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우파의 끝없는 탈선
2016-05-02 샤를 앙데를랭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승인한 정부 법안 하나가 이스라엘 국내 단체에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조직에 불이익을 주려는 이 법안은 공교롭게도 정착촌 건설을 지지하는 정당들이 손발을 맞추어 마녀사냥을 하고 있는 시기에 발의됐다.
이스라엘의 우파와 극우파는 “새로운 배신자를 색출했다”면서, 매일 같이 부르짖는다. ‘팔레스타인 원수’와 손을 잡은 좌파 비정부기구는 ‘외국에서 돈을 받은 첩자’ 취급을 받고, 웹에서는 소설가, 예술가, 정치인 할 것없이 굴욕을 당한다. 이처럼 위협적인 발언이나 인종차별적 언사와 함께 모욕과 협박을 받고 있는데,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이런 수모를 겪기도 하고, 단순히 민주주의를 옹호한다는 이유로도 봉변을 당한다.
심지어 이스라엘의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조차 2015년 12월 이 같은 공격의 희생양이 됐다. 좌파 일간지 <하아레츠> 주최의 뉴욕 컨퍼런스에서 발언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 자리에는 이스라엘 재향군인회 ‘침묵을 깨다(Breaking the Silence)’ 대표단도 있었는데, 점령지에서의 군 복무 생활에 대한 증언을 늘어놓은 이 재향군인회 또한 이스라엘과 그 군대의 이미지를 훼손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퇴역 장병들로 구성된 이 조직은 2014년 여름 유엔 가자지구 공격 조사위원회에 증거 자료를 제출했다는 이유로도 문제가 됐다. 이 조사위원회와의 공조 거부가 이스라엘 정부의 공식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조사위원회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군대 모두가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범법 행위를 자행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1)
지난 2월 8일, 이스라엘 국회는 제1독회에서 전체 의원 120명 중 찬성 50표, 반대 43표로 비정부기구 투명성 관련 법안을 채택했다. 정착촌 건설을 추구하는 하바이트 하예후디(유대인의 집) 정당 소속의 아일렛 셰이크 법무부 장관이 구상한 이 법안은 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은 모든 단체가 공적 보고서를 통해 해당 증여 국가와 관련한 정보 보고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 및 관련 기구와 접촉할 시에도 이들 단체는 해당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2만9,200셰켈(약 920만원) 가량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번 법안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되는 것은 유럽 및 북미 지역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다수의 인권 수호 단체와 좌파 단체들이다. 단, 외국의 민간 자금을 지원받는 단체는 이 법안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정착촌 건설에 앞장서는 우파 단체들이 이에 해당한다. 유럽연합과 미국의 반발을 산 이번 표결은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구상이 확실해지고 일부 시민 사회에 대한 경계심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다수의 장관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우파를 비롯한 극우파는 인권 수호 비정부기구의 정당성을 떨어뜨리려는 공격을 수차례 감행한다. 그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단체는 극우 시온주의 성향의 임 티르추이다. 이 학생 조직의 이름은 ‘신이 원한다면’이란 뜻을 갖고 있는데, 이는 헝가리 출신의 유대 작가 테오도어 헤르츨(1860~1904)이 남긴 유명한 문장에서 따온 것이다. 조직이 설립된 시기는 2006년 무렵으로, 이 시기는 창립자인 로넨 쇼발이 정착촌 건설운동을 이끌었던 지도자 모티 카펠과 만났을 때였다. 모티 카펠이 2003년에 출간한 저서 <신앙 혁명>은 ‘시오니즘의 붕괴와 신앙에 의한 변화 도래’라는 부제를 달고 예루살렘 성전의 재건을 주창한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이스라엘 땅” 전체에 이스라엘의 주권을 부과하려 했다. 그래서 이곳에 거주하는 아랍인들은 참정권이 없는 외국인 거주민 ‘게르 토샤브’로서의 지위 밖에는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로넨 쇼발은 “시오니즘 이데올로기와 사상을 되살리고, 후기 시오니즘 및 반 시오니즘 현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정당성을 떨어뜨리려는 방해공작을 퇴치”하는 일에 몰두한다.(2) 임 티르추의 대표 위원들은 자신들의 행보가 ‘파시즘’ 취급받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 단체를 파시스트로 규정한 수많은 조직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려던 이들의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3)
