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레브인들은 왜 알-아사드를 지지하는가

2016-05-02     아크란 벨카이드

3월 2일 수요일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 베지 카이드 에셉시 튀니지 대통령의 ‘열렬한 후원’하에 모인 아랍 내무장관 위원회는 ‘일부 아랍 국가들을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비판받는 헤즈볼라의 ‘테러 관행과 테러 행위’를 비난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이와 같은 정면 비난은, 같은 날 이러한 내용의 문서를 이미 채택한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6개 왕정 대표들이 강력하게 압력을 행사한 결과다. 이들은 헤즈볼라의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무력지원을 고발하고, 외교적으로 알-아사드 정권을 고립시키길 원한다. 알제리, 모로코와 마찬가지로 튀니지에서도 헤즈볼라 비난 공식 성명 발표는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 즉각적인 항의와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수니파가 다수를 차지하는 튀니지이지만, 2006년 이스라엘과의 전쟁 이후 시아파인 헤즈볼라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박스 기사 참조).
“이제 우리는 걸프만 연안 약소국의 왕 앞에 무릎을 꿇게 됐다. 마그레브(1) 사람들의 자부심은 어디로 갔는가? 우리가 와하브주의자들(2) (사우디아라비아 지칭-역주)에게 비굴하게 아부해야 하는가? 그들에게 복종해야하는 것은 우리가 수니파이기 때문이 아니다!”
한 튀니지 누리꾼의 분노에 찬 외침이다. “테러리스트로 규정돼야 하는 것은 다에시(이슬람국가(IS)의 아랍어 약칭-역주)이지 헤즈볼라가 아니다. 헤즈볼라 투사들은 영웅이다!” 격노한 또 다른 누리꾼의 말이다. 3월 11일 카이로에 모인 아랍연맹(3)이 헤즈볼라를 ‘테러 조직’으로 분류하기로 결정하자, 이와 유사한 대중의 항의가 터져 나왔다. 
이슬람의 2개 주요 분파가 격렬히 대립하길 원한다는 클리셰와는 달리, 많은 마그레브인들은 종파간의 이론(異論)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마그레브 사람들은 우선 시리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이 지역을, 일반적으로는 서구 제국주의에, 더 특정하게는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최후의 보루로 여긴다”고 알제리의 논설기자이자 수필가, 모하메드 사둔은 설명한다.
SNS에서 맹위를 떨친 익명의 누리꾼들을 뒤따라, 3월 3일 많은 튀니지 인사들이 정부 비난에 나섰다. 자국 정부가 일말의 신중함 없이 헤즈볼라 비난 성명에 서명했다는 것이다. 튀니지변호사협회와 좌익 정당들, 심지어 에셉시 대통령 측근 인사들까지도 ‘포기’, ‘사우디아라비아에 줄서기’라고 규정하며 정부의 행동을 비판했다. 성명 채택 당일 밤, 2015년도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인 튀니지 노동조합총연맹(UGTT)은 ‘시온주의 세력과 보수주의 그룹의 이익을 위해 아랍국가인 튀니지를 분열시키기 위해 외세 및 현지 세력에 의해 행해지는 공격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 생각지도 못한 결정’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러자 튀니지 정부는 황급히 꽁무니를 빼며, 채택된 성명은 ‘구속력이 없는’ 단순한 ‘기술적인 결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지 언론에서는 “튀니지는 경제·금융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걸프만 국가들에게서 등을 돌릴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아랍연맹의 결정 이후 재확인될 것이다.
한편, 알제리 정부는 알제리는 이 성명과 관련이 없으며 ‘형제국가의 내정 불간섭주의를 지킬 것’이라고 서둘러 입장을 밝혔다. 다시 말해, 헤즈볼라를 비난하고, 레바논 정부가 알제리에 대해 취해야 할 입장, 태도를 규정하는 것은 자신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로코 정부는 신중한 태도로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모로코가 대립하는 논리들과 타협점을 찾아야하는 상황에 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편, 모로코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우방이다. 모로코가 2015년 예멘에서 후티 반군에 대한 군사 작전(4)에 참여한 것이나 2015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반(反)테러 이슬람 군사동맹’에 참여한 것이 그 증거다. 다른 한편으로는, 모로코 정부는 걸프만 연안 왕정국가들을 좋아하지 않는 여론을 참작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모로코 외교관은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헤즈볼라와 관련해 행동의 여지가 미약하지만 전혀 없지는 않다. 헤즈볼라가 시리아인들만 관련 있는 분쟁에 개입했기 때문에 제재 받아 마땅하다는 의견을 우리 국민이 받아들이게 할 수는 있다. 반면 알-아사드에 대한 군사행동이 합법적이라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헤즈볼라 추방운동을 통해 와화브 왕국(사우디아라비아 지칭-역주)과 동맹국들은 시리아 정권을 완전히 고립시키려 한다. 여러 나라가 회피하는 전략이다. 레바논과 이라크는 헤즈볼라를 ‘테러리스트’로 분류한 아랍연맹의 결정에 ‘신중함’을 견지했고, 알제리는 ‘불간섭주의’를 천명했다. 압델 파타 엘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무슬림 형제단에 맞서 싸우는 정권에 군사적으로 대립하는 것을 거부했다. 비록 주적으로 여기는 대상일지라도 말이다. 
