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의 철도 죽이기?
2016-05-30 뱅상 두마이루
“우선, 그것은 사실이 아니에요.”
2015년 1월, “파리에서 리옹까지 이동 시 기차가 고속버스보다 친환경적이지 않겠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프랑스 대통령은 이렇게 답변했다.(1) 이 답변은 새로운 생각의 장을 열어주었다. 철로의 높은 안전수준과 위생수준에도 불구하고, 지도층에서는 철도 없애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2)
에마뉘엘 마크롱 경제산업부 장관은 기차보다 고속버스를, 세골렌 루아얄 환경에너지부 장관은 전기자동차를 선호한다. 그리고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인류에게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있다. 2012년 이후 프랑스 철도 이용률은 화물 운송부분에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마치 지도자들의 연설을 뒷받침 하듯, 전반적으로 제자리걸음이거나 하락하고 있다.
철도 교통의 모순은 노르파드칼레 지역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노르파드칼레는 원래 탈산업화와 실업, 프랑스 도심 외곽(광산 분지)이나 농촌 지대(Avesnois)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행정구역 상 피카르디와 통합된 지금, 노르파드칼레는 프랑스 상위 20개 지역 중 4번째 지역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제노바에서 리버풀까지 아우르는 경제활동 중심지 ‘유러피언 바나나’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노르파드칼레에는 영불해협을 횡단하는 해저터널이 있다. 주도인 릴은 프랑스 4대 도시로, TGV를 통해 파리와 런던, 브뤼셀로 연결된다. 덩케르크는 프랑스의 3대 무역항 중 하나이며, 칼레는 제1의 여객항, 불로뉴쉬르메르는 제1의 어항이다. 이 지역의 철도 건설, 자동차, 금속 산업도 큰 영향력을 지닌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북부지역은 철도 및 철도 운영업체인 프랑스 국유철도(SNCF)의 발전을 위한 엘도라도다. 이를 부정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릴 도심 주위의 교통체증을 겪어봤거나, 적어도 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 이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매일 사이쉬르라리스의 집에서 릴 부근의 마들렌까지 30km를 왕복하는 한 운전자는 “원래 1주일에 약 4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냈다. 그런데 이제는 10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3) 아라스, 두에, 발랑시엔의 A1 고속도로 합류 지점인 롱샹에는 하루에 18만 대의 차량이 지나다닌다. 지역교통정보센터의 제라르 뱅상은 설명한다.
“차량 이동이 특히 많은 10월부터 2월까지 러시아워 시간에는 거의 40km에 걸쳐서 정체가 진행됩니다.”
교통마비도 순식간에 벌어진다. 2012년 11월 22일, 단순한 오토바이 사고 때문에 101km에 걸쳐 정체가 발생했다. 상공회의소에서 추산한 바에 의하면, 매년 이 지역에서 교통정체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은 14억 유로에 이른다. 이는 지역의회에서 지역고속열차(TER)에 쏟아 붓는 돈의 6배에 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정과 일터가 멀어지는 것이, 도시의 확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역철도교통의 부족도 일조하고 있다. 물론 1978년 SNCF와 노르파드칼레 간에 협정이 체결되긴 했었다. 그리고 2002년 이후, 노르파드칼레 지역 당국은 정당한 권리를 가진 당국으로서 교통수단 정책을 펼쳤다. 이에 따라 여행객들은 최신 열차를 이용할 좋은 기회를 얻었고, 2002~2012년 여객 수송량도 50% 증가했다. 이후 릴을 중심으로 철도 교통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해안 도시들과 릴을 잇는 지역초고속열차(TER-GV)는 철도 교통 서비스의 꽃으로 부상했다. 한편, 중앙 집중화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칼레-에타플르투케 노선 같은 횡단선들의 경우 여객 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결국, 2006년(참고 가능한 최근 자료) 릴에서 TER노선은 전체 여객수송 중 1%라는, 지극히 한정된 부분만을 담당하게 됐다. 이런 상황 때문에 지역의원들은 릴 플랑드르 지하 RER(교외 고속철도)역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그랑 릴 고속철도망 건설을 희망하고 있다.(4)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할까? 릴1대학의 필리프 므느로 지리·개발학과장은 릴 주위에 이미 ‘방사형 철도망과 철도 벨트’가 존재한다며 기존의 철로를 더 나은 방법으로 이용할 것을 추천했다. 실제로 지역 내 많은 역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퐁드부아 역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시에서 네 번째로 큰 빌뇌브다스크 구역의 대학 캠퍼스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므느로 교수는, 교통을 원활히 하기 위한 환승역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예를 들어, 하나의 TER노선과 두 개의 지하철 노선 사이(포르트데포스트 역)에 교차역을 건설하면 릴 플랑드르 중앙역의 부담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환승역을 설치하면, 침체된 TER 노선 서비스와 여객 수송을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역 철도망이 대도시 위주의 단순한 방사형 철도망으로 변질될 수 있는 위험 자체를, 환승역이 해결하지는 못한다.