의회 내 우파 세력을 등에 업은 임 티르추는 몇 가지 성공을 거두기도 했는데, 특히 재향군인회 ‘침묵을 깨다’를 걸고넘어진 것도 그 중 하나였다. 이 재향군인회 소속의 퇴역 장병들은, 이스라엘 제품 불매, 투자 철수, 경제 제재를 모토로 하는 전 세계적인 BDS 운동(4)을 지지했다는 억울한 혐의를 받았다. 결국 군대나 고등학교에 접근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때부터 임 티르추 조직의 꿈이 커진다. 하바이트 하예후디(유대인의 집) 당 대표 겸 교육부 장관인 나프탈리 베네트의 측근 자문관 모셰 클루가프트가 지원했던 임 티르추는 영상을 하나 만들었다.(5) 한 남자가 카메라를 향해 칼을 휘두르고, 다음과 같은 대사가 이어진다. “당신을 칼로 찌르기 전에 이미 이 테러범은 네덜란드에서 고문방지위원회에 심어놓은 첩자 이샤이 메뉴인이 (국내 정보기관) 신 베스로부터 그를 지켜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테러범은 또한 테러를 막으려는 병사가 있을 경우, ‘침묵을 깨다’ 조직의 독일 첩자 아브네르 그바리아후가 나서서 이 병사를 ‘전범자’ 취급해주리란 사실도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인 인권 센터의 노르웨이 정부 첩자 시기 벤아리가 법정에서 그를 변호해줄 것이다. 당신을 칼로 찌르기 전에 이미 이 테러범은 인권 단체 브첼렘의 유럽연합 첩자 하가이 엘라드가 이스라엘에 전범 혐의를 씌우리란 것도 알고 있다. 이샤이, 아브네르, 시기, 엘라드는 모두 이스라엘 사람이며, 이들은 우리 곁에 살고 있는 첩자들이다. 우리가 테러에 맞서 싸우고 있을 때, 이들은 우리를 공격한다.” 이 같은 논리에 따르면 두 개 정부 모두를 인정하려는 유럽 또한 잠재적으로 이스라엘의 적국이자 테러 동조자가 될 수 있다.
임 티르추는 고위 후원위원회의 지원 사격을 받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대학교수들도 적지 않다. 2005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이스라엘의 아우만 교수나 프랑스의 조르주엘리아 사르파티 소르본 교수도 그 중 하나이다. 뿐만 아니라 총리 일가의 일원인 메 다프네 네타냐후 같은 변호사들도 후원회 소속이다. 이렇듯 탄탄한 후원 세력을 등에 업은 이 조직은 이스라엘의 몇몇 유명 소설가와 예술가들을 좌파 ‘첩자’라고 비난함으로써 또 한 번 도를 넘어섰다. 아모스 오즈, 아브라함 B. 예호슈아, 다비드 그로스만은 물론 유명 배우들도 표적이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부와 우파는 이 같은 좌익 반대 운동에 암묵적 동의의 자세를 취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반발의 목소리는 들려왔다. “이렇게 잠재적인 배신자를 지정하는 것은 파시즘의 낡은 수법이다. 이는 추잡한 방식인 동시에 위험하기까지 하다.” 네타냐후의 리쿠드 당에 속한 대표적인 보수 우파이자 메나헴 베긴 전 총리의 아들인 베니 베긴은 이와 같이 일격을 가했다. 베네트 또한 임 티르추의 방식에 대해 “성가시고 쓸데없다”며 반발했다. 결국엔 네타냐후 총리도 가만 물러서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 ‘배신자’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이곳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시기 네타냐후 총리는 ‘침묵을 깨다’ 조직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이 “전 세계적으로 이스라엘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것이다.(6)
미리 레게브 문화부 장관은 “일반 대중에게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 하더라도 폭력을 야기할 수 있는 언급에 대해서는 피해야 한다”는 시각을 피력했다. 하지만 리쿠드 당원으로서 매우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레게브 장관은 좌파 예술가들을 밀착 감시하고 있다. ‘문화적 충성’에 관한 그의 법안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 법안은 국가의 상징물에 위해를 가하거나, 테러를 지원하고 민주주의 유대 국가로서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정하는 모든 예술가들에게 보조금 지급을 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7) 이스라엘 국민도 이 법안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회의 한 조사에 의하면, 2015년 6월에 이미 예술계에 대한 문화부 장관의 공격적 태도가 이스라엘 유대인들 사이에서 59%의 지지율을 끌어냈다.(8) 사람들의 인기를 잃은 쪽은 외려 인권 수호 비정부기구들이다. 2013년 10월, 응답자의 52%는 이들 기구가 국가에 해로운 존재라고 생각했다.
