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계가 파시스트를 죽인다!”

[대중음악]

2009-12-03     자크 드니

“이 기계가 파시스트를 죽인다.”(This machine kills fascists.) 이 슬로건은 피터 시거, 밥 딜런, 브루스 스프링스틴을 필두로 대안적 포크음악 흐름을 이끈 뮤지션 세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들에게 ‘6개의 현’은 ‘6번의 총격’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갖는 것이었다. 기타마다 이 문구를 새겨넣었던 컨추리 음유시인 우디 구스리(Woody Guthrie), 그가 만든 트레이드마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 1929년 1차 경제 대공황 시기에 아메리칸드림은 악몽으로 변했다. 그는 시대와의 불협화음을 노래함으로써 제 목소리를 감히 내지 못한 이들의 대변자가 되었다.

그의 노랫가사와 비참한 삶의 암흑이 묻어나는 단순한 멜로디를 들으면 단숨에 충격을 받는다. 캘리포니아에서 필사적으로 부(富)를 찾는 오키(okies)(1)들의 삶은 결코 간단치 않다. 대불황에 떠밀려온 경제 난민들이 꿈꿔왔던 에덴동산은 지옥으로 변한다. 구스리에게 이는 초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하층민들에 대한 착취, 모욕과 맞선 투쟁의 전위에 뛰어드는 계기가 된다. 그는 모래 폭풍과 불행의 바람(2)에 영감을 얻어 일련의 곡들을 작곡하고 후렴 가사를 붙였는데, 그 가사의 내용이 최근의 경제위기에 대비해도 낡은 느낌이 거의 없다. 두꺼운 종이로 만든 전형적인 1940년대 ‘메이드 인 USA’라 할 만한 음반 <먼지투성이의 나의 길>(My Dusty Road)(3)을 들어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이 음반 전집은 음반 4장에 총 54개 곡을 수록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곡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 또 혼자 만든 뛰어난 컨추리 발라드부터 길버트 시스코 휴스턴 및 장님 음악가 샌더스 소니 테리와 함께 셋이 작업한 블루스 명곡들이 담겨 있다. 구스리는 바르톨로메오 반제티(4)에게 음반을 헌정하고, 흑인들의 모세인 해리엇 터브먼에게는 발라드를 바치는 등 미국의 가려진 이면에 숨겨진 수많은 건국자들의 넋을 불러낸다.

1940년대 뉴욕 상황에 비춰 성경 메시지를 해석한 혁명가로서의 예수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1914년 콜로라도의 한 촌락에서 정부군이 파업 시위자들을 무참히 살해한 러들로 학살 사건의 희생자들을 재발견한다. 또한 <이 땅은 당신의 땅>(This Land is Your Land)을 필두로 주제별로 선곡된 구스리의 고전 다수를 다시 들을 수 있다. 특히 이 곡은 미국으로 건너와 좌절을 겪는 이주자들의 찬가가 되다시피 했다. 사실, 그는 앞서 어빙 벌린의 <미국에 신의 은총을>(Got Bless America)에 분노해 이 곡을 썼다. “내가 자유의 길로 나아가는 한 아무도 나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도 나를 되돌리지 못할 것이다. 이 땅은 당신과 나를 위해 있다.”

구스리의 레퍼토리는 이것만이 아니다. 그는 유명한 <해 뜨는 집>(The House of Rising Sun)과 같은 전통 민요를 현대적으로 변화시키는 특별한 능력의 싱어송라이터였다. <900마일>(Nine Hundred Miles)부터 <악명>(Bad Reputation)까지 구스리는 컨추리 스타일의 단순한 운율을 효과적으로 살린 많은 곡들을 만든다. 그럼 <불쌍한 소년>(Poor Boy)을 들어보시라. 원작자의 인생살이를 담은 내용에 잘 어울리는 멜로디. “엄마는 나를 침대 머리맡에 불렀지. 내게 이렇게 말했지. 네가 탈선의 길을 그만두지 않으면 너는 감옥에 가게 될 거야.”

당시 시대 사진과 구스리의 손으로 그린 데생 등 뛰어난 고증 자료들과 훌륭한 도판을 갖춘 이 음반 전집은 인터넷으로 다운받기보다는 옆에 두고 간직해야 할 물품이다. 모순되게도 라운더(Rounder)사에서 출시했지만 다국적 기업 유니버설(Universal)이 배포한다. 1967년 10월 3일 숨진 그는 현재 음반산업의 독점적인 시스템에 대해 분명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자, 그래서 <My Dusty Road> 외에 스미스소니언 포크웨이스(Smithsonian Folkways)(5)에 실린 음반들이나 돈 없는 사람들에게 돈의 의미를 주제로 삼은 곡 <도-레-미>(Do-re-mi)가 담긴 선집 음반 <If you ain’t got the do-re-mi>(6)를 추천한다.

글·자크 드니 Jaques Denis

번역·박지현

 


 

<각주>

(1) 존 스타인 벡의 <분노의 포도>에서 묘사된 것처럼 오클라호마의 비참한 삶에 떠밀려온 실향민들.

(2) 모래 폭풍(Dusty Bowls)이 불어오는 시기.

(3) 우디 구스리, <My Dusty Road>(Rounder/Universal Music).

(4) 이탈리아계 미국인 무정부주의자로 불운을 함께한 동료 니콜라 사코와 함께 1927년 8월 22일 처형된 미국 사법 스캔들의 희생자.

(5) <Dust Bowl Ballads>와 <Hard Travellin’>, Smithsonian Folkways/121 Music.

(6) <If you ain’t got the do-re-mi>, Smithsonian Folkways/121 Mus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