튀니지와 알제리에서 알-아사드에 대한 여론의 지지는 2011년 아랍 민주화 시위 초반 이후 변함이 없다. 이는 시리아 정부군에 대항하기 위해, 최근에는 이슬람국가(IS)에 합류하기 위해 떠난 지하디스트 그룹이 있다는 사실에 의해 가려진 실상이다. 알제리의 전직 고위관리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알제리 정부와 대다수 여론이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리비아에서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시리아 정부와 동맹국들에 대항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 이 두 사안에 있어서는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사실상 알-아사드에 대해 최소한의 입장을 취하는 것-그렇다고 알-아사드에 대항하는 지하디스트 조직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지만-은 심한 질책, 나아가 언론의 집단폭행을 불러온다. 시리아 알레프 출신의 위대한 사상가 아브드 알-라흐만 알-카와키비(Abd Al-Rahman Al-Kawakibi)의 손자이자, 정치학자인 살람 카와키비는 이런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2013년 알제리에 초청받아 강연을 한 그는 자신의 입장이 정당하다는 것을 입증해야하는 상황에 놓였었다. 카와키비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한다.
“강연이 끝난 후 현지 지식인들의 소모임에 초대받았습니다. 내 입장을 증명하라는 것이었죠. 그들이 볼 때 아사드에 반대하는 것은 아랍의 대의명분을 저버림과 동시에, 제국주의와 이슬람주의를 한 배에 태우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공개 강연을 할 때마다 제국주의 권력에 매수된 반역자라는 공격과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우호적인 평은 순진하다는 것이었죠.”
그는 최근 튀니지에서 그 때같은 비난의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튀니지의 지식인 대다수는 좌파에 속하든, 여당인 니다 투니스에 우호적이든 시리아에 새로운 이슬람주의 정권이 들어서는 것보다는 알-아사드를 선호한다. 2013년 2월 6일 튀니스에서 피살된 변호사이자 정치인, 슈크리 벨라이드는 이러한 입장을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이제는 극좌파와 부유층 모두 그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 2012년 몬세프 마르주키 당시 튀니지 대통령은 시리아와 외교 관계 단절 결정을 내리면서 엄청난 논쟁을 야기했다. 4년 후 국가수반이 된 에셉시 현 대통령은 외교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015년 9월 튀니지는 시리아 다마스커스에 영사관을 개설했다. 
튀니지에 비해, 모로코에서는 관련 논쟁이 활발하지는 않다. 그러나 민중사회주의연합(USFP)을 비롯한 일부 좌파 세력은 국민들에게 고통을 초래한 알-아사드를 서슴없이 비난한다. 또한 ‘시리아 주권 존중’을 내세우며 외국 군대가 시리아 사태에 개입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고 있다. ‘마그레브에서 시리아에 관한 국가적인 논의’가 차분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한 USFP 투쟁가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알-아사드 지지는 안이한 해결책일 수 있습니다. 걸프만 국가들의 재정지원을 받는 시리아 반군을 지지하는, 정의개발당(PJD)으로 구성된 모로코의 이슬람주의 정부와 모로코 왕실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서는 말입니다. 그러나 알-아사드 지지를 거부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알-아사드는 옹호 받을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반제국주의 및 범아랍주의에 관한 담론을 넘어, 흉포한 범죄와 잔인함으로 시리아의 비극을 초래한 정권이 마그레브 지역에서 이 같은 지지를 누리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제네바 세계연구소(GSI) 소속 정치학자, 하스니 아비디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이를 설명한다. “우선, 시리아 민주화 투사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중심인물이 없다는 점. 둘째, 서방세계가 알-아사드에 반대하고는 있지만, 시리아에서의 유럽과 미국의 수동적인 모습을 보면 당연한 의혹이 드는 점 이 두 가지다.” 일부 전문가들은 2011년 아랍의 민주화 시위가 이스라엘의 경쟁 국가들을 약화시키기 위한 술책이라며 강력하게 음모론과 결부시키기도 한다.(5)    
알제대학교 정치과학부의 루이자 드리스-아이트 하마두쉬는 알-아사드에 대한 알제리 국민의 지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알-아사드를 지지하는 것은 시리아 민간인들을 희생시키는 극도의 폭력성에 대한 뿌리 깊은 거부, 그리고 시리아 분쟁에 개입된 외국 세력으로 인한 것이다.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이러한 입장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유사하다. 시스템을 뒤흔들 수 있을 모든 논쟁에 대비하기 위해 공식 담론이 PTSD를 되살린다.” 
그렇지만 사둔의 말처럼, 모두가 알-아사드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마그레브지역의 많은 무슬림들은 살라피즘(6) 추종자이건 무슬림형제단(7)을 지지하건 간에 앞 다투어 알-아사드를 비난하고 있다. “이들은 수니파와 시아파간의 대립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를 사회 전반에 퍼뜨리려고 노력한다. 이들은 헤즈볼라나 이란에 버금갈 정도로 알-아사드를 악마로 규정한다.” 튀니지에서는 이슬람주의 정당인 엔나흐다(Ennahda)당이 유일하게 헤즈볼라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기 위해 애썼다. 반면 모로코의 정의개발당(PJD)은 알-아사드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이슬람주의 정당들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대립을 대중이 좋아하지 않으며, 지지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슬람 정당의 지지자들은 민족주의자나 범(凡)아랍주의자의 말에 쉽게 현혹되는 경향이 있다. 1990년대 초반 알제리에서 이슬람구국전선(FIS)이 이 같은 상황을 겪었던 적이 있다. 1990년 쿠웨이트 침공 이후, 사담 후세인에 적대적이었던 FIS의 지도부가 거리의 압력에 굴복해 재빨리 입장을 바꿔 국제동맹군에 맞서 이라크를 지키기 위해  자원 병력을 파견했었다.   