‘나이프 인티파다(민중 봉기)’, 즉 민간인, 군인 할 것 없이 이스라엘의 재외 국민에 대해 가해지는 팔레스타인의 공격 세례 또한 이스라엘 사회의 극우화에 한 몫 한다. 베를 카츠넬슨 재단의 ‘증오에 관한 보고’ 사이트에서는 매월 평균 50만 건 이상의 인종차별적이고 적대적인 코멘트가 쏟아진다.(9) 2016년 1월, 논설위원 나훔 베르네아는 오늘날의 이스라엘에 대해 나치가 정권을 잡기 직전인 1918-1933년 시기 독일의 정치적 폭력에 비교한다. “이는 바이마르 공화국과 비슷하다. 바이마르 같은 느낌에 바이마르만큼 해롭다. 이곳은 바이마르 공화국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그곳에서 벌어졌던 여러 가지 양상들이 떠오른다. 어쩌면 이게 좋은 것일 수도 있다. 증오를 부추기는 분위기가 이스라엘 사람들로 하여금 사태가 얼마나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지 깨닫게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주변국들의 상황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리가 사는 게 너무 편하다보니 두 눈이 멀어버린 듯하다. 얼마 전 (반역자) 목록에 있는 소설가 한 명을 만났는데, 그는 내게 ‘네타냐후가 우리가 탄 비행기를 산에 갖다 박으려 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비즈니스 석에 탔더라면 좋았을텐데 유감이다’라고 대답했다.”(10)
현재 이스라엘 정부의 수장은 7년 전부터 네타냐후가 맡고 있다. 그는 자기가 국가를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확신하며, 사회적·경제적 측면은 물론 팔레스타인 문제나 자신의 정적에 대해 자신이 기수를 그럭저럭 오른쪽으로 잘 유지해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늘 이스라엘 좌파 쪽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오슬로 협정이 체결된 이후인 1995년에 출간된 한 책에서 그는, “좌파는 이스라엘의 영토를 축소하고 그 옆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세우겠다는 논리로 귀결될 ‘팔레스타인 민족의 불가침한 권리’ 원칙에 근거한 아랍 쪽 선전 논리를 흡수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20세기 초 이후 유대인 민족이 앓고 있는 만성적 질병에서 기인한다. 바로 마르크스주의가 동유럽 지역의 공산주의 세력 및 좌파, 극좌파 유대인 운동 대오 속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다”라고 적었다. 그는 “지성을 갖춘 사람들이 이스라엘 측에 자국의 ‘영토’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현재 반유대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이슬람주의 때문에 이스라엘에 대한 증오심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슬람주의는 날로 강성해지고 있는데, 디아스포라를 추구하는 유대인들의 수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하지만 이 현실은 좌파의 정치적 노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좌파는 유대민족으로서의 애국심은 내던진 채 이스라엘의 점령에 따른 피해로부터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해방시키려는 목적을 실현하고자 애쓸 뿐이다.”(11)
따라서 네타냐후 총리는 자국의 영토 위에 유대민족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시몬 페레스 학술 센터의 총장 겸 애널리스트 엘다드 야니브는 이렇게 말한다.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전략과 이념에는 절대적인 일관성이 존재한다. 그는 좌파 정부의 수립이나 다른 우파 지도자의 정권 획득이 이스라엘에 최악의 상황이 될 것을 확신한다. 즉, 총리는 자신을 이스라엘의 수호자로 여긴다.”(12)
20년 만에 4선에 성공한 네타냐후는 2015년 5월 14일에야 비로소 자기 입맛에 맞는 동맹을 형성한다. 중도파나 노동당 계열의 인사를 영입해야 할 필요성에서 해방된 네타냐후 총리는 이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 나라를 이끌어갈 수 있게 됐다. 정부의 수장으로서 그는 경제와 외무, 공보팀을 탄탄하게 유지하고, 특히 치피 호토벨리를 외교부 차관으로 임명한다. 리쿠드당 소속이자 종교적 시온주의자인 치피 호토벨리는 팔레스타인 정부 수립을 완강히 반대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스라엘이 아직 요르단 강 서안 지구를 점령하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이 이스라엘 영토에 속한다고 보고 있고, 네타냐후 총리가 ‘국제 사회’에 이러한 이스라엘 정부의 입장을 알리는 자리에 그를 앉힌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취임 당시 치피 호토벨리는 외무부 고위 관리와 외교관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 지역이 우리에게 속한 영토임을 거듭 반복해야 한다. 이 땅은 전적으로 우리의 소유이다. 이스라엘의 안전이 보장돼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세계도 인정하는 바이나, 윤리와 정의 논리가 늘 그 자리를 대체한다.” 그리고 11세기 탈무드 학자 라시의 말을 인용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가나안 땅이 일곱 민족에게 주어진 것도 신의 뜻이요, 신께서 다시 이를 취해 우리에게 내려주신 것도 바로 신의 뜻이다.”
