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아물지 않은 칠레의 상처

[서평] 피노체트 관련 3권

2009-12-03     니라 레이예 모랄

스페인 판사 발타차르 가르존의 노력으로 칠레의 전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1998년 10월 16일 런던에서 체포되었다. 피노체트가 독재 기간(1973~89년) 저지른 자신의 범죄에 대해 드디어 심판의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한때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며 모든 부문에서 면책특권을 누려온 그였다. 그래도 과거에 칠레를 통치하고 칠레 군대를 이끌던 인물이 아니던가. 피노체트의 체포는 그동안 칠레에서 억압을 당한 피해자 가족들에게 믿기지 않는 꿈만 같은 일이었다. 1973년 9월 11일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을 축출하고 권력을 차지한 피노체트는 집권 기간에 숱한 인권탄압 범죄를 저질렀다. 최근 피노체트 체포에 대한 책 3권이 동시에 나왔다. 자크 포르통, 자비에 몬타냐, 몬토야 발레즈가 집필한 책이 바로 그것이다.

피노체트에 대한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한 포르통은 피노체트와 14명의 칠레군 관계자들이 칠레의 좌파 투쟁자 4명이 실종된 사건과 관련해 프랑스 법정에서 재판받은 과정을 짚어보고 있다.(1) 피노체트가 런던에서 체포되고 나서 며칠 뒤 열린 예심은 중죄 재판소로 이송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2007년에서야 종결되게 된다. 중죄 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기 몇 주 전에 사망한 피노체트는 프랑스에서도 칠레에서도 영원히 죄의 대가를 받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피노체트의 공범들은 여전히 생존해 있기에 프랑스에서 재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2008년 5월 열리기로 되어 있던 재판은 연기되었다. 프랑스의 재판 과정이 더디고 국제 재판에도 우여곡절이 생기면서 희생자 가족들이 요구하는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독재의 폭력은 무장투쟁을 통해서만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1986년, 애국전선 마누엘 로드리게스 칠레 공산당 군부 수장은 피노체트를 제거하기로 결심했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 기자 출신인 저자 몬타냐는 피노체트를 암살하려고 한 몇몇 주역의 발자국을 따라가본다.(2) 그러나 피노체트는 암살 위험을 용케 피했다. 피노체트를 암살하려다 체포되어 고문을 당하고 종신형을 선고받아 1급 죄수로 수감되었던 이들은 1990년 1월, 그러니까 피노체트가 민주적 방법으로 선출된 파트리시오 아일윈 신임 대통령에게 정권을 넘기기 며칠 전에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민주주의 과도기를 겪고 있는 칠레는 탈주한 이들을 용서하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대부분 조국을 떠났고 조국에 남은 이들은 아직도 법적인 투쟁을 하고 있다.

한편, 또 다른 저자 발레즈는 콜롬비아 출신이다. 발레즈는 아옌데의 평화혁명이라는 유토피아를 경험하고자 대학생 때 칠레로 갔다. 하지만 칠레에 도착하자마자 발레즈는 피노체트의 쿠데타라는 혼란 속에 갇혀 1973년 9월 체포되었다. 발레즈는 산티아고 국립경기장에 한 달 동안 구류되었다. 이곳 경기장은 고문실로 바뀐 곳이다. 콜롬비아 대사의 노력으로 석방된 발레즈는 피폐한 마음을 안고 조국 콜롬비아에 돌아갔다. 발레즈는 몇 주 동안 칠레에서 겪은 악몽에 남몰래 고통을 겪다가 20년 정도가 지나서야 마음속에 안고 있던 이 상처를 꺼내기로 하고 책을 집필했다.(3) 발레즈의 저서는 연대기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독자에게 칠레에서 본 고통의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해주고 있다. 수감된 칠레 여성은 고문관들에게 모욕을 당하고 성폭행을 당했으며 남편과 동료들은 무참히 살해되었다. 발레즈는 자신이 겪은 상황을 책으로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인권이 여지없이 유린되는 지옥의 현장을 책을 통해 볼 수 있다.

글·니라 레이예 모랄 Nira Reyes Morales

<각주>

(1) 자크 포르통, <피노체트, 프랑스에서 열린 독재에 대한 재판>(2009, 파리, Toute Latitude)

(2) 자비에 몬타냐, <피노체트의 마지막 추방자들. 민주주의 과도기에 일어난 은밀한 투쟁들>(2009, 마르세유, Agnone)

(3) 몬토야 발레즈, <침묵을 깨며. 나는 피노체트를 고발한다>(2009, 보르도, Elytis)

 



<미국의 노동 세계>/ 마리안 드부지

 

‘고난의 시기(1980~2005년)’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이 책은 미국 샐러리맨들의 변천사를 그리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처음 내놓고 그 후 미국 정부들이 이어나간 신자유주의 정책은 사실 1930년대 미국이 이룬 사회보장의 성공을 깡그리 무너뜨리는 정책이다. 25년 만에 노동조건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비정규직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워킹푸어 집단은 사회보장 혜택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여기에 노조도 한계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노동자들은 삶이 더욱 어려워져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계속 싸워간다. 비정규직을 주로 전전하는 여성, 이민자, 서비스 분야 종사자, 공장 노동자, 그리고 모든 노동자가 열악한 노동환경에 맞서 계속 싸워나간다. 저자 마리안 드부지는 때때로 성공을 거두기도 하는 이들의 투쟁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회의 다른 투쟁단체와 연계를 모색하는 이들의 고민도 전하고 있다.

<쿠바 - 미디어가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 진실>/ 살림 람라니

넬슨 만델라의 서문이 적힌 책이다. 이 책은 쿠바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 쿠바는 지상낙원이 아니다. 저자 살림 람라니는 쿠바가 안고 있는 많은 모순점, 서구 언론에 묘사된 쿠바 사람들이 일상에서 겪는 지옥 같은 삶,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 쿠바 사람들의 이주 등 쿠바에 관한 다양한 문제를 다룬다. 독자는 흥미가 넘치는 이 책을 통해 쿠바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될 것이다. ‘각 나라의 국민은 스스로 자신들의 정치제도를 정하고 있다. 그러니 쿠바 사람들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결정할 수 있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쿠바 사람들도 자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되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요지 중 하나다.

<난관에 부딪힌 평화주의>/ 에릭 세젤레, 레진 세라

부제는 ‘일본과 군대’다. 이 책은 일본 방어 정책의 변화는 물론 일본 정계와 경제계의 실상을 살펴본다. 일본은 지금 자위대에 관한 권한을 일본 헌법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산시키고 있다. 일본의 이라크 파병은 이런 징후가 아닐까? 또한 일본의 군 정책은 유엔평화군 차원이나 그 외에서도 토론 대상이 될 정도로 쉽지 않은 문제다. 일본은 미국의 우방이기에 더욱 그렇다. 2009년 8월 말 당선된 일본의 신임 총리는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요약 및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한불상공회의소 격월간지 <꼬레 아페르> 전속 번역. 역서로 <여성의 우월성에 관하여>(200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