국토 양극화와
지역 고립 부르는 철도역 폐쇄
인터시티 철도가 폐지되면, 여행객들에게는 어떤 중개 노선도 없다. 그리고 선택지라고는 ‘철로 위의 비행기(TGV)’와 시외 철도(TER)밖에 없다. TGV가 나오기 전 철도망의 뼈대를 구성했던 인터시티 노선들은 아주 강력한 국토정비 수단이었다.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시민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인터시티 노선의 폐지는 국토 양극화를 부추겼다.
1977년에서 2004년까지 제라르 뒤파니는 매일 케스노이와 릴을 오가는 TER을 탔다. 뒤파니는 현재 ‘아 퐁 드 트렝(à fond de train)’이라는 협회를 이끌고 있다. ‘아 퐁 드 트렝’은 릴 동부의 파리-모브주 인터시티 노선을 폐지하려는 SNCF의 계획을 고발하는 협회다. 2006년 도의회에서는 해당 노선을 활성화시키고자, 마티스 미술관 방문객들의 편의를 고려한 르카토-캉브레시역 정차 지원금을 댔다. 하지만 5년 후인 2011년, SNCF는 “플랫폼이 너무 짧다”는 이유로 정차계획을 폐지하려 했다. 이에 도의회는 플랫폼 연장공사를 위한 재정지원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SNCF는 또 다시 정차역 폐지를 요구했다. 2011년에도 플랫폼이 짧다는 것이 진짜 이유였을까?
뒤파니는 “파리에 갈 때, 사람들은 모두 릴과 발랑시엔을 통해 TGV를 이용해야 한다. 결국 여행객들은 먼 거리를 돌아가고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머지 TER 노선은 그대로 두면서 피카르디의 생켕텡 인터시티 노선 서비스만 제한하는 것을 못마땅해 하며 말했다. “지역 당국과 SNCF가 이용객들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결정한 것이다.”
그가 볼 때, 이 노선을 되살리는 유일한 해결책은 벨기에와의 철로를 다시 잇는 것이다. 뒤파니는 과거 파리와 브뤼셀을 이었던 이 노선의 국제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1960년대에 덴마크 사람들이나 스웨덴 사람들을 마주치는 건 아주 흔한 일이었다”며 미소 지었다. 파리-브뤼셀 노선과 칼레-발 노선의 교차점이었던 올누아-아이므리 역은 실제로 유럽의 교차로였다. 그러나 초고속열차가 여행객들을 다 빼앗아가 버림으로써, 이 지역을 고립시켰다. 사실 파리와 브뤼셀을 잇는 인터시티 열차는, TGV열차보다 저렴한 비용 덕택에 고객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중간지역들을 연결한다는 장점도 있다.
이 지역 인터시티 철도의 모든 노선은 하나도 남지 않고 폐지됐다. 1999년 SNCF는 파리-릴 코라유(Corail: 칸막이 없는 열차)노선의 마지막 열차들을 없앴다. 그리고 2004년에는 지난 12년간 운행 스케줄이 56% 줄고 여객 수송량도 71% 감소한,(5) 릴에서 북동지역을 거쳐 스트라스부르를 잇는 열차들을 없앴다. 이에 대해, 질 로랑 국립교통이용객연합연맹(FNAUT) 지역 회장은 “도시 간 연결이 용이하지 않은 TER열차를 이어붙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2008년 이후 릴과 알프스, 미디를 잇는 야간열차들도 자취를 감췄다.
SNCF는 점차 자사의 서비스를 TGV위주로만 계획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터시티 노선들을 수익이 시원찮은 사업으로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 몇 해 동안 상승세를 보였던 파리-브뤼셀 TGV 노선은 2012~2014년 이용률이 약 4% 감소했다. SNCF의 사업에 악몽 같은 시나리오가 희미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쪽에서는 일부러 기본 열차 노선의 이용을 저하시켰는데, 다른 쪽에서 TGV노선들의 이용률이 차례로 급감한 것이다.
자초한 것이든 남의 탓이든, 피해를 봤다는 사실에는 차이가 없다. SNCF는 방문 차량 서비스와 카풀, 정기 고속버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사 열차와의 경쟁 서비스를 시작한 셈이다. SNCF는 또한 지역당국의 열차를 고속버스로 대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이런 식의 대체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아주 미미하다. 수송량만 잃게 될 것이 분명하다. 프랑스 노동총동맹의 에르베 고메는 지적한다. “SNCF 경영진은 고속버스의 열차 대체에 대해, 점점 거리낌 없이 주장하고 있다.”