2011년 7월에 이미 네타냐후 총리는 정착촌 건설을 반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원 발의 법안을 이스라엘 국회가 채택하도록 했다. 리쿠드 당 소속 의원 지브 엘킨이 내놓은 이 발의안은 예술가들 수십 명이 정착촌에서 작업하길 거부함에 따라 마련된 방책이었다. 찬성 47표, 반대 38표로 가결된 이 법안에 따라 이제는 “이스라엘 정부와의 연계성이나 이스라엘 정부 통제 하의 지역(점령지) 또는 기관을 이유로 내세우며 특정 인물이나 기구와 경제·사회·학술 관련 협약 체결을 거부하는 사람이나 기관에 대해” 법적 기소를 할 수 있게 됐다. 좌파 비정부기구들은 고등법원에 호소해보았지만, 이들의 요청은 결국 2015년 4월 16일에 기각됐다. 판사들은 그 어떤 상업적, 경제적 피해가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불매운동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법원이 무제한 형벌을 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정도로 만족했다.
탈리아 사순은 이러한 판결이 상당히 놀랍다는 반응이다. 25년간 검찰청 요직에서 근무한 뒤 현재 이스라엘의 수십 개 비정부기구에 자금을 지원하는 뉴 이스라엘 펀드의 대표인 그는 “고등법원이 이런 법을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수치스럽다”고 얘기한다. “이는 그저 좌파를 꼼짝 못하게 하려는 수작일 뿐이다. 이스라엘에서의 불매운동 금지와 정착촌에서의 불매운동 금지가 구별됐어야 한다. 이스라엘 국내에서의 불매운동 금지 문제라면 나는 찬성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판결은 수용할 수 없다. 과거에 대법원 또한 요르단 강 서안 지구는 이스라엘의 영토가 아니므로 이곳에서는 이스라엘의 주권을 내세울 수 없다고 못 박지 않았나.”
네타냐후의 의중은 각료회의에서 비정부기구의 ‘투명성’에 관한 정부 발의 법안을 검토할 때 확실히 드러났다. 네타냐후 총리는 원안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약간의 수정과 함께 이 법안을 인가한다. 해외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는 비정부기구 구성원이 국회 출입 시 의무적으로 특별 배지를 부착하게 하는 한 가지 규정을 삭제한 것이다. (노동당과 동맹을 맺은 중도 정당) 하트누아의 당대표이자 국회의원인 치피 리브니는 지난 10년 간 여러 개의 각료 직위를 맡았던 인물인데, 그는 논란이 되고 있는 이 법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짚어준다. “내가 법무부 장관으로 정부에 있었을 때, 나는 이런 식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그 가운데 대부분을 기각할 수 있었다. 단 최종적으로는 모든 게 법무부 장관 소관이 아닌 총리 소관이었다. 만일 총리가 원한다면 정부 발의 법안은 폐기될 수 있다. 총리가 동맹 세력을 유지하고자 할 경우에는 정부 내 극단적 인사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 대해 방임을 하는데, 안타깝게도 현재의 상황이 이에 해당한다. 나는 이런 식의 법안들은 반대한다. 우리는 정부와 반대 입장에 서서 정부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싶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권한은 제한적이다.” 사순은 이번 법안에 대해 “좌파를 입 다물게 만들기 위한 어리석은” 법안이라고 얘기했다. “현재 우파의 정책은 좌파와 우파 사이의 논란이나 논의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그저 좌파의 입을 막으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타바르 헤르만 교수도 좌파가 둔화되는 양상에 주목한다. “1990년대 초에는 두 진영이 대립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좌파’라고도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성인 유대인의 20%, 고등 교육을 받은 자유주의 성향의 이들이 도심 내 정교 분리 집단을 이루는 정도다. 이들의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자신들이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하고 결국 자신들을 옥죄는 기본적인 유대 정체성 쪽으로 전향했다.” 헤르만 교수는 2009년에 이미 이스라엘 국민 51%가 메시아의 도래를 믿고 있었던 것이 사회학적 분석으로 밝혀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 중에는 종교인들이나 전통주의자들도 있지만 세속주의자들도 포함돼 있었다. 또한 67%에 달하는 국민이 선민의식을 갖고 있었다.(13) 7년 후, 종교적 민족주의자들의 진영은 한층 더 불어났는데, 유대 국민 22%가 그 같은 가치에 동화돼 있었기 때문이다.(14)
