원 행동계획을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했습니다.” 다케가와 국장의 설명이다. “해당 기업들의 노력은 10년 간 모니터링됩니다. 필요할 경우 기간도 연장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기업들의 노력 결과에 점수를 매겨 목표치를 달성한 기업들에게 지원할 것입니다.” 이런 정부의 생각은 ‘즉시 실행 대상’이다. 직원 3백 명 이하의 기업들은,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노력하라는 권고를 받고 있다. 

이 정책은 2014년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된 비슷한 정책이 실패하면서 나왔다. 여성을 승진시키는 중소기업에 30만 엔(약 2,350유로)을 지원한다는 것이 2014년도 정책이었다. 정부는 수백 개의 중소기업이 지원할 것이라 기대했다. 지원금 1억2천만 엔도 마련돼 있었다. 하지만 유효기간인 2015년 9월 말까지 지원하는 기업이 단 한 곳도 없었다. “모험을 하기에는 지원금 액수가 적었던 것이죠. 우선 교육이 필요한데 여성들을 곧바로 승진시켜야 한다는 조건이었으니까요.” 교토도시샤대학교의 연구교수이자 남녀평등문제 전문가 가와구치 아키라 교수의 설명이다. “2016년 구상된 정책은 좀 더 전망이 밝습니다. 각자 형편에 맞는 해결책을 시도해 볼 수 있을 테니까요. 기업들은 계획을 공식화하게 되면 이행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질 것입니다.”

한편, 사쿠마 히데토시 치바 은행장은 여성의 경제활동 역할을 높이 평가하는 기업의 대표 27명과 함께 선언문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정책과 함께 추진되는 이 시도는 일본기업이 남성중심적이라는 이미지를 깨기 위한 취지다. 2015년 7월부터 각종 방안이 마련됐다. 육아휴직을 마친 여성이 근무시간을 조정해, 원래의 직장에서 계속 일하도록 하는 방안(일본 SPA 기업 크로스 컴퍼니), 교육부서 창설 방안(미츠비시), 남녀 직원이 정시에 퇴근하는 날 상징적으로 50엔(40유로센트 이하)을 추가 보너스로 지급해 야근을 줄이는 방안(존슨 앤 존슨) 등 여러 가지다. 특히 업무가 끝나도 상사가 퇴근할 때까지 직원은 남아야 하는 일본 특유의 사내문화를 생각하면 마지막 방안은 파격적이다. 실제로 30~50세의 일본 남성 직원 중 20%는 주당 60시간 이상을 근무하고 있다. 가와구치 아키라 교수는 새로운 방안의 열쇠는 근무시간 단축에 있다고 생각한다. “주당 근무시간은 평균 45시간인데 추가근무 10시간이 의무적으로 더해집니다. 너무하죠!” 다케가와 국장도 동의한다. “장시간 근로는 피로를 부르고,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립니다.”

보다 유연한 근무시간은, 남녀 모두에게 일과 가정의 균형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일본에서는 자녀 있는 남성직장인이 가정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1시간에 불과하다. 참고로 프랑스에서 자녀가 있는 남성직장인이 가정에 할애하는 시간은 하루 2시간 12분이다.(4) ‘남자는 회사일, 여자는 집안일’이라는 인식은 일본사회에 깊이 뿌리 박혀 있다. 2014년 4월부터 남녀 육아휴직 제도가 시행됐다. 육아수당도 급여의 50%에서 67%로 늘었다. 그러나 이 혜택을 누리는 남성의 비율은 2.3%에 불과하다(육아수당이 늘기 전에는 2.03%). 출산 후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이 아직도 85%에 달한다. 여성의 일을 방해하는 또 다른 요인은 남편의 전근이다. 승진하려면 전근은 필수과정이다. “도요타에서는 직원이 승진을 하고 싶다면 지방근무 조건을 미리 받아들여야 합니다.” 오사와 총장이 덧붙여 말한다. “그러면 아내는 자신의 일을 그만두고 남편을 따라갑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장애가 있다 보니 일본여성들은 결혼을 기피하는 추세다. 결혼하는 여성의 비율은 현재 연간 1천 명 당 5.3명. 1천 명 당 10명을 기록한 1970년대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여성의 혼인 감소는 출산율 감소로 이어진다. 2016년 일본의 출산율은 1.42명으로 1970년대 2.2명에 비해 감소했다. 일본에서는 혼외 출산율이 2% 미만으로 매우 낮다. 

오사카베 대표는 의미심장한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마타하라 넷을 이끌어온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3월에 미셸 오바마로부터 직접 ‘여성의 용기’라는 국제상을 받은 것이다. 수상식에서 오사카베 대표는 기뻐해야 할지 당황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개도국을 대상으로 하는 상이거든요. 처음에는 일본인인 제가 왜 이런 상을 받아야 하는지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러다가 일본이 남녀평등 부문에서 세계 하위권에 속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는 ‘맞아, 인정해야 해. 남녀평등에 있어서는 일본은 개도국이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안 플뢰리 | 언론인

도쿄에 거주하면서 다수의 프랑스 매체에 일본사회의 다양한 현상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번역서로는 <술레이만 시대의 오스만 제국>(2016, 공역) 등이 있다.   


(1) 총리 산하 남녀평등 부서가 발표한 통계, <Women and Men in Japan>, 도쿄, www.gender.go.jp

(2) 유엔개발계획이 발표한 인간개발지수 순위에서 일본은 26위(프랑스는 12위). 

(3) ‘Nippon.com’, 2015년 4월 13일(일본어판).

(4) Cécile Brousse, ‘전문직, 가사일, 여가시간: 일상을 이루는 사회적 요소’, <Economie et statistique(경제와 통계)>, n.478-479-480,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 파리, 2015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