좀 더 폭넓은 의미의 ‘이동성’(6)을 제안하며 열차 사업을 약화시키고 있는 SNCF는, 정부 지도층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도로 친화적 정책을 늘어놓고 있다. 이러한 암묵적, 정치적 선택을 통해 SNCF는 리옹-튀랭 간 터널 사업처럼 효용성 논란이 일고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구실로 지역 고속열차망을 축소시키려 하고 있다. 그 내용은 고속열차 노선 연장 제한, 일부 인터시티 노선 중심역 감축, 화물 운송 중심역 감축, ‘자발적’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의 역 축소 등이다. 정부와 SNCF 스스로 주도한 철도노선의 폐지에 맞서 철로를 위한 미래를 새로이 개발하는 것, 이것이 이 민간회사가 넘어야할 산이다.
글·뱅상 두마이루 Vincent Doumayrou
기자. 주요 저서로 <철도균열>(La Fracture ferroviaire·Editions de l’Atelier·Paris·2007) 등이 있다.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France Inter, 2015.1.5.
(2) 프랑스 환경에너지 관리청(ADEME)의 ‘환경영향 비교 프로그램(L’éco-comparateur)’에 의하면, 500km 주행 시 TGV는 고속버스보다 이산화탄소를 18배 적게 배출하고, 에너지는 7배 적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 이 인터뷰를 비롯해 이 문단에 인용된 모든 내용은 다음 기사에서 발췌했다. <지긋지긋한 릴의 교통체증Bouchons autour de Lille: le grand ras-le-bol!>, Nordway Magazine, 2013.1.
(4) 공개 토론 사이트: http://regl.debatpublic.fr/
(5) Cabinet Degest - CCE/SNCF, <횡단적 연구 및 철도망Étude transversales et axes ferroviaires>, Paris, 2005.7.7.
(6) 다음 기사를 참고, Simon Borja, Guillaume Courty, Thierry Ramadier, “당신은 자유로운가 Prisonniers de la mobilité”,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2015년 2월호.
박스기사
철도 화물운송의 위기
철도 공공시장 개방에 찬성하는 이들은, 민간 화물운송업체들의 진입이 철로운송이 아닌 도로운송의 시장 점유율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단언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은 철도화물 운송을 증가시키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프랑스 국유철도(SNCF)의 시장 점유율을 분할하는데 기여했다. 2008년에서 2014년 사이 철도 화물운송은 수송량이 20% 줄었고, 시장 점유율도 1% 줄었다.(1)
시장 개방이라고는 하나, 경쟁의 길이 때로는 난공불락의 요새다. SNCF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민간 기업 유로카고레일은 SNCF가 독일과의 초고속 열차 노선 연결을 위해 협력했던 독일 공공기업 도이치반의 자회사 소속이다. 업계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VFLI도 사실 SNCF의 자회사다. VFLI 대변인 바네사 월테르도 “역설적이긴 하다. 우리는 모회사를 보조하는 동시에 모회사와 경쟁을 한다”고 인정했다. 프랑스 노동총동맹(CGT)의 에르베 고메도 노르파드칼레 경제, 사회, 환경회의에서 “우리는 때때로 SNCF와 그의 자회사 VFLI가 화물 수송량 분배를 놓고 결탁을 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하며 이런 역설에 대한 의견을 드러냈다. 하지만 실제 VFLI의 직원들은 SNCF 직원의 지위도 그들이 누리는 근무 시간도 누리지 못한다. 업체들 간의 사업 경쟁으로만 소개되는 이러한 경쟁은 직원들 사이의 사회적 덤핑도 야기한다.
이 새로운 철로 전투는 수익성 좋은 인프라 사업에 대한 투자를 부추긴다. 예를 들어 덩케르크 항구의 경우, 철로 운영을 철도화물 운송 기업 유로포르트의 자회사에 맡겼다. 연간 1,400만 톤의 화물을 책임지는 덩케르크 항구는 프랑스 국내 제일의 철로운송 중심지이자 제철업 단지이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로 인해 구조적인 쇠퇴가 가려진다. 2000~2007년 지역 화물 수송량은, 프랑스 전역에서 그러했듯이 3천 2백만 톤에서 2천 3백만 톤으로 급감했다. 그랑 릴 지역에서 2006년까지도 선전했던 독립 객차 수송은 실질적으로 자취를 감췄다.(2) 릴 동부에 위치한 델리브랑스 화물역은 폐쇄됐다. 하루에 객차 2,400대의 조차를 담당했던 발랑시엔 근처의 소맹 조차장의 일일 조차 수는 2010년 1,600대, 2012년 300대로 대폭 감소했다.(3) 2월, SNCF가 소맹 조차장의 폐쇄를 발표한 후, 덩케르크 인근 그랑드생트 조차장만이 이 지역의 유일한 조차장으로 남았다.
이렇듯 철도화물운송은 몇몇 대규모 중심축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라지고 있다. 화물운송은 철도교통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임에도 말이다.
(1) <화물 운송 지표>, www.arafer.fr
(2) <노르파드칼레 지역 철도 화물운송의 쟁점 3부 Les enjeux du fret ferroviaire dans le Nord-Pas-de-Calais. Tome III>, Transversales, Paris, year.
(3) Ibid.