리브니는 이스라엘 사회 내에서 확산되는 주요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유대인은 스스로 적에게 둘러싸여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어려운 주변 상황으로 보건대 맞는 말이긴 하다. 이스라엘에 대한 테러 공격도 이뤄지고 있고, 이슬람 극단주의도 날로 심해진다. 안타깝게도 이 사회의 일부는 계속해서 안으로만 파고드는 자폐증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은 외적인 위협뿐만 아니라 내적인 위협도 받고 있다.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집단 및 소수파가 있기 때문이다. 네타냐후는 선거 운동 중에 이들을 비난했다. 사람들은 이스라엘에서 시민으로 살아가는 아랍인들과 좌파 조직, 해외 정부 사이의 동맹관계를 지적한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 사회 내부의 인사들이 적으로 규정된다. 나는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에서 유일하게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곳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우리가 ‘자유 진영’이라 부르는 세계에 완전히 통합돼야 한다.”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을 유대민족 단일국가로 재정의하는 헌법안을 채택시키려 하면서 유대교의 원칙을 기반으로 한 입법 체제를 만들고자 하고 있다. 헌법상에서 네타냐후 정권은 민주주의 정권으로 정의되겠지만, 집단적 권리는 오직 유대인들에게만 부여되고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무슬림이나 기독교인들은 법이 정하는 개인적 권리 밖에는 누리지 못할 전망이다. 사순은 “현재 국내의 주요 대립 양상이 좌파와 우파 사이의 대립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의 대립”으로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체제 수립 실패로 불가피하게 1국가 2국적의 해결 방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와 우파 측에서 벌이는 좌익 반대 공작들은 이스라엘에 있어 민주주의의 미래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다. 이 문제는 해외의 유대인 공동체와도 관련된다. 하지만 해외 대다수의 지식인들은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한다.
글·샤를 앙데를랭 Charles Enderlin
언론인. <성전을 위해: 이스라엘, 그리고 유대 메시아주의의 대두Au nom du temple. Israël et l’irrésistible ascension du messianisme juif(1967-2013)>(Seuil, Paris, 2013) 등의 저서가 있다.
번역·배영란 runaway44@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역서로 <22세기 세계> 등이 있다.
(1) ‘Report of the independent commission of inquiry on the 2014 Gaza conflict’, 유엔인권고등판무관, www.ohchr.org
(2) ‘About us’, http://en.imti.org.il. Cf. Ronen Shoval, ‘Herzl’s vision 2.0. Im Tirtzu. A manifesto for renewed Zionism’, 2013, https://imti.org.il
(3) Oren Persico, ‘Supreme Court : “Fascist” Im Tirzu case had no standing’, 972mag.com, 2015년 7월 16일.
(4) 쥘리앵 살랭그Julien Salingue, ‘이스라엘 경고Alarmes israéliennes’,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2014년 6월호.
(5) ‘The foreign agents - Revealed!’, Youtube.com, 2015년 12월 15일. Cf. Chemi Shalev, ‘Im Tirtzu and the proto-fascist plot to destroy Israeli democracy’, <Haaretz>, Tel-Aviv, 2015년 12월 16일.
(6) Jonathan Lis, ‘Netanyahu condemns ads attacking left-wing artists : My political opponents are not “traitors”’, <Haaretz>, 2016년 1월 28일.
(7) ‘Regev presents “cultural loyalty” bill to MKs’, Ynetnews.com, 2016년 1월 27일.
(8) ‘Peace index, June 2015. Prof. Ephraim Yaar and prof. Tamar Hermann’, www.idi.org.il
(9) http://hasata.berl.co.il (히브리어 사이트).
(10) <Yediot Aharonot> 주간증보판, Tel-Aviv, 2016년 1월 29일.
(11) 베냐민 네타냐후Benyamin Netanyahou, <Makom Tahat Ha Shemesh>, Editions Yediot Aharonot, Tel-Aviv, 1995.
(12) 별도의 언급이 없을 경우, 인용문은 필자와의 인터뷰 내용에서 가져온 것이다.
(13) ‘A portrait of Israeli Jews. Beliefs, observance, and values of Israeli Jews, 2009’, AVI CHAI Israel Foundation, Jerusalem, 2012, https://en.idi.org.il
(14) Yair Ettinger, ‘Study : 22 percent of Israeli Jews identify with religious Zionist camp’, <Haaretz>, 2014년 12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