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 노동법에 갇힌 두 청년

2016-05-30     바네사 핀토

“상대적으로 인사이더에 속하는 대학생들은, 아웃사이더와 대립하며 저학력자의 노동시장 진입을 막는 존재다. 특혜와 우대를 받고 있는 이들은 우리가 무직자의 노동시장을 개혁하려는 것을 막을 것이다.” 2016년 3월 12일, 로랑 비고르뉴 몽테뉴 연구소장은 라디오채널 <Europe1>에서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자유주의의 싱크탱크, 몽테뉴 연구소의 비고르뉴 소장은 시앙스포(파리정치대학, 프랑스 정치학 중심의 그랑제콜-편집자주)의 부총장을 지냈다. 그는 대학생들이 저학력 청년들의 ‘일자리’를 찾을 기회를 박탈할 것이며, 노동법 개혁안은 이러한 구직환경을 개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학생들이 대학교육을 받지 못한 청년들에 비해, 유리한 사회 환경에서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2010년 조사에 의하면, 1995년에 중학교 1학년이었던 이들 중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은 이들의 83%가 고위층 간부 자녀다. 반면, 비숙련 노동자 자녀들의 대학 진학률은 29%에 불과했다. 취업에 큰 이점으로 작용하는 석사학위의 경우, 전자의 취득률은 41%인 반면 후자는 4%에 그쳤다.(1) 2014년 졸업 후 1~4년이 지난 청년층 중 실업상태 또는 비경제활동 인구를 보면, 학사 이상의 경우엔 20% 미만인 반면 고졸 이하에선 70%에 달했다.(2)
그렇다고 모든 대학생들이 특권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이공대나 상경대, 의과대 출신자는 안정적이고 보수도 높은 일자리를 얻기 쉽다. 반면, 고등기술자격증(BTS), 의료보조전문대, 사회복지대, 기술대(IUT) 등 단기대학 출신의 경우 대부분 비숙련 노동자의 길을 걷는다. 고위층 간부 및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의 자녀들은 프랑스 전체 학생 수의 30%에 속한다. 이들이 풍부한 취업기회를 제공하는 고등사범대(ENS) 정원의 53%를 차지하고 있다. 또 고위층 자녀들은 그랑제콜 준비반의 50%를 비롯해, 공과대학 47%, 의과대학 41%, 상경대학 37%를 차지한다.(3) 반면, 프랑스 전체 학생의 11%에 속하는 노동자 자녀들의 진학률은 3~6%에 불과하다. 