글·아크란 벨카이드 Akram Belkaid
저널리스트

글·조승아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Maghreb; ‘서방(西方)’, ‘해가 지는 지역’을 의미하는 아랍어. 이슬람 세계의 서단에 해당하는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등의 지역을 말함.(-역주)
(2) Wahabist; 이슬람교의 종교 운동(1700~1787). 무하마드 이븐 압둘 와하브의 주장을 바탕으로 하며, 사우디아라비아 건국의 기초가 된 이슬람 종교 개혁 운동을 말한다. 그의 사상은 원시 이슬람에 부가됐던 혁신 일체를 부정하고, '코란과 수나(Sunnah, 예언자의 범례)로 돌아가라'는 복고 또는 순화주의이다.(-역주)
(3) 1945년에 설립된 아랍연맹의 회원국은 현재 22개국이다. 국제연합(UN)과 비슷한 조직체계를 가지고 있다.
(4) Laurent Bonnefoy, ‘Au Yémen, une année de guerre pour rien(예멘, 실속 없는 1년간의 전쟁)’,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2016년 3월호. 참조
(5) Nicolas Dot-Pouillard, ‘La crise syrienne déchire les gauches arabes (시리아 내전에 비친 아랍 좌파의 얼굴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2012년 8월호. 참조
(6) Salafism; '살라프(Salaf)'란 '조상, 선조'라는 의미의 아랍어. 샤리아가 지배하던 7세기 이전 초기 이슬람 시대로 회귀해야 한다는 수니파의 사상, 이슬람 근본주의(-역주)
(7) 이집트 이슬람 학자인 하산 알 반나가 1928년 이슬람 가치 구현과 확산을 목표로 설립한 이슬람 근본주의 조직(-역주)


박스기사

헤즈볼라의 차기 대통령 선출 방해 

레바논의 현실은 아랍 전역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TV 시리즈 <Moussalssa>에 버금가는 드라마라 할 수 있다. 2014년 5월 25일 미셸 술레이만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후, 레바논에는 더 이상 대통령이 없다. 의회가 30여 차례에 걸쳐 소집됐지만, 의사 정족수를 채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전체 의원 128명 중 12명만이 헤즈볼라당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헤즈볼라는 대통령 선출 방해의 중심에 있다. 미셸 아운이 이끄는 기독교계 자유애국운동(FPM) 소속 의원 27명과 여러 친(親)시리아 정당 소속 의원들이 헤즈볼라와 뜻을 함께 하고 있다.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이 이끄는 헤즈볼라는 처음에는 기독교계 레바논 저항당(LF) 당수 사미르 게아게아의 선출을 방해하려 했다. 게아게아는 시리아와 ‘신의 당(헤즈볼라의 아랍어 뜻-역주)’의 공개 정적인 사드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와 맺은 3·14 동맹의 일원이었다. 그러나 하리리 전 총리가 약속의 일환으로 전임 대통령의 손자이자 헤즈볼라의 오랜 동지이며 바사르 알-아사드와 개인적 친분 관계가 있는 기독교계 마론파 정치인 술레이만 프란지에 2세를 대통령으로 지지하기로 하면서, 2015년 여름 판도가 바뀌었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이후 옛 정적인 미셸 아운을 지지해온 게아게아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 결과 두 명의 레바논 대통령 후보자는 기독교계 마론파(종파 간 권력 안배를 위한 레바논 헌법에 의거)이면서, 헤즈볼라와 동맹관계를 맺은 인사들이다. 대통령직 공석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믿는 헤즈볼라는 아직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헤즈볼라는 하리리 전 총리를 비롯해 정적들로부터 또 다른 양보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특히 선거구 재분할 및 국회의원 선거 투표방법 개혁을 요구할 것이다. 의회 내 힘의 균형 재정립을 위해 헤즈볼라가 내세우고 있는 핵심 목표다.  


글·아크란 벨카이드 Akram Belka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