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도입 10년 , 그 결과는?

[학술 리뷰]

2009-12-03     프레드릭 르바롱

지난 1999년 유로 도입 때는 장밋빛 예언으로 홍수를 이뤘지만, 글로벌 위기 한복판에서 맞는 유로 10주년(1)에 대한 논평은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단일화폐를 유럽 경제 건설의 정점, 정치 통합의 매개체, 유럽 경제를 융합해 안정 속에서 성장 모델을 지향하는 수단, 이를테면 유로를 미국과 신흥국가에 맞설 경쟁 도구로 인식했다.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 이사회와 유럽중앙은행(ECB) 집행부 임원을 거쳐 현재 프랑크푸르트대학 금융연구센터 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유럽중앙은행 정책의 창시자로 불리는 경제학자 오트마르 이싱은 유로를 도입할 때 그리고 유럽중앙은행을 경영할 때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선택해 실행한 정책들의 정당성 여부를 밝히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그는 각국의 유로 도입을 앞두고, 유럽연합이 강제한 경제지표에 맞추기 위해 강박에 가까운 반인플레이션 정책을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은행장 회의의 내용을 공표하길 거부하는 한편, 유로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도 아랑곳 않고 유로 도입을 밀어붙였다.(2)

하지만 과연 어떤 지표들이 그의 정책을 정당화해줄 수 있을까? 밀턴 프리드먼 등 유력한 경제학자들이 급격한 경제 붕괴를 우려한 것과 달리, 유로 도입은 물가 안정과 유로존의 확대를 가져왔다.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대학 케네스 다이슨 교수의 지도하에 공동 발간된 저서 <유로 10주년>은 좀더 미묘한 진단을 내린다.(3) 국제 정치·경제에 근간을 두고 있는 이 저서는 국제경제 분야의 다양한 쟁점을 각 국가의 경제적 특수성에 견주어 진단한다. 물론 이 저서는 유로화 도입이 거시경제적 균형을 가져왔는데, 한편으로는 경제성장 저하와 취업률 감소 등 지표상 하락을 불러왔고, 또 한편으로는 금융소득 증가에 따른 가처분소득의 제한적 증가를 가져왔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다이슨은 끊이지 않는 경제의 다변성으로 인해 유로가 예기치 않은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많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덴마크 학자인 마틴 마커슨과 함께 유럽중앙은행을 집중 분석한 책(4)에서 유럽중앙은행의 역설을 지적한다. 이 기구가 나름의 원칙을 지닌, 근본적으로 국가적인 기구인데, 그에 준하는 정치적 권력을 갖추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중앙은행이 최우선적으로 표방한 유럽화(Europeanisation)는 독일의 경제 및 통화 정책의 성공 모델인 질서자유주의(ordo-libérale)였고, 이 모델은 안정과 성장을 전제로 ‘양해각서’라는 권력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로 단일화가 결코 특정 국가의 중앙은행이 지닌 ‘투명성’을 비롯한 고유의 특성까지 없앨 수는 없었다. 또 유로 단일화 효과는 국가들에 상대적으로 자율성이 보장된 예산 및 재정 정책의 운용 능력에 달려 있다. 저자는 이 책의 각 장을 통해, 만약 우리가 범국가적 유럽중앙은행의 구조적 문제를 더 잘 이해하고 싶다면 각국이 지닌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프레드릭 르바롱 Frédéric Lebaron

번역·조은섭

<각주>

(1) 유로화를 쓰는 국가는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핀란드, 아일랜드, 키프로스, 몰타,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그리스 등 16개국이다.

(2) Otmar Issing, <유로의 탄생>(The Birth of the Euro),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8, p.296

(3) Kenneth Dyson, <The Euro at 10. Europeanization, Power, and Convergence>, Oxford University Press, Oxford, 2008, p.472

(4) Kenneth Dyson & Marcussen, <유로시대의 중앙은행들. 유럽화, 융합과 파워>(Central Banks in the Age of the Euro. Europeanization, Convergence, & Power), Oxford University Press, 2009, p.384  



포커스 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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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에서는 중국이 아직 미국을 대신해 경제대국이 되기 힘든 이유를 집중 지적한다. 중국은 대미 수출과 달러 자산에 의존하고 있으며, 중국 엘리트들은 이런 상황을 정치·경제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no 60, 11~12월호, 격월간, 10달러 - Meard Street, Londre, WIF OEG, 영국)

<월드 폴리시 저널>(WORLD POLICY JOURNAL)
핵 문제에 관해 미국의 석학 아미타이 에치오니는 핵무기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케이한 바제거는 핵 프로그램에 관한 이란의 합의사항을 설명한다. 그 밖에 이스라엘·일본 등에 관한 기사가 소개된다. (no 3, 가을, 계간, 10달러, MIT Press Journals, 238 Main Street, Suite 500, 캄포디아, MA 02142-9902, 미국)

<하퍼스>(HAPP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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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앙스 위맨>(SCIENCES HUMAINES)
플라세보 효과와 그 반대의 노세보 효과에 대해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고, 프랑스 노동 분야에 관한 심층 기사에서는 노동 전문가 츠베탕 토도로프와의 인터뷰를 다뤘다. (no 210, 12월호, 월간, 5.50유로 - 38, rue, Rantheaume, BP 256, 89004 Auxerre Cedex)

<르몽드 리베르테르>(LE MONDE LIBERTAIRE)
아나키스트학회가 발간하는 이 잡지에서는 장 마크 루이앵의 처리 문제를 다룬다. 루이앵은 수감되는 감옥이 바뀌었으며 보살핌을 기다리고 있다. 국가 정체성에 관해 생각해보는 흥미로운 기사도 있다. 끝으로 오스트리아 학생들의 불만을 다룬 기사도 눈에 띈다. (no 1573, 11월 19~25일호, 주간, 2유로 - 145, rue Amelot, 75011 파리)

<라 레종>(LA RAISON)
프랑스 교육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역사 수정주의를 심층적으로 다룬다. 종교적인 사실을 가르친다는 교육 명분 아래, 교육과 신앙이 혼동되고, 그 결과 현실과 교육의 왜곡이 나타나고 있다. 저자는 교육부 관계자와 교육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주제에 실증적으로 접근했다. (no 545, 11월호, 월간, 2.50유로 - 10-12, rue des Fossés-Saint-Jacques, 75005 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