학업을 위해 시작한 일이 학업을 막는다

이들의 15~20%는 단기대학에 진학한다. 이렇듯 학위는 안정성과 고임금을 갖춘 ‘좋은 직장’으로 가는 가장 쉬운 길인 반면, (특혜를 얻고 있는 소수들 외에는) 가장 접근이 어려운 통로이기도 하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학생들은 불안정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들은 어떤 분야에 딱 맞는 인력을 구성하고 있다.(4) 그러나 계절적 사업이나 간판방식(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생산·판매하는 무재고 생산방식-역주) 구조처럼 수요가 변동적이거나, 하청계약을 맺은 콜센터처럼 고객의 요구사항에 따라 수요가 좌우되는 수많은 일자리들을 이 학생 노동자들이 맡고 있다. 이들은 저녁이나 주말처럼 특정시간대에 일할 수 있다. 또한 파트타임 근무를 기꺼이 감수하며, 기간제근로계약(CDD)이나 파견근무 등 노동자에게 불리한 저임금 임시근로계약을 비교적 흔쾌히 받아들인다. 한 맥도날드 지점의 채용담당자 제롬 S.는 학생 노동자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학생 노동자들은 평생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만들 사람들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들 자신이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생계유지만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생산성이 떨어진다. 불행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러한 상태로 오래 일하면 일할수록, 동기부여가 어려워지고 이는 수익성 감소로 이어진다. 그리고 의욕감퇴는 반복적 결근, 지각, 근면성 부족 등으로 나타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직률이 높은 학생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팀원에게 가장 흔한 계약형태인 무기한근로계약(CDI)은 기업에게 제약보다는 요행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기업들은 무기한근로계약을 통해 고용안정수당과 기타 부담금을 면제 받는다.
일에 집중하다보면 학업을 포기하거나 실패할 위험이 높아진다. 일 때문에 수업에 빠지거나, 공부할 시간을 줄이는 일이 많아진다. 학업보다는 일에 비중을 두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생의 절반(여학생의 53%, 남학생의 46%)이 학기 중에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5) ‘산학연계’라는 명목 아래, 이런 성황에 큰 의미가 부여되기도 한다. 프랑스민주노동연맹(CFDT) 노조원이자 학생노동부문 경제사회이사회(6)의 조사관인 로랑 베라이는 2007년 다음과 같은 말로 학생 노동을 권장했었다.
“감자튀김을 만드는 일도 경험이며, 이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 가장 흔한 학생 일자리인 패스트푸드점에서도 팀워크, 시간준수, 직장생활 등의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모든 대학생들이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것은 아니다. 계급 간 차이는, 학생 노동에서도 두드러진다. 베이비시팅과 과외처럼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 병원인턴처럼 학업과 연계된 노동, 그리고 기능직에는 상류층 가정 자녀들이 우세하게 많다. 이런 아르바이트는 미래와는 무관한 것처럼, 임시적으로 이루어진다. 부모가 후원하는 상경대에 재학 중인 크레망 L.은 공영주택의 임시 경비직이 “평생 할 일은 아니므로 방학 때 잠깐 하기 좋은 깔끔한 일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업을 위해 시작했던 일이 점점 학업을 가로막고, 결국 평생 일자리가 돼버린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직종은 승진 등 발전 기회가 제한적이다. 이렇게 아르바이트 하던 곳에 눌러앉는 경우, 결국 자신의 부족한 학력 때문에 불안정한 일자리에 발목을 잡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런 현상은 특히 패스트푸드점과 콜센터에서 자주 발생한다. 2년 째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레티시아 T.는 “여기서 계속 일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됐다”고 말한다. 레티시아는 서민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보험회사에 다니고 아버지는 여러 직장을 전전한 후 얼마간 실업상태에 머물다가 돌아가셨다. 이 젊은 여성은 일하느라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전히 지쳐버려 결국 사회학 공부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레티시아는 학업을 그만두게 된 상황을 설명했다.
“학교가 집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었는데, 일하면서 다니기가 너무 힘들었다. 등교 시간에 아예 일어나지 못할 때도 있었다. 맥도날드에서 일하느라 녹초가 됐거나, 수업을 들으러 한 시간씩 통학할 의욕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완전히 지쳐있었다.”
이 학생들은 대부분 서민가정에서 자랐거나 일부는 이민가정 출신이다(레티시아의 아버지도 마다가스카르 출신이다). 중·고교때 기술계나 직업계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대학에 진학해도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한다. 대학에서 자신이 설 곳을 찾지 못한 이들은 일자리에서 선택지를 찾는다. 사회성과 인정이라는 것을 얻기에 대학보다 일자리가 낫기 때문이다. 결국 점차 학업을 포기하거나, 공부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게 된다. 콜센터에서 텔레마케터로 일주일에 25시간 가량 일하는 카디자D.는 “학생 신분의 직장동료들이 대학 친구들보다 훨씬 더 편한, 제 2의 가족”이라고 한다. 세네갈 출신의 이 젊은 프랑스인은 텔레마케터라는 직업 때문에 경제사회관리학과 1년 차에 학업을 중단한 것을 매우 후회하고 있다. 그리고 두 차례의 CDD를 거친 지금, CDI로의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실습이 점진적으로 의무화되고 있어 불평등과 불안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2010년, 학생 중 43%가 전년도에 최소 1회의 실습을 의무적으로 거쳤다. 4년 전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7) 게다가 실습의 2/3가 무급이다. 물론 2014년 개정법으로 상황이 개선됐지만, 기간이 2개월 미만일 경우 여전히 무급이다. 한편, 실습이나 기타 임시직의 보편화는 안정적 일자리의 축소를 의미한다. 또한 역설적이게도 졸업 후 사회 ‘편입’의 기회도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임시직이 채용으로 이어질 보장이 전혀 없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학력과 사회적 배경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에게 고용계약은 이들이 대학에서 느꼈던 실망감과 비슷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학업과 더욱 멀어지게 하는 악순환으로 작용한다. 학업환경과 지식에 대한 접근성이 악화되는 상황과, 실질적인 개선이 계속 부재한 상황은 교육적 지도와 편입방식의 강화가 필요한 학생들을 더 멀리 밀어내고 있다. 2009~2014년, 대학정원은 6.5% 증가했지만, 교수직 채용공고는 1/3 감소했다.(8) 
정부는 재정지원 약속을 철회하고, 대학은 대학의 ‘자율화’와 ‘최고’를 향한 경쟁이라는 명목 아래 몇 년 전부터 불평등한 기금 운영을 해왔다. 이는 청년들이 고등교육(학·석·박사) 학위에 접근할 기회를 축소시킬 우려가 있다. 수많은 대학들이 공공기관으로서의 임무와는 반대로 서류평가를 통한 입학허가, ‘수용인원’의 제한 설정, 추첨제 도입 등 선별방법을 개발하는 방향으로만 가고 있다. 인력 및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학들이 있는가 하면, 경쟁이 심화된 고등교육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는 대학들도 있다. 게다가 ‘개혁자’들은 고등과정 운영자금원을 행정당국에서 학생들에게로 돌릴 방법을 계속 찾고 있다. 그 방법으로는 등록금 인상, 학자금 대출 확대, 취업 시 출석을 인정해 학생노동을 장려하는 제도 등이다. 즉, 대학의 변화추세와 권장노선은 실업과 고용불안을 줄여주는 고등교육을 대중화하는 방향이 아닌 것이다.
소위 ‘노동법’이라 불리는 이 법안은 전체 청년의 기초 교육수준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키지 않고 있다. 또한 불안정성과 ‘안정적’ 일자리가 결합된 저임금의 유동적 CDI상태에 있는 청년들의 미래를 학위 소지자들의 미래로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노동자 보호책이 약화될수록 일자리가 많아진다는 가설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 대책들은 오히려 업무강도를 가중시키고, 현재에도 심각한 불안정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부작용은 공무원과 CDI 노동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9) 하지만 일과 직장의 가치는 이보다는 높은 것이 아닌가.  



글·바네사 핀토 Vanessa Pinto
프랑스 랭스대학 사회학 조교수이며, 저서로는 <노동자의 학교에서. 학생과 그들의 ‘아르바이트’>(A l’école du salariat. Les étudiants et leurs “petits boulots”, 파리, 2014년)이 있다.

번역·이보미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MENESR-DEPP(Ministère de l'Education Nationale, de l'Enseignement Supérieur et de la Recherche Direction de l'Evaluation, de la Prospective et de la Performance; 국민교육과 고등교육의 평가·예산·성과에 관한 연구부), ‘Repères et références statistiques sur les enseignements(고용관련 통계지표 및 편람)’, 파리, 2014년
(2) MENESR-DEPP, ‘L’Education nationale en chiffres’(숫자로 본 국민교육), 2015년
(3) MENESR-DEPP, RERS, 2015년
(4) 이 글은 사회학 박사학위 논문의 문화기술적 연구들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학생 신분의 노동자, 고용주, 노조원, 교육자 등과의 면담과 연계해 패스트푸드점, 콜센터, 사회문화 활성화 기관 내에서 다양한 참여관찰조사가 시행됐다. 
(5) 학생생활연구소(OVE)의 2010년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활 1년 중 전체 학생의 14%가 파트타임 형태 및 학업과 무관한 일을 했다.  
(6) ‘Les jobs étudiants à valoriser dans le cursus universitaire’(대학과정에서 가치를 부여해야 할 학생들의 직업), <르 피가로>, 파리, 2007년 11월 26일
(7) OVE 조사자료, 2010년
(8) MENESR, ‘Note d’information Enseignement supérieur et recherche’(고등교육·연구 정보지)(n°15.08), 2015년 12월; ‘Bilan de la campagne de recrutement 2014’(2014년 채용 캠페인 결산보고); ‘L’Etat de l’enseignement supérieur et de la recherche en France’(프랑스 고등교육·연구 현황)(n°8), 2015년 6월
(9) 노동부가 발표한 여러 자료에서 이를 보여준다. Elisabeth Algava, ‘Insécurité de l’emploi et exercice des droits dans le travail’(일자리의 불안정성 및 직장에서의 권리 행사), <DARES Analyses> n°92, 파리, 2015년 12월; Elisabeth Algava, Emma Davie, Julien Loquet, Lydie Vinck, ‘Conditions de travail: reprise de l’intensification du travail chez les salariés’(노동환경: 노동자의 노동강도 재강화), <DARES Analyses> n°49, 2014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